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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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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악귀의 욕망(5)
작성일 : 17-07-28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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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신이 깨어난 건, 그날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는 귓가를 울리는 끔찍한 목소리에 계속해서 악몽을 꾸길 반복하며, 몹시도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가 데려온 여자 이술은 하루 만에 깨어나 비명을 꽥 하고 지르더니, 급히 침대 끝으로 뒷걸음질 치더니 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는 몹시도 두려워보였다. 마신은 그녀에게 자신은 누구이며, 이곳은 어디인지까지 다 설명을 했지만, 그녀는 불신의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그리곤, 그녀가 깨어 난지 딱 2시간이 지났을 때, 마신이 식사를 챙기려 부엌을 다녀온 사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마신은 텅 빈 침대를 보며, 하 하는 기가 찬 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렇게나 무서웠나? 그는 왠지 모르게 찝찝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사신의 마력은 마신이 먹인 파란 물약 덕분에 5%라는 간당간당한 목숨에서 20%가 상승되어있었다. 현재 사신의 마력은 25%였지만, 물약으로 억지로 끌어다놓 은거라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아무리 물약이 빨리 마력을 상승시켜준다고 해도, 자주 마신다면 분명 몸에 무리가 갈게 뻔했다. 어떻게 된 거 냐며 추궁하는 마신을 향해, 사신은 그저 멋쩍은 웃음만 흘릴 뿐이었다.

 

  창욱은 매일 같이 사신을 찾아와 그를 간호했다. 사신이 자신의 부탁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걸 그는 어렴풋이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말이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괜히, 나 때문에. 커다란 흰 침대 위에서 핏기 없는 얼굴로 누워있는 사신의 모습을 보며 그는 찔끔 새어나온 눈물을 억지로 삼켜냈다.

 

  사신은 일어나자마자, 창욱을 찾았다. 그가 자신을 간호했다는 사실을 마신에게 들었던 탓이었다. 사신은 굳이 따지자면, 창욱 때문에 그렇게 된 일이긴 했지만 절대 그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그건 바보 같은 자신의 선택 때문이었으니까.

 

  여자에 대해 물어볼게 많았지만, 사신은 어떻게든 말을 아끼려했다. 자신이 악마와 싸운 걸 안다면, 마신과 미인 모두 발칵 뒤집힐게 뻔했다. 당분간은 이 비밀을 꼭꼭 숨겨야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머지않아, 창욱은 헐레벌떡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내 방이 니집 안방이냐?” 마신은 잔뜩 날카롭게 쏘아붙였지만, 창욱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로 사신이 앉아있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철푸덕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괜찮으셨구나.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창욱은 몹시도 지쳐보였다. 사신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흠흠 목을 가다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더라.”

  “예?”

  “네가 생각했던게 아니라고.”

 

  창욱의 눈이 크게 뜨였다. 사신의 말처럼, 그녀의 사인은 악마의 짓도, 악귀의 짓도 아니었다. 악마는 그저 그녀의 영혼을 잡아먹기 위해 그 곳에 온 것뿐이었다. 그저, 자신이 운이 안 좋게 그 악마에게 딱 걸리고 만 것일 뿐이었지. 그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도대체 그럼 누가한 짓이지? 알 수 없는 물음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그 곳엔 그 어떤 영적인 존재의 흔적도 남아있질 않았다. 악귀나 악마가 그랬다면, 분명 어둠의 흔적이 남아있을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곳은 그저 흔한 살인사건의 현장일 뿐이었다. 하긴, 그랬기에 영적인 존재에서 가장 약하다는 귀신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탐낼 수 있던 것이었다.

 

  “그, 그럼 누가 그런 걸까요?”

  “글쎄….”

 

  사신도 참으로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뜯어갔다는 말에 혹시나 처사악귀가 아닐까 싶었는데,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주술사가 느낄 수 없는 기운을 가진 영적인 존재는 없었다. 혹시. 사람이라면 몰라도….

 

  “사람?”

  “예?”

  “그거 사람이 한짓 아냐?”

 

  사신은 그를 향해 물었다. 주술사가 느끼지 못할 존재라면, 사람 밖에 없었다. 입을 떡하니 벌린 창욱이 아무 말도 못한 채 어버버 거렸다. 사람이 그렇게 끔찍한 짓을 한다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격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어떻게 사람이. 그는 몹시도 혼란스러워보였다. 창욱은 입술을 묻어 뜯으며 고민했다.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은 살인사건을 계속해서 그를 고문하고 있었다. 한참 동안을 어쩔 줄 몰라 하던 그의 머릿속으로 작은 빛이 번쩍하며 스쳐지나갔다. 아, 하는 탄성이 샜다. 그는 퍼뜩 고개를 들으며 말했다.

 

  “저, 과거를 볼 수 있다고 했죠?”

 

 

 

 *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해?”

 

  마신은 잔뜩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더운 여름날, 경찰복을 껴입는 것도 모자라 창욱과 사신까지 줄줄이 달고 경찰 행세를 해야 한다니. 그는 정말이지 자신이 졸도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는 변신술을 이용해서 한 경찰로 변해 경찰서 안을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시체 보관실로 향하기 위하여.

 

  마신은 절대 가기 싫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간곡하게 부탁하는 사신을 이길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사신은 모른척할 수가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 내 팔자야 진짜. 그는 억지로 꾸역꾸역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 창욱도 경찰이긴 했지만, 요즘 사고를 많이 쳐서 안 들여 보내 준다며 울먹하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이 3명이 시체 보관실로 향해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얼마 전 죽은 시체를 보기 위해서였다. 왜 그 시체를 봐야하는 물음은, 바로 사신이 주술을 사용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과거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거를 보려면 사람의 몸 아무 곳이라도 손을 대고 있어야지만 가능했다. 그래서, 그녀의 과거를 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시체보관실로 들어가는 방법은 오직 변신술뿐이라며 신이 나서 떠들어대던 창욱의 얼굴이 눈에 훤했다. 내가 진짜 언젠간 그 얼굴을 한대 때려주고 만다 진짜. 그는 눈을 번뜩였다.

 

  “수고하십니다.”

 

  그는 몹시도 어색한 표정으로 경비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경비원은 작은 창문으로 그를 힐끔 바라보더니, 꾸벅 인사를 건넸다. 마신은 현재 30대 경찰로 완벽한 변신을 하고 있던 상태였다. 끼익, 문이 열리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뒤로, 사신과 창욱이 곧바로 따라붙었다. 경비원은 TV를 보고 있던 상태라, 그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나이스. 창욱은 쾌재를 불렀다.

 

  시체보관실로 향하는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 밤중에 누구라도 그곳을 가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냉기가 도는 큰 철문 앞에 서있었다.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문 앞에서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결국 마신이 빙(氷, 얼음)이라는 주술을 써서 문을 얼려버리고, 주먹으로 세게 내리쳐 그 자물쇠를 깨트려버렸다. 가루가 된 자물쇠를 보며, 창욱은 경악을 질렀지만, 딱히 방법이 없던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체념을 했다.

 

  시체보관실은 꿉꿉하고, 답답한 냄새가 풍겼다. 마치 오븐기를 보는 것처럼, 위에 달린 손 잡이을 당겨셔 여는 형식의 문 4개가 쭉 늘어져있었다. 창욱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소민 이라고 적혀있는 이름 앞에서 크게 쉼 호흡을 했다. 그리곤, 벌벌 떨리는 손끝으로 그 문을 힘껏 열었다. 끼익 소리와 함께 열린 철문 안으로 힘없이 누워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마신은 저도 모르게 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 끔찍한거 아냐?”

 

  마신은 입을 틀어막으며 말했다. 부패되고 있는 시신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창욱은 코를 틀어막고 시체를 꺼내려다가 목끝까지 올라온 구역질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사신은 이미 벽에 찰싹 달라붙어 힘겨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만져!”

 

  마신은 버럭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이런 시신을 손에 대라고 하는지 좀처럼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모두 시체보관실 주변을 뱅뱅 돌며, 썩은 냄새를 적응하기 위해 애를 썼다. 꽤나 긴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사신의 마음이 진정 되었을때 그는 힘겨운 걸음을 옮겨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잠시동안 손을 대고 있겠습니다.”

 

  사신은 꼭 숨을 쉬고 있는 사람한테 말하는 것처럼, 조심스레 그녀의 팔 주변으로 손을 뻗었다. 벌벌 떨리는 손 끝이 그녀의 팔뚝에 와 닿고, 창욱과 마신이 아무 말도 못한채 숨을 죽이고 있을때, 갑자기 문 밖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 마신이 소리쳤다. 셋은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시선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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