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에 나는 후회했다.
이제까지의 모든 일들이 다, 부질없는 것들이었다고. 나에게 주어진 비천한 의무, 겪지 않아도 되었을 괴로움 그리고 지금 이 순간마저도 다 무너져, 모래가 되어, 사라져버리게 될 것을 결국엔 나는 깨달아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랬었던 것처럼 몰랐으면 좋았을 것만. 삶의 마지막 길목에서, 끝내 나는 당신의 손아귀서 놀아났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그것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순환.
눈부시게 하얀 그가 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무서워하지 말라며. 분명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사람들이 앞으로도 영원토록, 평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라 속삭인다. 이것은 단순한 휴전이 아닌 영원한 공존의 시작일 테니까.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평화로운, 하지만 조금은 자각하고 있어 미세하게 떨리는 웃음이 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저 멍하니, 그의 품속으로 파고드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에.
비록 부질없는 믿음이라지만 그가 행복할 수 있는 거라면, 괜찮을 수 있는 거라면 뭐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라지겠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그대로 가만히, 눈을 감고, 나의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겼다. 나를 감싸 안는 그의 온기 하나하나를 살갗에 새기며....... 그의 품에서 맞는 최후라면, 그것도 꽤나 괜찮은 결말이야.
이번에도, 후세의 역사 속에서 우리 중 한 명은 더러워질 것이다.
이윽고 강렬한 빛이 쏟아져 내린다. 오메가의 장막을 내리게 하며 또 다른 알파를 고하는 소멸의 빛이. 그렇게 우리들은 조금 더 서로를 옥죄어 안으며 눈을 감았다.
*
〔 슬프다 이 성이여
본래는 거민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히 앉았는고
본래는 열국 중에 크던 자가
이제는 과부 같고
본래는 열방 중에 여왕 되었던 자가
이제는 조공드리는 자가 되었도다.
밤새도록 애곡하니 눈물이 뺨에 흐름이여
사랑하던 자 중에
위로하는 자가 없고
친구도 다 배반(背叛)하여
원수(怨讐)가 되었도다.
How deserted lies the city,
once so full of people!
How like a widow is she,
who once was great among the nations!
She was queen among the provinces
has now become a slave.
Bitterly she weeps at night,
tears are upon her cheeks.
Among all her lovers
there is none to comfort her.
All her friends have betrayed her;
they have become enemies. 〕
예레미야애가 Lamentations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