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파괴의 신
작가 : 지포
작품등록일 : 201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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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용병단(2)
작성일 : 17-07-31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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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용병단(2)

 

 

 

 크노카일십자단의 진지-

 

 보름달이 밝게 뜬 밤. 전투에서 승리한 용병들은 밖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술판을 벌인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보스 크노카일, 키시라 그리고 아르덴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앉아 있는 원형 탁자 위에는 질라게프의 머리가 있다.

 

 목이 잘린 채 죽은 그의 눈에는 아직도 공포가 서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크노카일은 부하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자리에서도 황금색 갑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그의 단단한 황금 갑옷 안에는 무언가 숨겨져 있는 듯 보인다.

 

 절대 봐서는 안 될 것 같은 무언가가.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지.”

 “눈만 보고도 정말 알 수 있으십니까.”

 

 크노카일이 흘려가며 하는 말에 키시라가 물었다.

 키시라는 평소에도 안대로 눈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뭐. 너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크노카일의 말에 키시라가 묘하게 웃는다.

 그리고 죽은 질라게프의 눈을 빤히 바라본다.

 “공포가 다 망쳤다.”

 “보스가 찾는 눈은 역시나..”

 “죽을 때조차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눈... 진정한 전사의 눈을 원하지.”

 

 크노카일은 양철로 된 휴대용 술병을 들고 보드카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보드카를 든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끼워져 있는 휘황찬란한 반지가 번쩍거린다.

 아르덴이 온화한 눈빛을 가진 것에 비해 그의 보스 크노카일은 눈빛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잡설은 비어치우고. 아르덴. 새로 발견한 유저는 어떤가.”

 

 정자세로 각을 잡은 채 시선은 아래로 두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르덴이 고개를 들었다.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드러누운 듯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는 키시라와는 모든 것이 정반대다.

 

 “조금...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한가.”

 “아주 멀리서 너무나도 강력한 힘의 파장이 느껴지기에 처음에는 신탁의 유저라 거의 확신했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전투를 함께 경험한 결과... 아직까지는...”

 “...?”

 

 아르덴이 크노카일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터무니없이 약합니다.”

 

 그 대답이 키시라에게는 반갑게 느껴진 듯하다.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비아냥거린다.

 

 “드디어 신탁의 유저를 찾았다고 뛰쳐나갈 때부터 알아봤지. 또 꽝이란 걸.”

 

 하지만 아르덴은 키시라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크노카일만 바라본다.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아직 레벨이 낮습니다. 레벨이 높아지면...”

 

 아르덴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느낀 키시라는 기분이 나쁜 듯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러더니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크노카일이 들으라는 듯 아르덴을 비아냥거린다.

 

 “쳇. 한심한 소리 집어치우라고, 아르덴. 홀로그램으로 보니 기본 수치부터가 최악이던데. 신탁은 무슨 신탁?”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마. 키시라.”

 “판단하면... 니가 나한테 어쩔 건데.”

 

 아르덴이 키시라를 노려본다. 아르덴도 만만치 않다. 절대 온화하기만 한 눈빛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용병단이지. 자선단체가 아니야. 쓰레기들 모아봤자 쓰레기지.”

 “유저끼리 뭉쳐야 산다는 것의 보스의 의지다.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큰 힘이 될 수도 있어.”

 “그런 감상적인 개소리 좀 이제 그만 좀 하시지? 티클 모아 티끌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아르덴과 키시라가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서로 노려본다. 두 남자 사이에는 중간이 없어 보였다.

 만약에 둘이 싸운다면 서로 부상을 당하는 정도로 끝날지 않을 것 같다.

 

 “그만...”

 

 하지만 질라게프가 한 손을 들어 사내와 사내의 눈빛 교환을 멈추게 한다.

 서로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던 아르덴과 키시라였지만, 보스의 손짓과 짧으면서 굵은 말 한마디에 두말없이 말싸움을 멈췄다.

 

 “밖이 소란스럽군.”

 

 우당탕탕탕탕-

 

 “너 이리 나와. 새꺄.”

 

 한 남자의 화가 난 목소리가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다름 아닌 차연우의 목소리였다.

 

 ***

 

 “흐히히히.. 그거 놔... 하나도 안 무서우니께.”

 

 차연우의 손에는 깨진 맥주병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술을 꽤 많이 마신 듯 코가 새빨갛고 턱수염을 길게 기른 근육질의 남자. 자칼이 연우를 가소롭다는 듯 보고 있다.

 

 “한 번만 더 그따위 소리 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는가?”

 

 자칼은 연우가 가소롭다는 듯 계속 말했다.

 눈매가 상당히 날카로워 남자였다.

 결국, 날카롭게 연우의 성질 건드린다.

 

 “잡종이랑 놀면 잡종 된다는 게 틀린 말이당가?”

 “죽여버리겠어!!!!”

 

 연우는 그 말을 참지 못하고 자칼에게 뛰어들어 병을 휘둔다.

 하지만 자칼은 가볍게 연우의 공격을 피하고 농락하듯 뒤에서 연우의 정강이를 있는 힘껏 걷어찼다.

 

 “끄하하하하하하하”

 “흐으으으으으윽!”

 “형 그만해... 난 괜찮아!”

 

 플로이가 연우를 붙잡으며 말했다.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연우가 고마웠지만, 상대는 연우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 아니다.

 자칼은 연우와 플로이를 비웃으며 내려 본다.

 

 “누울 자리를 봐 가며 덤비... 죽구 싶지 않으면 말이여. 훅- 훅- 차아~”

 

 자칼은 쓰러진 연우 앞에서 주먹과 발을 휘두는 척하며 약 올린다.

 자칼의 재간스러운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술자리 분위기는 더욱더 왁자지껄하게 달아올랐다.

 

 “역시나 술자리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지.”

 

 그 뒤로 크노카일, 키시라, 아르덴이 걸어왔다.

 

 “무슨 소란들인가!”

 

 크노카일의 무겁고 큰 목소리에 일동 조용해졌다. 딱 보기에 크노카일 용병단은 보스의 강력한 힘에 의해 통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스! 애랑 좀 놀아주고 있었으요. 머도 안 되는 게 버르장머리가 없어서리...”

 “주둥아리 닥쳐라. 난 죽인다면 죽이니까.”

 연우가 자칼이 크노카일에게 하는 말을 바로 받아쳤다.

 자칼에게 한 번 당했지만, 연우는 전혀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뭐? 죽인다면 죽여? 프헬헬헬헬헬헬헬헬헬~ 뭐라 씨부리고 있는 거여 지금”

 

 자칼이 웃자 술을 마시던 크노카일의 말에 숨죽이고 있던 크노카일 용병단이 웃음바다가 된다.

 연우가 자칼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두에게 코미디로 느껴졌다.

 

 “형 그만해!! 난 괜찮다니까!”

 “괜찮긴 뭐가 괜찮아.”

 “형....”

 “저런 새끼한테 한 번 밑 보이면 평생 찐따 되는 거야. 이거 놔.”

 

 쓸데없는 싸움을 피하고 싶은 플로이는 계속해서 연우를 만류했지만, 연우는 플로이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다시 자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정강이를 까여서인지 걸음걸이가 편치 않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크노카일은 뒤에서 둘의 싸움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쭈~ 또 덤비려고?”

 “죽인다고 했잖아.”

 “어이가 없네 정말... 진짜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 거시여...? 어디 보자...”

 자칼은 홀로그램으로 연우의 능력치를 훑어본다.

 

 “뭐야.... 10레벨??? 이 새끼 완전 풋내기였잖아?”

 “레벨 따위...”

 “레벨이 문제가 아니여~ 이거 봐~ 기본 수치가 형편없이 낮잖아.”

 “상관 없어.”

 “상관이 엄청 있지~ 엉아가 잘 알아듣게 얘기해줄게. 너의 기본 수치가 낮다는 게 뭘 뜻하는 줄 알아?”

 “....”

 “타고나지 않았다는 거야... 그 말은 니가 아무리 날고 길고 레벨업 해봐야 그 수준 그 밥이라는 거지. 고로...”

 

 자칼을 노려보는 연우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더 여기 있어 봐야 의미가 없다는 거지. 노력해봐야 네놈 수준은 딱 거기까지니까. 알아듣고 있어? 응? 이건 뭐야.”

 

 그때... 자칼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고정됐다. 자칼은 순간 뭔가 잘못본 거라 생각했다.

 

 “홀로그램이 고장났나...”

 

 그건 크노카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이 세계에서 싸워오면서 그런 표기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측정... 불가...?”

 

 ***

 

 그때! 연우가 자칼을 향해 다시 달려간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크노카일의 눈도 그 움직임을 빠르게 따라갔다.

 연우의 눈빛은 오로지 자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진짜로 죽일듯한 눈빛으로 외쳤다.

 

 “죽어어어어어어!!!!!!!!!!!!!!!”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억-

 

  정통으로 주먹을 맞고 나가떨어진 채로 바닥에 나뒹군다.

 .

 연우가-

 

 기세 좋게 달려드는 것까진 좋았지만, 역시나 무리!

 자칼은 크노카일 용병단 중에서 그리 강한 축에 속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나름 40레벨에 준수한 공격력을 가진 전사였다.

 

 기본적으로 체급이 다르다.

 

 결코, 연우에게 당할 정도의 레벨이 아니었다.

 크노카일은 순간 연우가 달려들 때 뭔가 나올 거라 기대했지만, 말 그대로 수준 차이가 느껴졌다.

 자칼은 연우의 날아오는 주먹을 한 손으로 움켜잡고 그대로 바닥에 휘둘러 던져버렸다.

 

 “끄흐으으윽.... 흐윽...”

 

 이번 공격은 연우에게도 꽤 데미지가 들어갔다.

 “에헤이~ 깜짝 놀랐네. 홀로그램이 고장났나... 측정 불가? 뭐 하긴 1이나 억이나 다 똑같은 측정 불가일 순 있으니께!”

 

 자칼의 말에 또 크노카일 용병단이 웃어제낀다.

 그 상황이 너무나도 분한 연우는 마지막 힘을 다 끌어내서 다시 자칼에게 뛰어들었지만, 역시나...

 

 퍼어어어억-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연우의 복부에 가해졌다.

 연우는 복부를 손으로 쥐고 그 자리에서 고통스럽게 쓰러진다.

 자칼은 크노카일을 향해 돌아서서 고개를 숙였다.

 

 “소란을 피워서 죄송합니다. 제가 알아서 정리하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크노카일도 이제는 흥미가 떨어졌다. 지켜보던 키시라도 아르덴의 헛발질을 비웃는다.

 아르덴은 뒤에서 안타까운 듯 연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크노카일의 시선을 붙잡는 단 하나가 연우에게 있었다.

 연우는 쓰러진 상태에서도 오로지 자칼에게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흔들림이 전혀 없다.

 

 “눈빛 하나 살아있군.”

 

 크노카일은 연우의 눈빛에 주목했다. 본래 눈빛이란 그 사람이 가진 강함을 반영한다. 대개 약한 자는 약한 눈빛을 가지고, 강한 자에게서는 강한 눈빛을 나온다.

 그 반대의 경우를 크노카일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차연우란 남자는 조금 이상했다.

 

 정말 유저치고는 말도 안 되게, 터무니없이 약한데, 눈빛만은 살아있다. 수많은 눈을 모아온 크노카일조차 본적이 없는 경우였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런 남자가 신탁의 유저일리 없다.

 연우의 경우 조금 특이한 지점은 있지만, 특별한 지점은 없는 경우였다.

 더 이상 주목해서 보는 것은 시간 낭비인 듯 보였다.

 

 “겁대가리 상실한 또라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네요.”

 

 키시라가 크노카일의 복잡한 생각을 읽은 듯 말을 툭 내뱉는다.

 크노카일도... 아르덴도 지금 상황에서는 딱히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

 

 그런데 그때! 싸움이 끝난 줄 알고 연우로부터 뒤돌아 서 있던 자칼이 비명을 내지른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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