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파괴의 신
작가 : 지포
작품등록일 : 201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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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상처
작성일 : 17-07-31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5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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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상처

 

 

 이런 개 같은-

 

  숨이 막혀온다. 자고 일어나니 주둥이에 재갈이 물려있고, 온몸은 움직일 수 없게 밧줄에 꽉- 조여진 채로 십자형틀 묶여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 왜!!!”

 

 이것은!! 플로이의 목소리? 연우는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바라보았다.

 플로이가 연우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건장한 마을 남자가 가로막는다.

 

 “저놈도 묶어버려!”

 “이장님!!!”

  명령을 내린 이장은 플로이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장의 명령의 받은 마을 남자는 플로이를 강제로 어깨에 메고 가더니 밧줄에 묶어 나무에 매달아 놓는다.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야-

 

 연우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분명 마을 사람들이 해준 음식을 먹고 곤히 잠들었는데, 깨고 보니 나에게 음식을 대접했던 마을 사람들이 나를 죽일 놈처럼 바라보고 있다.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젠장! 서운한 게 있으면 말을 해! 뭘 잘못했는지 알아야 해결을 볼 거 아니야!

 

 하지만 상황은 점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퍼억-

 

 플로이가 반항하자 거구의 마을 남자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플로이에게 라이트 훅을 날린다.

 “끄어허억......”

 나무에 묶여있는 플로이는 플로이드 메이웨더가 때린 샌드백이라도 된 마냥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플로이!!!! 애를 때려? 야 이 비겁한 새끼들아!!”

 연우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는 이번엔 플로이에게 어퍼컷을 날린다.

 “흐어어엉어어억-”

 동시의 화가 난 연우의 눈깔도 뒤집어진다. 하지만 몸이 십자형틀에 묶여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너거들 다 얼굴 봐뒀어 새끼들아. 지금 당장 안 풀어주면 내가 다 죽여버릴 거야!”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유저....”

 유저라는 말을 할 때의 이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장은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서서 연설했다.

 “다 죽여버린다는 말... 모두 들으셨죠?”

 그 말에 마을 사람들은 두려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저는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이장은 천천히 연우에게로 걸어갔다.

 

 그런데...

 

 그의 왼손에는 작은 양철 주전자가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어느새 대나무로 만든 횃불이 들려 있다.

 

 “자... 잠깐... 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장은 주전자에 담긴 것을 십자형틀 아래에 쌓인 나무더미에 붓는데, 기름 냄새가 연우의 코끗을 찌른다.

 이장은 횃불을 든 상태에서 연우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씨바알!!!!!”

 

 이장은 발버둥치는 연우를 바라보며 횃불을 든 채로 미동도 없이 차갑게 대답했다.

 

 “복수....”

 

  연우를 바라보는 이장의 눈에 새빨간 불덩이가 이글거렸다.

 

 

 ***

 

 

  10년 전-

 

 이장은 그날을 기억한다. 마을에는 오랜만에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이장은 행복했다.

 

 그 날은 잘 키운 딸 아키를 시집 보내는 날이었다.

 

 혼인식은 텐족 풍습대로 이루어졌다. 남편이 될 도나단과 아키는 죽통에 담긴 대나무 술을 나눠 마시며 서로의 미래를 약속했다.

 

 “두 사람은 신 앞에서 영원을 맹세하시겠습니까?”

 “네.”

 “두 사람은 그 어떤 고난이 와도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시겠습니까?”

 “네.”

 “두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사랑하시겠습니까.”

 도나단과 아키는 서로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네. 영원히 사랑하겠습니다.”

 

 아키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였고, 아버지는 딸 아이가 새롭게 헤쳐나갈 미래를 한 걸음 뒤에서 응원했다.

 

 그날 밤-

 

 잔치는 보름달이 뜬 달빛 아래서 계속 이어졌다.

 이장은 사위 도나단과 술잔을 기울이며 덕담을 건넸다.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네. 열심히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염려마세요. 아버지. 저희 둘... 꼭 잘 살게요.”

 “그래... 고맙다.”

 보름달 아래서 화기애애한 대화가 오고갔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이장은 딸과 도나단의 행복이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둘이서 힘을 합쳐 하루하루 열심히만 산다면...

 둘다 착하고 성실하니까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장이 사위에게 말을 건네고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곧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그리고 이장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마을 외각 경계가 뚫렸다는 것을.

 

 하지만.. 그럴 리가...!

 

  텐족이 부락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숲은 성스러운 결계에 둘러싸여 있다. 텐족의 성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마을을 지키기 위해 구축한 마법 결계다.

 그리고 대나무 자체가 성스러운 마력을 가진 영물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결계에는 매우 강력한 마법력이 공급되고 있다.

 그 신성한 마법력 덕분에 대나무숲 부락은 그 누구도 허락을 받지 않고는 쉽게 넘어올 수 없는 아주 성스러운 공간이었다.

 

 그런데... 결계가 한 순간에 뚫렸다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렇게나 빨리?

 

 “침입자다!!!!”

 

  마을 경계병은 급한 마음에 소리를 내지르며 이장을 향해 달려왔지만 곧 뒤통수에 어디선가 날아온 나이프가 에누리 없이 박혔다.

 

 “흐억....”

 

 쓰러진 경계병의 머리에서 피와 뇌수가 섞여서 흘러나온다.

 

 

 ***

 

 

 “조쉬!!!!!”

 이장은 경계병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미 죽어버린 뒤다. 동시에 말발굽 소리는 전보다 훨씬 더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소리의 정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도나단!!! 아키를 데리고 어서 피해!”

 이장은 사위에게 소리쳤다.

 “아... 아버님은 어떻게...!”

 “아빠! 아빠를 두고 갈 수 없어요!”

 “어서 가!!!!”

 

 아키는 자상하던 아버지가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내지르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더 이상 뭐라 말을 더 할 수 없었다.

 도나단은 이장의 의중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곤 아키의 손을 붙잡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아키는 마지막까지도 이장에게서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내 딸을... 부디 잘 부탁하네...”

 

 그 누구도 시간을 멈출 수 없다. 아키와 도나단이 사라지자마자 의문의 정체가 잔칫상을 박살 내며 모습을 바로 드러낸다.

 

 그런데 의외였다.

 

 그들은 상당히 어려 보이는 10대의 남자들이었고, 마을을 침범했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천진난만하게 히히덕대며 떠들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공포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끼리 텐족 사람들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칠헌아 이 게임 완전 대박이다.”

 “그치 완전 개 리얼하지 않냐.”

 “홀로그램 켜봐. 여기 몬스터는 없고 그냥 저렙 NPC들 뿐인 것 같은데?”

 “하... 던전 가기 전에 레벨업 노가다 뛰어야 하는데...”

 

 레벨업...? 그게 무슨 말이지. 이장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자들은... 도대체 누구지...?

 이장은 도무지 판단히 서지 않았다. 오로지 감각만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남자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결계를 이렇게나 쉽게 뚫은 것 자체로 대적할 수 있는 힘의 수준이 아니다.

 

 이장은 용기를 내서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사... 살려주십시오. 부... 부탁드립니다. 원하는 모든 걸 다 해드리겠습니다.”

 

 칠헌과 민수는 말 위에서 이장을 내려다보며 웃었다.

 그들은 이장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그냥 재미나 보고 갈까?”

 “또? 야. 이게 무슨 야겜이냐?”

 “뭐 어때.”

 칠헌은 한껏 상기된 얼굴로 마을 사람들을 스윽- 훑어본다.

 

 “아, 근데 완전 남탕...”

 

 대장으로 보이는 칠헌이란 남자는 이 마을에 여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실망스러운 듯 보였다.

 그가 이장에게 칼을 겨누고 물었다.

 

 “여자 어딨어... 여자...”

 “사... 살려주세요. 제발...”

 “새끈한 여자 데리고 오면 살려준다. 빨리 아무나 데리고 와봐.”

 “부탁입니다. 제발...!”

 “하... 말끼를 못알아 듣네.”

 칠헌은 말에서 내려오더니 이장의 조인트를 깠다.

 “크흑....”

 “어딨냐니까.

 

 칠헌은 목소리를 깔고 이장의 목에 칼을 문지르며 위협한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그때,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야 백정후? 어디 갔다 왔어?”

 “아~ 도망치는 놈들이 있길래 다 죽이고 왔지.”

 “너란 놈이란... 그런데 말에 매달아 논 건 뭐냐?”

 

 칠헌이 음흉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후가 타고 온 말에는 피투성이가 된 아키가 있었다.

 칠헌이 아키를 위아래로 음흉하게 훑어본다.

 

 “저깄네에~”

 

 ***

 

 

 “아키!!!!”

 ‘아~ 이쁘게 생겼길래 잡아왔어. 너 줄까?“

 “오~ 꽤 봐줄만 한데?”

 칠헌이 천천히 아키에게 다가가서 훑어본다.

 “아... 안 돼!!!”

 이장은 소리쳤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이상하게 칠헌과 몸이 접촉된 이후로 움직일 수가 없다..

 

 “남편 새끼가 어찌나 반항을 하던지...”

 “그래서 어쨌는데.”

 “뭐 어째. 죽였지.”

 “!!!!!”

 이장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어떻게든 움직여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이 마비된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못움직일 걸? CC기(*게임에서 상대방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로 만드는 효과나 그 기술) 걸어놨으니까.”

  칠헌은 기어 다니는 이장을 바라보곤 웃더니 아키에게로 돌아섰다.

 “사... 살려주세요.”

 아키는 칠헌을 올려보며 애원했지만, 칠헌은 그 애원을 1도 받아들이지 않고 비웃는다.

 

 “응. 재미 좀 보고.”

 “꺄아아아아아악!!!!”

 

 곧 칠헌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무방비 상태의 아키를 겁탈했고, 그 사이 나머지 둘은 허튼 용기를 내서 달려오는 마을 남자들을 모조리 죽여버렸다.

 

 두 남자는 텐족이 상대하기엔 너무나도 빠르고 강했다.

 그들은 뭔가 텐족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 듯했다.

 상당수의 마을 남자들이 죽고 나서야 조용해진 마을에는 대나무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진혼곡처럼 들려왔다.

 

 우우우우우우우-

 

 곧 어둠 속에서는 다시 그들끼리의 대화가 오갔다.

 쓰러져 있는 이장의 눈에 칠헌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 남자의 등에서는 커다란 도깨비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도깨비의 두 눈에서는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 눈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해서 한 번 본 자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정도였다.

 

 이미 일을 마친 칠헌은 옷을 차려입는다. 다가오는 칠헌에게 민수가 말했다.

 그런데 민수의 별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야... 근데 우리 정말 이래도 될까?”

 식은땀까지 흐르고 있다. 하지만 그 망설임에 칠헌은 민수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새끼.. 이제 와서 착한 척이냐?”

 “그래도... 좀 그렇잖아.”

 칠헌은 잠시동안 민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민수를 바라보고 씨익- 웃더니 대답했다.

 

 “게임인데 뭐 어때. 그냥 즐겨 새꺄~”

 “으.. 으응...”

 정후가 뒤따라서 민수의 어깨를 붙잡아준다.

 “가자. 사냥하러.”

 

 칠헌, 민수, 정후 세 남자는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너무나도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텐족 마을 사람의 반이 죽었고 누군가의 딸은 겁탈을 당했으며 그 딸이 사랑한 남자는 비참하게 죽고 말았다.

 

 그들에겐 게임이 아니었다.

 지독한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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