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원을 데리고 방으로 돌아가자 아이들은 처음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날 노려본다. 아니,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속으로만 변명을 하며 난 아이들의 눈을 피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오빠?"
"아니, 그게..."
"괜찮아. 화 안 낼테니깐."
"진짜?"
"물론."
아이들에게 고기를 구하러 갔지만 모두들 적게 가지고 있었다는 점. 그러다가 시리아가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냥 다 같이 왔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이야기를 들은 세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정말 화 안 난 것 맞지?
"뭐, 저녁은 원래 다 같이 먹는 것이라고 하잖아."
"그치?"
"아아. 자리가 부족하네. 다른 방에서 식탁하고 의자를 가지고 와야겠어."
"응. 그런 것 같네."
"그러니깐 가지고 와."
"응?"
"오빠가 가지고 오라고. 혼자서."
"아니, 잠깐. 화 안 낸다며."
"응. 그래서 웃고 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당장 가지고 와."
"네."
결국 우리 방에서 가장 가까운 네시아의 방에서 식탁하고 의자를 가지고 왔다. 물론 나 혼자서 말이다. 다른 아이들이 도와줄려는 것을 세히와 헤일리, 헤시아가 막았다. 아니, 난 정말 그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식탁 3개를 놓으니 방이 꽉 찼다. 게다가 인원이 많아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두 개나 사용한다. 많은 소동이 있었지만 드디어 저녁이구나.
샤브샤브는 역시 맛있군. 풍부한 재료도 이 인원 앞에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모두들 만족스럽게 먹은 상황.
"아아. 맛있었다."
"덕분에 잘 먹었다."
"아냐. 원래 다 같이 먹는 게 좋잖아. 시끄럽고."
"으아. 먹으니깐 피곤하다."
이연이 내 침대에 엎드린다. 그 옆을 네시아가 따라서 엎드린다. 그러다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차 마시자, 세이."
"아아. 뭐, 저녁 먹은 직후니깐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난 자리에서 일어난다. 것보다 손님용 다과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난 물을 끓이는 동안 모든 준비를 한다. 그런데 찻잔이 부족하잖아.
"세히. 네 방에서 찻잔 좀 가지고 와줘라."
"으음. 나도 부족할 것 같은데."
"그럼 내 방에서도 가지고 올게."
식탁 위에는 차와 함께 먹으면 맛있는 과자와 찻잔이 놓여있다. 물론 찻잔 안에는 방금 끓인 차가 들어있다.
"향이 좋네."
네시아가 향을 맡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는 맛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도 차를 마신다.
"역시 내가 오빠를 잘 가르친 것 같단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덕분에 지금 이러고 있다."
"하지만 오빠 빼고는 모두 여성이잖아. 이런 경험은 잘 없다고. 나에게 감사하는 것이 좋을 걸?"
"감사라니."
"생각 이상으로 잘 끓이네."
네시아가 찻잔을 놓으면서 말한다. 내가 이 맛과 향을 내기 위해서 세히에게 온갖 구박을 받았다. 당연한 결과란 말씀.
"세이! 더 줘."
"더 주세요."
헤일리와 헤시아가 추가로 더 마시고 난 뒤에 다과회는 끝났다. 이번에도 나 혼자서 네시아의 방으로 식탁과 의자를 갖다놓았다. 다른 아이들은 세히의 방 식탁을 정리했다.
"저녁도 먹었고 다과회도 끝났으니 이제 모두 방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귀찮아. 여기서 자고 싶어."
아니, 여기서 자고 싶다니. 난 아직 마음에 준비가 안 되었는데. 아니, 이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잖아.
"그럼 오늘은 여기서 파자마 파티를 할까?"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건데! 왜 너희들은 서로 좋다고 맞장구 치고 있는 거야! 잠깐. 그럼 난 어디서 자는 거야?
"이불 가지고 와야겠네. 오빠. 방에 여유분 없어?"
"글쎄. 아니, 그냥 좀 가라. 나도 씻고 싶다."
"씻어라."
"아니, 여성들이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괜찮아, 괜찮아. 씻어."
"아니면 제가 등이라도 밀어드릴까요?"
헤시아가 등을 밀어주면 상당히 기분 좋겠...
"아, 음란한 상상 했습니다."
"하아. 정말."
"남자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난 아이들의 강요 아닌 협박에 져서 결국 욕실에 들어왔다. 이 좁은 공간에 파자마 파티라니. 게다가 여성만 해도 12명이다. 다 잘 수는 있는 것인가?
씻고 나오니 모두들 파자마를 입고 있다. 내가 나와도 아이들은 신경을 쓰지 않은 상태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리고 보니 이제 곧 그 시기이군."
"아아. 벌써 그렇게 되었네. 시간 참 빨리 가네."
"올해도 출전할 예정이지?"
"그렇겠지."
"무슨 소리야?"
"아. 둘은 모르겠군. 검사의 축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중이다."
"우리 학교가 검사들을 육성하는 학교인 것은 알지? 하지만 검사들을 육성하는 학교는 우리 학교만 있는 것이 아니야. 다른 지역에도 있고 다른 나라에도 있어."
"그런데 검사들의 실력을 향상 시킨다는 이유로 매년 각 학교에서는 대회를 열어."
"검사들이 팀을 짜서 다른 팀을 공격한다. 이것이 바로 검사의 축제야."
"각 학교에서는 먼저 지원한 팀끼리 검사의 축제를 열어. 그 다음에는 이 지역에 있는 학교와 검사의 축제를 하고 나중에는 전국에 모인 학교와 검사의 축제를 해. 운이 좋으면 전 세계가 검사의 축제를 같이 할 수 있지."
흐음. 결국에는 싸우는 것이잖아. 그것도 전국이나 세계 단위로. 흥미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흥미다. 참가할 생각은 없다.
"재밌겠다! 나도 참가하고 싶어."
"보통 팀은 4명에서 6명까지인데 그건 매년 다르니깐. 만약 여유가 된다면 세히도 같이 하자."
"응!"
"그 전에 고쳐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닌데."
"나도 알아."
밤이 깊어져 간다. 그리고 난 쫒겨났다. 이유는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다는 것. 역시 여성들이다. 몸매도 좋고 날씬하며 키가 작으니깐 12명이 들어가기는 하는구나.
"그럼 뭐하냐. 정작 주인이 쫒겨났는데."
난 하는 수 없이 세히의 방으로 이동을 한다. 오늘 일. 반드시 복수하리라.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