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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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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만남
작성일 : 17-07-31     조회 : 273     추천 : 0     분량 : 8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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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왔어도 하나도 안반갑다..”

 

 

 3일동안 꿈같이 정신없는 생활을 하고 돌아온 부산은 여전했다.

 사무실 입구에 다다르자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나왔다.

 기막힌 계약 때문에 정신이 팔려 사무실엔 아무연락도 해놓지 않아 걱정이였다.

 

 

 ‘뭐라고 둘러대야하지’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쉼호흡을 한번 쉬곤 사무실 문을 열었다.

 이미 직원들은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도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하경을 보고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잘 갔다왔어? 나한테 말 좀 해주지”

 “으응?”

 

 

 아무렇지 않은척을 하며 자리에 앉자 뒷자리에 있던 김계장이 거들었다.

 

 

 “대박이다 하경씨. 그런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말을하지 그럼 좀 도와줬을텐데”

 “네?? 그런일요?”

 

 

 하경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비밀로 했던 계약이 발각이라도 된 것 아닌지 오금이 저려 옴짝달싹 못하겠다.

 모두들 맹하니 서있는 하경을 바라보자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었다.

 

 

 ‘이걸 말해 말어?’

 ‘비밀계약인데 어떻게 알고있는거지?’

 ‘도대체 뭘 말하는거야 미치겠네’

 

 

 직원들이 다들 자신이 뒷말을 이어주길 원하는 것 같아 입을 떼려는데,

 재수없게 생긴 노마가 하경이 앉아있는 의자 뒤로 걸어와 대신 말을 이어줬다.

 

 “하경씬 참 능력도 좋아 마음에 안드는 고객 쥐어패고 일도 못하는데 그런자릴 꿰차고 말야.

  역시 될사람은 되나봐?”

 “아뇨 상무님 그게 제가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라요”

 “그래 시켜서 하는거겠지.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안그래?”

 

 

 노마는 팜플렛을 하경의 책상에 툭 던졌다.

 이게 뭔가 싶어 들여다보곤 하경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PA 고객님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커다란 글씨 아래엔 이력서에 넣었던 증명사진

 얼굴이 합성되어 있었다.

 팔로 하트표시를 하고 있는 팜플렛 앞면을 보고 있으니 도리가 옆에서 말했다.

 

 

 “이런거 하면서 일까지 하느라 되게 힘들었겠다”

 “아.. 뭐 그렇지 좀 정신없었어”

 “하경씨 의외로 되게 잘나왔다? 화면빨이 좀 받나본데?”

 

 

 뒷자리 김계장과 도리가 팜플렛과 하경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비교했다.

 이 상황을 어찌 해석해야할지 모르겠는 하경은 그저 벙진 채 팜플렛만 바라봤다.

 

 

 “이것도 니가쓴거야? 그렇게 회사 욕할땐 언제고 진짜 대단하다”

 

 

 도리가 팜플렛 다음장을 넘겨주자, 온갖 상품관련 인터뷰와 설명이 적혀져 있었다.

 맨 마지막엔 ‘pa은행 부산지점 주하경 사원’이란 출처가 박혀있었다.

 설마 윤도하가 시간없다고 한 이유가 이거 때문인가 싶어 일단 수긍하는 척 했다.

 

 

 “어..뭐 시키니까 해야지”

 “좋겠네 하경씨. 위에서 그런거 시킨다고 하경씨는 출퇴근시간도 조정해달라고 하던데.

  참 회사 날로다녀 그치?”

 “죄송합니다 상무님 제가 그러고 싶은게 아니라요”

 “됬어 하경씨 몫은 남은사람들이 분담해서 개같이 일하면 되니까 걱정 하지마”

 

 

 노마는 끝가지 재수없는 말투로 하경을 공격하곤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노마의 말을 듣고 미안해진 하경은 다른 직원들의 눈치를 살폈다.

 

 

 “하경아 신경쓰지마. 노마 원래 싸가지없잖아”

 “그래도 미안..”

 “시켜서 하는건데 어떡하겠어. 그래도 이런 표지에 얼굴도 실리고 좋겠다 밥한번 사 하경씨”

 

 

 악독한 상사 아래엔 다행히도 착한 동료들이 있어 하경은 감동스러웠다.

 가뜩이나 인생 최악의 미션을 수행중인데 동료들마저 괴로움을 주면 아마 못버텼을 것이다.

 

 

 “모두들 고마워요. 내가 꼭 밥한끼 살게요”

 

 

 동료들에게 웃으며 대답하자 다들 끄덕이며 팜플렛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경은 일단 근무를 시작하기 위해 팜플렛을 책상에 꽂아놓고 손님맞을 준비를 했다.

 윤도하가 오면 무슨일인가 물어보자 싶어 문을 자주 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을 하고있다가 문에 검은 양복을 입은 한 남자가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여기 혹시 주하경씨 계십니까”

 “예 제가 주하경인데 누구세요?”

 

 

 하경이 어벙벙한 표정을 짓고 손을 빼꼼히 들자 남자는 한껏 미소를 띄며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세창백화점 비서실장입니다. 여기 일단 명함 받으십시오”

 

 

 ‘세창?? 설마 거기?’

 

 

 하경이 발로 남성의 소중한 알들을 깨빡냈던 사장님이 가진 백화점이였다.

 이제 거기와는 거래를 끊은줄로 알았는데 비서가 찾아오는 이 상황이 이상했다.

 

 

 “이거 받으세요. 그리고 이것도요”

 “뭔데요?”

 “열어보시면 압니다”

 

 

 커다란 꽃다발 바구니를 하경의 자리에 올려놓자 하경은 바구니를 책상으로 옮겼다.

 안을 보니 왠 카드가 있어서 열어보자 깜짝 놀랄만한게 들어있었다.

 하경이 뜨억 하고 놀라자 비서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희 사장님이 그동안 무례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직접 오시면 불쾌해 하실 것 같아 제가 대신 왔습니다.

  꽃바구니와 상품권은 사과의 의미이니 정성으로 받아주십시오”

 

 

 “어.. 어.. 감사합니다”

 

 

 하경은 무슨말을 할지 몰라 입을 우물 거리다 비서와 똑같이 90도로 인사를 했다.

 카드 안 상품권에 1뒤에 0이 6개나 찍혀져있는걸 보곤 난감해서 같이 인사를 하고말았다.

 

 

 “감사하긴요, 작은 정성이라 생각해주십시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 아..안녕히가십시오”

 

 

 비서는 하경의 깍듯한 서비스 인사를 받고 은행문 나섰다.

 온갖 추잡한 짓은 다하더니 갑자기 왠 사과인가 싶어 상황파악이 전혀 되질 않았다.

 

 

 “와 왠일이야? 이건 또 뭐고?”

 “나도 몰라.. 갑자기 왜 이러는지”

 “어쨌든 진짜 잘됬다 이런것까지 주다니 상품권은 얼만데?”

 

 

 도리가 신기한 듯 꽃바구니를 구경했다.

 하경은 상황파악을 위해 머리를 굴리다 정문 옆 샛문으로 도하가 들어오는걸 봤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걸어가는 도하를 보곤 하경은 자리에서 휙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갔다올게”

 “어 야 어디가 얼마받았냐니깐?”

 

 

 궁금해 하는 도리를 뒤로한채 하경은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며 사무실을 나왔다.

 그 사이 도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고 버튼을 눌러 문이 닫히고 있었다.

 

 

 “잠깐만요!”

 

 

 하경은 있는 힘껏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어 닫히는 문을 향해 발을 뻗었다.

 하경의 발이 걸리자 엘리베이터는 다시 문이 열렸고,

 도하는 하경을 한번 힐끔 보곤 11층을 눌렀다.

 

 

 “오늘 상황 설명 좀 해줘요 어떻게 된건지”

 

 

 문이 닫히자 마자 무섭게 하경은 들고온 팜플렛을 들이밀며 도하에게 물었다.

 도하는 하경이 들고있는 팜플렛을 뺏어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이정도면 꽤 잘나왔네”

 “뭐냐니까요 이거?”

 “앞으로 나 따라서 자리비울일 많을텐데 핑계거리 정돈 만들어 놔야지”

 “아니 또 나한테 말도없이 일만든거에요?”

 “계약사항 잊은거 아니지? 을은 갑의 말에 따른다”

 

 

 도하가 계약사항을 들먹이자 하경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멈췄다.

 

 

 “뭐 나쁠 것 없잖아? 이거 한다고 업무적인걸로 노상무가 하경씨 괴롭힐일도 없을거고.

  계약만 신경써도 머리아플테니까 회사는 신경쓰지 말라고”

 “그럼 그 세창은 뭐 어떻게 된건데요”

 

 

 하경이 팜플렛을 뺏어들고 다시 물어보자 도하는 팔짱을 끼고 하경을 쳐다봤다.

 오묘한 미소를 짓는 그가 적응이 되질않아 하경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의 얼굴에 차가운 눈빛은 어딜가고 미소를 지으며 하경에게 다가와 말했다.

 

 

 “cctv돌려서 확 뿌린다니까 꼬리 내리던데?”

 “그럼 윤도하씨가 해결한 거였어요?”

 “응 하경씨가 생각보다 일을 잘해서 말야. 나도 좀 도와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지”

 

 

 

 도하의 눈이 예쁘게 휘어져 따뜻한 미소가 나오자 하경은 가슴이 떨려 어쩔줄을 몰랐다.

 이 남자와 엮여서 인생에 그지같은 일이 생겨 피곤하다 생각했다.

 근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남자가 내 문제까지 해결해주고 다정하게 굴어주니 괜히

 흐물흐물해지는 마음은 다스릴 수 없었다.

 

 

 ‘가만있어도 고마워서 심장이 벌렁이는구만 얼굴은 가까이 들이밀고 그래 심장터지게’

 

 하경의 가슴속의 심장이 하경만 들을수 있는 외침을 선사했다.

 두근두근거리며 얼굴이 빨개지려 하자 하경은 도하의 얼굴을 휙 피해버렸다.

 눈을 아래로 내리깔곤 도하가 사준 토끼슬리퍼를 보며 말을 꺼냈다.

 

 

 “이따 퇴근하고 밥 먹을래요?”

 “밥?”

 “아니.. 뭐 고맙기도 하고 대접하고 싶어서요. 내가 살게요”

 “음..”

 

 

 도하는 대답에 뜸을 들이며 하경을 스캔했다.

 갑자기 고개를 휙 돌려버려서 왜 저러나 싶었는데 자기가 사준 토끼슬리퍼를 신고

 양 손가락을 비비 꼬며 말하는 모습을 보니 귀여워서 거절할 수 없었다.

 

 

 “정 그렇게 밥을 사주고 싶다하니 한번은 가서 먹어줄게”

 “정말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하경은 토끼슬리퍼에 달린 토끼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하를 바라봤다.

 엘리베이터의 빛이 눈동자에 비쳐 반짝이는 눈 속에 도하를 담았다.

 도하와 눈이 마주치자 또 쑥스러운지 눈동자를 다른쪽으로 돌렸다.

 

 

 

 자기 감정에 솔직한 하경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올 것 같은데 억지로 꾹 참으며

 대답에 뜸을 들였다.

 

 

 [11층입니다]

 

 

 한창 대화중인데 11층이라는 멘트가 나오고 문이 열렸다.

 도하는 문열림 버튼을 누르고 하경의 슬리퍼를 보며 대답했다.

 

 

 “그렇게 얘같은 표정을 짓고있으면 내가 사줘야할거 같은데?”

 “토끼요?”

 

 

 반짝이고 동그란 눈망울에 긴 속눈썹 새하얀 피부에 복슬복슬하게 생긴 인상이

 도하는 딱 하경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귀여운 그 표정은 아무래도 거부할수 없는 치명적인 귀여움이였다.

 

 

 “퇴근하고 7시쯤에 후문 앞으로 나와. 그럼 오늘도 수고해”

 

 

 도하가 하경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곤 엘리베이터를 나오자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혔다.

 하경은 갑작스럽게 스쳐간 도하의 손길에 안그래도 비정상적이게 뛰는 심장이

 가슴이 터질 듯이 뛰는걸 느꼈다.

 

 

 “거 사람 참.. 오늘따라 왜이리 다정한거야 적응안되게”

 

 

 하경은 혼잣말을 웅얼거리곤 신고있던 토끼인형을 바라봤다.

 괜히 부끄러운지 토끼를 보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배시시 웃었다.

 

 

 

 **

 

 

 정신없는 하루가 흘러 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었다.

 하경은 퇴근하기 전 탈의실에서 파우치를 꺼내 화장을 고쳤다.

 핑크빛이 도는 립글로즈를 입에 덧바르자 뒤에서 옷을 갈아입던 도리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어디 가? 화장에 힘 좀 주는데?”

 

 

 도리가 하경에게 다가와 음흉하게 말했다.

 눈치 빠른 도리가 혹시나 누굴 만나러 가는걸 보기라도 할까봐 덜컥 겁났다.

 황급히 바르던 글로즈를 집어넣곤 파우치를 챙기며 말했다.

 

 “아.. 아 오늘 친구들 만나러 가려구”

 “이제 솔로되니까 불금 좀 즐기러 가는거야?”

 “현경태 만나면서 잃어버린 1년만큼 즐기고 올게”

 

 

 능글맞게 사기를 치고선 급히 옷을 꺼내입고 탈의실을 나왔다.

 도리에게 거짓말을 친건 미안하지만, 비밀유지를 위해 입단속을 하며 뒷문으로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왔다.

 

 

 [빵]

 

 

 뒷문을 나오자 뒷골목 주차장어귀에 세워져 있는 페라리에서 경적소리가 울렸다.

 하경은 누가 볼까 두리번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힐끔힐끔 주변을 살피다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서야 조수석에 휙 올라탔다.

 

 

 “무슨 죄졌어?”

 “빨리 가요 누가 보기라도 하면 큰일나요”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푹 숙이자 도하는 호들갑떠는 하경이 또 귀여워보였다.

 

 

 “차 안은 선팅되서 안보이거든. 고개 좀 올리지?”

 “아 예”

 

 

 민망했는지 가방을 내려놓곤 다소곳하게 손을 모아 앉았다.

 도하는 하경의 어설픈 모습들도 좋아보였다.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순간 도하는 문득 자신이 뭔가 정상이 아니란걸 깨달았다.

 

 

 ‘뭐지? 내가 왜 얘가 귀엽다고 느끼지?’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행동들이 철딱서니 없어보여 짜증이 치밀어 올랐었다.

 근데 하경이 주주총회에서 도하의 기를 살려준 그 날부터 조금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일 잘하는 직원이 곱게보이는건 당연한거지 나는 지금 정상이야’

 

 

 사회 지도층으로서 아랫사람을 아끼는건 참된 행동라며 자기합리화를 시켰다.

 다만 여자니까, 스킨십만 조심하면 괜찮을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경은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도하를 관찰했다.

 

 

 “고개 아파요? 담걸렸어요? 어디봐요”

 “어어 손대지마 내가 알아서해”

 “아..예”

 

 

 무안해진 하경은 다시 새초롬하게 손을 무릎에 올리고 조신하게 자세를 잡았다.

 왠지 이상해진 분위기에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하니까 이상하죠? 노래 좀 틀게요”

 “맘대로 해”

 

 

 하경은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이겨내보려 차 안에있는 라디오를 틀었다.

 

 

 [우린 처음부터 어울리지는 않았죠 다투기만 하고 속만 태우던 사이였었는데]

 

 

 라디오를 틀자마자 나오는 경쾌한 노래는 겉으로 보기엔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근데 이상하게 하경은 자꾸 노래 가사가 신경이 쓰였다.

 

 

 [특별한 나만의 님으로 설렘이 가득한 선물로 점점 다가서는 그대를 어쩜 좋아요]

 

 

 

 하경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었지만, 이상한 노래가 심기를 건드렸다.

 가사는 분명히 내 얘기가 아닌데도 신경 쓰여서 자꾸 듣게 됬다.

 

 

 [그대 때문에 가슴이 이 심장이 두근두근]

 

 

 경쾌한 여자의 목소리가 이상한 분위기를 더 어색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하경은 라디오를 끌까 했지만 도하가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참 좋네”

 

 

 도하는 하경을 힐끔 보더니 딱 한마디를 던졌다.

 가사는 들어보고 좋다고 하는건지! 왜 좋다고 하는거지 혼자 과민반응을 일으켰다.

 

 

 “뭐 그렇네요”

 

 

 담담한척 대답했지만 하경은 속으로 저 멘트의 의미를 혼자 곱씹었다.

 저 노래가 왜 좋다고 하는걸까 혼자 계속 고민하다가 어느새 차는 시내에 도착해있었다.

 

 

 “내려”

 “시내에요?”

 “부산에 어디가 맛있는지 몰라서”

 “그래요? 나 아는 맛집 있는데 거기 갈래요?”

 “그러지 뭐”

 

 

 도하와 하경은 차를 내려 시내 안쪽으로 걸어갔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다.

 거기다 무슨 축제를 하는 모양인지 차량통제까지 심해 길이 꽉 막혔다.

 

 

 “오늘같은 날은 시내 오면 안되는데 불편하죠?”

 “뭐 됬어 가끔 이런분위기도 나쁘진 않지”

 

 

 둘은 비좁은 길을 억지로 뚫으며 걸어갔다.

 자꾸 사람들과 부딪혀 도하와 하경은 자꾸 엇갈리려 했다.

 도하는 잘 모르는 길인데 하경을 잃어버리면 머리가 아파질 것 같아 하경의 손을 잡았다.

 

 

 “따라와”

 

 

 도하는 하경의 손을 잡고 인파를 뚫어 한산한 골목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경은 도하의 부드러운 살결이 손에 닿자 시끄러운 주변은 눈에 보이질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도하가 신경쓰여 자꾸 손에만 눈길이 갔다.

 

 

 ‘정신차려 무슨생각 하는거야 지금’

 

 

 하경은 고개를 한번 내젓곤 열심히 도하를 따라갔다.

 그렇게 몇 분을 걷고 나니 사람이 적은 골목길에 도착했다.

 도하는 손을 잡을 필요가 없는 골목길에 왔는데도 손을 놓는걸 잊어버렸는지

 계속 하경의 손을 잡고 걸으며 말했다.

 

 

 “여기 어딘지 알아?”

 “어.. 어.. 여기는 돼지고기집 많은 골목이에요”

 “그냥 이 근처에서 밥먹을까?”

 “그럴까요?”

 

 

 하경은 자꾸 손을 놔주지 않는 도하의 손을 계속 쳐다봤다.

 아무래도 지속적인 스킨쉽을 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손을 놓아야겠다고

 생각해 손을 빼려던 순간

 

 

 [♩♪♩♬♪]

 

 

 하경의 요란한 벨소리가 울렸다.

 

 

 

 

 “아 어 받아”

 

 도하는 하경의 벨소리가 울리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손을 휙 뿌리쳤다.

 

 

 ‘하마터면 계속 잡고있을 뻔했네 벨소리가 살렸다’

 

 

 도하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안도의 한숨을 쉬곤 하경이 전화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여자는 귀가 안 좋은건지 전화 할때마다 너무 소리가 커서 전화 내용이 다 들렸다.

 아무 생각없이 무심결에 전화내용을 들었는데, 도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가현씨 저에요]

 

 

 뭐지? 잘못들은건가 싶어 하경이 들고있던 전화기를 휙하고 뺏어들었다.

 류가현이라는 이름을 아는사람이 전화할일은 없는데.

 

 

 “뭐해요 빨리줘요”

 “누구야 좀 조용해봐”

 

 

 둘은 둘만 알아들을수 있게 입모양으로 대화를 했다.

 도하는 하경의 폰에 찍힌 번호를 확인했는데 저장되어 있지않아 누군지 확인할 수 없었다.

 스피커폰으로 전환을 시키고 하경에게 전화를 시켰다.

 

 

 “아씨 진짜”

 

 

 하경은 소리를 내지않고 입모양으로 도하에게 짜증섞인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았다.

 

 

 [가현씨.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저.. 누구세요?”

 

 [저에요 윤해랑]

 

 

 “윤해랑?”

 

 

 도하는 너무 놀라 자기도 모르게 육성이 터져나왔다.

 하경은 아이씨 라며 도하의 입을 손으로 확 가로막곤 주위를 살피더니 수화기에 손을

 오므려 조용히 대답했다.

 

 

 “아 안녕하세요 해랑씨.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저희 회사 주주시잖아요. 제가 모를리 없죠]

 

 “아 그러셨구나”

 

 

 도하는 아차 싶어 조용히 자신의 이마를 쳤다.

 급히 준비하느라 그부분을 신경 못쓴걸 천추의 한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하경이 계현경의 심기를 박박 긁은것 때문에 연락한 것 같아 내내 신경이 쓰였다.

 

 

 [가현씨, 저 진짜 기억 안나요? 저 모를 리가 없는데]

 

 “아 죄송해요.. 그게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래요? 이상하네 우리 처음 본 날 되게 특별했는데]

 

 

 도하는 전화내용을 듣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경의 어깨를 흔들었다.

 분명 이 통화내용 뭐냐는 의미라는 뜻이였지만 하경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근데 가현씨, 우리 또 만나면 정말 인연 맞죠?]

 

 “네? 무슨 말이에요?”

 

 [뒤로 좀 돌아볼래요?]

 

 

 

 하경이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고 뒤를 돌아보자 해랑이 폰을 들어 하경에게 인사를 건냈다.

 하경은 너무 당황해서 휴대폰을 툭 하고 떨어트리곤 그 상태로 정지됬다.

 

 

 “으..어...아...진짜.. 인연맞네요”

 

 

 하경이 말을 더듬으며 다가오는 해랑에게 대답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하경은 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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