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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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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GTC4 루쏘
작성일 : 17-07-31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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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현경태가 사는 J파크 앞에 도착하여 택시를 내렸다.

 내리자마자 하경은 매의 눈으로 현경태의 집을 스캔했다.

 다행히도 집에 있는지 거실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확인 되자마자 아파트 입구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1층입니다]

 

 

 엘리베이터 안, 8층 버튼을 누르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문이 닫힐 때쯤 누군가의 발이 쑤욱 들어왔다.

 

 

 

 “후”

 

 

 남자는 급하게 탄 티를내며 15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하경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남자에게로 향했다.

 

 

 추리닝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었는데 어떻게 저런 핏이 나올까 싶은 모델같은 기럭지.

 쌍커풀 없는 커다란 눈에서 나오는 찬 서리같은 눈빛은 오묘한 분위기를 뿜었다.

 태닝한 듯 구릿빛이 나는 피부는 정갈한 콧대와 어우러져 섹시미가 있었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한번 더 눈길이 갈법한 아우라를 풍기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남자였다.

 

 

 

 “뭘 봐”

 

 

 

 

 하경은 넋놓고 뻔히 쳐다보다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불쾌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 예 죄송”

 

 

 남자를 빤히 보다 그의 가시돋힌 말에 하경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8층까지 가는덴 얼마 안되는 시간인데도 무안해져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괜히 발을 꼼지락 거리며 어색함에 몸부림을 치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망치듯 나왔다.

 

 

 

 “정신차려 이건 아니지”

 

 

 아주 잠깐 범상찮은 아우라를 풍기는 남자를 만나서 정신을 놓았지만,

 이곳에 온 이유는 자존심 버리고 매달리러 온거라며 볼을 찰싹였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현강태의 집 앞 현관문에 섰다.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는 순간 현관문 안에선 여자소리가 들렸다.

 

 

 

 “꺄르륵 꺄륵”

 

 

 분명 여자 웃음소리였다. 간신히 부여잡았던 하경의 이성은 지진을 만난 듯 흔들렸다.

 설마설마 했는데, 오늘같은 날은 예의상이라도 하루정돈 혼자 있어주길 바랬는데..

 자존심까지 버리고 여기까지 왔지만.. 불안했던 상상이 현실이 됐다.

 술을 마셔 이성이 흐릿해진 하경은 현경태의 집에 벨을 부서져라 눌렀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누구세요”

 

 

 현경태다.

 

 

 “문 좀 열어봐”

 

 

 하경의 다크한 목소리가 현관문을 타고 넘어간 순간,

 웃음소리와 그의 목소리가 일시정지 된 듯 일제히 들리지 않았다.

 마치 집엔 아무도 없었다는 듯 고요해졌다. 문은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쾅쾅쾅]

 

 

 “문열어보라고 나 할말있어”

 

 

 손이 빨개질 정도로 한참을 두드리자,

 현경태는 문을 열고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경을 바라봤다.

 

 

 “여긴 왠일이야”

 “나 아까 못한 말 있어”

 “오빠 누구야?”

 

 

 붙잡으려 자존심까지 버리고 현경태의 손을 잡으며 말하려던 순간,

 바람녀는 남자의 뒤에서 거머리같이 착 붙어 얄밉게 물었다.

 

 

 “전에 사귀던 여자”

 “귀찮게 굴어?”

 “일이 좀 그렇게 됐어”

 “어지간히 좀 하세요 자꾸 이러면 스토커 같잖아 언니”

 

 

 재수없는 그녀는 배실 웃으며 하경이 잡은 남자의 손을 떼어냈다.

 이제 겨우 청소년 딱지 뗀 것 같은 어린 상간녀가 충고를 하다니, 어이가 가출하는 상황이다.

 하경이 기가 찬 듯 여자를 노려보자 현강태는 하경을 밀쳐내며 말했다.

 

 

 

 

 “그만해 집에 돌아가”

 “니 눈에 나는 안보이니?”

 “아까 얘기 다끝난거 아니였어? 보상해준다니까 니가 발로 여길..”

 

 

 

 현경태는 다리를 오므리며 뒤로 한걸음 주춤했다.

 

 

 

 “그따위로 말한게 사과냐?”

 “이제 그만해. 스토커로 신고하기전에”

 “뭐? 몰래 만나는 대신..”

 

 

 

 [짝]

 

 

 

 하경이 진실을 말하려 하자 현경태는 하경의 싸대기를 날렸다.

 옆에 붙어있는 여자에겐 자신의 밑바닥을 숨기고 싶었던게 분명했다.

 자신한테 불리할 때마다 손대는 그 버릇은 여전하다 싶었다.

 어이없이 뺨까지 맞은 하경은 그를 노려봤다.

 

 

 

 “말 조심해 할말이 있고 못할말이 있는거야”

 

 

 

 먼저 바람펴서 멀쩡하던 가슴에 구멍을 뚫어놓고,

 뺨까지 때리는 현강태를 보자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하경은 순간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해줄건데?”

 “아무거나 말만해”

 “그래? 알겠어 나중에 딴말하지마”

 

 

 

 

 뺨을 맞고 정신이 번뜩 든 하경은 최대한 침착한 척 하며 담담히 요구했다.

 속으론 손모가지를 분지르고 싶었지만,

 오늘 당한 치욕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복수한다고 분이 풀릴 것 같진 않았다.

 더러운 대답을 얻어내자마자 하경은 현관문을 쾅 닫아버리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후회하게 해주겠어 내 마음을 무시한 죗값 꼭 치루게 해줄거야”

 

 

 

 

 그리고 엘리베이터로 돌아가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

 멀쩡한 사람 스토커 취급도 모자라 그년한테 들킬까봐 싸대기까지 날려?

 하경은 이를 빠득 갈며 현경태의 소중한 무언가에도 스크래치를 내주겠노라고

 생각을 해내던 그때

 

 

 

 [띵 8층입니다]

 

 

 

 띵 소리와 함께 하경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비싼 차라고 모셔놓고 거의 타지 않던 그의 보물 1호. 페라리 GTC4 루쏘가 생각났다.

 

 

 

 “차 한 대 해달라고 해야겠네”

 

 

 

 내 소중한 마음에 칼집을 냈듯 나도 너의 소중한 것에 상처를 내리라

 굳은 다짐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B2 버튼을 눌렀다.

 

 

 

 [B2층입니다]

 

 

 

 B2층 지하주차장에 내린 하경은 구석구석 몇바퀴를 돌아다니며 현경태의 새 차를 찾아다녔다.

 돌아다니며 두리번거리다 구석진 모서리에 차량번호가 8918인 페라리 차량을 한 대 발견했다.

 광이 나도록 깨끗이 모셔져 있는 차를 보고 있으니 묘한 희열감까지 생겨났다.

 

 

 

 차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번호판에 있는 숫자를 읽으며

 싸이코틱한 웃음을 짓던 하경은 가방을 뒤적이며 차에게 말을 걸었다.

 

 

 

 “뭐 이제 내차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되는거지”

 

 

 

 그리곤 호신용으로 들고다니는 펜 한자루를 꺼내들어 타로 다가갔다.

 펜을 높이 치켜들고 희번덕한 표정을 지은 하경은 마치 처키를 연상시켰다.

 

 

 

 [펑 펑 펑 펑]

 

 

 

 펜으로 타이어에 펑크를 내며 나는 소리는 하경의 기분을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 이순간 차가 내는 신음소리는 아름다운 협주곡 같이 들렸다.

 

 

 

 [지지직]

 

 

 

 타이어 4개를 박살내곤 콧노래를 부르며 차표면에 기스를 내기 시작했다.

 고운 회색빛이 나던 차는 점점 기스가 나면서 엉망이 되어갔다.

 

 

 

 “기왕이면 동네방네 소문도 내볼까?”

 

 

 펜으로 차 주위를 돌며 기스를 내다가 차 앞에 멈춰서서 본넷에 글씨까지 남겼다.

 

 

 [저의 주인님은 바람을 펴도 당당한 무개념입니다]

 

 

 괴팍한 글씨체로 커다랗게 글씨를 쓰곤 통쾌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렇게만 하기엔 뭔가 좀 허전한데”

 

 

 차를 망가뜨릴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하경은 문득 펜의 기능이 유리창을

 깨는것도 가능하다는게 떠올랐다.

 

 

 “이 펜 참 쓸만해”

 

 

 

 싸이코틱한 표정과 함께 하경은 차의 앞유리창을 확 내려찍었다.

 

 

 

 [콰직]

 

 

 

 차문 유리와 사이드미러까지 박살을 낸 하경은 마지막으로 남은 차 뒷유리까지

 박살을 내려 하던 그 순간!

 

 

 

 “야!!!”

 

 

 멀리서 한 남자의 굉음이 들려왔고

 하경은 뒤를 힐끔 보곤 다시 뒷 창문을 깨려 팔을 치켜 세웠다.

 

 

 

 “야 하지마 하지말랬다 하지마!”

 

 

 

 차와 멀리 떨어져있던 남자는 순식간에 달려와 내리치려고 하던 하경의 팔목을 낚아챘다.

 둘은 달밤에 호신용 펜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한참을 옥신각신 하다가 남자는 하경의 몸을 뒷유리창에 눌러 제압했다.

 그녀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버둥거리며 악을 썼다.

 

 

 

 “이거 놔!! 놔란말야!”

 “못 놔”

 

 

 

 하경은 악을 쓰며 소리쳤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보기만 할 뿐이였다.

 

 

 

 “그쪽이 뭔데 참견이야 당신 나 알아?”

 “어떻게 안껴들어 왠 미친년이 내차를 박살내고 있는데”

 “내차?”

 

 

 

 

 하경은 내 차 라는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분명 아까는 8918이였는데 이 남자가 나타나고 나서부턴 8913으로 보인다.

 해머로 뒷통수를 맞은듯한 느낌에 하경은 넋나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까 그 엘리베이터에서 본 차가운 남자가 분노 가득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이차 어떡할 거야 책임져!”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화를 내자 하경은 고개를 살짝 돌려 번호판을 다시 봤다.

 잘못본 것 이길 바랬지만 정말 숫자는 정직하게 한자리가 달랐다.

 

 

 

 ‘망했다..’

 

 

 

 인생 최대 실수였다.

 비싸서 기스만 나도 수리비만 몇백씩 나오는 고오급 스포츠카였다.

 머릿속은 전쟁난 것처럼 혼란스러워 정신줄을 잡기 힘들었다.

 아, 안돼. 정신을 놓아선 안돼.

 

 

 

 하경은 일단 이 끔찍한 상황을 일단 피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도망갈 궁리를 했다.

 때마침 주차장 입구쪽에서 경비를 서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살려주세요! 이남자가 성추행을 하고있어요!”

 “뭐? 성추행? 너 돌았냐?”

 “아저씨 도와주세요!”

 “거기 무슨일이요? 얼른 손떼쇼!”

 

 

 

 소리지르는 하경을 보곤 경비 아저씨가 소리지르며 달려왔다.

 당황한 남자는 붙잡고 있던 팔을 밀치듯이 놓곤 대신 하경의 가방을 잡았다.

 가방정도는 뺏을 수 있을 것 같아 하경은 가방을 들고 튀려 시도했다. 하지만...

 

 

 

 “어딜가!”

 “이거 놔!!”

 

 

 

 

 그 남자가 가방을 꽉 잡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이다 안에 있던 소지품이 쏟아졌다.

 하필이면 나체의 남녀가 적나라하게 19세적인 행위를 하는 그림 두 장이 튀어나왔다.

 한 장당 몇 시간에 걸쳐 만든 공들인 콘티였다.

 

 

 

 “이건 뭐...?”

 

 

 

 자극적인 그림이 남자의 시선을 뺏었다.

 이 틈을 타 하경은 가방을 잽싸게 낚아채 미친듯이 달렸다.

 공들여 그린 그림들이라 아까웠지만, 수리비를 생각하니 다리가 저절로 빨라졌다.

 

 

 

 “야! 너 거기안서?”

 

 

 그림에 잠시 한눈이 팔린사이 도망가는 하경을 따라 남자도 질주했다.

 마치 가젤을 사냥하려는 성난 사자같이 말이다.

 남자의 뒤엔 저질체력인 경비 아저씨가 힘겹게 그를 쫓았다.

 

 

 

 “거기서! 헉헉”

 

 

 

 

 비엔나 소세지처럼 줄줄이 따라오는 두명의 남자들을 보니

 곧 잡힐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경은 급한대로 정문으로 나가는 척 하다가 아파트 분리수거 휴지통 옆으로 몸을 숨겼다.

 뒤따라 남자가 쫓아왔지만 휴지통 옆에 숨어있는 하경을 보지 못하고 정문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고 하경은 몰래 휴지통을 빠져나와 후문 출입구로 냅다 달려갔다.

 

 

 

 **

 

 

 

 무슨 정신으로 집까지 도망친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귀신에게 쫓기듯 땀범벅이 된 채 겨우 집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왔다.

 

 

 “미친! 난 또라이야 어떡해”

 

 

 혼잣말을 하며 머리를 쥐어뜯어 보지만 이미 일은 저질러지고 난 후였다.

 요새는 블랙박스도 잘되어있고 경찰에 신고만 하면 붙잡히는건 시간문제일텐데

 대책없이 튀었으니 뒷감당은 어떡해야할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하 미쳤나봐 내 눈이 문제지”

 

 

 

 침대에 엎어져 눈을 찰싹 때렸지만 아프기만 할 뿐 뚜렷한 해결책은 없었다.

 소리를 끼약끼약 지르다가 침대에 내팽겨친 가방을 보자 쎄한 기분이 들었다.

 

 

 

 “아 맞다 그림... 미치겠네 마감이 내일까진데”

 

 

 

 헝클어진 머리를 더 망가뜨리며 발광을 해댔다.

 마감일까지 맞추려면 밤새도록 다시 그려야만 했다.

 어차피 이런 기분으론 잠 들지도 못하겠지만..

 하경은 그렇게 대책 없는 긴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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