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파괴의 신
작가 : 지포
작품등록일 : 2017.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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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녀
작성일 : 17-07-31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5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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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그녀

 

 

 

 “플로이...!! 느려!!!”

 

 플로이와 아르덴은 튜토리얼 던전에서 함께 싸우고 있었다.

 튜토리얼 퀘스트를 클리어해내기 위해서는 지금 플로이를 향해 몰려오는 호문쿨르스의 공격을 모두 피해내야만 했다.

 

 호문쿨루스는 플로이의 레벨 수준에 맞추어져 있었지만, 플로이는 계속해서 호문쿨루스의 공격에 계속 당했다.

 

 “생각을 하면서 와리가리를 하라고!

 

 아르덴이 보기에 플로이의 움직임은 그렇게 느린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이 느리다.

 

 “크으흐흐흑”

 

 외눈박이에 배불뚝이인 호문쿨루스는 느릿느릿한 축에 속하는 몬스터였지만, 순간적인 공격 속도가 매우 빨랐다.

 

 “젠장!!!!”

 “그렇게 하면 당한다고!!!!”

 

 아르덴이 플로이를 향해 소리쳤다. 그때! 플로이를 향해 호문쿨루스가 들고 있던 낫이 정교한 각도로 치고 들어온다!

 

 타아아아앙-

 

 아르덴이 방패로 호문쿨루스의 낫 공격을 막아낸 후 몸을 회전하여 다시 방패로 호문쿨루스의 가운데를 가른다.

 

 호문쿨루스는 그 자리에서 반토막나 쓰러졌다.

 

 “허억... 허억.... 허억.....”

 플로이는 이미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쳤다고 훈련을 그만두면 딱 거기까지밖에 성장하지 못 하는 것이다.

 

 “일어나...”

 “네... 흐윽... 알겠어요.”

 “무조건 빨리 움직인다고 잘 피하는 게 아니야.”

 

 아르덴은 플로이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생각을 해야 돼. 생각을!”

 ‘생각은 충분히 하고 있다구요!“

 “쓸모없는 생각 말고!!! 필요한 생각을 하라고!”

 “.....!”

 “먼저 상대의 공격을 먼저 예측해야 돼. 공격이 들어온 다음에 어떻게 피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늦어.”

 

 그때! 다른 호문쿨루스가 다시 아르덴과 플로이를 공격해 온다.

 하지만 아르덴은 눈으로 보지도 않고 손쉽게 호문쿨루스의 낫을 빠르게 방패로 한 방에 쳐낸다.

 

 “생각도, 움직임도 항상 반박자 빠르게. 알아들어?”

 “... 아...알겠어요!”

 “알긴 뭘알아.”

 아르덴은 정면을 응시했다. 호문쿨르스가 공격을 하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있다.

 “예측을 하면 판단을 해야 겠지. 가장 중요한 건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내가 가장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그 공격을 빠르게 피할 수 있는 가야!”

 

 그리고 이번에는 호문쿨루스가 뒤에서 낫을 아르덴이 있는 방향을 향해 던졌다.

 플로이가 다급하게 소리를 내질렀다!

 “위험해요!!!”

 

 하지만 아르덴이 방패를 사용하지 않고 고개만 아주 살짝 돌려 낫을 피해낸다.

 플로이는 아르덴이 아슬아슬하게 겨우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르덴은 정확하게 계산해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낸 것이다.

 

 왜냐하면 다음 공격도 있기 때문이었다!

 

 호문쿨루스가 5마리가 한꺼번에 플로이와 아르덴을 향해 달려든다!

 하지만 아르덴은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5명 마리의 공격을 다 피하고 그들이 엉켜서 서로를 공격하게끔 만들었다.

 

 “크웨에엑.. 크웨에에에에엑!”

 

 경이로운 회피 기술이었다.

 

 ***

 

 훈련을 끝낸 아르덴과 플로이는 그늘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당분간은 이 튜토리얼 던전에서 아르덴과 함께해야 한다.

 

 “오늘 배운 걸 잊지 마. 다음에 배울 페이크와 어그로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기본기부터가 탄탄해야 하니까.”

 “네... 알겠어요... 에휴...”

 

 플로이는 살짝 기가 죽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르덴의 말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답답했다.

 

 “힘들어?”

 “음... 할만 해요.”

 “걱정하지마. 경험치가 더 쌓이면 나 같은 탱커보다는 너가 훨씬 더 잘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럼~”

 

 플로이와 아르덴이 누운 그늘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훈련은 고됬지만, 그 바람 하나에 지친 몸이 조금은 힐링되는 것 같다.

 

 “플로이... 아버지를 찾는다고 했지?”

 “네...그런데 찾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왜?”

 “기억이 전혀 없거든요.”

 “아버지를 꼭 찾았으면 좋겠다. 나도 도와줄게.”

 “...... 고마워요.”

 

 플로이는 아르덴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아르덴은 플로이가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찾는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플로이도 굳이 그런 어두운 얘기를 아르덴에게 꺼내지 않았다.

 아버지를 찾기 위한 단서는 할아버지가 스쳐 가며 한 말뿐이었지만, 그래도 찾아야만 한다.

 

 “분명히... 도깨비 문신을 한 남자라고 했어.”

 

 플로이는 아르덴이 다시 일어나 움직을 채비를 하는 사이 혼잣말로 되뇌였다.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

 

 도깨비 문신을 한 남자.

 

 그것이 플로이가 이 어둠을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별빛이었다.

 그 별빛을 쫓아가서 반드시 아버지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어머니의 복수를 할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플로이는 다시 한 번 더 홀로 다짐하며 이를 갈았다.

 복수를 생각하니 훈련을 하면서 있었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그럼 난이도를 좀 더 높여서 가볼까?”

 “좋아요!!! 제가 또 한 번 배우면 까리하게 잘하거든요!”

 “오~ 다시 살아났는데? 좋아.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

 “그런데.. 아르덴님...”

 “응?”

 

 플로이가 아르덴에게 물었다.

 

 “연우 형은 잘 지내고 있는 걸까요?”

 “왜 다시 안 돌아 올까봐 걱정돼?”

 “아니 뭐... 딱히 그런건 아닌데.”

 

 플로이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아니라고 말하며 다리를 베베 꼰다. 아직 애는 애다.

 

 “글세... 나도 궁금하네. 뭘 하고 있을지.”

 

 아르덴은 플로이와 함께 하늘 위를 올려봤다.

 

 “조만간 다시 이 세계로 되돌아오겠지. 분명...”

 

 ***

 

 “내일 정신과에 예약 넣어 놓을까?”

 “정 선생님!!!”

 닥터 정은 연우의 이야기를 듣고 심각하게 연우를 바라보았다.

 “연우야 내가 미안하다. 신체적 외상에만 치우친 나머지, 정신적 내상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어.”

 “진짜라니까요. 와나 진짜 미치겠네.”

 “이미 미친 거 같은데.”

 “선생님!!!!”

 연우는 답답한 듯 한 손으로 가슴을 쳤다. 그리고 뭔가 떠오른 듯 닥터정에게 얘기한다.

 

 “이 팔 보세요. 선생님이 치료한 이 팔! 어때요. 다 나아졌죠? 이거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인가요?”

 “....”

 

 그제서야 닥터정의 말문이 막혔다. 분명 연우의 부러진 팔이 하루 만에 이렇게 완치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믿으시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네가 번개를 맞고 가상현실 세계에서 싸우다가 그 귀환석이란 걸 가지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는 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이거 보세요.”

 연우는 급기야 귀환석을 꺼내 닥터 정에게 보여줬다.

 마법진이 그려진 돌덩이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11번가에서 샀냐? 옥션에서 샀냐?”

 “아오!!! 믿기 싫음 관둬요. 강요는 안 할 테니까.”

 

 닥터 정이 계속 믿어주지 않자, 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세상은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에요!”

 

 말 한마디 툭- 던지고 밖으로 나가는 연우...

 

 사실 그 말은 닥터 정에게는 무리한 요구였다. 닥터 정은 오로지 과학으로 증명 가능한 것만 믿는 주의니까.

 

 닥터 정에게 증명할 수 없는 것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머리에는 외상이 없었는데...”

 

 닥터 정은 연우의 말에 조금도 설득되지 않고, 연우가 저렇게 된 합리적인 이유를 고민했다.

 

 그런데 도무지 합리적으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너무나도 명확하게 눈에 보이는 증거가 있었다.

 그것이 닥터 정을 조금은 당혹스럽게 한다.

 

 “팔이... 어떻게 하루 만에 나은 거지?”

 

 ***

 

 “지루해....”

 

 가상 현실 속 세계에서는 하루가 1시간처럼 빠르게 지나갔는데, 현실 속에서는 1시간이 하루처럼 느리게 간다.

 

 체육 시간-

 

 연우는 친구들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멍 때리고 있다.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하는 체육 수업이었지만, 체육활동을 즐기고 있는 친구들과 연우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연우는 은따니까.

 

 따돌림당하는 사람은 따돌림당하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

 

 원인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따돌림을 당하는 원인은 전적으로 타인에게 있으니까.

 따돌리는 그들이 잘못된 것이지 따돌림 당하는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물론 따돌리는데 익숙한 놈들은 그렇게 말하겠지.

 

 “저 새끼는 따돌림 당할만 하니까 당하는 거라고”

 

 뭐, 연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쓸데 없는 인간관계는 귀찮기만 할 뿐이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지금 멀리서 나를 슬쩍슬쩍- 보며 수군거리고 있는 놈들...

 

 양아치와 그 똘마니들한텐 내가 눈에 가시일 것이다. 나는 고분고분 빵셔틀이 되어주는 성격이 절대 아니였다.

  그 대가로 팔이 부러지긴 했었지만, 이제 완전히 다 나았다.

 

 놈들과 다시 싸워도 두려움은 없다.

 

 그리고 연우는 가상 현실 세계에 다녀오고 난 이후로 스스로 좀 더 현실에서의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놈들과 싸워서 이겨냈다. 그 경험이 연우에겐 너무 소중한 종류의 것이었다.

 마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VR로 치유될 수 있는 것처럼, 연우가 경험한 가상현실에서의 체험은 분명 현실에서 살아가는 연우에게 큰 용기가 되었다.

 

 책상머리 꼰대들에게는 게임이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언제든 와라. 새끼들아. 이번엔 내가 복수할 차례니까.”

 

 연우는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한 여학생이 천천히 연우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온다.

  특이하게 아이언맨 헤드셋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음악 소리가 밖에까지 다 들렸다.

 

 무엇보다 연우가 멍 때리다가 그 여학생한테 시선이 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와... 열라... 이쁘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가상 현실에서만 뛰던 연우의 심장이 현실에서도 뛰기 시작했다.

 

 ***

 

 비쥬얼이 무슨 데뷔 전 아이돌 연습생 수준이다. 기존의 여자 연예인들처럼 전형적으로 이쁜 느낌은 아니고, 되게 매력있게 이쁜 유형이었다.

 지루한 일상에 나에게도 청춘 드라마와 같은 일이 생기는 건가!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쿵쾅- 쿵쾅- 쿵쾅- 쿵쾅-

 

 세상에서 가장 빨리 드는 혈행 개선 치료제는 아마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결국, 음과 양이 통해야만 완성되는 것이다.

 

 저렇게 이쁜 여자와의 음양합일은 아마 이번 생에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여학생은 그냥 연우를 스쳐 지나간다.

 저렇게 이쁜 여학생이 나에게 볼일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싸움에 대한 자신감은 많이 고양되었지만, 이쁜 여자에게 말 한마디 거는 종류의 자신감은 제로였다.

 

 사랑.

 

 그것이 연우에겐 가장 어렵다. 머리로 생각해서 풀 수 있는 건 차라리 쉽다. 그건 분명한 답이 있으니까.

 하지만 연우로서는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봐도 답을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의 마음이었다.

 어쩌면 애초에 답이 정해져 있지도 않은데, 답을 찾을려고 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에혀...”

 

 연우는 그 여학생을 보자마자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지만,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다면 내 인생에 있어 아무 의미 없었다.

 

 “연애 시뮬레이션 가상 현실로 가야하나...”

 

 연우는 푸념하여 여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바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용기가 없는 남자는 사랑을 할 수 없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 여자의 남친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만 같다.

 

 띠로리~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자율 운동을 하던 학생들은 체육 선생님을 향해 움직였다.

 양아치들도... 친구들과 조금 떨어져서 잠시 낮잠에 빠져 있던 연우도 일어나서 그들을 뒤따라 가는데...

 

 연우는 뭔가 등이 싸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정말 설명할 수 없는 종류의 느낌이었다.

 

 지금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

 

 모든 학생들이 다 선생님이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지만, 연우 혼자 뒤를 돌아봤다.

 생각이 아닌 감각의 영역에서 몸이 자연스레 움직인다.

 하지만 돌아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잠이 덜 깼나...”

 “야! 차연우! 빨리 안 와?”

 

 뒤에서 선생님이 연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연우도 그냥 기분 탓이었으리라 생각했다. 감각이란 인간을 자주 속이는 종류의 것이니까.

 그리고 연우는 문득 아무 생각도 없이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는데...

 

 운동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연우는 본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위를 올려다 본 것은 연우 하나뿐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자 한 명이 학교 옥상 난간 위에 서 있었다.

 

 “아... 안 돼!!!!!!”

 

 아이언맨 헤드셋을 끼고 지나가던 그 여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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