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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로스
작가 : 아마란스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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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크리드의 붕괴 (2)
작성일 : 17-07-31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6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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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군대가 성의 외곽을 둘러싼 직후, 하이드리아군의 선봉대가 시가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이드리아군의 자랑인 크루세이더였다. 그들은 철갑을 씌운 말이 끄는 수레에 의해 운반되어졌다. 궁수대의 화살은 철갑을 뚫지 못했고 마차는 유유히 사크리드의 중심부까지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크루세이더들이 마차에서 내려 일렬횡대로 늘어서기 시작했다.

 거대한 십자방패를 든 채 천천히 앞으로 진격해 오는 크루세이더. 그들은 마치 작은 성과도 같았다. 바르토스군은 감히 그들의 진격을 막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화살만을 쏘아댈 뿐이었다.

 타이렌은 이맛살을 찌프린 채 혀를 쯧쯧 찼다.

 "과연, 저것이 하이드리아의 자랑인 크루세이더인가. 중앙군이 힘을 못쓰고 무너질 만도 하군.."

 화살마저 듣지 않는 크루세이더들 탓에 군 전체에 조금씩 공포감이 퍼져가고 있었다. 공포감은 사람의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법.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제대로 된 싸움 한번 못해보고 스스로 자멸하고 말 것이었다. 타이렌은 눈을 감고 크루세이더들을 무력화 시킬 방법을 모색했다.

 - 푸르륵.

 주인의 심기가 불편한 것을 느꼈는지 곁에 세워뒀던 타이렌의 애마가 타이렌에게 머리를 부벼왔다. 타이렌은 말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다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떳다. 어떤 생각 하나가 타이렌의 머리를 스쳐간 것이었다. 타이렌은 말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준 뒤 급히 돌아서 가까운 병사에게 명령했다.

 "궁수대에 가서 크루세이더를 노리지 말고 그 뒤의 적 궁수대를 겨냥해서 쏘라고 전해라. 거리가 머니 강궁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타이렌의 명령에 병사는 조금 미심적은 표정이었다. 석궁은 기사의 두터운 갑옷을 뚫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만큼 이 상황에선 크루세이더를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병사는 혹시 자신이 명령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닐까 잠시 머뭇거렸지만, 타이렌에게 질문을 하는 어리석음을 보이지는 않았다. 전투시의 명령은 절대복종. 병사는 손을 이마에 붙이고는 이내 궁수대를 향해 뛰어갔다.

 "다음, 너희들은 성내를 돌아다니면서 말과 소를 모두 모아오도록. 마굿간의 말들도 모두 끌고 와라."

 지명을 받은 병사들이 일제히 막사밖으로 뛰어나갔다. 타이렌의 명령으로 성내에 남은 이스델을 대신해 부장의 자리에 앉아있던 부부장, 하리스만이 타이렌에게 다가왔다.

 "군단장님."

 "뭔가, 하리스만."

 "강궁을 크루세이더에게 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그들이 들고 있는 방패때문이다."

 "강궁의 위력에 방패 따위는 무력합니다."

 "일반적인 방패라면 그렇겠지. 하나, 저들이 들고 있는 방패는 다르다. 언뜻 보기에도 보통 방패의 두배 정도의 두께로 보이는데다, 그 뒤엔 두터운 갑옷이 있다. 강궁이 쏜 화살은 기껏해야 갑옷에 박히는 정도겠지."

 하리스만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한 가지 궁금한 것이 남아있었다.

 "..그렇겠군요. 그렇다면, 가축을 모으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돌진시킨다."

 타이렌은 짧게 말했다. 하리스만은 순간 멍청한 표정이 되어 네? 라고 되묻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하지만, 타이렌은 그를 책하지 않았다.

 "돌진시킨다. 그리고 한가지 더,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명령만 내려 주시오."

 "몸놀림이 빠른 병사 오십여명 정도가 필요하다. 하리스만, 귀관은 병사들과 관계가 좋다고 알고 있다. 그대가 가서 병사를 모아주지 않겠나?"

 하리스만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기중인 병사들 틈에서 그는 이내 날렵해 보이는 병사 오십여명을 이끌고 돌아왔다. 타이렌은 그들에게 레이피어와 경갑옷을 착용토록 지시했다. 그러는 사이, 가축을 모으러 갔던 병사들이 말과 소를 모아왔다. 과연, 마도의 수도답게 이지경에 이르러서도 상당한 숫자의 가축들이 남아있었다. 타이렌은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말을 앞쪽에, 그리고 소를 뒤쪽에 배치해라. 내 명령이 떨어지면 말과 소의 꼬리에 일제히 불을 놓는 것이다. 경갑옷대는 소떼의 뒤쪽에서 출전준비를 하도록. 크루세이더 부대에서 혼란이 일어나면 즉시 돌격하는 것이다! 자아, 그럼 강궁대에게 사격명령을 내려라!"

 - 뿌우우

 공격나팔이 울렸다. 곧이어 지붕위에 숨어 있던 강궁대가 일제히 일어서 화살을 쏟아 부었다. 적 궁수대는 뜻하지 않게 화살세례를 받자 당황하여 응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강궁과 일반 활과는 애당초 사정거리의 차이가 너무도 심했다. 적 궁수대가 쏘는 화살은 미처 강궁대에 다다르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졌다.

 한동안 허둥대던 적 궁수대들이 일제히 근처의 집그림자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하이랜드의 지휘관중에도 뛰어난 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리스만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적군의 대응이 상당히 빠르군요."

 "이 사크리드까지 온 자들이다. 이 정도의 반응은 당연하지. 다음, 가축부대의 꼬리에 불을 붙이도록!"

 - 뿌우우

 두번째 공격나팔이 울렸다. 미리 기름을 먹인 짚단따위를 꼬리에 이어놓은 뒤라 불을 놓기가 무섭게 불길이 일었다. 가축들은 불을 보자 본능적으로 두력움에 찬 소리를 치며 질주를 시작했다. 그 기세가 어찌나 격렬했던지 불을 놓던 병사 중 일부가 크게 부상을 입을 정도였다.

 앞에 배치했던 말들이 빠르게 달려오자 크루세이더들의 움직임에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적 궁수대가 할 수 없이 집그림자에서 나와 말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많은 말들이 그들의 화살에 의해 쓰러졌지만, 적 궁수대 역시 강궁에 의해 막심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적 궁수대는 뒤따라오는 소떼에게 충분한 화살을 쏠 수가 없었다. 육중한 갑옷탓에 크루세이더들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소에게 받혀 쓰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루세이더의 대열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타이렌이 때를 놓치지 않고 커다랗게 소리쳤다.

  "지금이다! 경장대, 돌격하라!!"

 - 뿌우우

 세번째 돌격나팔이 울렸다. 가벼운 차림을 한 병사들이 레이피어를 들고 돌격해 쓰러진 크루세이더들의 갑옷 틈사이로 레이피어를 찔러 넣었다. 무거운 갑옷을 입은 크루세이더들은 넘어지면 혼자서는 일어설 수조차 없었기에 차례로 레이피어의 날속에 숨을 거두어갔다. 소떼의 돌격 속에서도 운좋게 살아남은 몇몇의 크루세이더가 있었지만 무거운 갑옷탓에 동료를 도우러 갈 수가 없었다. 경장대는 그들을 피해 쓰러져 있는 크루세이더들만을 처리한 뒤 재빨리 퇴각했다.

 "이럴수가.."

 하리스만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강력하던 크루세이더부대의 대부분이 단순간에 괴멸해 버린 것이었다.

 "굉장합니다, 군단장. 당신은.. 정말 우리 바르토스의 영웅이오."

 "영웅은 이긴 자에게 붙는 칭호다, 하리스만. 나는 아마도 악마로 기록되겠지. 하지만 어쨋든 좋아. 마도 바르토스의 최후의 싸움을 멋지게 장식할 수만 있다면."

 - 와아아아아!

 마도군 전체에서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모두 흥분하여 자신의 무기를 높이 치켜든 채 하나같이 타이렌의 이름을 외쳐댔다. 감아 맨 붕대에서 피가 배어나올 정도로 심하게 다친 병사들조차도 아픔을 잊은 채 온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치고 있었다. 온 부대를 감싸는 뜨거운 기운.

 사기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거대한 이 기운.. 그것은 일종의 광기였다. 그 광기의 한가운데서, 타이렌은 마침내 마지막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전군, 돌격하라!"

 왕도 수비군 최후의 전투는 훌륭했다. 크루세이더를 잃어 사기가 떨어진 하이드리아군은 광기에 휩싸인 바르토스 병사들의 칼에 의해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선봉에 선 타이렌은 기다란 핼버드를 든 채 사신처럼 하이랜드군을 베었고, 마침내는 타이렌이 다가서면 하이랜드 군은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바르토스군의 항전도 숫자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하이드리아군은 조금씩 혼란에서 벗어나 바르토스군을 둘러쌌다. 점점 두꺼워 지는 하이랜드군의 포위망 속에서 1천 바르토스군은 단 한 사람도 남지 않고 장렬히 죽어갔다.

 "으아악!! 바르토스 만세!"

 마지막까지 타이렌의 곁에 있던 하리스만이 결국 힘이 다해 말에서 떨어졌다. 그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수개의 창이 하리스만의 몸에 꽂혔다. 하리스만은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고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으아아아!! 이놈들!!"

 하리스만의 죽음에 분노한 타이렌이 커다랗게 소리치며 미친 듯 핼버드를 휘둘렀다. 한번 휘드를 때마다 두세명의 하이랜도군의 머리가 날아 올랐다. 그 기세에 놀란 하이드리아군은 감히 타이렌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핼버드가 닫지 않는 범위 밖에서 견제했다. 타이렌은 포위를 벗어나고자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핼버드를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바로 바르토스의 타이렌이다! 내 앞을 가로막는자, 죽음만이 따를 것이다!!"

 심장이 울릴정도의 커다란 목소리에 하이드리아의 병사들은 순간 움찔했다. 타이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에 채찍을 가했다.

 - 이히힝!

 말은 앞다리를 구르더니 이내 힘것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이렌이 달리는 곳으로 마치 파도가 갈리듯 길이 뚫렸다 다시 메꾸어졌다. 타이렌이 향하는 곳은 오직 한 곳. 바로 적군의 지휘관이 있는 막사였다.

 어느 순간, 적군의 병사들이 일제히 양옆으로 비켜서 타이렌의 포위망을 풀어버렸다. 타이렌은 의아해 했지만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적 지휘관의 막사 주변에서 일단의 궁수대가 타이렌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타이렌은 즉시 핼버드를 버리고 허리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쏴라!"

 적 지휘관의 명령에 궁수대는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타이렌은 검으로 몇개의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모두를 막는 것은 무리였다. 퍼벅.. 몇개인가의 화살이 갑옷을 뚫고 어깨와 다리에 박혔다. 타이렌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리며 자세가 무너졌다. 하지만, 필사적인 노력으로 말에서 떨어지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타이렌은 그대로 말옆구리에 박차를 가했다.

 적 지휘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다가왔다. 친위대들의 일제히 막아섰지만 순식간에 목이 달아나 버렸고, 타이렌은 그대로 적 지휘관의 머리에 칼을 내려찍었다. 적지휘관은 검을 들어 저항했지만, 다음순간 타이렌의 검은 상대의 검을 두 동강 내버리면서 적지휘관의 머리를 둘로 쪼개 놓았다.

 허연 뇌수와 피가 뒤늦게 튀어 타이렌을 적셨다. 붉은 갑옷. 타이렌의 모습은 마치 악귀와도 같았다.

 - 퍼벅

 두번째 장전을 마친 궁수대들의 화살이 타이렌의 몸에 박혔다. 타이렌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높이 쳐들었던 검이 서서히 밑으로 쳐지기 시작했다. 타이렌은 질끈 눈을 감고 하늘을 향해 커다랗게 소리쳤다.

 "바르토스여, 영원하라!!"

 온 하이드리아군을 떨게 만들었던 기사, 타이렌. 그의 최후였다.

 "타이렌 장군.."

 본성 안에서 대기하던 이스델이 침통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이드리아의 하얀 군대들이 줄줄이 성내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스델은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세 명의 병사들이 이스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장군님의 최후를 보았겠지."

 "옛!"

 "그 최후를 더럽혀서는 안된다. 장군님께서 안배한 마지막 계략을 확실하게 시행하도록! 알겠나!"

 "옛!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좋다. 시작하자."

 이스델은 세 명의 병사들과 함께 지하실로 내려갔다. 본성지하 한가운데의 석상을 힘껏 밀자, 지하수로로 통하는 길이 나타났다. 그곳에서 이스델과 병사들은 각각 동서남북의 네 방향으로 흩어져 갔다. 어둡고 습기 찬 수로를 한 자루 횃불 빛에 의지해 걷기 시작한지 대략 한 시간 후. 바르토스의 상징인 피닉스문장이 새겨진 벽이 나타났다. 수로의 끝이었다. 이스델은 횃불에 미리 그어 놓았던 눈금을 살폈다. 한 개의 눈금만큼만 횃불이 더 타면 약속된 시간이었다. 이스델은 품속에서 루비반지를 꺼내 손에 꼈다.

 - 타닥..

 마침내 약속한 눈금까지 횃불이 내려온 순간, 이스델은 손에 낀 루비반지를 피닉스의 눈에 해당하는 부분에 끼워 넣었다.

 - 쿠르르르..

 잠시 뒤, 벽면을 타고 진동음이 지하수로를 울리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피닉스가 새겨진 벽면 전체가 크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가루로 화해 무너져 내렸다. 이스델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바르토스 최후의 공격.. 온몸으로 느껴 보거라."

 애당초 바르토스의 수도 사크리드는 계획적으로 수로 위에 지어진 도시였다. 수로를 구성하는 벽 중 하나만 무너져도 연쇄적으로 전체가 무너지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이스델과 다른 세명의 병사들은 그러한 핵이 되는 벽 4개를 동시에 무너트린 것이었다. 이는 곧 도시 전체의 붕궤를 의미했다.

 - 투툭..

 이스델의 머리위로 조금씩 흙가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나 커다란 벽돌더미들이 한꺼번에 이스델을 향해 떨어져 내려왔다. 이스델은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입가엔 만족스런 미소를 띠운 채였다.

 - 콰드드드.. 콰아앙!!

 승전의 기쁨에 젖어 있던 하이드리아군이 군장을 풀고 휴식을 즐기려는 순간. 심상치 않은 진동이 그들을 덮쳐왔다. 위협을 느낀 지휘관들이 대피를 명령했지만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지하수로가 무너지면서 생긴 대 함몰.. 사크리드성내는 완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무너지는 벽에 깔려버린 자, 균열의 틈에 먹혀버린 자.. 시가지 내에 있던 병사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모조리 땅속에 먹혀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외곽에 있던 병사들은 함몰에 휘말리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이 갑작스러운 재난이 믿기지 않는 듯,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한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이 바보들아! 멍하니 서있지 말고 어서 밖으로 나가!! 여파에 성벽이 무너진다!!"

 그나마 정신이 남아있는 자들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제2의 재앙을 가져오고 말았다.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좁은 성문으로 한꺼번에 몰아닥친 것이었다. 넘어진 자는 가차없이 짓밝으면서 나가는 통에 빠져나오는 자보다도 밟혀죽은 자들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 콰르르르..

 마침내 성벽마저 무너졌다. 마치 함몰된 사크리드성을 둘러싸듯 안으로 무너져 버린 성벽.. 빠져나가지 못한 하이드리아의 병사들은 모두 몰살했고, 사크리드성은 그대로 거대한 공동묘지가 되고 말았다.

 3백명.. 이것이 사크리드 공략을 위해 나섰던 3만 하이드리아군 중 살아남은 자의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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