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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
작가 : 유지
작품등록일 : 2017.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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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곤경
작성일 : 17-07-28     조회 : 359     추천 : 0     분량 : 4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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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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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마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자꾸만 힐끔 힐끔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니까 남자의 말을 정리하자면, 자신의 머리를 그렇게 만든 사람을 찾아야하는데, 그 사람은 흥신소에서도 찾지 못하고, 오직 마신만이 찾을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럴만도 한게 마신은 인간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탓에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고작 필요할때 써먹는 몇명의 인간들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들과 정을 뗀지가 언제인데, 그런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하, 하는 기가찬 숨이 샜다. 아니 도대체 누구길래, 흥신소에서도 찾을 수 없다는거야? 불쑥 궁금증이 치밀어올랐다. 번뜩이는 시선이 그에게로 와닿았다.

 

  “그 남자가 누군데요?”

 

  마신은 침을 꼴깍 삼키며 물었다. 도대체, 그가 찾으려는 남자가 누구인지 너무도 궁금해서 미칠지경이었다. 하루빨리 그 남자에 대해 알고, 첫사랑이 어디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간절함이 샜다. 그저 씩 미소를 지어보이던 성건이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주변을 둘러보더니 책상위에 놓여진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 반 정도의 기름이 남은 라이터는 그가 손을 몇번 가져다대자, 칙칙 소리를 내며 불을 내뿜었다.

 

  “이게 뭔지 아시나요?”

 

  하, 하는 기가찬 숨이 샜다. 지금 날 놀리는거야 뭐야, 마신은 잔뜩 미간을 구기며 답했다.

 

  “라이터지 뭐에요.”

  “그쵸, 이건 분명 라이터죠.”

 

  머지않아 라이터의 불이 꺼졌다. 그는 다시 손으로 라이터를 칙칙 감아 불을 켰다. 화르륵, 타오른 불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성건의 손끝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라이터 없이 불을 지필 수 있을까요?”

 

  성건이 물었다. 에? 눈을 크게 뜬 마신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화르륵 타오르던 불은 머지않아 또 다시 꺼져버렸다. 짙은 기름냄새가 풍겼다. 불쑥불쑥 끔찍한 기억들이 떠올랐다. 왠지모르게 쿡쿡 쑤시는 머리를 느끼며, 성건은 이를 악물었다. 널 꼭 가만두지 않을거야, 끔찍한 분노가 샜다.

 

  그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라이터를 힘껏 집어던지더니, 책상 뒤로 넘겨버렸다. 라이터는 굉음과 함께 바닥을 놔뒹굴었다. 떨어지면서 깨진건지, 작은 파편들이 책상 위로 튀었다. 마신은 화들짝 몸을 떨었다. 그의 행동엔 왠지 모를 분노가 묻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물론 성냥으로도 지필 수 있겠죠. 하지만,”

  “…….”

  “이 손끝, 이 손끝으로도 불을 지필 수 있을까요?”

 

  그는 손가락을 쭉 뻗으며 말했다. 짧고 굵은 손가락 끝엔 알 수 없는 상처들이 가득했다. 그 상처는 꼭 칼로 쑤신것처럼 흉측했으며, 불에 새까맣게 타버린 것처럼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상처는 몹시도 끔찍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심지어 그의 두번째 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들 보다 짧았다. 그건 태어날때부터 그랬던 것이 아닌, 저 흉측한 상처들로 인해 만들어진 것만 같았다. 마신은 흠칫 뒤로 물러서며 답했다.

 

  “글, 글쎄요. 뭐, 마술사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요, 마술사가 아닌 이상 그럴리는 없죠.”

 

  그는 급히 말을 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씩씩 풍겨나오는 거친 숨엔 분노가 섞여있는 듯 했다. 그는 눈을 번뜩였다.

 

  “근데, 그 놈이 그걸 해냈어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마신은 하하, 하는 헛웃음을 흘리며 시선을 피했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며, 눈 앞이 아찔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정말이지 숨이 막혀서 미칠것만 같았다.

 

  “난 처음에 라이터인줄 알았어요, 아니면 성냥이거나.”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딴건 아니더라고요. 내 기억으로는 그 놈의 손끝에서 불이 피어났어요.”

 

  성건은 손끝을 매만지며 말했다. 울퉁불퉁 모난 손끝이 흉측한 빛을 냈다. 자꾸만 그를 떠올릴때마다, 머리가 쿡쿡 쑤시며 찌릿하게 울렸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점점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숨이 턱턱 막힐 듯한 뜨거운 분노가 느껴졌다. 저절로 침이 꼴딱 넘어갔다.

 

  “그래서 난 마술인가 싶어서 그딴 마술을 찾기 위해 사방을 뛰어다녔죠.”

  “…….”

  “실제로 배우기도 하고, 그러다가 손가락도 이모양이 되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신은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근데, 내가 찾다찾다가 손끝에서 불을 피울 수 있다는 남자를 만났거든요.”

  “…….”

  “그가 뭐라그랬는지 알아요?”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성건은 갑자기 마신을 향해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화들짝 놀란 마신이 어쩔 줄 몰라하다가, 휙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이건 주술사만 할 수 있는거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마신은 덜덜 떨리는 손끝을 느꼈다. 성건은 씩 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그런가요, 주술사님?”

 

  아, 하는 탄성이 샜다. 딱 마주친 짙은 눈빛엔 알 수 없는 살기가 가득했다.

 

 

 *

 

 

  창욱은 하루종일 그녀를 찾아 사방을 뛰어다녔다. 도무지 어디로 숨었는지 행방을 알 수 없는 탓에 몇날 며칠이고, 차 안에서 밤을 세는 것을 택해야만 했다. 소진의 어머니를 찾아가봤지만, 그녀 조차도 딸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워낙, 자유분방한 아이라 독립한 이후에는 신경을 꺼버렸다고 말한게 끝이었다.

 

  시간은 점점 그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녀를 찾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경찰서에선 매일 같이 연락이 왔지만, 연락을 모른채 씹어버린지도 벌써 2주째였다. 나중에 경찰서로 돌아가게 된다면 분명 짤리거나, 수많은 욕을 들어먹을게 뻔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사건해결을 하느라 그랬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갈증을 느꼈다. 정소진, 그녀만 찾는다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일이였기에 더 했다.

 

  “꼭 찾아야해.”

 

  그는 또 다시 다짐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사건을 꼭 해결해야만 했다. 그래야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테니까. 정소진은 미친게 분명했다. 하긴 그랬으니 친언니를 살해하고 그녀의 얼굴가죽을 뜯어간거겠지. 그때의 그 모습이 눈에 훤했다. 오소소 소름이 돋은 팔뚝을

  쓱쓱 매만지며, 침을 꼴딱 삼켰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쿵쾅 거리는 심장사이로, 똑딱이는 시계초침 소리가 점점 짙어져만 가고 있었다.

 

 

 

 *

 

 

 

  붉은 방 안에 이유모를 악취가 풍겼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진 유리병들이 가득하고, 곳곳엔 수많은 머리카락들이 뒤엉켜 놓여있었다. 소진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뭉치를 집어들었다. 곱슬머리, 염색머리, 다양한 머리카락들 사이에는 왠지 모를 샴푸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그녀는 픽 하는 웃음을 흘렸다.

 

  머지않아,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예쁜 얼굴을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은 풍선처럼 커다랗게 부풀어올랐다. 이제, 드디어 나도 예뻐질 수 있어. 계속해서 되뇌이는 말엔 알 수 없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움직여 방안 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곳엔 커다란 거울이 있었는데, 그 거울은 꼭 백설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거울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녀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울 앞 의자를 꺼내 앉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듯 아름다웠다.

 

 -

 

  창욱은 기가 막힌 생각을 해냈다. 그 아이디어는 정소진을 불러낼 수 있고, 그녀의 정체를 다 드러낼 수 있으며, 잘하면 살인사건의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꼈다. 일단,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면 아주 예쁜 여자가 필요했다.

 

  그는 수없이 많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의 말을 무시하거나 욕을하고 가버리는게 다반수였다. 그는 끙끙대며 머리를 부여잡았다. 여자분을 구해야하는데 도통 구할 방법이 없었다. 경찰서에 다니는 동료 여자들도 있긴 했지만, 이미 장례식때 얼굴을 본적이 있기에 불가능 했다.

 

  “누가 없을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예쁜 여자라, 사실 예쁜여자라 치면 연예인들을 섭외하면 되었지만, 연예인들은 너무나도 얼굴이 많이 알려진 탓에 무리수를 두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는 자꾸만 망설였다. 그러다가, 머리를 쓱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그는 무릎을 탁 쳤다.

 

  “아 맞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심장이 크게 두근거렸다. 그는 익숙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통화 연결음이 울리고 머지 않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여보. 지금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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