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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신
작가 : 지포
작품등록일 : 201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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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원 (3)
작성일 : 17-07-31     조회 : 280     추천 : 0     분량 : 4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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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해원 (3)

 

 

 

 “끄어허어어어어억-”

 

 연우는 괴물의 일격을 그대로 받고 곤두박질 처졌다.

  연우는 순간적으로 팔을 십자로 만들어 어떻게든 괴물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놈의 한방에 온몸이 부서져 버렸다.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는 마지막 한 방은 연우가 아니라 시간으로부터 기회를 얻은 이장의 것이었다.

 

 괴물이 된 이장은 터벅터벅- 연우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복수의 시간이 왔다.

 

 “안 돼요!!! 안 돼!!!!!!”

 

 줄에 묶인 플로이는 이장을 향해 소리쳤다. 자신을 향해 오던 이장을 연우가 소리쳐서 돌려냈던 것처럼 괴물을 유인하려 한다.

 

 하지만 이장은 돌아서지 않았다.

 

  복수를 눈앞에 둔 자는 절대 뒤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증오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갈 뿐이었다.

 

 “끄윽... 크허어어어억....”

 

 연우에게는 상황이 최악에서 더 최악으로 치달아 가고 있다.

 

 “제길... 움직일 수가 없어!”

 

 싸움의 주도권은 한순간에 이장에게로 넘어가버렸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상황에서 연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단지 거친 숨을 내쉬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허억- 흐어억- 흑- 흐어어억-”

 

 연우에게는 더 이상 상황을 반전시킬 힘이 남아있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기회는 때로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찾아온다.

 

 “뭐... 뭐야 이건...?”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의 동료라면...

 

 “호... 홀로그램!!!?”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플로이의 눈에 스킬 아이콘이 활성화되어 보이고 있었다.

 왜 갑자기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홀로그램이 그 순간에 나타난 건지 플로이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단지... 간절히 원했을 뿐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나... 나에게 어떻게 이런....”

 

 플로이가 처음으로 접한 홀로그램의 세계는 놀라웠다. 이건 마치... 제 3의 눈을 뜬 것만 같았다.

 내가 저 사람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정말 간절하게 원하고 또 원했다.

 

 그러자 플로이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내면에 숨겨져 있던 유저의 힘이 각성됐다!

 

 ***

 

 하지만 홀로그램이 눈에 보이고 당장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지금 플로이가 묶여있는 마나를 제로로 만드는 밧줄-

 

 “윽.... 으으으으윽”

 

 플로이는 어떻게든 밧줄을 풀어보려 했지만, 몸통이 묶여있는 터라 혼자서는 도저히 풀어낼 수 없다.

 

 이대로는 뼈가 으스러진 연우의 살마저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플로이는 생각했다.

 

 지금 플로이의 눈에 보이는 스킬.

 

 아직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홀로그램으로 나타나는 글자에 적힌 대로만 될 수 있다면...

 그 스킬을 진짜로 내가 사용할 수만 있다면...!

 

 “방법이 있을 거야.. 밧줄을 풀 방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승부를 다시 반전시킬 수 있다!!!

 

 “플로이....”

 “!!!!!”

 

 그때... 쓰러져 있던 안나가 플로이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피를 계속 흘리면서도 바닥을 피로 적시며 기어오고 있다.

 

 “누... 누나!!! 움직이면 안 돼!!”

 

 플로이는 안나만 들리도록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안나가 살아있다는 것을 이장에게 들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나는 플로이의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어온다.

 그리고 플로이가 매달려 있는 나무 아래로 다가섰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천천히 일으킨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생명 에너지를 모두 쏟아 붓고 있었다.

 

 “누나.... 누나아......!”

 

 플로이는 안나의 의도를 눈치챘다. 안나는 지금 필사적으로 플로이가 묶인 밧줄을 끊어내려 하고 있다.

 

 그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안나의 몸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온다.

 

 “안 돼... 안 된다구.....”

 

 안나는 플로이를 향해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플로이는 안나에 키가 닿지 않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안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가슴속에서 단검을 꺼내 든다.

 

 안나는 단검을 플로이게 매달려 있는 밧줄을 향해 조준했다.

  플로이가 계속 무언가를 얘기했지만, 안나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나에겐 플로이가 참 불쌍하고 미안하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보잘것없는 생의 마지막에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더라도 너를 살리는 것.

 

 그 생각 하나로 안나는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서 밧줄을 향해 단도를 던졌다.

 

 느린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가는 단도!

 

 밧줄을 끊기에 충분하지 않은 회전처럼 보였지만, 그 어떤 물리력보다 안나의 마음이 더 강했던 것일까.

 

 밧줄이... 단도에 의해 끊어졌다!

 

 ***

 

 안나는 바로 움직여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떨어지는 플로이를 향해 손을 벌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플로이를 그대로 안았다.

 

 털썩-

 

 이미 생명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속에서 플로이를 받아내면서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하지만 안나는 그 상태에서도 마지막 힘을 당해 플로이에게 마저 묶여있던 밧줄을 풀고 있다.

 플로이가 떨리는 음성으로 안나한테 말을 건넨다.

 “나... 나는 괜찮아... 근데 누나...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어... 왜... 왜 이렇게 많이...”

 밧줄에서 겨우 풀려난 플로이는 상처투성이가 된 안나의 몸을 어루만졌다.

 특히 배에서 등을 뚫고 지나간 상처가 심각하다.

 아무리 손으로 누르고 지혈을 해도 피가 계속 솟구쳐 나왔다.

 

 “누나... 죽으면 안 돼... 절대... 알겠지?”

 “플로이....”

 “죽이면 안 된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가 살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안나에게는 더 이상의 남은 삶이 없어 보인다.

 플로이에게는 안나를 살릴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지금 플로이의 눈에 보이는 스킬!

 홀로그램에 보이는 글씨만 본다면 이 스킬로 분명 안나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플로이는 궁극기를 안나에게 쓸 수가 없었다.

  이 스킬을 지금 이렇게 사용한다면 안나를 당장에 살린다고 하더라도 이장이 살아서 모두를 죽여버릴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을 살리려 했던 안나의 마지막 몸부림을 헛되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성적인 판단이고.

 지금 사람 마음이 찢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판단대로만 할 수 있나...

 

 플로이는 궁극기를 안나에게 사용할 수 없는 이 상황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안나는 오히려 차분했다. 안나는 플로이의 이런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플로이를 바라본다.

 

 “누나... 자꾸 눈 감을라 그러지 말라니까....”

 “누나 눈 안 감았어...”

 “감지 말라니까 진짜!!!!.”

 “안 감는다니까아”

 안나는 옅게 미소지으며 말했지만,플로이는 직감하고 있었다.

 이대로 안나를 놓아버리면 숨이 곧 멎을 거란 걸.

 

 “누나...... 누나아아아아아...”

 

 플로이의 눈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궁극기가 보인다.

  플로이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

 

 연우는 어떻게든 일어서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식물인간이 된 것처럼 온몸의 감각이 사라져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장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동시에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

 

 하지만 두려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좀 아팠다.

 이장은 괴물인 목소리로 지금 울고 있었으니까.

 그 무거운 소리가 심장을 북처럼 두들기는 것만 같았다.

 

 “크오오...크오...크오오오”

 “당신도 참...”

 “크오오오오... 오오오... 오오오”

 “불쌍하다....”

 

  흉측하게 변해버린 이장의 모습 하나하나에 증오가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증오를 이제 연우에게 모조리 털어내려 한다.

 

 엄밀히 말해서 연우는 단지 유저일 뿐이지 증오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장에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증오를 투영할 대상이 필요했다. 이장에게는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그놈들을 대신할 증오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미쳐서 죽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결국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이장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커질 대로 커진 거대한 주먹을 위로 들어 올린다.

 

 “이제 끝이다...”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었다.

 곧바로 주먹을 연우를 향해 있는 힘껏 내리치려 하는 순간!

 

 “엘리멘탈 리바이브!!!!”

 

 플로이가 연우를 향해 궁극기를 시전했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연우를 감싸더니 놀랍게도 부러졌던 연우의 뼈가 순간적으로 다시 붙으며 상처투성이였던 온몸이 빠르게 회복된다!

 

 “프... 플로이!!!!”

 

 이장은 다급하게 주먹을 연우를 향해 끝까지 내리찍었다.

 하지만 플로이의 궁극기로 빠르게 몸을 회복한 연우가 하늘 위로 동시에 주먹을 뻗는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연우의 주먹에서 엄청난 화염이 뿜어져 나와 이장을 덮친다.

 이장의 주먹은 연우에게 채 닿지 못했다.

 괴물의 몸은 빠르게 불길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연소돼 사라진다!!!

 그리고 괴물이 사라지고 불길이 마치 허공을 불태우면서 타오르고 있는 동안...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연우의 눈에 괴물이 아닌 이장의 본 모습이 보였다.

 

 넋이 불길 속에서 일렁이고 있다.

 

 “미안하네....”

 

 하지만 불길은 빠른 속도로 사그라들어 간다.

 

 “하늘에서 아키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연우는 그 짧은 시간에 이장에게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지만...

 

 “남은 일은 이제 여기에 맡겨두세요.”

 

 그렇게 이장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이장은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더니 연우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프... 플로이를 잘 부탁하네.”

 

 그 말을 끝으로 이장은 불길과 함께 하늘에 묻혀 이 세상을 떠났다.

 

 “사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장의 넋이 사라짐과 동시에 홀로그램에 주루루룩- 문구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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