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파괴의 신
작가 : 지포
작품등록일 : 201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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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귀환
작성일 : 17-07-31     조회 : 267     추천 : 0     분량 : 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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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귀환

 

 

 

 “이건 뭐지...?”

 

 다음 날- 아르덴은 연우에게 마법진이 음각되어 있는 돌을 건넸다.

 “귀환석입니다.”

 “귀환석?”

 “원래 있던 세계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급작스럽게 오셔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도 많으실 텐데.”

 “우와 대박!!! 이거면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네. 뭐,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뭐야, 열라 기분 나쁘게 확신하네. 반대로 하고 싶게.”

 이 세계에 나름 오래 있어온 아르덴은 마치 연우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아마 거기 현실이 더 지옥일 테니까요.”

 

 연우는 아르덴의 말에 아니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플로이는?”

 “플로이는 먼저 저와 튜토리얼을 진행하며 기본기를 배울 겁니다.”

 “탱커가 힐러를 가르켜?”

 “힐러였던 동료가 얼마 전에 죽었거든요.”

 “......”

 “이 세계가 그렇게 만만한 세계가 아닙니다. 게다가 힐러는 가장 먼저 표적이 되지요.”

 “그런데 만약 이 세계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다시 현실로 돌아가나?”

 “현실이랑 마찬가지에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죠. 죽기 전까지는.”

 

 연우와 아르덴이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플로이는 왔다리 갔다리 애처럼 돌아댕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이야기다.

 

 “와!! 신난다!!!!!”

 

 플로이는 용병단에서 싸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플로이에겐 강해져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으니까-

 너무 좋은 나머지 플로이는 도무지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렇게 좋냐?”

 “형. 어서 다녀와. 근데 내가 형보다 더 강해져 있음 어떻게 해?”

 “니가 백 걸음 천 걸음을 앞서가도 내가 한 걸음에 따라잡을 수 있지.”

 “에이! 그런 게 어딨어!”

 “난 타고났으니까. 새꺄.”

 

 연우가 플로이를 바라보며 웃는다. 플로이를 혼자 남겨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긴 했지만, 아르덴이 플로이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근데... 다들 이렇게 현실이랑 게임을 왔다 갔다 하는 거야?”

 “네. 우리 크노카일 용병단만 하더라도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섞여 있죠. 심지어는... 다른 시대의 사람들까지도.”

 “와... 그게 가능해?”

 “불가능한 건 없습니다.”

 “어떻게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온 거지?”

 “뭐, 저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경구처럼 내려오는 이야기는 있어요.”

 “그게 뭔데...?”

 

 아르덴이 연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세계가 열린다.”

 

 그리고 연우는 그 말에 공감했다. 잠시 후 아르덴은 연우에게 간단히 귀환석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연우의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자, 어디 한 번 가볼까?”

 

 연우는 아르덴이 가르쳐준 대로 귀환석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다. 그리고 소리쳤다.

 

 “귀환.”

 

 그러자 하늘 위에서 번개가 연우에게로 뚝- 떨어진다.

 

 번쩍-

 

 그리고 순식간에 연우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번쩍-

 

 곧 날씨가 점점 어둑해져 가는 시간에 하늘에서 번개가 내치더니 연우가 뿅 하고 나타나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위로 떨어졌다.

 

 “하.... 졸라 아파...”

 

 귀환석이라고 해도 번개의 충격을 감당해야 하는 건 똑같은가 보다. 그럼 나는 도대체 번개를 몇 번을 맞아야 하는 거야?

 

 번개로 인한 충격이 겨우 가실 때쯤 시야가 제대로 보인다.

 도로 한복판에 떨어져 앉아있는 연우를 향해 지나가던 차들이 오만가지 쌍욕을 하면서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차연우가 바로 오늘의 퇴근길 정체 원인이었다. 빵빵빵빵빵빵~~~

 

 아픈 머리를 움켜쥐고 옆을 보니 연우가 번개를 처음 맞았던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불시착인가...”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쌍욕 소리가 들리고 경적이 울리는 건 그렇다 치는데...

 

 왜 다들 사진을 찍고... 있지...?

 

 그제서야 연우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자신이 알몸인 것을 알아차렸다.

 

 “아, 뭐야!!!! 쓰바!!!!!!!!!!!!!!!!”

 

 연우는 서둘러 중요 부위를 가리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

 

 잠시 후-

 

 옷가게에 들어가 겨우 옷을 걸쳐 입고 나왔다.

 아마 대낮에 알몸으로 돌아다니고 있던 나를 미친 돌 아이로 봤을 텐데, 목욕탕에 불이 나서 무작정 뛰쳐나왔다고 아가리를 털어서 겨우 외상으로 옷을 샀다.

 사실 이 주변에 목욕탕은 없으므로 내 생각엔 아마 미친놈한테 당하기가 무서워서 옷 받고 꺼지라는 식으로 준 것 같긴 하다.

 

 “하... 최악이다 정말.”

 

 가상 세계에서는 그래도 뭔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영웅이었던 것 같은데, 현실에 오자마자 퇴근길 누드남으로 포탈 검색어 1위에 오르게 생겼다.

 

 “그럼 진짜 이생망인데... 가상 현실에서 쭉 살까...”

 

 알몸으로 귀환된다는 걸 안 알려주다니. 다시 가상 세계로 돌아가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르덴을 죽여버릴 것이다.

  옷을 입고나니 조금 진정된 연우는 그제서야 180도로 달라진 주변을 다시 둘러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현실 세계의 공기를 마셔보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본다.

 

 콜록콜록-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현실이 분명하다.

 

 “일단 집으로 가야겠다.”

 

 연우는 서둘러 집으로 갔다.

 

 ***

 

 집에 들어가서 달력을 보고 연우는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현실의 시간이 많이 지나있지 않아 있었기 때문이다.

 

 가상 세계에서 꽤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은데, 현실 세계에서는 겨우 반나절 정도밖에 지나있을 뿐이었다.

 

 철컥-

 

 그때 누군가 집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버지였다.

 “어? 오늘은 일찍 집에 왔네.”

 “아 네. 점심때 조퇴해서요.”

 “조퇴? 어디 아파?”

 “팔이 부러...”

 연우는 말하다가 뭔가 이상한 것을 깨닫고 멈췄다. 현실 세계에서 다친 팔은 가상 세계에서 완전히 치료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그 팔이 부러진 게 아니라...”

 “너 이새끼. 또 조퇴하고 겜방갔지.”

 “헙...”

 

 아빠는 나의 과거 전적을 들어 내게 물었다.

 겜방 간 거 아니라고 했으면 됐을 텐데, 사실 따지고 보면 가상 현실 게임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인 터라 순간적으로 표정 관리가 안 되었다.

 

 너무나도 절묘하게 몰래 겜방갔다가 걸린 표정이 그 순간에 나와버린 것이다.

 

 “이 새끼가 진짜!!! 게임이 밥 먹여줘 새꺄!!!!?”

 아빠가 손바닥으로 등짝을 풀스윙으로 후려친다.

 짝-

 

 “아아아악!!! 아 때리지 좀 마요!”

 “안 때리게 생겼어? 이제 아주 중독이지!”

 “악!!!!!!!!!!!”

 

 쾅-

 

 연우는 문을 닫고 방으로 피신했다. 이혼한 싱글 대디인 우리 아버지는 엄마와 이혼 후 쌓인 스트레스를 나한테 다 푸는 것만 같다.

 

 “열어 이 새끼야!”

 “잘못했다고요!!!”

 

 아버지가 연장을 들고 문을 따지 않는 이상 이 문은 절대 안 열어줄 것이다.

  다행히도 잠시 뒤 거실에선 TV 소리가 들려왔다.

 

 승리했다.

 

 “밖으로 기어 나오기만 해!”

 

 연우는 귀를 막고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빠의 잔소리가 귓구멍을 여지없이 저격하는 걸 보니 현실은 현실이었다.

 

 “하.....”

 

 한숨이 절로 나온다. 뭔가 짧은 시간에 굉장히 스펙타클하고 재미있는 모험을 한 것 같은데, 또다시 현시창이다.

 이건 마치... 뭔가 엄청 재미있는 게임을 하고 나서 밀린 숙제를 마주할 때 오는 현자타임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하... 플로이는 잘 있나...”

 

 연우는 침대에 누워 이세계에서 있었던 놀라운 일들을 떠올렸다. 그 기억 하나하나가 머릿속을 스쳐갈 때마다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거기서... 영원히 살까...? 싸우다 죽더라도 여기서 죽는 것보단 나을 것 같은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하라고들 하는데, 드디어 그 일을 찾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세계를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게임은 가짜 세계니까.

 

 아버지에겐...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세계는 그저 시간 낭비인 게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내 생각엔...

 여기 현실이 더 가짜 같다...

 

 “ 진짜 너무 비현실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다 거지같네. 정말.”

 

 연우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세상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다.”

 

 연우는 그렇게 신세 한탄 하다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꼬대하며 잠이 들었다.

 

 “동료...들은....잘들... 있으려나... 흠냐... 흠냐아....”

 

 ***

 

 “사... 살려주세요. 제발.”

 

 다시 가상 세계-

 한 소녀가 어둠속에서 손이 다 까질 정도로 한 남자에게 눈물로 빌고 있다.

 하지만 남자는 그 눈물에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대답해.”

 “뭐... 뭘 말이에요.”

 “대답하라고.”

 “이... 이러지 마세요 정말....”

 

 소녀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수록 남자는 더 무섭게 소녀를 노려본다.

 그 눈매에는 감정이 전혀 없어 보였다.

 “제발... 제발... 부탁이에요.”

 

 남자의 칼끝이 소녀의 얼굴을 향한다. 소녀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고 이미 입고 있는 옷의 반은 찢겨 있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 말을 하기가 그렇게 힘들어?”

 

 남자의 칼이 점점 소녀의 얼굴에 가까워져 온다.

 

 “왜?”

 “흑... 흑...... 흑......”

 “왜 그게 그렇게 힘드냐고.”

 “흑... 흑... 흑.........”

 “내가 지금 너한테 묻고 있잖아.“

 

 그리고 그 칼이 새하얀 뺨을 살짝 스쳤을 때야 떨리는 음성으로 소녀가 답한다.

 

 “조... 조....”

 “어서 대답해.”

 “좋았... 어요.”

 

 그제서야 남자는 소녀에게서 한 걸음 떨어졌다.

 그리고 소녀를 내려보며 키득키득 웃기 시작한다.

 소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두려운 눈으로 남자를 올려보고 있었다.

 남자는 다시 앉아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푸욱-

 

 동시에 남자가 들고 있던 칼이 소녀의 배를 관통하고 지나간다.

 

 “끄....끄허어어억...”

 “왜... 거짓말 해...”

 

  남자는 소녀를 죽이고 자리를 떴다. 어둠 속에서 그 남자 뒤에 숨죽이며 망을 보고 있던 남자가 둘이나 더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숨어서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소녀는 소년의 누나였다. 소녀는 소년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들을 유인했지만, 결국 도망치지 못한 채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철저히 유린당했다.

 

 소년은 눈물을 흘렸다.

 그 상황 속에서 누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힘이 없었음을 자책했다. 그 남자를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약하니까.

 

 대신 소년은 피눈물을 참아내면서 다짐했다. 내가 언젠가 저 남자를 반드시 죽이겠노라고.

 내가 반드시 강해져서 저 남자에게 복수하리라고.

 

 소년은 어둠속에서도 기억했다. 그것이 그 남자를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남자가 옷을 갈아입을 때 등 뒤에서 마치 소년을 쳐다보고 있는 듯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던...

 

 도깨비 문신.

 

 그것이 남자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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