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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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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
작성일 : 17-07-31     조회 : 283     추천 : 0     분량 : 7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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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칙칙]

 

 

 다섯시, 보통날의 다섯시라면 언제나 하루 일상에 찌들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오늘의 다섯시는 다른날의 다섯시와 달랐다.

 어제 골라놓은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하고 화장을 했다.

 마무리로 향수를 뿌려주니 정말 신데렐라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실수하면 너도 나도 어디가는지 알지?”

 

 

 

 도하의 강력한 한마디가 그 기분에 살짝 먹칠을 해놓았다.

 마냥 긴장을 풀고 즐길수 만은 없어서, 어제 밤부터 지금까지 어제 받은 자료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중간에 한번씩 틈이 날때마다 교양있는 여성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외웠다.

 주주들의 얼굴, 그들의 생각, 도하가 원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툭 치면 나올정도로

 달달 외웠지만, 과연 실전에서 잘해낼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기학원이라도 잠깐 가볼걸 그랬나’

 

 

 혼자 거울을 멍하니 보며 미련섞인 생각을 하고있었다.

 

 

 “하경씨, 밖에 차 대기시켜놨어”

 “네 나가요”

 

 

 벌써 콜택시가 이렇게 빨리 도착했나 싶어 하경은 드레스 치맛자락을 들고

 최대한 빨리 드레스룸을 나섰다.

 12센치나 되는 킬힐때문인지 넘어질까봐 모든게 조심스러웠다.

 

 

 

 “아 쓰라려”

 

 

 하경의 발보다 살짝 작은 힐은 그녀의 발 뒷꿈치를 야금야금 깨물었다.

 그렇지만 뒤꿈치보다 중요한 일 때문에 그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조심스레 드레스룸을 나와 부띠끄 앞을 나서자, 콜택시가 아닌 왠 리무진 한 대가

 부띠끄 앞에 서있었다.

 하경이 멀뚱히 쳐다보며 콜택시는 안오나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어 배실장님?”

 “타세요 하경씨”

 “말씀도 없이 어쩐일이세요? 이 차는 또 뭐구요?”

 “명색이 삼엘기업 아가씨가 콜택시 타고 파티장에 가는걸 볼순 없지요”

 

 

 배실장은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리무진 뒷자리 문을 열어주었다.

 버튼 하나만 눌렀을 뿐인데 트랜스포머처럼 차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너무 황송한 나머지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차를 탔다.

 

 

 “대박..”

 

 

 차에 탑승하자 신세계가 펼쳐졌다.

 바닥엔 아크릴판으로 꽃잎이 자수처럼 놓여져 있었고, 천장엔 밤하늘을 연상시킬만한

 led조명이 반짝이고 있었다.

 왼쪽에는 평면 tv가 있었고 그 아래엔 수많은 유리잔과 음료수, 각종 주류가

 가지런히 놓여져 있었다.

 

 

 “와 이거 와..”

 

 

 그저 하경의 입에선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유리잔으로 손을 뻗어 빨주노초파남보 고운 빛깔이 담겨져 있는 이름모를 음료와 술을

 살짝 담아 마셨다.

 

 “이거 완전 꿀맛인데”

 

 

 무슨 색깔을 어떻게 섞어도 술인데 달콤한 음료수를 마시는 기분이 나는게 미스테리했다.

 더 마시고 싶었지만, 옷도 벗기 힘든데 화장실에라도 가고싶을까봐 다 마시지 않고 잔을

 다시 올려놓았다.

 

 

 다시 뒷자리로 돌아가 심호흡을 하고 계속 보던 자료를 보고있었다.

 그렇게 몇십분이 지났을까, 배실장님이 내릴준비 하라는 지시를 했다.

 

 

 [지잉]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차의 문은 자동으로 열렸다.

 문이 열리자 바닥엔 레드카펫이 펼쳐져 있었고, 배실장님은 앞으로 와 하경의 손을

 잡아 에스코트를 해줬다.

 

 

 ‘아 화장실가고싶다’

 

 

 하경은 긴장됬는지 아랫배가 지끈거리며 화장실에 가고싶었다.

 차에서 내려 배실장님의 손을 잡고 호텔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벌써 인터넷 뉴스나 티비에 나오는 유명인사를 둘이나 봤다.

 톱스타 연예인, 기업인 등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실수하면 개망신이겠다 싶어 배실장의 손을 꼭 붙잡았다.

 

 

 

 “긴장하지 마세요. 여기서부터 들어가시면 계이사가 반겨줄겁니다”

 

 

 배실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하경의 귓가로 다가가 무거운 말을 남겼다.

 그 말을 남기곤 배실장은 다시 차로 돌아갔다.

 호텔 로비에 멀뚱히 서있자 도하가 하경을 불렀다.

 

 

 “오셨습니까.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아..아.. 예”

 

 

 갑작스런 도하의 존댓말에 손발이 오그라들것만 같았다.

 하지만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샴페인을 주고받으며 서로 대화를 하고있었다.

 이때 도하는 웃으며 하경의 귓가로 다가갔다.

 

 

 “좀 있음 계현경이 데리고 소개해줄거야 잘해”

 

 

 

 하경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도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 멀리서 사진으로만 봤던 그녀가 다가왔다.

 

 

 길게 빠진 눈매에 나이치곤 탱탱한 피부.

 위로 뻗은 아이라이너는 그녀의 포스를 더 강렬히 만들어 주었다.

 올블랙 드레스를 한손으로 살짝 들어올리고 웃는 얼굴로 하경을 반겼다.

 

 

 

 “류가현씨? 안녕하세요 계현경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하경의 어색한 연기는 시작되었다.

 가슴이 뛰었지만 최대한 티가 나지 않도록 숨죽이며 공손히 인사했다.

 

 

 “잠시 실례가 안된다면 제가 소개를 드려도 될련지요?”

 “영광입니다”

 

 

 계현경은 하경을 안내했다.

 그녀를 따라가자 테이블 앞에서 pa그룹 주주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게 이번 결산때 말야 우리 주식이 상한가를 쳐서말야”

 “그 상한가 치는게 다 내 덕분 아닌가”

 “잠시만요. 여기 오늘 새로운 주주를 소개시켜드리죠”

 “이분은 누구죠?”

 

 

 계현경이 대화에 끼어들자 12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은 일제히 하경을 바라봤다.

 하경은 활짝 웃어보이며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삼엘기업 류건희 회장님 손녀 류가현입니다.”

 “아! 안녕하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중년의 남성들은 하나 둘씩 하경의 주변으로 다가가 악수를 건냈다.

 모두들 사진첩에 있었던 기업 회장님, 임원들이였다.

 그리고 샴페인을 들며 계현경 이사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번 투자때 말야 우리 주연바이오 미국 진출에 힘좀 써달라고”

 “당연하죠 이번 계약 체결하면서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들이 이번에 JJ그룹 회장 딸이랑 약혼했다지?”“네 앞으로 사돈될 사이니 계약건에 대해선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야 계이사는 능력도 좋아?”

 “계이사가 아니라 윤이사가 되어야죠 그렇지 해랑아?”

 

 

 계현경은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주주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소개시킬 생각으로 불렀지만,

 해랑은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얘가 어딜간거야..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개를 돌려 계이사가 자리를 뜨자, 주주들은 하경에게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삼엘그룹 회장님은 안녕하신지요?”

 “네 요즘 그럭저럭 잘 지내고 계세요”

 

 

 예상질문이 나오자 하경은 목이탔는지 샴페인을 한모금씩 마시며 대답했다.

 주하경이 아닌 다른 누군가인척을 하는 일은 생에 처음있는 일이라 상당히 난감했다.

 

 

 “얼마전에 경영권 승계 끝났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네”

 “그룹 경영권 뺏겨서 꽤나 속 좀 쓰렸겠습니다?”

 “뭐... 하하”

 

 

 그들에게 소개된 류가현은, 첩의 자식이라 언제나 없는 자식 취급을 받았었다.

 해외에서 쭉 생활하다 언젠가 본처의 자식이 경영권을 물려받자,

 돌아온 ‘서자’였을 뿐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들은 ‘류가현’ 에게 큰 기대감을 갖고있진 않은 것 같았다.

 계현경을 이기기 위해선 삼엘그룹이란 타이틀을 잘 이용해야하는데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하경은 식은땀이 났다.

 

 

 ‘생각해 생각 이사람들한테 인정받아야만 해’

 

 

 곰곰이 생각하던 하경은 주주들이 웃으며 삼엘그룹 경영권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끊임없이 머리를 굴렸다.

 

 

 “경영권 양보하면서 조건이 있었어요”

 “무슨 조건요?”

 

 

 하경은 용기내 진정한 사기를 쳐보기로 결심했다.

 20억이라는 거액의 숫자가 하경의 두뇌활동에 영향을 준 것이다.

 

 

 

 

 “오빠가 경영권을 받는 대신, 저도 자식이니까 대우를 해달라고 했죠.

  그래서 삼엘그룹 주식의 8%를 양도받았어요“

 “허”

 

 

 삼엘그룹이라는 거대한 기업체의 주식을 8%나 가지고 있다는 것.

 대표이사 만큼이나 강력한 영향권을 행사할수 있다는걸 뜻했다.

 

 

 본처의 아들에게 경영권을 양보하는 대신, 주식을 양도받은 것은

 그에 합당한 능력이 있는 것 아니고서야 쉽게 받을 수 없는 권력이였다.

 

 

 “이정도로 큰 이변이 있었으면 기사에도 났을텐데 왜 한마디도 없었을까요”

 “어떤 회사가 주주명부를 공개하고 싶어할까요”

 

 

 하경이 사기를 치자 그 자리에서 약올리듯이 말하던 그들은 헛기침을 했다.

 별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이 여자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자

 실수라도 한 것 아닌지 신경이 쓰인 것이다.

 

 

 “여기 명함 받으시지요. 언제든 사업상 일이 생기면 연락주십시오”

 “여기도 있습니다 받으세요”

 “잘 들고 있겠습니다”

 

 

 의외로 하경의 사기가 잘 먹힌건지 주주들은 급히 공손한 척을 했다.

 이때 계현경이 한 남자를 데리고 다시 돌아왔다.

 

 

 “오래들 기다리셨죠. 인사하세요 pa그룹 대표 윤해랑입니다”

 

 

 계현경은 해랑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해랑의 소개를 대신 해버렸다.

 해랑은 표정이 없다가 하경을 본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그녀였다. 몇일전에 봤던 그녀가 확실했다.

 

 

 “어 오랜만이네 반갑네”

 “안녕하십니까”

 주주들과 해랑은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해랑의 시선은 하경에게 집중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해랑의 등장에 하경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써 그를 외면했다.

 해랑은 애써 시선을 피하는 하경의 모습을 보고 한발짝 가까이 다가와 하경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맞죠? 저번에”

 “아 하하 예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모른척 넘어가주길 바랬지만 해랑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강아지 같은 천진난만한 눈을 깜빡이며 반갑다는 듯 미소를 짓는 얼굴에 차마

 모른척을 할순 없었다.

 하경은 해랑과 악수를 나눴다. 해랑은 뚫어져라 하경의 눈을 바라보았다.

 

 

 “둘이 아는사이?”

 “잠깐 오다가다 스쳤어요”

 

 

 계현경이 묻자 하경은 샴페인을 한모금 마시고 애써 다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른 한쯕을 보자 도하는 호텔 직원마냥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내고 에스코트를

 했다.

 

 

 얄미운 웬수긴 하지만, 같은 동업자가 저런 대우를 받으며 이 자리에 있다는게 신경쓰였다.

 윤해랑은 앞에서 웃으며 대우받고 있는데, 윤도하는 직원처럼 일만 죽어라 시키다

 유배까지 시킨걸 보니,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제가 듣기론,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한분 더 계시다고 들었는데요”

 “누구..? 아 도하요?”

 

 

 하경은 어쨌든 그의 흑장미가 되어보고자 운을 띄웠다.

 저 멀리서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인맥을 쌓기 위해 고분군투하는 도하를 쳐다보며

 주주들과 계현경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들의 모습을 보자 더 자극받은 하경은 그들의 콧대를 눌러주고 싶었다.

 

 

 “윤도하씨, 거기서 뭐하십니까. 빨리 오세요”

 

 

 하경은 도하를 향해 소리쳤고,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경에게 이목이 집중됬다.

 도하는 갸우뚱 하더니, 이내 하경을 향해서 걸어왔다.

 

 

 “같은 pa그룹 관련주들끼리 이러시면 안되죠. 안그래요 계현경 사모님?”

 “사..사모님?”

 “그렇죠 아직 대표이사 결정난것도 아닌데 벌써 계이사 윤이사 거리는건 좀

  김칫국 마시는거 같아보여서요“

 “허 차 허”

 

 

 아무도 예상할수 없었던 하경의 반격에 주주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경을 바라봤다.

 계이사는 살짝 하경을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이내 평정심을 찾고 미소를 띄며 말했다.

 

 

 “뭐, 모르는 분들이시라면 그렇게 느낄수도 있겠네요. ‘잘’ 모르시니까요”

 “아뇨 얼마전에 윤도하씨가 기획한 외화투자주식 상품 때문에 한차례 변동이 있었다는

  것까지 다 듣고 왔는걸요?“

 “그럼 잘 아시겠네요. 우리같은 사회지도층은 시간도 곧 돈인데 계산 실수한 사람이

  이사직에 오를수 없다는것도요“

 

 

 계현경은 하경에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러다 주주들은 역시 계현경이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러자 계현경은 도하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툭 털어주며 말했다.

 

 

 “우리 도하가 특별히 미워서 그런게 아니라요, 실력이 형만치 못해서 이렇게 된거에요

  어쩌다 유치하게 누구 하나 따돌리는것처럼 보여서 불쾌했다면 사과드리죠“

 “이손 치워”

 

 

 도하는 이를 악물고 계현경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계현경은 픽 웃으며 다시 도하를 자극했다.

 

 

 

 “우리 도하가 좀, 인간적인 면모가 많아서요”

 “제가 아는 사실이랑 좀 다르네요. pa그룹에 투자하기 몇 년 전부터

  직접 조사하고 알아봤는데 말이죠“

 

 

 하경이 다시 되받아치자, 분위기는 끊어질 듯 말 듯 팽팽히 늘어진 긴장감이 펼쳐졌다.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계현경과 하경의 싸움아닌 싸움을 지켜봤고,

 조용해진 상태에서 하경은 말을 이어나갔다.

 

 

 “윤도하씨가 미국에서 돌아온게 언제부터죠?”

 “6년 됬습니다”

 “그럼 제가 알고있는게 맞네요. 사실 제3금융권이라 쳐도 할말없던

  대한민국 중견 그룹이 이렇게 단 6년만에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라는 타이틀을 달수

  있었을까요?“

 “그건..”

 “그렇죠. 그건 제가 알기론 미국에서 오랜기간 선진금융을 연구해 온 윤도하씨가

  pa그룹으로 돌아가 많은 상품을 개발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내의 분위기는 이내 수군수군 거렸다.

 

 

 “그렇게 차별하더니..”

 “윤도하가 딱하긴 하지”

 “결국 터질게 터졌네”

 

 

 

 주변에서 웅성거리며 귓속말을 했지만 계현경의 귀에 콕콕 박히게 들렸다.

 묘하게 흘러가는 파티 분위기에, 계현경은 수습짓기 위해 하경에게 가까이 한발짝

 다가가 말을 꺼냈다.

 

 

 “도하가 있을 때 성장했던 이유는, 사실 운이 좋았던거죠. 그땐 지금처럼 외화가

  폭락할일도 없었고 지금처럼 불경기라 내수시장이 침체된것도 아니였잖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요? 그때나 지금이나

  결국 시장의 파이는 성장할수록 똑같이 커졌죠. 지난 6년간의 성과를 단순히

  운이라고 치부하기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네요.“

 

 

 계현경은 슬슬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해랑은 나오려던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이 재밌는 광경을 열심히

 지켜봤다. 도하는 하경의 또라이기질이 이렇게 폭발한 것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저희 삼엘그룹은 금융쪽으로 발을 뻗어본적이 없었거든요.”

 

 

 하경은 계현경을 향해 눈을 아래로 게슴츠레 내리보며 말했다.

 

 

 “이번 기회에 pa로 투자해서 괜찮으면 삼엘그룹 금융거래를 pa로 옮기려했는데,

  그 중심에 있는 윤도하씨가 이렇게 빠지면 좀 섭섭하죠

  아시죠? 저희 삼엘 임직원들 다 합치면 20만명정도 되는거요”

 

 

 도하는 당당하게 사기치는 하경의 모습에 반쯤 넋을 놓았다.

 여론을 몰아달라고 계약한 사이긴 했지만, 강력하게 계현경을 제압할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여잔줄은 몰랐던거다.

 그녀의 행동에 도하는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어머니, 우선 들어가서 쉬셔야겠는데요?”

 “어 어 그래 자네도 얼른 들어가 보게나. 젊은 아가씨가 생각이 야무지시네요”

 

 

 해랑이 화가 잔뜩 나있는 계현경을 부축했다.

 옆에서 경청하고 있던 주주들은 계현경의 눈치를 힐끔 보더니 하경의 현안을 칭찬했다.

 

 

 “사업하는 사람이 날카로운 분석정돈 할줄 알아야 사업장을 끌어가죠”

 “허허허 가현씨 혹시 언제 시간되는 날 있으신지요? 우리 골프라도 한번 치러갑시다”

 

 

 계현경은 두통이 온건지 해랑의 팔짱을 끼고 가볍게 목례를 하며 퇴장했다.

 주주들은 계현경과 하경의 눈치를 번갈아 보다, 본인들에게 더 이익이 될만한 쪽으로

 붙었다.

 다행히도 이번 싸움의 승자는 ‘류가현’ 이라 주주들의 마음을 살짝 움직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도하씨도 수고 많았네. 삼엘에서 자네를 점찍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구만”

 “과찬이십니다”

 “그동안 우리가 좀 소홀했던거 인정하네. 마음속에 담아놓지 말게나”

 

 

 주주들은 가현에게 날짜를 잡아내며 혹시나 모를 반동에 대비해 도하에게도 말을 걸어주기

 시작했다.

 삼엘그룹이라는 거대한 회사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는 인물이라면, 잘 지내서 손해볼게

 없기 때문이였다.

 

 

 ‘오늘 똘끼 제대로 발산했네 주하경’

 

 

 도하는 바뀐 분위기에 얼떨떨함을 감추질 못하고 하경을 바라봤다.

 하경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인파들 속에 섞여 그런 도하를 눈치채지 못했다.

 못하겠다고 고속도로에서 목숨건 사투를 걸땐 언제고, 막상 실전에선

 똑똑하게 대처하는 하경이 새롭게 보였다.

 

 

 ‘고마워 하경씨’

 

 

 도하는 속으로 혼잣말을 하며 주주들과 교양있는 대화를 주고받고 있는 하경을 바라봤다.

 하경이 가진 똘끼도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느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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