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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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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바람
작성일 : 17-07-31     조회 : 477     추천 : 0     분량 : 5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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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오후 7시, 미어터질듯한 퇴근길의 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은 하경의 마음을 울렸다.

 가사가 그녀의 상황과 비슷해질수록 퀭한 눈은 점점 초점까지 잃어갔다.

 그렇게 몇분의 음악이 끝이나고 라디오 dj가 경쾌한 목소리로 음악과 사연을 소개했다.

 

 

 “예 사연신청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잘 들었습니다.

  사연을 읽어볼까요? 제목은 남자친구와 헤어져야할까요? J양의 사연입니다“

 

 “에휴..”

 

 

 

 라디오 사연이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한숨이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 남자친구와의 카톡 대화에선 사라지지 않는 1을 뚫어져라

 쳐다만 보게되고 전화도 뜸해져서 답답하다는 내용이였다.

 

 

 ‘이거 완전 내 얘긴데’

 

 

 안 그래도 운수 나쁜날 라디오 사연마저도 애타는 가슴에 바람을 넣었다.

 한숨을 쉬는 사이 어느새 내릴 곳에 도착했다.

 

 

 [이번정류장은 해운대역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있던 하경은 낑낑거리며 버스 출입구 앞으로 걸어갔다.

 뒷문에 따개비처럼 붙어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겨우 내렸다.

 

 

 [♬♩♪♩♬♪]

 

 

 

 버스에서 내려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을 때,

 하루종일 기다리던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크흠흠”

 

 

 하경은 목을 가다듬고 폰을 가방에서 꺼냈다.

 분명 어제부터 아무 연락도 없었던 남자친구일거라 믿고 화면을 보는 순간

 

 

 ‘도리’

 

 

 “에이씨”

 

 

 기대했던 전화가 아니라 실망한 하경은 입을 뾰루퉁하게 내밀며 전화를 받았다.

 

 

 

 “왜..”

 “야..야야!”

 “왜그래 숨 넘어가겠다”

 “그게 ..그게 있잖아”

 

 

 별명 만큼이나 정신없는 하경의 직장동료 경희는 ‘도리’ 라는 별명에 걸맞게

 숨을 헐떡이며 말을했다.

 

 

 “뭐야 무슨일인데”

 “현경태가 딴년이랑 키스해!”

 “뭐라꼬?!”

 

 

 

 당황한 하경은 부산사투리로 소리를 빽 질렀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앙칼진 소리를 듣곤 힐끔 쳐다봤다.

 민망해서 얼굴이 달아오른 하경은 목소리를 낮추곤

 길 모퉁이에 서서 찬찬히 말하기 시작했다.

 

 

 

 “니가 잘못본거겠지”

 “아이다 분명히 봤다 뒷목에 세모점 있는것까지 똑같드라 확실히 니 남친 맞다”

 “,,,”

 

 뒷목에 난 세모점이 섹시하다고 귀에 딱지앉도록 자랑한게 이럴때 쓰일줄이야.

 빼도박도 못하게 내 남친이 맞다고 인정해야했다.

 입이 닳도록 자랑했던 내 남자가 새끈한 세모난 점을 딴 년과 공유하고 있다니...

 충격적인 소식을 들으니 머릿속엔 천둥번개가 일어나 아찔하게 어지러웠다.

 

 

 

 “어딨는지 알려줄까?”

 

 

 수화기 너머의 하경을 눈치챈 도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딨는데”

 “해운대 해수욕장 위스턴호텔 앞에”

 “내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하경은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곤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설마 예상은 했지만 진짜 바람났을 줄이야.

 이를 빠득 갈며 혼자 들릴만한 목소리로 웅얼댔다.

 

 

 

 

 “확 죽여버릴거야”

 

 

 

 

 

 

 

 **

 

 

 

 무슨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그저 만나면 반쯤 죽여버릴거라는 생각밖엔.

 벌써 해운대 해수욕장에 도착해 모래를 죽일 듯이 콱콱 밟고 돌아다녔다.

 불륜의 바퀴벌레 한 쌍을 찾아 꼭 정의실현을 하고말리라 다짐하며 말이다.

 

 

 

 “스읍 후 스읍 후”

 

 

 

 너무 화가 나서 숨이 턱 막혔다.

 큰 충격에 휩싸여 돌아다니다 호텔 앞에서 불꽃놀이를 보다가 찐한 키스를 하는 커플을 봤다.

 아주 버터가 떨어질 것 같은 눈으로 여자의 뺨을 어루만지며 익숙한 포즈로 키스를 했다.

 키스할 때 여자 얼굴을 어루만지는 저 포즈는 확실히 하경이 찾는 그가 맞았다.

 

 

 “재밌냐? 딴 년이랑 하니까 행복해?”

 

 

 축지법을 사용한 것처럼 달려가 여자의 볼을 쓰다듬는 경태의 팔을 확 제꼈다.

 

 

 “아아악 뭐야 이거 놔 아파”

 “지금 날보고 할 말이 뭐야 밖에 없어?”

 

 

 

 귀신이라도 본 듯 놀라며 팔 좀 꺾였다고 엄살 떠는 모습에 하경은 분노는 더 커졌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을 보여준 이 개놈자식을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하다가 갑자기 울컥 하고 뜨거운 것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흐흡”

 

 

 

 눈물을 참으려 애써 입술을 깨물었다.

 확 죽여버릴려 했는데, 그 다정했던 표정을 보니 왜 옛날생각이 난건진 잘 모르겠다.

 손에 기운이 빠져 현경태의 팔을 놓자 곧 울 것만 같은 하경의 표정을 보고

 경태는 미간을 찌푸리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잠시만 오빠 잠시 얘기 좀 하고 올게”

 “오빠 누구에요?”

 “갔다 와서 설명해줄게 잠시만 여기 있어”

 

 

 그는 눈웃음을 치며 가냘픈 여자의 팔을 손으로 토닥여주며 안심시켰다.

 마음이 다쳐 아무 말도 못하는 하경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였다.

 

 

 “따라와 얘기 좀 해”

 

 

 다른 여자를 더 걱정하는 모습에 더 어이가 없었다.

 눈물샘을 치고 나오려는 눈물을 꾹꾹 누르며 말없이 남자를 따라갔다.

 호텔 뒤쪽에 위치한 주차장에 다다르자 남자가 입을 뗐다.

 

 

 

 “우리 이제 서로 갈길 가자”

 

 

 

 남자는 귀찮다는 듯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붙이며 맥없이 말했다.

 그 모습을 보자 순간 마음이 약해졌던 하경은 자신이 한심해졌다.

 

 

 

 “야 최소한 상황설명은 해줘야지”

 “너 처음에 나 만날 때 내가 결혼 같은건 생각 안한다고 말했었지?”

 “갑자기 그 얘긴 왜”

 “어차피 우리 진지한 사이도 아니였잖아. 그래서 나 선봤어“

 남자는 한숨과 함께 입에 있는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인상을 팍 쓰고 양아치같이

 삐딱하게 서서 말을 했다. 하경이 가자미눈을 뜨며 남자를 째려보며 대꾸했다.

 

 

 “넌 상식같은게 없구나”

 “아버지가 밀어붙여서 어쩔 수 없었어”

 

 

 바람핀 건 남자친군데 너무 뻔뻔하게 나오니 죄인은 내가 된것만 같았다.

 최소한 미안하다는 사과정돈 말할 줄 알았지만 그것은 착각이였다.

 오히려 뻔뻔한 모습을 보니 하루종일 연락을 기다리던게 생각나 더 비참해졌다.

 

 

 

 “설마.. 우리 연애 진지했던건 아니지?”

 

 

 

 하경이 남자를 노려보자 남자는 주춤한 기색을 보였다.

 물음에 대답않고 계속 노려보자 하경의 어깨를 팔로 감싸안고 토닥이며 말했다.

 

 

 

 “진심이였다면 몰래 만날래? 난 그런줄도 모르고.. 미안 대신에 보상해줄게

  뭐 갖고싶은거라도 있어? 명품백? 차? 아니면 학자금이라도 갚아줄까?”

 

 

 “퍽!”

 

 

 현경태의 하늘을 찌르는 뻔뻔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하경은 가차없이 그의 가랑이 사이로 로우킥을 날렸다.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선 그대로 주차장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결혼? 야 나는 생각도 안했다

  근데 바람을 피려면 최소한 지금 하는 연애는 끝내고 여자를 만나던가

  너 무슨 와이파이냐? 얘랑도 하고 나랑도 하고 좋았겠다?”

 

 

 

 “아..아우 야.. 윽.. 그건.. 윽..”

 

 

 

 “아프지? 내 마음은 더 아파 마음같아선 확 고자를 만들어놓고 싶은데

  너랑 똑같은 인간될까봐 참는다”

 

 

 

 더 이상 대화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뒤돌아서서 해수욕장을 빠져나갔다.

 남몰래 지켜보던 아련한 짝사랑 끝에 기적처럼 이어진 연애였지만,

 중견그룹 후계자인 현경태와 빛나는 미래 따위 욕심내지 않았다.

 부산에서 유명한 세창그룹을 물려받기로 한 재벌남이였으니 말이다.

 

 

 

 나와 계층부터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다간 서로의 앞날이 가시밭길이 될 건 뻔했으니까.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이라도 남기자는 의미로 연애하는 줄 알았다.

 

 

 

 ‘날 갖고 논거네 아니다 혼자 착각한건가?’

 

 

 

 머릿속엔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갔다.

 무엇보다 마음이 비참해서 미칠 것 같았다.

 지난 1년의 연애가 현경태에겐 그저 엔조이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메여왔다.

 끝이 보일걸 알면서도 시작한 연애지만 사람 비참하게 끝내버린 그가 너무 미워졌다.

 

 

 

 “흑..”

 

 

 참아왔던 눈물이 주차장을 벗어나서야 쏟아졌다.

 화장이 번지든 말든,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다.

 지난 1년의 연애가 그저 짝사랑의 연장선이었다니 말이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쳐다봐도 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닭똥같은 눈물을 짜냈다.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자신의 자취방이 있는 뒷골목으로 걸어갔다.

 

 

 

 **

 

 

 

 [아아 하아 하아 하..]

 

 

 집으로 돌아온 하경은 어두운 방구석에 틀여박혀 모니터 앞에 딱 붙었다.

 소주와 오징어를 친구삼아 야릇한 신음소리가 나오는 동영상을 감상했다.

 하경은 자극적인 장면이 나올때마다 일시정지를 누르곤 스케치를 해나갔다.

 

 

 

 “어디보자...”

 

 

 

 미술이 좋아 어릴 때부터 없는 살림에 허리를 졸라매며 미술레슨을 받았다.

 그렇게 10년을 미술과 동고동락했지만, 미술을 전업으로 삼기엔 현실이 녹록찮았다.

 천재 아니고서야 배 굶는건 예삿일이 아닌 대한민국 예체능계열의 뼈아픈 현실아닌가.

 아무래도 자신이 미술을 계속 안고가면 가뜩이나 가난한 집안에서 평생 짐이 될 것 같았다.

 

 

 그 대신 선택한 것은 취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경영과를 졸업해 적성에도 맞지않는

 은행에 입사한지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pa그룹에 입사했지만,

 팍팍한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적성에도 맞지않는 업무에 북한 김씨일가 뺨칠정도로 독재하는 직장상사.

 비리가 끊이질 않는 사내분위기까지 뭐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남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금융권에 들어가면 뭐하나, 월급 들어오면 텅장되는건 다 똑같지

 

 

 

 풀 한포기 나지않을 것 같은 불모지같은 인생에 물 한모금이 되어주는건 미술이였다.

 용돈 벌 겸 부업으로 외주를 받아 19금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비록 마감날에 맞추느라 스트레스는 받지만, 취미로 수입이 생긴단걸 감사히 생각했다.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행복한 호르몬이 나오는 것 같아 우울할때마다 펜을 들었다.

 

 

 그래서 오늘, 우울한 인생에 덮쳐버린 끔찍한 오늘의 사건을 위로받고 싶었다.

 하경은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동영상을 관찰했다.

 동영상 속 욕망의 움직임을 따라 부지런히 태블릿 위의 손을 움직였다.

 

 

 

 “아 마감..”

 

 

 

 책상 위에 올려진 달력에 동그랗게 표시되어있는 마감일을 보고

 본능적으로 손이 빨라지는 자신을 봤다.

 천천히, 세심하게 그려야 기분전환이 되는데 이런 날까지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 신세가 처참하게 느껴졌다.

 

 

 

 “그림도 맘대로 못그리냐 젠장”

 

 

 씁쓸한 기분과 함께 소주를 한잔 털어넣었다.

 게다가 오늘은 날이 날인지라 집중이 되질 않았다.

 

 

 

 “에이씨 안해”

 

 

 태블릿에 펜을 내팽겨쳐 버리곤 술기운에 못이겨 침대에 누웠다.

 그리곤 옆에 널부러져 있던 폰을 열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습관적으로 현경태의 사진이 있는 갤러리를 열었다.

 

 

 

 “이때는 참 좋았는데”

 

 

 

 함께 데이트를 하며 찍었던 사진들을 보자 지난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땐 결혼은 못하더라도 연애의 끝이 이럴거라곤 생각조차 못해봤는데.

 

 

 

 “사랑한단 말이 다 장난이였냐”

 

 

 

 퉁퉁 부은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속상한 마음에 책상 위 소주병을 나발로 불었다.

 술기운에 기대어 휴대폰 속 현경태에게 남아있는 감정을 토해냈다.

 

 

 

 “이 나쁜자식..”

 

 

 

 [푸엉 팽]

 

 

 눈물을 흘리다가도 휴지로 줄줄 나오는 콧물을 팽하고 풀어댔다.

 한참을 짜고 풀고 하다가 내가 그 쓰레기 같은 놈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죽어도 못보내겠다. 찌질해도 해볼건 해보자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돌아오는건..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오며..]

 

 

 “받아 받으라고!!”

 

 

 감정이 격해진 하경은 괜히 휴대폰에게 소리를 지르며 주정을 부렸다.

 10통째 전화를 걸어봤지만 돌아오는건 거지같은 고객님 전화 못받는다는 기계음이였다.

 또 전화를 받지 않자 하경의 머릿속에선 이성과 감성이 분란을 일으켰다.

 

 

 

 ‘왜 안받지’

 ‘설마 그여자랑 지금 이시간에..’

 ‘아냐 아닐거야 그래도 오늘은 아니겠지’

 ‘찾아가서 확인만 해보자 확인만 하는거야’

 ‘미친? 자존심도 없냐?’

 ‘왜? 밤새도록 정신병자처럼 이러고 있는거보단 낫지’

 

 

 머리와 가슴이 격렬하게 싸웠다.

 한참동안 복잡한 내면의 싸움을 지켜본 하경은 결국 대충 가방만 챙겨 집을 나섰다.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달려서 집앞 큰길가에서 택시를 불러세웠다.

 

 

 “아저씨 해운대 J파크로 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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