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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엘레아
작가 : 마리장
작품등록일 : 2017.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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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일 연회(1)
작성일 : 17-07-31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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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스의 23번째 탄일을 앞두고 전국에서 귀족들이 도성으로 모여들었다. 그동안은 간소하게 탄일 연회를 열었지만, 올해는 산드리아 정복 이후 맞는 첫 번째 기념일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성대한 연회를 열 계획이었다.

 

  베런은 연회의 참석자를 추리고, 귀빈이 머물 숙소며 그 밖의 연회의 세부사항을 챙기느냐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 왕실의 안주인이 없는 관계로 이번에도 연회의 음식과 장식등의 일은 사라 대공 부인이 맡아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에리카 역시 어머니를 도와와 했기에 요즘 하루의 대부분은 궁에서 보내게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사라는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그동안은 간소하게 진행되어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궁에 드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 규모가 크다보니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산드리아 정복 이후 열리는 첫 연회이다 보니 그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사라 대공 부인이 피곤한 기색을 보이자 에리카가 걱정을 내비췄다.

 

  “어머니, 너무 피곤해 보이세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일이 많으니 힘들구나. 전하께서는 왜 여태 비를 맞이하질 않으시는 것이냐? 하다못해 알렉산더라도 부인을 맞이했다면 이럴 때 도움이 되고 좋았으련만.”

 

  “두 분이 모두 어서 결혼을 해야 어머니가 짐을 덜 텐데요.”

 

  에리카의 맞장구에 사라 대공 부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에리카에게 물었다.

 

  “전하께서는...... 아직도 엘레아공주를 마음에 품고 계신것이더냐? 공주 때문에 비를 맞으시지 않으시고?”

 

  어렵고 난감한 질문에 에리카는 어찌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알렉산더를 끌어들었다.

 

  “아예 생각이 없는 알렉산더 오라버니가 걱정이지요.”

 

  “알렉산더도 알렉산더지만 요즘은 전하의 혼인이 더욱 걱정되는구나. 그래도 일국의 공주로 살아왔으니 그 자존심이 오죽하겠느냐. 그 자존심에 차비로 맞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멸망한 나라의 공주를 정비로 맞이할 수도 없지 않느냐. 아버님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시란다.”

 

  사라 대공 부인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에리카 역시도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엘레아가 언제까지 켈리 공작부인의 처소에서 루이스와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국왕의 나이 23세이면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이제 국혼을 서두르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텐데 그 때 엘레아의 처지란 참으로 애매한 것이었다.

 

  사라 대공부인의 말처럼 엘레아는 정비로 맞이할 수도, 그렇다고 차비로 둘 수도 없는 여인이었다.

 

  물론 아직은 엘레아가 루이스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도 않았지만.

 

  “전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요. 현명하게 하실 거예요.”

 

 

 * * *

 

 

  며칠 뒤 루이스의 23번째 탄일 연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산드리아에 머무르고 있는 하워드 역시 오랜만에 메르헨으로 돌아왔다. 레지덴 궁의 연회장에는 각지에서 모인 귀족들이 입장을 마치고 루이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귀족가의 여식들은 특별히 반짝이는 눈빛으로 루이스를 기다렸다. 산드리아의 공주인 엘레아라는 여인이 최근 전하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사랑은 받는다 한들 숨겨진 여인으로 살아야 할 여인이라는 생각에 대다수의 영애들은 엘레아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엘레아의 미모가 궁금할 뿐. 하지만 어차피 연회조차 나타날 수 없는 여인이니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들이었다.

 

  에리카는 오늘은 화려한 노란색 드레스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하였다. 늘 단정하게 빗어 내리기만 할 뿐, 아무 장신구도 하지 않던 아름다운 금발에도 오늘은 미용사의 손을 빌렸는지 예쁘게 손질이 되어있었다.

 

  에리카는 입궁하여 바로 연회장으로 향하지 않고 엘레아의 처소를 먼저 찾았다.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는 동안 처소에 있을 엘레아가 마음 쓰였기 때문이다.

 

  에리카가 처소에 들어서자 엘레아가 휘둥그레 한 눈으로 맞이해주었다.

 

  연회가 곧 시작할 텐데 자신을 찾아온 것도 그렇고, 처음으로 본 화려하게 치장한 에리카의 모습이 아름다워 감탄을 한 것이다.

 

  “공녀. 오늘 너무 아름다워요.”

 

  “전하의 탄일이니 예의를 차리느냐고 꾸몄지만 전 이렇게 치렁치렁한 드레스는 불편해서 싫어요. 게다가 높은 구두는 정말 끔찍하고요. 벌써 발이 아픈걸요.”

 

  평소에 신지 않은 높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픈 것인지 에리카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않으며 푸념하듯이 말했다.

 

  “맞아요. 정말 높은 구두는 끔찍해요.”

 

  꾸미는 것에 관심없기는 엘레아도 마찬가지였기에 엘레아는 에리카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전하께서 즉위하시고 늘 연회에서 첫 춤은 저와 함께 하셨는데 그 동안 전하의 발을 얼마나 많이 밟았는지 몰라요.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야 할 텐데.”

 

  에리카에게 발을 계속 밟히며 춤을 추는 루이스의 모습을 상상하자 엘레아는 웃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다.

 

  구두를 벗은 편안한 발로 엘레아가 담소를 나누던 에리카는 아쉬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어느덧 연회의 시작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공주님. 오늘 같은 날은..... 그냥 아무생각 없이 푹 주무세요. 내일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괜찮을 거예요.”

 

  에리카가 이 시간에 자신을 왜 찾아 왔는지 잘 알고 있는 엘레아였기에 고마움의 마음을 듬뿍 담아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같은 시각, 알베르 후작은 자신의 고명딸 아멜리아와 함께 레지덴 궁에 당도하였다.

 

  “아버님!”

 

  마차에서 내리자 저 멀리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들 제르미가 눈에 들어왔다. 제르미를 메르헨으로 보낸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치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부자 상봉이었다.

 

  아멜리아 역시 큰 오라비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아멜리아! 그새 더 아름다워졌구나.”

 

  제르미가 막냇동생을 어여삐 바라보며 말하였다. 아멜리아는 풍성하고 물결처럼 흐르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예쁜 아가씨였다. 붉은 머리카락과 흰 피부가 대조를 이루며 어디서든 눈에 띄는 화려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멜리아는 위로 오라비를 3명을 두고 있었다. 아버지인 알베르 후작인 아들 셋을 내리 보고 얻은 귀한 딸이라 애지중지 길렀고, 위로 오라비 3명도 모두 아멜리아에 대한 사랑이 넘쳤다.

 

  산드리아 뿐만 아니라, 대륙에서도 가장 곡식이 풍부한 지역의 귀족 딸로 태어나 온 집안의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아멜리아는 당연히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는 강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알베르 뿐만 아니라 연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딸을 가진 귀족들은 자신의 여식을 최대한 꾸며내어 대동하고 나타났다.

 

  아직 혼인을 하지 않은 젊고 잘생긴 군주에게 자신의 여식을 시집보낼 수 있다면.

 

  가장 강력한 후보자인 클레인 공녀는 비공식적으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었고, 엘레아의 존재는 귀족 어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랑받을 수나 있으나 비로 맞이할 수도는 없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아멜리아가 레지덴 궁의 거대하고 웅장한 연회장을 보고는 그 규모에 놀라고 말았다. 비체트 궁에도 몇 번 가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엄청난 규모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멜리아는 연회장을 찬찬히 둘러보며 이 연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인지 확인을 시작하였다.

 

  어느 순간 아멜리아의 시선이 한 곳으로 고정되었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금발의 여인이었다. 생기 있고 화사한 표정이 밝은 노란색 드레스와 잘 어울렸다.

 

  “오라버니, 저 노란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누구지요?”

 

  “아..... 저 분은 에리카 클레인 공녀란다. 산드리아의 계시는 하워드 대공의 따님이시지.”

 

  “그렇다면 늘 전하의 첫 춤 상대라는…….?”

 

  “그렇다고 하는구나. 카를 선대왕께서 전하의 정혼자로 점찍어 놓으셨지만, 아직까지도 혼인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혼인할 마음이 없는 게지.”

 

  오라비의 말을 듣고는 아멜리아의 불안했던 표정이 금세 안정되었다.

 

  아멜리아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왕의 여인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라왔었다. 그래서 메르헨이 산드리아를 정복하기 전에는, 정비인 세실리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프리의 차비가 되려는 깜찍한 마음을 고작 18살의 계집애가 품고 있었다.

 

  젊고 아름다운 자신이 왕의 총애를 얻어내는 것은 마치 당연한 일처럼 생각되었다. 아들을 낳아 왕세자를 몰아내고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는 일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아멜리아였다.

 

  그런데 메르헨에 의해서 조프리가 죽고 산드리아가 멸망하면서 자신이 섬겨야 할 새 왕이 나타난 것이다. 젊고 잘생겼다는 – 게다가 아직 정비도 맞이하지 않은.

 

  아멜리아는 내심 기뻤다. 무슨 방법을 쓰더라고 그의 여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아멜리아의 눈앞에 그토록 바라왔던 루이스가 나타났다.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부드럽고 다정한 눈빛으로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는 - 꿈에 그리던 메르헨의 국왕이.

 

  아멜리아는 국왕의 자리에 앉은 루이스를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

 

  ‘ 저 남자도, 레지덴 궁도 모두 내가 차지하고 말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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