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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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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울음
작성일 : 17-07-28     조회 : 373     추천 : 0     분량 : 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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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과거는 참으로 이상했다.

 

  사신이 그녀에게 손을 대자마자, 수많은 장면들이 스쳐지나가며 그를 잠식했다. 그녀의 과거는 물밀듯 다가왔다. 갓난아기때는 산속에 버려져 울고 있었고, 초등학교때는 끔찍한 일들을 겪었으며, 지금 이 나이를 먹기까지 산속에 콕 박혀 생활하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는,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며 가슴이 욱씬 거리는 것을 느꼈다. 손에 걸린 저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녀는 늘 울고 있었다. 손을 물어뜯고, 때리고, 화를 내며, 어떻게든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를썼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괴롭혀도, 그녀를 잠식한 저주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모든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곤, 결국 어둠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녀는 늘 악몽을 꿨다.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녀가 굉장히 괴로워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어둠의 기운은 그녀를 억누르고, 괴롭히며, 숨통을 옥죄였다. 정말이지 그건 사는게 아니였다. 끔찍한 비명들이 반복해서 되풀이 되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귀를 막고만 싶어졌다.

 

  “그만해!”

 

  순간적으로, 수많은 기억들 사이에서 깨어났다. 버럭 소리를 친 그녀가 급히 뒤로 물러섰다. 이마엔 땀이 한가득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난 그저, 네가 과거를 궁금해하는것 같길래.”

 

  그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있었다. 이술은 정말이지 이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머리위로 스쳐지나갔던 수많은 장면들과, 끔찍했던 과거까지. 다시 되풀이 된 기억들은 그녀를 고문하고 있었다. 씩씩 거친 숨을 내쉬던 이술이 뜨거운 이마를 부여잡았다. 온 몸이 아직도 화끈했다.

 

  “미안, 혹시나 네 저주에 대해 알 수 있을까 했어.”

  “내 저주?”

 

  하, 하는 기가찬 숨이 샜다. 그녀는 퍼뜩 고개를 들며, 눈을 매섭게 떴다.

 

  “네가 뭔데?”

  “뭐?”

  “네가 뭔데 내 저주를 알려하는데? 도대체 네가 뭔데!”

 

  그녀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씩씩대며 화를 배출하던 그녀의 눈에 울컥 뜨거움이 차올랐다. 아, 하는 탄성이 샜다. 사신은 입술을 꽉 깨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내가 너무 심했던 건가?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녀에겐 끔찍하기만 했던 기억들을 되풀이해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제길, 이마가 뜨거워졌다.

 

  “미안해.”

 

  그는 급히 사과를 건넸다. 힘없이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가 흐윽 하는 울먹임을 쏟아냈다. 사신은 정말이지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크게 어깨를 들썩였다. 아아, 이마를 부여잡은 그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앞으로 주저앉았다.

 

  “내, 내가 너무 성급했어.”

  “내 저주.”

  “어?”

  “내 저주에 관심 가진 사람은 처음이네.”

 

  그녀는 탄성 같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붉게 달아온 눈가엔 눈물이 한가득이었다. 촉촉히 젖은 얼굴이 안쓰러움을 더했다. 그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예상 외로, 이술은 가만히 그의 품에 안겼다.

 

  “네 이름, 신이술 맞지?”

 

  그는 낮고도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름 정말로 예쁘다.”

 

  눈 앞에 금세 뿌옇게 흐려졌다. 아, 하는 탄성이 샜다. 누군가가 이름이 예쁘다고 말해준건, 아니,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나 다정하게 불러준건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꾸역꾸역 숨겨왔던 서러움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녀는 또 차오른 울먹임을 참지 못했다. 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지칠때까지 울음을 터트렸다.

 

 

 

 *

 

 

 

  마신은 정말이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분명, 첫사랑 그녀를 찾았다는 말에 헐레벌떡 흥신소로 뛰어온 것이였는데, 갑자기 왠 흥신소에서 자신에게 사람을 찾아달라고 요구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는, 허허 하는 헛웃음을 흘렸다. 성건이 준 명함은 이미 손에서 배어나온 땀으로 인해 흐물거리는 상태였다.

 

  “제가 부탁하는 사람만 찾아주시면, 첫사랑 분의 위치를 알려드리죠.”

  “왜죠?”

 

  마신은 톡 쏘듯이 물었다. 아니 도대체 왜! 하필, 많고 많은 사람중에 아 뭐 굳이 따지자면 사람은 아니지만, 무튼 왜 자신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흥신소면 사람 찾기가 쉬운거 아냐? 근데 왜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거야? 머릿속엔 답을 알 수 없는 물음들이 둥둥 떠다녔다. 성건은 하아 하는 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머리 위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곤, 훌렁.

 

  “에?”

 

  눈이 크게 뜨였다. 손짓 한번에 손쉽게 벗겨진 가발이 그의 손에서 흔들거리며 움직였다. 성건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니, 마신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말했다.

 

  “제 머리보이시죠?”

 

  아, 하는 탄성이 샜다. 그의 머리는 커다란 화상자국으로 인해 쭈글거리는 상태였다. 두피는 눌러 붙은 것처럼, 기괴한 형상을 하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머리카락이 단 한올도 나 있질 않고 빤질빤질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봐서는 무언가에 꽤나 큰 상처를 입은 듯했다. 저절로 꼴깍 침이 넘어갔다. 퍼뜩 고개를 든 성건이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제 머리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야해서요.”

  “그, 근데 그걸 왜 저한테.”

  “마신님만 찾을 수 있거든요, 그 사람.”

 

  에? 눈이 크게 뜨였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온 몸을 휘감았다. 마신은 어쩔줄을 몰라하며, 이리저리로 시선을 피했다. 온 몸을 꿰뚫는 듯한 시선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성건은 다시 머리 위로 가발을 쓰며, 씩 웃어보였다. 알 수 없는 한기가 흥신소 안을 가득 채웠다.

 

 

 

  *

 

  이술은 사신의 품에서 벗어났다. 어찌나 많이 울었는지, 그의 어깨는 눈물로 축축히 젖어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잔뜩 붉어진 눈을 손으로 대충 훔쳐내며, 코를 훌쩍거렸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정신을 차리게 되자 괜히 모든게 창피하게만 느껴졌다. 몇번 본 남자의 품에 안겨 엉엉 울다니,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녀는 괜히 시선을 피했다.

 

  사신은 잠시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과거를 다 보게 된 이상 모른척 할 수가 없는 탓이었다. 그는 자꾸만 망설였다. 분명 과거에서 본 그녀는, 저주 받은 손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게 되었고, 매일 지독한 악몽에 시달렸다. 자신과 다를게 별로 없는 불쌍한 사람이었다. 그는 하아 하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도 악몽을 꿔요.”

  “네?”

  “어렸을때부터 시작된 악몽이였어요, 꿈에선 계속해서 어머니가 죽는 장면들이 되풀이되었죠. 처음엔, 그 모든게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뭔가 이상하더라고요.”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는 말을 꺼내는게 힘들어보였다.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녀는 침을 꼴딱 삼켰다.

 

  “어느샌가 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상한 것들 투성이였어요. 실험실이라는 공간도, 어머니를 고문하는 장면도 다 이상했죠.”

  “…….”

  “그때부터,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 꿈은 누군가가 나한테 인간이 엄마를 죽였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만들기 위해 꾸며놓은 쇼같다는 생각이요.”

 

  아, 하는 탄성이 샜다. 왠지 모르게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는 하아, 하는 짙은 한숨을 내쉬더니 뜨거운 이마를 부여잡았다. 어렸을때부터 감춰왔던 비밀을 누군가의 앞에서 꺼낸다는게, 참으로 쉽지가 않았다. 마음이 돌덩이 처럼 무거워졌다.

 

  “당신이 무슨 악몽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빤히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나와 같은 고통을 겪을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난.”

 

  머릿속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쪽을 부여잡았다.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요.”

 

  심장이 쿵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숲속에선 희미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품 속에 무언가를 잔뜩 안은 그녀가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스쳐지나갈때마다, 팔뚝엔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씩 웃음을 흘렸다. 걸음은 점점 더 빨라지고만 있었다. 질퍽한 진흙탕과 수많은 나무 숲 사이로, 어둠의 기운이 풍겨오고 있었다.

 

  “거의 다왔어.”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머지 않아 그를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이 크게 부풀어올랐다. 픽, 웃음을 터트린 그녀가 달리기 시작했다. 철퍽철퍽 튀는 진흙 위로 찍힌 발자국들이 그녀가 멀어지자, 서서히 사라져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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