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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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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위기
작성일 : 17-07-28     조회 : 361     추천 : 0     분량 : 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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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신은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저 여자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하려 해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 하는 기가찬 숨이 샜다. 사신은 가까이 다가오려하는 마신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했다. 묘한 시선이 오고가고, 마신은 금세 그의 마음을 눈치챘다. 넌 죽었어 임마, 픽 하는 웃음이 샜다.

 

  사신은 마음이 약한 편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걸 져주는 바보같은 성격은 아니였다. 그는 똑똑했다. 자신이 위험해 처했다면 그만큼 돌려주거나, 아니면 그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애를쓰는 성격이었다. 그런 사신에게 다가온 위험한 여자라, 이건 안봐도 뻔한 게임이기도 했다.

 

  이술은 눈을 꼭 감은채, 사신의 팔뚝을 세게 붙잡고 있었다. 덜덜 떨리는 손끝이 이 상황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지가 잡아놓고 왜 무서워해? 마신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어 죽을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이상한 여자라니까? 저절로 헛헛 하는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아,”

 

  탄성을 낸 이술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사신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빤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 속엔 그 흔한 의아함도 보이질 않았다. 탁한 시선이 그녀의 눈빛속을 비추고, 알수 없는 이상한 빛이 온 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아, 안돼! 그녀는 소리를 쳤다. 하지만, 목끝에서 턱 걸려버린 말은 채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흩어져버렸다. 이술은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다.

 

  그리곤, 털썩.

 

  “엥?”

 

  마신은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바닥에 힘없이 쓰려진 그녀는 정신을 잃은 듯, 헤롱헤롱하고 있었다. 축 쳐진 몸이 작게 경련하더니, 머지않아 새근새근한 숨소리를 냈다.

 

  “재운거야.”

 

  사신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나한테 이상한짓을 했으니, 나도 값아줘야지.”

 

  씩 하는 웃음이 샜다. 마신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밉다가도 이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짓을 한다니까,

 

 

  *

 

  주술사 협회는 원래의 깨끗한 기운을 잃어버리고, 더러운 오물들로 가득 덧칠해져있었다. 그 공간 안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놔뒹굴고, 끄악! 하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죄수를 감금해놓기 위해 만들어 놓은 감옥엔 이제, 주술사 협회 일원들이 갇혀 있었다. 그들은 온 몸을 구속하는 쇠창살에 손을 뻗었다가, 찌릿 통하는 전류에 악! 소리를 내며 물러났다.

 

  “어차피 소용없어.”

 

  킬킬대는 웃음이 샜다. 번뜩이는 두눈과, 검은 날개, 그리고 기괴한 뿔을 가진 악귀들이 감옥 주위를 빙빙돌며 그들을 감시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심볼들은 다 빼앗겨 커다란 상자 안에 넣어져있었다. 제길, 협회장이 고통섞인 비명을 질렀다.

 

  미인은 달라져있었다. 전에 알던 그녀가 맞나 싶을정도로, 눈빛은 탁하게 흐려졌고, 알 수 없는 검은 기운이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그녀는 씩하는 웃음을 흘렸다. 멍해진 정신 사이로, 그의 목소리가 둥둥 떠다녔다.

 

  ‘넌.’

  “넌.”

 

  그녀는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 말했다. 그건, 그녀의 의지이기도 그녀의 의지가 아니기도 했다.

 

  ‘강사신을 죽이는거야.’

  “강사신을 죽이는거야.”

 

  픽 하는 웃음이 샜다. 검은 연기가 그녀를 감싸안고, 머지않아 하늘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

 

  이술이 눈을 떴을땐, 이미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공연장 문 앞에서 스르르 몸을 일으킨 그녀가 아, 하는 탄성을 냈다. 아까전 실수로 인해, 손의 장갑은 모두 벗겨진 채였고, 양 손목엔 수갑이 채워져있었다. 아, 도대체 뭐야? 그녀는 짜증을 냈다. 분명, 사신의 팔을 잡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의 눈을 바라보고, 그 다음엔 그대로 암전이었다.

 

  “진짜 마법사라도 되는거야?”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전에 악마와 싸우던 모습하며, 자신을 재워버린 능력까지. 마법사가 아닌 이상 설명이 되지 않는 일들의 투성이었다.

 

  “마법사가 존재하다니, 나 참.”

  “주술사야.”

 

  그녀의 머리 위로 불쑥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사신은 공연장 문을 열고 나와, 그녀를 빤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아 깜짝이야! 화들짝 놀란 그녀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그를 향해 매서운 시선을 쏘아냈다.

 

  “도대체 이게 뭐에요?”

  “뭐라니, 수갑이지.”

 

  하, 하는 기가찬 숨이 샜다.

 

  “아니 그러니까 나한테 왜 이걸 채웠냐고요.”

  “몰라서 묻는거야?”

 

  사신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흠칫 놀란 그녀가 흠흠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크게 소리를 쳤다. 그래, 어차피 싸움에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법이었다. 하지만,

 

  “네! 몰라서 묻는건데요?”

  “너가 아까 나 죽이려했잖아.”

 

  그에겐 통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술은 그저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그 질문을 차마 묻기도 전에 가까이 다가온 사신이 하아, 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손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사신의 얼굴엔 짙은 어둠이 가득했다.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내가 봤을땐 누군가 저주를 걸어놓은 것 같아.”

 

  아, 하는 탄성이 샜다. 이술은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저주를 걸어놓았다고? 나한테? 도대체 왜! 정말로 묻고 싶은게 많아졌다. 잠시 머뭇거리던 사신이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척 하니 올려놓았다.

 

  “나는 강사신이야.”

 

  그가 말했다. 참으로 뜬금없는 말인데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제 너의 과거를 봐줄게.”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금세 정신이 몽롱해졌다.

 

 

  *

 

  마신은 헐레벌떡 어딘가를 향해 급히 뛰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흥신소에서 첫사랑 그녀를 닮은 사람을 찾았다는 소식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음은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 이 날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는 금방이라도 울컥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꾸역꾸역 참아냈다.

 

  벌컥, 흥신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남자가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여태까지 흥신소를 많이 들락날락 거렸지만, 그동안 단 한번도 본적이 없던 낯선 남자였다. 헉, 하는 숨이 샜다. 알 수 없는 스산한 공기가 흘렀다. 남자는 날씬한 몸에 쌍꺼풀이 짙은 눈, 그리고 얄쌍한 코와 두툼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꽤나 강렬했다. 우람한 몸짓이 점점 더 크게 부풀어올랐다. 눈에 확 들어오는 풍성한 검은색 머리가 그의 얼굴을 더 돋보이게 게 만들고 있었다. 머리 숱 한번 굉장히 많네, 마신은 작게 중얼거렸다.

 

  당황했지만 당황한척을 하지 않았다. 태연한 얼굴이 이 상황을 즐기는 듯보였다. 마신은 늘 능청스러웠다. 어차피 처음 보는 사람도 사람인데, 굳이 겁먹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터벅터벅, 묵직한 걸음을 옮겼다. 남자는 씩 웃어보이며, 그를 향해 앉을 것을 권했다.

 

  “찾았나요?”

 

  마신은 좀처럼 목끝까지 튀어나온 그 질문을 참지 못했다. 소파에 채 앉기도 전에 질문을 던진 그가 앞에 앉은 남자를 빤히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남자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네 찾았습니다.”

  “어디서요? 지금 만날 수 있나요?”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갑자기 말을 끊었다. 그리곤,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셔야합니다.”

  “예? 부탁이요?”

 

  마신은 눈을 크게 떴다. 부탁이라니 그게 무슨,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돈을 말하는게 아니에요.”

 

  남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곤,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사람을 한명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예?”

 

  마신의 입이 저절로 떡 벌어졌다. 아니, 흥신소에서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을 한다고? 그게 말이 돼? 어이가 없는 탓에 하하, 하는 헛웃음만 터져나왔다.

 

  “제가 뭘 믿고 찾아줘야하죠?”

  “이게 제 명함입니다.”

 

  남자는 그를 향해 불쑥 명함 한장을 내밀었다. 그 것을 받아든 마신이 흰 종이위에 적혀있는 글씨를 빤히 살펴보았다.

 

  [KU 이사, 김성건]

 

  KU? 마신의 눈이 번쩍 뜨였다. KU라면, 그 엄청난 회사아니야? 허억, 하는 숨이 샜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KU는 감히 최고라 말할 수 있을정도로 현재 가장 큰 대기업이였기 때문이었다. KU는 정말이지 굉장했다. 그들이 손을 뻗고 있는 나라만 수천개가 넘고 있었고, 건들이는 사업들만해도 손에 꼽을 수가 없었다. 누구나 가고싶어하는 기업에서 도대체, 왜 이런 곳까지 찾아온거야? 눈앞이 아찔했다.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답답해진 속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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