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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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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있다
작성일 : 17-07-31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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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정을하고 달려드는데 뭐라도 보여줘야죠”

 

 

 캐비넷 안은 방음이 되질 않아 통화내용이 적나라하게 들렸다.

 뭘 달려들었단거지? 감칠맛나는 대화에 하경은 캐비넷 벽면에 귀를 바짝

 갖다댔다.

 

 

 

 “위험하긴 했죠 근데 작정하고 횡령한돈으로 주주들 비위까지 살살 맞추잖아요”

 “별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확 횡령했다고 깔수도 없고..”

 “아무도 없어요 사무실에 저 혼자에요 정말 유배 온 것 같네요”

 

 

 

 횡령?주주?유배? 보통 사람들이라면 있을법한 일이 아니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랑 저런 대화를 하는 건가 싶어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풍문으로 떠돌던 소문이 떠올랐다.

 

 

 pa금융 본사에서 차기 대표를 두고 경쟁하던 회장 아들 두 명이 있었다.

 그 중 차남이 경쟁력을 가지려고 무리한 투자상품을 만들어 처참히 실패를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기위해 징계위원회까지 열렸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설마 저사람이 유배 온 pa그룹 회장 아들인가?’

 

 

 

 정말 회장 아들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그룹회장 아들 차를 박살내놓고 거지같은 시말서까지 결제받아야 하는건가?

 절대 들키면 안되겠단 생각이 하경의 뇌에서 전신으로 울려퍼졌다.

 

 

 

 

 믿기지 않는 이 상황에 바짝 긴장된 하경은 엄지손톱을 입으로 뜯으며 대화를 경청했다.

 

 

 

 “그 일은 잘되가고 계신거죠? ...에 데려갈 사람은 알아봤나요?”

 

 

 

 어디에 사람을? 제대로 못들었지만 좋은 정보일 것 같아 귀를 캐비넷 벽장에 붙였다.

 그러나 저 말을 한 이후로 갑자기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며 통화를 했다.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그렇게 몇 분동안 개미소리로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방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쪽으로 옮겨가던 발소리가 나가는 소리인지 안으로 다시 들어오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문이 다시 닫히곤 다시 임원실 안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어떡하지 나갈까 말까’

 

 

 나간걸까 아니면 문만 열고 다시 들어와서 앉아있는걸까.

 하경은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그냥 확 토낄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렸다가 나갈까.

 그러나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안되는 탓에 일단 나가야만 했다.

 용기내서 바깥상황을 살짝 훔쳐만 보자며 하경이 캐비넷 문을 여는 순간

 

 

 [삐이이이그덕]

 

 

 “헙!”

 

 

 소리에 놀라 입을 손으로 막으며 숨을 골랐다.

 그지같은 캐비넷에서 엄청난 신음소리가 들렸다.

 분명 사람이 있었으면 들렸을법한 소리였다.

 더 나갈 엄두가 안나는 하경은 캐비넷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숨죽여 기다렸다.

 그런데 소리가 났어도 밖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이 없나싶어 다시 한번 더 용기를 내 캐비넷을 열고 고개를 드는 순간!!

 

 

 

 “끼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캐비넷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도하의 검은눈동자와 마주치고 말았다.

 둘은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하고 놀랬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만, 그것은 하경의 착각이였다.

 

 

 도하는 문 밖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 임원실 문을 열었다가 다시 들어와 쇼파에 앉았었다.

 이때 끼이익하고 벽면에 있는 캐비넷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살짝 열리는 걸 봤다.

 

 

 설마 사람인가 싶어 신경이 쓰여 조용히 신고있던 구두를 벗고 조용히 캐비넷 앞에 앉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던거다.

 

 

 

 “으악 으악”

 

 

 

 하경은 경끼를 일으키며 쭈그러져있는 도하를 퍽 하고 밀쳐버렸다.

 도하가 꽝하고 바닥에 엎어지자 하경은 이때다 싶어 캐비넷에서 빠져나와

 임원실 문을향해 냅다 달렸다.

 

 

 

 “아씨 야 어딜가 이게 어딜!”

 “아 아파요 놔요 말로해요 말로”

 

 

 

 

 

 

 뒤로 넘어져있던 도하가 하경이 문을 향해서 달려가자 재빨리 일어나

 하경을 놓칠새라 머리끄댕이를 잡았다.

 하경은 아프다며 악악 소리를 냈고 도하는 하경의 어깨를 잡으며 벽으로 밀치고 말했다.

 

 

 “누구야 어디까지들었어 이방엔 왜 숨은거야”

 “여기 직원인데요..”

 

 

 

 하경은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있는대로 내리깔고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여기서 내가 어제의 그 또라이 라는게 밝혀지면 사태는 겉잡을수없이 심각해질테니 말이다.

 

 

 계속 아래로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하경의 얼굴이 궁금해진 도하는 손을 얼굴로 올렸다.

 그리고 고개 숙인 하경의 턱을 잡고 위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 너..”

 

 

 

 유심히 하경을 바라보던 도하의 표정이 미소로 변했다.

 들키지 않으려 차가운 눈빛을 피해 눈동자를 아래로 내려봤지만 이미 얼굴은 팔려버렸다.

 

 

 

 “이번엔 안 놓치고 잡았네”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리고 입맛을 다시는 도하를 보곤 정신줄이 널뛰기를 뛰었다.

 도하의 손을 박차곤 무릎을 꿇고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제는 제가 제정신이 아니였어요 바람핀 전남친 차인줄알고 그만..”

 

 

 도하는 주먹을 꽉 쥐어보이며 죄인같이 무릎꿇은 하경을 일으켜 세웠다.

 

 

 

 “죄송할 필요없고 무릎꿇을 필요도 없어. 니가 차를 왜부셨는지도 내 알바 아냐.

  내가 궁금한건 여기서 왜 숨어있던거지?“

 “저기 그게..”

 

 

 차마 저 멀리서 걸어오던 본부장님이 알고보니 어제 제가 차를 부셨던 차주인이지 뭐에요

 라고 말 할수 없어 우물쭈물하며 양 발을 오므렸다.

 하경의 행동이 수상쩍었던 도하는 하경에게 더 추궁했다.

 

 

 “뭐지? 왜 대답을 못하지?”

 “아니 저 그게.. 저기.. 책상위에 결제판.. 때문에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책상위에 명판을 가르키자 대충 상황파악이 된 도하는

 위아래로 하경을 훑었다. 꼬질꼬질한 유니폼에 머리도 떡져있고 눈까지 퉁퉁 부어

 아주 보기도 껄끄러운 얼굴을 보니 대충 상황이 짐작이 갔다.

 

 

 “그러니까 내가 차주인인걸 알고 먼저 숨었던거네”

 “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 제가 전남친 때문에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였나봐요”

 “그얘긴 됐어 어차피 니가 책임지면 되니까 어디까지 들었어”

 “예?”

 “내가 통화하는거 어디까지 들었냐고”

 

 

 통화내용에 집착하는 도하를 보자 하경의 얼굴엔 음흉한 미소가 피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더니, 딱 지금을 두고 하는말 같았다.

 어쩐지 중요한 얘기일거라는 감이 딱 왔더랬다.

 

 

 

 “듣고싶어서 들은건 아니고.. 들려서 어쩔 수 없이 들었어요.

  어디 데리고 갈 사람 구한다면서요”

 “하...”

 

 도하는 들켜선 안 될걸 들킨 사람처럼 인상을 구겼다.

 하경은 도하의 흔들리는 눈빛을 봤다. 그리고 분명히 느꼈다.

 자신이 뭔가 알면 안되는걸 알았다는걸.

 잘하면 어제일을 없는일로 만들수도 있을거란 생각에 도하에게 한발 한발 다가갔다.

 

 

 “뭐야 갑자기 왜이래”

 “제가 뭔가 들어선 안되는 걸 들은거 맞죠?”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도하에게 천천히 다가가자 도하는 뒷걸음질을 치다 벽까지 밀려났다.

 

 

 “이거 왜이래 저리가”

 

 

 [탁]

 

 

 도하의 얼굴 옆에있는 벽을 손으로 탁 치며 크큭 거리곤 말을 이어갔다.

 갑자기 태세가 전환된 하경을 보고 당황한 도하는 눈만 꿈뻑이며 하경을 바라봤다.

 

 

 “저 입 무거워요. 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할테니 본부장님은

  어제 있던일을 없었던일로 해주세요. 평화롭게, 어때요? 그리고 저 결제판도요”

 

 

 

 벽에 딱 붙은 도하의 눈에 강력한 싸인을 보내며 하경은 자신의 제안을 어필했다.

 당황한 사람은 온순해진단 말을 어디선가 주워 들은게 있어 밀어붙이긴 했다만

 사실 속으론 엄청나게 떨렸다.

 

 

 도하는 하경의 눈을 지긋이 쳐다봤다.

 강한 척 하지만 긴장이 서려있는 눈빛이 꽤 어이없으면서도 웃겼다.

 

 

 감히 건방지게 협박하는 모습에 겁을 좀 줘야겠다 싶어 도하는 하경의 손을 휙 하고 잡았다.

 그러자 강력한 척 하던 눈빛은 어디가고 물에 젖은 고양이마냥 움츠러들었다.

 도하가 하경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하경은 반대쪽 문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소문한번 내봐”

 “네..?”

 “자신있어? 한번 해볼 수 있음 해보라고”

 

 

 

 뒷걸음질 치다가 하경은 임원실 문까지 밀려나 문에 딱 붙었다.

 그리곤 잡고있던 손을 휙 놓고 도하는 하경의 구겨진 유니폼 카라를 펴주며 말했다.

 

 

 

 “우리 회사 본부장님이 유배 온 주제에 삽질까지 한다고 떠들어봐

  소문나기 전에 내가 널 짤라버릴테니깐”

 “네? 저를 왜 해고시켜요 그건 부당해고죠”

 “그러니까 부당해고 당하기 싫음 입조심하라고. 그리고 감히 협박을해?

  날 성추행범 취급해서 경찰서까지 끌려가게 해놓고 이거 아주 당돌하네?”

 

 

 도하는 하경의 이마를 엄지손가락으로 틱틱 치며 불타는 눈빛으로 쏘아봤다.

 어제 도망치려 핑계 댔던게 정말 일을 그정도로 키울줄은 몰랐다.

 도하의 이글이글한 눈빛에 얼굴이 뚫릴 것 같아 하경은 고개를 푹 숙였다.

 

 

 “경찰서까지 가게한것도 정말 죄송해요..”

 “죄송할 것 없어 수리비 1억 갖고와 일주일 준다 보상 못하면...”

 

 

 말꼬리를 흐리더니 도하가 팔을 휙 들었다.

 하경은 도하의 팔에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덜컥]

 

 

 “아악”

 

 

 

 도하가 하경 뒤에있는 임원실 문을 열자 무게중심을 잃고 하경은 임원실 밖으로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도하는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못갚으면 그꼴나는거다?”

 

 

 말을 하고 임원실 문을 확 닫아버렸다.

 하경은 큰일났다 싶어 뒤집힌 치마를 펼 생각도 하지않고 곧바로 일어났다.

 바로 임원실 문을 열어보려 했지만 안에서 잠군건지 열리질 않았다.

 

 

 

 “본부장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저 1억 없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잘못했어요”

 “저 입조심 할게요 그러니까 한번만 도와주세요 시키는건 뭐든지 할게요”

 

 

 문을 두들기며 애타게 애원해봐도 굳게 닫힌 문에선 아무 인기척도, 대답도 들리질 않았다.

 하경은 자신의 통장잔고가 생각나 똥줄이 탔다.

 이번달 월급도 다써서 신용카드 쓰고있는데 여기다 빚까지 더하면 끔찍한 콜라보가 완성된다.

 인생 최대위기가 닥치자 닭똥같은 눈물이 퉁퉁 부은 눈에서 흘러나왔다.

 

 

 “제발 용서해주세요 흑.. 저 진짜 돈없어요”

 

 

 눈물로 애원해봤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였다.

 10분을 애걸복걸 해봐도 끝까지 그는 대답이 없었다.

 하경은 포기하고 돌아서며 울었다.

 

 

 “엉엉 나는 왜이러고 사냐 엉엉”

 

 

 그간의 설움이 북받쳐 오른건지 한번에 폭발한 하경은 눈물을 닦으며

 다시 1층으로 돌아가려 엘리베이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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