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반에 갔더니 아이들이... 아무도 없네. 이른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게다가 분명 세히가 날 깨우로 왔었고. 그런데 세히도 안 왔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인가?
"아이들이 느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부지런한 것인지."
"여자는 원래 준비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아마 너보다 일찍 일어나도 준비하느라 늦겠지."
"고생이 많군."
"원래 남자라는 생물이 있으면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하고 예뻐지기 마련이지."
그래. 그러니깐 고생이 많다는 것이다. 아! 아이들도 없는데 지금 헤시아를 변형시키자. 처음부터 이러고 있어야 시리아도 빠르게 괜찮아지겠지?
아이들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맨 처음에 들어온 것은 혜원. 과연. 빠르다. 혜원이 날 보고는 이쪽으로 다가온다. 아무도 없지만 만약을 위해서인지 조용히 말한다.
"미안하다. 나로서는 방법이 없다. 그래도 친구인데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니..."
조용히 말했지만 주변도 조용해서 혜원의 목소리는 반에 울려퍼진다. 그것보다 어제 하루 종일 걱정을 한 모양.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 피부도 평소보다 좋지 않다.
"뭐, 그것은 걱정하지마. 이쪽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으니깐."
"미안하지만 부탁한다."
난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자리에 돌아가는 혜원. 오늘 수업을 준비하는 것 같다. 혜원이 자리로 돌아가자 바로 다음 학생이 들어온다.
어느 정도 반에 아이들이 있을 때 드디어 시리아가 들어왔다. 시리아는 내 옆에 있는 헤시아와 나를 번갈아 보고 있다. 명백히 떠는 것이 보인다. 이거야 원.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되겠지.
문 근처에서 떨고 있는 시리아를 이연이 끌고 자리에 간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시리아는 싫어도 내 옆으로 왔다. 짝이라는 것이 이럴 때 좋다니.
"안녕?"
"어? 응. 안녕."
얼굴이 빨갛다. 남이 보면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는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이니...
수업이 시작되고 하루 종일 헤시아를 곁에 놔두고 시리아를 따라다녔다. 물론 연습을 할 때 시리아에게 헤시아를 휘두르지 않았다. 그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니깐.
어느새 수업이 끝나가고 있다. 딱히 성과는 없는 것 같은데. 그나마 떨림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시리아. 오늘 우리와 놀러가자. 이연과 혜원도 같이 갈 예정이야."
"그래? 알았어."
"세이. 너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떨까? 짐꾼이 필요한데."
"당사자 앞에서 당당하게 짐꾼이라니. 뭐, 할 일도 없으니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시리아가 내 눈치를 본다. 여기서 시리아가 빠진다면 나도 같이 빠질 생각. 무엇보다 며칠은 시리아와 같이 있을 생각을 해야한다.
"그... 마검은 왜 계속 검 상태야?"
시리아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한다. 그나저나 뭐라고 하지? 변명을 말해야 하나? 아니, 변명을 말해야 해!
"그... 헤시아가 원래 낮에는 잘 움직일 수 없거든. 피곤이 몰려와서. 어쩔 수 없이 내가 검으로 변형시켜서 데리고 다니는 거야."
시리아는 내 말에 수긍을 한다. 마검이라서 가능한 이야기. 마지막 남은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시내로 나간다. 여전히 거리에 사람은 학생들이 대부분. 그러니 여자가 대부분이다.
"오늘은 쇼핑을 할까?"
"난 딱히 살 것이 없는 데. 너희들은?"
"나도 없어."
"난 달달한게 먹고 싶은데."
"먹을 거 타령이냐. 뭐, 그럼 내가 살 것만 사고 카페에 가자."
어이. 나는? 나는 뭐 살거 없냐고 물어보지도 않는 거야? 물론 내가 살 것이 있을리는 없지만. 네시아가 앞장을 섰다. 그 뒤를 혜원과 이연이 같이 가고 그 뒤를 나와 시리아, 헤일리가 걷고 있다.
"네시아,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렇겠지. 자신이 흥미있는 것에만 감정을 보여주는 아이니깐."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시리아를 바라보니 무덤덤이 앞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떨림은 이제 멈춘 것 같다. 어디 한 번 시험해볼까. 난 시리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대로 쓰다듬으며 말을 한다.
"네시아하고 친한 모양이네."
"몇 년을 같이 있었으니깐."
떨림은 없다. 다행이다. 지인의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 같네. 뭐, 아직도 두려워하는 것이 보이지만 겉으로 들어나는 것은 없어졌다. 좀 더 시간을 들이면 괜찮아지겠지.
네시아를 따라서 도착을 한 곳은 다름 아닌 찻잎을 파는 곳. 이런 곳도 있었나. 그리고 보니 나도 자주 먹던 것이 떨어져서 사야했는데.
네시아가 기쁘다는 듯이 가게를 휘젓고 있다. 이런 면도 있구나. 학교에서는 워낙 얌전히 있어서 몰랐는데. 그나저나 뭘 저렇게 사는 거야?
"어디보자. 내가 사야하는 것은..."
여기 있다. 윽. 가격이 꽤 나가는 군. 그래도 다른 찻잎보다는 싼 편이고. 나도 즐겨 마시는 것이라서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좋아. 사자.
"이거 살려고? 보는 눈이 있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네시아가 중얼거린다. 난 찻잎이 든 병을 가지고 카운터로 가면서 말을 한다.
"다른 것보다 이게 맛있어서. 다른 이유는 없어."
"그래? 그나저나 의외네. 네가 찻잎을 좋아할 줄이야."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냥..."
"차 끓이는 법은 알아?"
"세히에게 배웠어."
"그렇게 보여도 여성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 손수건도 여성용이고."
나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시리아. 이것은 내 손수건이다. 빌려주고 받지 않았나? 기억이 애매하군. 그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런데 지금 시리아가 먼저 말을 했지? 이거 확실히 성과가 있는데!
"그럼 이따가 방에 올래? 아! 밤이 좋겠군. 이따가 방으로 찾아갈테니 찻잎을 준비하고 있어. 끓여주는 것을 마시고 싶으니깐."
그리고 네시아에 대해 하나 더 알게된 사실이 있다면 상당히 밀고 들어간다. 나의 의견은 필요 없다는 듯이.
가게에서 나와 카페에 들어가서 수다를 떤다. 짐꾼이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내가 짐을 든 적은 없다. 아마 시리아 곁에 내가 있어야 하는 명분을 준 것이겠지. 참 배려심도 좋군.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