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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계약
작가 : 농땡이가취미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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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예뻤다
작성일 : 17-07-31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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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행복해 맛있게 배부르니까 천국이 따로없네요”

 

 

 

 하경은 주문한 수제버거가 나오자마자 게눈 감추듯 폭풍흡입을 했다.

 촉촉한 패티에 싱싱한 양상추 오동통한 새우와 소스가 어우러져 입안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천상의 음식을 먹은듯한 행복감에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하경과는 달리 도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자꾸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허겁지겁 서툴게 하는 칼질, 소스가 입가에 묻은지도 모른채 오물거리며 먹는 입술,

 만족스러울때마다 웃으며 올라가는 광대까지.

 심지어 숨쉴 때 벌렁거리는 콧구멍까지도....

 예뻐보였다. 그녀에 관련된 모든 것이.

 

 

 

 ‘배고파서 미친게 분명해’

 

 

 

 적응 안되는 느낌에 혼잣말을 되뇌였지만,

 주하경에게 가는 눈길 때문에 밥을 먹는건지 주하경을 관찰하는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근데 도하씨는 왜 안먹어요? 맛없어요?”

 “아니 그런건 아니고”

 “얼른 먹어요 저녁도 안먹었다면서”

 

 

 

 다 먹고 휴지로 입을 닦으며 음식을 권하는 하경의 얼굴을 도하는 뚫어지게 쳐다봤다.

 미친게 분명했다.

 성깔 같아선 3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면 가만두지 않았을것이고.

 주하경 얼굴을 먹을 것도 아니면서 밥 대신 눈으로 그녀를 맛보는 행위들을 한 자신이

 이해가 가질 않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좀 먹어요 거참 내 얼굴좀 그만보고요 얼굴에 소스묻어서 쳐다본거 다알아요”

 “잘 아네”

 “줘봐요 칼질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깨작거리는 도하의 포크와 나이프를 뺏어들어 접시를 앞으로 옮겨 하경은 먹기좋게 잘랐다.

 그리곤 잘려진 버거가 꼽힌 포크를 도하의 입술로 바짝 들이댔다.

 

 

 “아 해요”

 “뭐하는거야”

 “안 먹잖아요. 난 누구든 밥 거르는건 못봐요 좀 먹어봐요”

 “안해”

 “팔 아파요 아!”

 

 

 하경이 아 라고 외치자 도하는 반사적으로 입을 딱 벌렸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받아먹는건 살면서 처음있는 일이라 충격에서 헤어나올수 없었다.

 언제나 이성적이고 차가운 방어막을 치고살았던 내가,

 이렇게 쉽게 무장해제가 될 수가 있나?

 햄버거를 씹는건지 복잡한 생각을 곱씹는건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어유 잘먹는다. 이렇게 잘먹으면서 왜 깨작거려요”

 “됬어 이제 내가 먹을테니까 줘”

 “몇 숟갈 안남았어요 다시 아 해요 여기 이거”

 

 

 

 하경이 다시 포크를 입에 갖다대자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처럼 입을 벌렸다.

 이건 내가 잠시 정신을 못차려서 ‘을’ 이 대신 밥먹여주는거라 생각하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그렇게 두어번을 더 먹고 나자 가득 찼었던 접시는 싹싹 비워졌다.

 

 

 

 “다 먹었네요. 천천히 나와요 계산하고 있을게요”

 “거기 둬 내가 살게”

 “무슨 소리에요 한번정돈 저도 대접하는 날이 있어야죠. 계산하고 올게요”

 

 

 

 빌지를 뺏어가려는 도하의 팔을 쳐내고 하경은 콧노래를 부르며 계산대로 향했다.

 도하는 멍하니 하경을 바라봤다.

 

 

 도하는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며 언제나 남들에게 쳐왔던 장벽이 있었다.

 누구도 접촉할 수 없도록 방어벽을 쳤었고,

 누구도 자신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이상했다.

 계약대로 충실히 일해주는 직원일 뿐인데 왜 자꾸 내 영역이 침범당하는 느낌인지 모르겠다.

 

 

 

 

 사회지도층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인간적인 마음을 철저히 무시해야만 했다.

 모든 인륜지대사는 모든 것이 사업과 연관이 되어야 자리를 지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결혼,출산,육아 심지어 사소하게는 식사까지 계산적이게 행동해야 권력을

 거머쥘 수 있다.

 

 

 

 계현경과의 싸움에서 패배해 미국으로 쫓겨나며 느꼈던 중요한 삶의 이치였다.

 그걸 깨달은 후론 도하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

 

 

 무조건 그 자리를 얻어내 계현경을 처참히 죽여버리는게 인생의 모토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저 여자는 자꾸 그 모토를 흔들리게 만들고 있었다.

 위험하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선을 잡아두는 그녀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만큼 위험했다.

 

 

 

 

 

 **

 

 

 

 “사람들 빠지니까 한산하죠?”

 

 

 

 도하와 하경은 식당을 나와 공원을 걸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훅 빠져나가자 따듯한 봄바람이 부는 공원과 비슷해졌다.

 하경은 뒷짐을 지고 유유히 산책했고, 도하는 그 뒤를 따라다니며 하경을 관찰했다.나비처럼 폴짝거리며 가볍게 걷는 걸음걸이부터 브라운 빛이 도는 긴 머리카락까지.

 자꾸 의지와는 관계없이 작은 것 까지도 눈에 그녀를 담았다.

 

 

 “근데 도하씨, 오늘 좀 이상하네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온순해요?”

 “안 온순한데. 평상시랑 다른거 없어”

 “아닌데, 뭔가 말도 없는 것 같고 표정도 좀 어딘가 복잡해보이고.. 무슨일 있어요?”

 “없어”

 

 

 뒤로 돌아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보는 하경의 시선을 일부로 피하며 대답했다.

 뒷모습만 봐도 무장해제되는 판에 앞모습까지 마주치려니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빨리 그녀에게서 벗어나야겠다.

 

 

 

 “저기 이제 밥도 다먹었으며 그만 집에..”

 “여기까지 왔는데 부산타워 한번 보고갈래요?”

 

 

 

 하경은 부산타워 꼭대기를 바라보며 도하에게 말을 건냈다.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 장소에 오자 괜찮았던 마음이 흔들렸다.

 

 

 

 문득, 현경태가 생각났다.

 부산타워 입구 앞.

 혼자하던 짝사랑이 기적처럼 이뤄진 곳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했고, 달콤한 대답으로 사랑이 이뤄진 장소.

 비록 끝이 개같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하경에게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이니 말이다.

 

 

 

 “저기 뭐 있냐”

 “그냥요 오랜만에 한번 보고싶어서요. 싫음 먼저 가세요 전 여기 좀 있다가 갈게요”

 

 

 

 도하는 그래 하고 대답하려 했는데, 눈시울이 살살 촉촉해지는 하경의 눈을 보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웃어대던 하경이 부산타워를 보곤 조증 환자마냥

 슬픈 분위기를 내뿜으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같이 가보든지”

 “그럴래요?”

 

 

 

 둘은 고개를 끄덕이곤 매표소로 발길을 향했다.

 

 

 

 

 

 **

 

 

 

 

 “와 오랜만이에요 부산야경 보는건”

 “볼만하네 바닷가라서 그런지”

 

 

 

 하경은 창문에 손을 갖다대며 말했다.

 분명 말투는 경쾌한데 어딘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표정을 보니 도하는 신경이 거슬렸다.

 왜 저러나 싶어 그녀의 눈치를 살살 보게됬다.

 

 

 

 “근데 새로 리모델링해서 그런지 되게 깔끔해진거 같아요”

 “예전엔 안그랬나보네”

 “전엔 막 벽에 타일로 붙여놓고 그랬었는데”

 

 

 관람로를 빙 돌다가 공사하기 전 연인들이 붙여놓던 사랑의 타일 위치에서 멈춰섰다.

 괜히 또 서글픈 추억이 하경의 감성을 촉촉해지게 만들었다.

 둘이 멀뚱하게 서있자 옆에서 안내하던 직원이 둘에게 슬쩍 다가와 안내했다.

 

 

 

 “두분 공사하기 전에 타일 붙여놓으셨나봐요”

 “네 없어지니까 깔끔하니 보기좋네요”

 

 

 하경이 입만 웃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안그래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희가 타일만 따로 빼놨거든요.

  혹시 찾아가고 싶으시면 찾아가세요“

 “괜찮아요”

 “에이 그러지 마시고 찾아보세요 있으면 뭐 추억되고 좋죠”

 

 

 직원은 떠다밀 듯이 하경과 도하를 타일 전시관으로 안내했다.

 한쪽 벽면에 빽빽하게 들어찬 빨간 하트모양의 타일들이 보였다.

 오래되서 바래진 타일들도 있었고, 중간중간 찾아가서 빈 자리도 보였다.

 

 

 

 “와.. 이런걸 언제 이렇게 따로 다뗐데”

 “보통 사귀면 이런것도 하나?”

 “당연하죠. 도하씨는 이런거 해본적 없어요?”

 “난..”

 

 

 

 해본적이 없다고 말하기엔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시간 지나면 사그라드는 유치한 호르몬 놀음같은거 할 시간 없어.

  그런 것 말고 더 가치있는 일을 해내기에도 바쁘거든”

 

 

 

 도하는 괜히 도도한척 하며 대답했다.

 그러자 하경은 옅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가봐요 유치한 호르몬 놀음 같은게 사랑인가봐요”

 “이거 설마 주하경씨꺼야?”

 

 

 

 하경이 대답하는 사이 도하는 대롱대롱 달려있는 타일들 중 하경의 이름이 적힌걸 발견했다.

 타일을 떼서 손에 쥐곤 적힌 내용을 읽었다.

 

 

 

 

 

 

 

 “우리 사랑 영원히 하경 하트 경태”

 “아 읽지마요 줘요”

 “얘가 전남친이야?”

 “헤어진거 어떻게 알아요?”

 “내 차 바람난 전남친 차인줄 알고 부셨다며”

 “줘요”

 

 

 

 하경이 타일을 뺏으려 하자 도하는 타일을 하경의 손이 닿지 않을만큼 높게 올렸다.

 도하는 처음으로 질투 라는걸 느꼈다.

 나와 함께있는 이 순간에 다른남자를 떠올린다 생각하니 이상하게 괘씸했다.

 타일을 뺏기위해 껑충껑충 뛰는 하경을 보자 쓸데없는 불쾌함이 밀려왔다.

 

 

 

 “이딴건 그냥 버려”

 

 

 

 도하는 하트모양이 되어있는 타일을 손으로 뚝 분질렀다.

 

 

 

 “뭐하는짓이에요!!”

 “잊어버리라고 쓸데없이 너 버리고 간 남자 때문에 우울해하지 말라고”

 “내가 우울해 하든 말든 무슨상관이에요 왜 남에껄 맘대로 부셔요!”

 “나 자격 있어. 지금 계약 기간이야 을은 갑의 행동에 이의를 제기해선 안된다 조항 몰라?”

 

 

 

 하경은 씩씩거리며 입을 툭 내밀었다.

 도하는 남은 타일을 더 이상 부술 수 없을때까지 부시곤 옆에 있는 휴지통에 버렸다.

 그러자 하경은 허망해진 표정으로 도하를 바라봤다.

 

 

 내 지나간 추억을 부셔버린 나쁜놈.

 어떤 기억인지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헤집어논 비정한 놈.

 별별 놈자를 다붙여 가자미 눈을 뜨고 도하를 흘겨봤다.

 

 

 

 “억울해?”

 “그럼 눈앞에서 추억이 부숴졌는데 안억울해요?”

 

 

 

 하경이 눈을 있는대로 흘겨대며 뾰루퉁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도하는 하경에게 눈을 살짝 내리깔곤 자그맣게 말했다.

 

 

 

 “아까워”

 “뭐가요?”

 

 

 

 하경이 되묻자 도하는 천천히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그의 흔들리는 눈빛이 점점 하경에게 가까워졌다.

 

 

 

 “네가 그놈 때문에 우울해하기엔...”

 

 

 

 도하는 도톰한 입술로 여유로이 말을 꺼내며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상체를 숙였다.

 

 

 쌍커풀 없이 커다란 그의 눈이 천천히 깜빡였다.

 치명적이게 준수한 얼굴 속에 위치한 날카롭게 솟아있는 그의 코끝이

 하경의 코끝과 맞닿았다.

 일직선으로 굳게 닫힌 입술이 그녀의 입술 근처에서 살짝 열렸다.

 

 

 하경은 그의 눈동자에 자신의 당황한 얼굴이 비춰지는걸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네가 너무 예뻐”

 “....예?”

 

 

 

 잘못들은건가? 하경은 오른손으로 귀를 후벼팠다.

 가뜩이나 미친 듯이 뛰는 심장소리 때문에 정신사나워져서 머리가 복잡했다.

 

 

 

 근데 갑자기 예쁘다는 말을 들으니 오금이 저릴정도로 설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지난 추억 때문에 가슴이 저려왔는데,

 그 한마디 때문에 아픔이 설렘으로 바뀌자 하경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못 들었음 됐어 이제 나가자. 계속 여기 있기 싫다”

 

 

 

 도하는 하경의 팔목을 잡아끌고 전시관을 나왔다.

 둘은 심장소리가 너무 커서 정신이 없었다.

 

 

 

 ‘내가 무슨말을 한거지?’

 

 

 

 도하는 하경을 끌고 나오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잔뜩 버터가 묻은 말을 하다니 스스로가 믿겨지질 않았다.

 

 

 

 ‘내가 무슨말을 들은거지?’

 

 

 

 하경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심경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것 같았다.

 그저 눈만 꿈뻑거리며 도하의 팔에 이끌려 갈 뿐이였다.

 그렇게 둘은 정신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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