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세레나의 은밀한 계약
작가 : 아란
작품등록일 : 2017.7.30
  첫회보기
 
1. 지옥과 진창 사이
작성일 : 17-07-31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4086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레나의 어머니의 이름은 발레나 윌프리로, 황제파로 유명한 공작 가문의 외동딸이었다. 아버지는 귀족파로 이름을 드높혔던던 라쉘티아 가문의 장남 말론 라쉘티아였다. 둘의 결혼은 귀족파와 황제파의 결혼으로 유명했고, 당시 잡음이 많았지만 딸인 세레나가 보기엔 행복한 부부였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왜 지금 엮여 나오는지 모르겠다. 세레나는 이를 악물며, 짓씹듯 되물었다.

 

 “알아듣게, 설명, 하라고.”

 

 마담 랑또가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대꾸했다.

 

 “똑똑한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세요. 분명히 당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테니까.”

 “그냥 대답하기 싫으면, 말던지, 말장난은 집어치워.”

 

 세레나는 마담 랑또에게 또다시 묻는 대신에 로이와 결혼한 이후의 기억을 헤집었다. 조각조각 난 기억이 얇은 종잇장처럼 하늘하늘 머릿속을 떠돌았고, 세레나는 그것을 부여잡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마침내, 기억 한 자락이 세레나의 기억 속에 펼쳐졌다.

 

 “설마.”

 

 세레나의 입 끝이 떨렸다. 두려움도, 분노도 아닌 순수한 놀라움 탓이었다.

 

 “당신들”

 

 이 자들은 반역을 저지를 생각이다. 세레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간혹 마약을 이겨내고 정신을 차렸던 적이 있었다. 세레나의 머릿속에서 그들이 나누던 내용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램프 하나만 피어 사위가 어두운 장소였다. 약에 취한 세레나는 둥근 원탁 가운데에 앉아서 멍하니 앞만 바라 보다가 갑자기 정신이 돌아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느릿하고 눈을 껌벅일 때마다 시야가 선명해졌고, 곧 그 장소에 로이와, 가면을 쓴 남자들, 그리고 여자 한명이 함께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여자는 마담 랑또였다.

 

 그들은 서로 의견이 분분하여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황제의 앞잡이, 미리엄 리시오스는 어디까지 쫓아왔어?”

 “노예시장의 주인이 고위 귀족이라는 정도까지?”

 “생각보다 많이 느리군. 세레나가 노예시장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귀족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고?”

 “어차피 그들도 공범이니까. 제 정적을 납치해달라고 의뢰한 놈들까지 있으니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야. 그런데, 세레나 알렉사는 어떻게 될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남자들의 시선이 세레나를 향했다. 세레나가 인형처럼 눈만 꿈벅거리는 것을확인 한 그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제 정신이 아닌 상태라고 해도, 왜 이 자리에 까지 저 여자를 데려와서 앉혀놓는 거야, 로이?”

 “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알려줘야겠지.”

 “고약하긴. 어쨌든 황제는 저 여자를 사형시키지 않을까? 우리가 귀족까지 납치해서 노예로 팔아 넘겼으니까. 그러고 보니 라쉘티아와 윌프레의 핏줄이 노예시장의 주인이라는 소문이 돌면, 재미있긴 하겠네.”

 “상징적이잖아. 황제파와 귀족파의 결합으로 태어난 평화의 상징이 알고 보니 더러운 짓거리에 앞장서고 있다. 거기에 백작부인이 그랬다는 말이 붙으면 소문은 끝도 없이 퍼질 걸.”

 “고작 소문 따위를 만드는 것보다, 직접 황제의 머리를 따고 깃발을 꽃아 넣는 게 빠르겠어. 점령이란 그렇게 하는 거라고.”

 “이 멍청이. 우리 목표는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무너트리는 거잖아. 노예시장은 그저 일부분에 불과해. 이제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게 자그마치 5년이야. 그래서, 제국이 망하기라도 했어?”

 

 누군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로이가 대답한다.

 

 “수도의 치안은 이미 엉망이 되었고, 귀족들은 제 자식들을 절대 혼자선 밖으로 내보내지 않지. 산적이 들끓고, 국경지대의 병사들은 타국으로 넘어가지 못해 안달이라는 소문은 너희 들도 들었을 테고. 황제에 대한 귀족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으니, 곧 제국의 성문이 우리에게 열릴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까 저 여자를 진짜 사형대에 밀어 넣을 생각이고?”

 

 그에 누군가가 물었다. 세레나는 눈을 깜박이며 그 장면을 지켜봤다. 심상치 않은 이야기에 계속 정신을 차리고 싶었지만, 눈 앞이 아득하게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때, 로이의 목소리가 세레나의 귀에 박혔다.

 

 “세레나는 내 소유니,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관심 꺼.”

 

 그리고 세레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어버렸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세레나는 평소처럼 멍한 정신이었고, 로이에게 바보같이 웃어주었다.

 

 오늘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면, 결코 이 일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레나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이 건은 황제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엔? 난 어떻게 될까?’

 

 세레나는 저를 냉정하게 내쫓던 황제의 태도를 또렷이 기억했다. 알렉이 작은 아버지를 사칭하여 라쉘티아 백작 자리를 차지한 것을 알게 된 세레나가 지체하지 않고 황제에게 찾아갔을 때의 일이었다. 그래서 이 모든 사실을 보고 한다고 해도 황제가 믿을 것 같지가 않았다. 오히려 잘 되었다고, 세레나의 목을 내려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마담 랑또는 세레나가 잠시 말이 없는 동안 차를 홀짝이며 기다렸다. 세레나는 그녀가 마법사라는 것을 되살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마법사잖아. 이렇게 살 필요가 없는 사람이야. 어째서 남작영애였던 당신이 마담으로 활동하고 반역에 가담했는지 모르겠지만….”

 

 마담 랑또의 입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렸다. 그녀가 입을 벌릴 때 마다 불길함이 세레나의 마음에 스몄다.

 

 “세레나. 어설픈 협상은 통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당신은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거든.”

 

 마담 랑또의 얼굴에 시원한 미소가 걸렸다. 대답 없이 돌아서는 세레나를 마담 랑또가 붙들었다. 사내를 유혹하듯 팔뚝을 잡고는 제 가슴을 세레나에게 가까이 가져가며, 팔을 잡고 쓰다듬는 것이었다.

 

 세레나는 분노에 찬 눈으로 마담 랑또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로이도 알고 있어? 그가 당신에게 지시한 거야? 이런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라고!”

 

 마담 랑또는 픽 웃더니 세레나의 팔을 놓아주었다.

 

 “그럴 리가 없죠, 세레나. 로이는 나름 당신을 소중히 여기고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짜증이 나서 말해준 거에요. 뭐라도 알고 죽으면 더 억울할 테니까?”

 “뭐라고?”

 “남을 좀 더 의심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해요. 내가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살기가 피부를 따끔하게 찔렀다. 도망가야 한다. 세레나는 뒷걸음질 쳤으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마담 랑또는 느릿하게 움직였고, 세레나는 무형의 힘이 몸을 옥죄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세레나의 위에 올라탄 마담 랑또가 계속해서 속삭였다.

 

 “당신은 여기서 죽을 테니까. 로이가 당신에게 너무 빠져버려서, 우리 일이 좀 곤란해지려 하거든.”

 

 서늘한 손이 세레나의 목에 닿았다. 숨이 막혀왔다. 세레나는 마담 랑또의 손을 쥐고 떨쳐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꺽꺽 대는 소리를 토해내며, 발버둥 쳤지만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마담 랑또의 목소리가 조롱하듯 귀에 내리 꽂혔으나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눈 앞에 부모님의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한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

 *

 

 

 2. 되찾은 기회

 

 

 세레나는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입을 막았다. 비명이 튀어나오려다 쑥 들어갔으나 몸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려왔다. 몸을 바로 세우려 했으나 자꾸 중심이 흐트려졌고, 한참 만에야 벽에 몸을 기댈 수 있었다. 살아 있는게 분명하나, 끔찍한 손길이 여전히 목에 들러붙어 있는 것 같다. 세레나는 마담 랑또가 옥죄었던 목을 더듬으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어떻게 된 거지? 난 분명히 죽었는데?’

 

 살아있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레나의 머릿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5년 후의 기억들, 그리고 현재의 기억들이 얽히고 설켜 세레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잠시 후, 세레나는 깨달았다.

 

 오늘은, 알렉이 납치당한 날이다.

 

 저택의 모든 고용인 들이 휴가를 받고 떠난 날이었다. 정문을 지키는 경비병과 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향으로 떠났다. 이 세상에 어떤 귀족이 그 따위 일을 저지를까? 세레나는 알렉 부부를 보며 비웃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번져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샤론이 자신을 더 더욱 괴롭히게 될 줄은 더더욱.

 

 세레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숨어있던 이유는 들키지 않기 위해서 였다. 혹시 괴한들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웅크렸었다.

 원래의 건강한 정신과 약물에 중독된 후의 병약한 정신이 싸우기 시작했으나, 승자는 뻔했다. 세레나는 용기를 내어 머리를 내밀었다.

 

 세레나가 증오해 마지 않는 알렉부부는 저택에 침입한 괴한에 의해 사정없이 짓밟히고 있었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22 3. 실마리를 쫓아가다 7/31 272 0
21 3. 실마리를 쫓아가다 7/31 283 0
20 3. 실마리를 쫓아가다 7/31 259 0
19 3. 실마리를 쫓아가다 7/31 271 0
18 2. 되찾은 기회 7/31 238 0
17 2. 되찾은 기회 7/31 253 0
16 2. 되찾은 기회 7/31 275 0
15 2. 되찾은 기회 7/31 261 0
14 2. 되찾은 기회 7/31 263 0
13 2. 되찾은 기회 7/31 278 0
12 2. 되찾은 기회 7/31 281 0
11 2. 되찾은 기회 7/31 249 0
10 2. 되찾은 기회 7/31 286 0
9 2. 되찾은 기회 7/31 284 0
8 2. 되찾은 기회 7/31 301 0
7 2. 되찾은 기회. 7/31 264 0
6 1. 지옥과 진창 사이 7/31 253 0
5 1. 지옥과 진창 사이 7/31 252 0
4 1. 지옥과 진창 사이 7/31 261 0
3 1. 지옥과 진창 사이 7/31 265 1
2 1. 지옥과 진창 사이 7/31 275 1
1 1. 지옥과 진창 사이 7/31 52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