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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중국답게, 호박처럼 달려있는 호롱불은 금빛을 내어 화려했다.
이른 초저녁이지만 화려한 불빛들과 많은 인파들이 낮인지 밤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와.. 여긴어디에요?”
“맛있는 것 많이 파는데요 매년 와서 포식하고 가요”
룽얼은 눈을 크게 뜨고 불빛들을 눈속에 담았다.
해랑은 큰 눈망울 안에 비치는 빛을 보고 잘 데려온 것 같아 흐뭇해졌다.
“맛있는거요..?”
“네 많아요 사줄까요?”
“설마.. 이런거에요?”
룽얼은 길을 지나가다 바로 옆 꿈틀거리며 꼬챙이에 껴있는 전갈들을 보고 경악했다.
번쩍이는 불빛 사이에 선텐하듯 놓여있는 벌레들을 보고 양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해랑은 픽 하고 웃어보였다.
“전갈은 내취향이 아니고, 난 이게 좋아요”
해랑은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불가사리를 하나 집더니, 주저없이 한입 베어물었다.
씹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룽얼은 표정관리가 어려웠다.
“난 어릴때부터 먹어왔던거라 잘먹어요 한국사람들 번데기 먹듯이”
“한국인 아니였어요?”
“원래 중국에서 살았었어요”
“한국말 잘하시길래 한국인인줄 알았어요”
불가사리를 씹으며 우물우물 대답하는 해랑을 보고 의외라는 듯 룽얼은 갸웃했다.
멍하니 자신의 얼굴만 바라보는 룽얼을 보고 해랑은 탕후루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건 먹을만 할거에요. 딸기에 설탕물 묻힌거라 달콤해요”
“불가사리 맛있어요?”
“어릴 때, 아버지가 많이 사줬어요 그래서 남들보단 잘먹어요”
해랑은 씁쓸한 표정으로 불가사리의 남은 다리 한쪽을 와각 씹곤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탕후루를 한입 베어먹으며 룽얼은 해랑의 표정을 관찰했다.
뭔가 쓸쓸해 보이는 눈빛을 보니 과거를 그리워 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해랑의 과거에 관심이 생긴 룽얼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기서 살았어요?”
“10살때까진요. 뒤론 부모님이 이혼해서 어머니 따라 한국가서 쭉 살았어요”
“꽤 힘들었겠네요”
“그래서 일년에 한번은 혼자 불가사리 씹으러 와요”
“혼자요?”
“스무살때부터 8년동안 혼자왔어요. 쓸쓸하긴 한데 누가 불가사리를 좋아해야 같이 오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아무렇지 않단 듯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여과없이
말하는 해랑을 보자 룽얼은 왠지 그가 측은해 보였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왠지 모를 외로움에 사무친 사람처럼 보였다.
룽얼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 오늘 하루 친구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무슨맛인지 궁금하네 한번 먹어보죠 뭐”
“진짜 먹게요?”
룽얼은 해랑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로 앞에 꽂혀진 불가사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망설임 없이 씹었지만, 이미 옴짝달싹 못하는 입꼬리는 혀끝으로 퍼지는 맛 때문에
후회스럽단 표정을 숨기기 힘들었다.
“괜찮아요? 꽤 비릴텐데”
“좀 비린데 먹을만 한 것 같아요”
“굳이 안먹어도 되요 맛없으면”
“아닌데요? 맛있어요 또 사달라 하면 사줄거죠?”
룽얼은 한입 씹을 때 마다 코끝까지 찡해지는 비린맛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입꼬리를 억지로 올라가며 맛있게 먹는 척을 했다.
인상은 찌푸려 지는데 억지로 웃으려고 하자 안면이 엽기적이게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보곤 해랑은 푸핫 하며 웃음이 팡 터졌다.
“나 웃기려고 일부로 먹은거죠?”
“올해는 혼자 먹은거 아니고 나랑 같이 먹었어요? 그러니까 쓸쓸해 하지마요”
룽얼은 겨우 불가사리를 다 먹고 으 라며 전신을 부르르 떨곤 꼬지를 내려놓았다.
해랑은 그런 룽얼에게 빠져들것만 같았다.
누군가 인간적으로 아무 조건없이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은 오랜만이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쓸쓸해 보인다고 불가사리 같이 먹어주는 여자는 흔한여잔 아니니까 말이다.
“다 먹었어요? 그럼 잠깐 나 따라와볼래요?”
“네?”
해랑은 룽얼의 팔목을 잡았다.
룽얼은 놀라서 흔들리는 눈빛으로 해랑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커다란 손이 팔을 감싸자 따듯한 살결이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팔목을 잡은 해랑의 팔엔 두드러진 힘줄이 보였다.
룽얼은 그의 힘줄과 촉감, 해랑의 돌발행동에 우왕좌왕 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곧 시작할거에요 빨리 와야 좋은자리에서 볼 수 있어요”
해랑은 룽얼의 손목을 잡고 인파를 헤집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룽얼이 혹시나 불편해 할까봐 그녀 앞에있는 사람들을 보디가드처럼 밀어내며 데리고갔다.
여러군데서 퍼지는 경쾌한 음악소리에, 화려한 불빛들, 그리고 그를 따라 끌려가는
룽얼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팡 팡 팡]
얼마나 달렸을까,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스차하이가 보였다.
청명절을 기념해 호롱불을 강에 띄우기 시작했다.
다리 밑엔 많은 강태공들이 돈을 받고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우리도 얼른 타요”
해랑은 룽얼의 양팔을 잡고 나룻배에 몸을 실었다.
강태공에게 돈을 주자 태공은 호롱불이 가득 모여있는 강의 중간으로 나아갔다.
“우와..이런거 처음봐요..”
강에는 호롱불, 위로는 촛불과 연등, 중국 전통 음악소리에 완벽한 축제 분위기였다.
룽얼은 축제를 감상했지만, 해랑은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뗼수 없었다.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에 같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해랑은 천천히 룽얼의 손목을 따라 손을 스륵 내렸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살결에 흥분이 고조된 듯 붉은 불빛처럼 얼굴도 붉어졌다.
룽얼의 손목을 타고 내려와 깍지를 끼고 손을 잡자 룽얼은 그제서야 룽얼을 바라봤다.
“매년 혼자 왔었어요. 근데 올해는 같이 하는 사람이 있어서 쓸쓸하지 않네요. 고마워요”
룽얼은 그의 기다란 손가락이 손등을 덮치자 숨이 가빠왔다.
흥분되는 기분이 축제 때문인지, 해랑의 심장박동수가 손을 타고 느껴져서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지금 그 둘은 서로에게 가슴이 설레었다.
룽얼의 눈에 담긴 해랑은 사랑에 빠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마워요 이런구경 시켜줘서 근데 좀 덥네요”
룽얼은 처음보는 남자에게 빠르게 빠져드는 것이 겁났다.
그래서 해랑이 잡고있던 깍지손을 빼고 손 부채질을 했다.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해요”
“뭐 이정도가지고..”
룽얼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려 강에 띄워져 있는 호롱불을 톡 건드렸다.
대답을 피하는 룽얼을 다그칠 생각이 없었던 해랑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마음이 나처럼 빨랐으면 좋겠지만, 느리다면 느린대로 기다려줄 생각이니까 말이다.
저 순수한 눈망울이 언젠간 나를 갈망할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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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망했다”
기숙사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통금시간이 정해져있었다.
교환학생인 룽얼에게도 예외란 없었다.
통금시간인 11시가 되어버리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축제가 끝난후, 데려다 주겠단 해랑의 말에 차 앞까지 왔는데 타지도 못하고
서성이는 룽얼을 보고 해랑이 물었다.
“무슨일 있어요?”
“축제가 너무 재밌어서 보느라고 시간을 못지켰어요.. 통금이 11신데”
“기숙사통금요?”
“네”
해랑은 손목시계를 한번 보곤 골똘이 생각에 잠겼다.
칭화대는 가뜩이나 먼거리에 통금시간이 지나서 거기까지 가는건 무리일것만 같았다.
“아는사람은 없어요? 여긴 관광지라 모텔도 다 예약찼을텐데”
“네 없어요.. 그냥 칭화대 앞에 세워주세요 밖에서 몇시간 있다 새벽에 들어가면 되요”
가뜩이나 산골에 위치한 학교에 소등 된 기숙사 앞에서 몇시간동안 여자 혼자 앉아있겠단
말이 쉽게나오는 룽얼을 보자 해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룽얼은 조심스레 말을 바꿨다.
“칭화대가 너무 멀어서 부담되시면.. 그냥 여기서 버스타고..”
“자고갈래요?”
“네???”
룽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랑이 딱 잘라 제안했다.
해랑의 돌직구에 룽얼은 당황해서 대답조차 못했다.
입을 떡 벌리고 해랑만을 바라보자 해랑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해명했다.
“아뇨 그런 뜻이 아니고 호텔을 예약했는데 방이 다차서 트윈룸을 예약했거든요
침대도 두 개 있겠다, 이미 시간도 늦었는데 쉬고 가요“
“아니 저 그래도..”
해랑은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는 룽얼에게 다가가 차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저 싫다는 사람 안 건드려요. 얼른 타요 내일 아침에 데려다 드릴게요”
“그러면.. 실례 좀 할게요..”
해랑의 호의적인 눈빛을 믿어보기로 한 룽얼은 차에 올라탔다.
차에 시동이 걸리는 순간 룽얼의 가슴은 쿵쾅쿵쾅 요동을 쳤다.
‘별일 없을건데 심장이 혼자 지랄이야’
숨을 깊게 들이쉬곤 침착해 지려 눈을 지긋이 감았다.
머릿속엔 잡생각이 다 들었지만 최대한 초연한척 해랑의 차에 몸을 맡겼다.
해랑은 그 모습을 보자 귀여운 행동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여자,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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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마실래요?”
해랑의 말대로 호텔까지 오긴 했는데, 막상 들어오니 긴장되어 룽얼은 침대 위에
짐도 풀지 않은 채 앉아있기만 했다.
낮에 보여준 당당한 모습들은 어디가고 조신히 앉아있는 룽얼에게 긴장을 풀자는 의미로
해랑은 맥주를 건냈다.
룽얼이 말없이 맥주를 손에 쥐고만 있자 해랑이 대신 맥주 캔을 따주며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으면 저 나쁜놈 된거같아요”
“절~대 그런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너무 고마워서 그래요 이래 저래 신세지고..”
“그럼 그런의미로 건배 한번 할까요?”
둘은 가볍게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셨다.
오랜만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지 술이 술술 넘어갔다.
가볍게 한캔을 비우고 , 두캔, 세캔 .. 캔수가 늘어가자 슬슬 해랑과 룽얼은 긴장이 풀렸다.
해랑은 셔츠단추를 두어개 풀곤 나른한지 침대에 걸터앉았고
룽얼은 짐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키득 거리며 말까지 놓아가며 수다를 떨었다.
항상 외로웠던 중국에서 마음맞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 해랑은 룽얼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한국가서도 연락하고 지낼까?”
“그럼 좋지 중국에서 친구사귀고 가게될줄은 몰랐는데”
“근데 한국가서도 지금처럼 대해줄 수 있어?”
“지금처럼이 어떤건데?”
“그냥 편하게 부담없이 사람처럼”
룽얼은 고개를 갸웃 했다.
연락하고 지내면 지내는건지 저런 질문을 하는 해랑이 의아했다.
뭐 사실, 하는 행동으로 봤을땐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긴 했지만,
룽얼에겐 한국에 돌아가도 불가사리 잘먹는 중국인 교포친구라는 건 변치 않을 것 같았다.
해랑이 침대에 옆베개를 하고 눕자, 룽얼도 반대쪽 침대에 누워 해랑을 바라봤다.
“너 무슨 대통령 아들이라도 되?”
“아니”
“그럼 막 TV나오는 유명인이거나 톱스타정도 되?”
“가끔 뉴스같은덴 나오긴해”
뉴스에 나온다는 말에 깜짝 놀란 듯 룽얼은 눈을 크게 떴다.
해랑은 말하지 말걸 이라며 후회가 일었다.
제발 더 이상 본인에 대해 묻지 않아줬음 좋겠다.
아니 알면서도 지금처럼 대해주길 바란다면 욕심인걸까.
룽얼의 눈을 피해 다른곳으로 시선을 고정하자 룽얼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설마.. 살인범이나 강력범죄 저지른건 아니지?”
“풉”
양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조심스레 물어보는 룽얼을 보고 해랑은 웃음이 터졌다.
뉴스에 나온다 하면 물어보거나 인터넷에 이름부터 쳐보는 보통사람들과 달리 엉뚱한 생각을
하고있는 룽얼이 웃겼다.
“내가 막 흉악범죄 저지를 상이야?”
“그치? 혹시나 해서. 그럼 딱 됬네”
“뭐가?”
“뭐 대통령 아들도 아니고 톱스타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면 평범한거 맞잖아?
뉴스엔 나도 나왔어 해운대에서 취재하길래 인터뷰 했거든“
“이야 유명인이네”
“놀릴래?”
해랑이 큭큭 거리며 웃자 룽얼은 찌릿 하고 눈빛을 보냈다.
더 이상 묻지 않고 계속해서 편하게 대해주는 룽얼에 대해 해랑은 더 알고싶어졌다.
“넌 어디살아?”
“지금은 서울. 이번학기 끝나고 졸업하면 부산으로 내려갈거야”
“부산이 고향인가봐?”
“응 대학이 서울이라 어쩔수없이 서울에 사는데 부산이 그리워 바다도 실컷 못보고 답답해”
룽얼이 천장을 보고 기지개를 켜며 대답하자 해랑은 살짝 고민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지금 해랑에게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른게 아니니깐 말이다.
“혹시 남자친구 있어?”
이 질문을 던지자 룽얼은 다시 해랑을 바라봤다.
살짝 당황한 듯 표정을 짓더니 약간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아니, 남자친구는 없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
“좋아하는 사람? 누군지 궁금한데”
“보여줄까? 진짜 잘생겼음”
좋아하는 사람얘기가 나오자 아이처럼 신나했다.
그 모습에 해랑은 살짝 서운하기도 했지만, 이런 순수한 여자의 마음을 가져간 남자가 누군가
내심 궁금했다.
“잘생겼지? 이름도 잘생겼어 현경태”
가방에서 뒤적거리더니 왠 남자의 증명사진을 보여주며 배시시 웃었다.
딱봐도 기생오래비처럼 생긴 외모가 해랑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이렇게 함께인데 룽얼의 마음이 다른사람을 보고 있었다는게 썩 기분좋지 않았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길 바랬는데 조금은 서운한 듯 해랑이 말했다.
“별로 잘생긴진 모르겠는데”
“내눈에만 잘생기면 됬지”
사진을 다시 지갑속으로 챙기며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자 해랑은 조바심이 생겼다.
이렇게 한국으로 돌아가면 저 기생오래비같은 인간이랑 잘될까봐 겁이 났다.
저 사람보다 내가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알게된 것 같아 해랑은 비장의 돌직구를 꺼냈다.
“그럼 남자친구 지금은 없는거지?”
“응 나혼자 짝사랑중이니까”
“그럼 나랑 사귈래?”
“응????”
침대에 앉아 다시 맥주를 마시다 해랑의 돌직구에 맥주를 다시 뱉어냈다.
그리고 그를 보며 당황했는지 말을 어버버 거렸다.
“아..이.. 이런장난.. 재미없다 야”
“장난 아닌데. 나랑 사귀자”
“아니..하 너무 당황스러워서 뭐라말해야할지”
“그냥 나랑 오늘처럼 밥먹고 데이트 하자고. 만나보면 사람 마음 바뀔수도 있는거잖아”
해랑의 미친 돌직구에 입이 타오르는 느낌에 룽얼은 맥주를 마셨다.
눈을 어디둘지 몰라하는 룽얼을 보자 해랑은 그제서야 너무 성급했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대답 안해줘도 되. 대신 한국가면 꼭 연락줘”
“피곤하다. 나 먼저 잘게”
룽얼은 그렇게 해랑에게 뒤돌아서 이불을 푹 뒤집어 썼다.
돌직구에 한 방에 지쳐 쓰러진 룽얼을 보고 해랑은 아쉬웠지만 속으로 다짐했다.
사람 마음은 언제나 바뀔 수 있으니까.
한국에서도 꼭 다시 만나 룽얼의 마음을 얻기위해 노력하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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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바라보며 옛날일을 떠올리니 괜시리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그날 아침, 일어나보니 연락하라는 쪽지 하나만 남기곤 떠나간 여자였다.
연락처는 없는 번호라 뜨고 한국에 와서 코빼기도 보이질 않아 다신 못볼줄 알았는데.
어떻게서든 만날 인연이였는지 이곳에서 만난게 너무 반가웠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해랑은 혼자 그녀의 이름을 되뇌었다.
“류가현.. 류가현이였구나”
작게 한번 더 되뇌이곤 그때 생각했던 다짐을 다시 꺼냈다.
어렵게 돌아온 기회인 만큼 이번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