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직접 겪었거나 들은 이야기의 바탕으로 만들어 졌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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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인형
내가 초등학생 4학년 때쯤이었다. 시간은 아마도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던 거 같다. 부모님은 방에서 잠을 청하고 계셨고 나와 여동생은 방에서 스케치북을 펼친 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오빠 잘 그렸지~?”
“음...아니? 내가 더 잘 그렸는데?”
“아이 씨... 나 안 그려! 딱지 갖고 놀 거야!”
“흥! 그러던가~ 말든가~”
나는 여동생이 나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린 것에 대해 짜증이 났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리기 싫어졌고 딱지를 갖고 놀기로 했다. 내 장난감은 대부분 거실 티비 밑 유리 서랍장속에 뒀었는데 딱지 또한 그곳에 있을게 분명했기에 난 거실로 향하였지만 이내 표정에 안 좋아 졌다. 이유는 내가 유난히 사람같이 생긴 인형들을 싫어했는데, 그 서랍장 속에 내 동생이 가끔 갖고 놀던 아기인형이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인형이 누워있으면 눈을 감고 일어서면 눈을 뜨는 방식의 인형 이였는데 그래서 더욱 꺼림칙했던 인형이었다. 다행히 누워서 눈은 감고 있었지만 탐탁지 못했다.
「아...하필 인형 뒤에 있는 거야... 찝찝하게..」
“야! 너 인형 왜 여기 있냐!!!”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에잇.. 그냥 인형일 뿐인데 쫄지 말자..!」
난 고개를 숙여 조심스레 유리서랍을 열려고 했다. 근데 그 순간이었다! 감고 있던 인형의 눈이 갑자기 뜨는 것이었다. 순간 난 인형과 눈 마주치게 되고 무척 놀라 뒤로 나자빠졌다.
“으아!!! 야!!!!”
“뭔데 왜 왜?”
“인형이 눈을 떴어!”
“무슨 소리야 오빠?”
“인형이 눈을 갑자기 떴다고!”
나는 다급히 동생에게 달려가 말하였지만 별로 믿지 않는 듯 한 표정이었다. 순간 나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는지 방에서 어머니가 나와 묻는다.
“뭔데 야밤에 시끄럽노”
“엄마! 인형이 눈을 떴어!”
“이건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아니 진짜로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그러자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음 그랬어~? 그 인형이 어디 있는데?”
“저기 티비 밑 유리 서랍장에!”
“어디 볼까나~?”
어머니와 여동생은 거실에 있는 인형을 유심히 보더니 꺼내 들었다.
“이게 눈을 갑자기 떴어 아들~?”
“어! 어! 진짜 날 쳐다봤어!”
“효임아~ 이 인형 갖고 놀긴 하니?”
어머니가 나직하게 여동생에게 물었다. 동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 그럼 이 인형 버릴까? 오빠가 많이 무서워하니깐”
“난 상관없어~ 줘봐”
동생이 인형을 집어 들더니 내던지기 시작했다.
“이얏! 니가 내 오빠 겁먹였어? 혼을 내줘야지~”
“그거 가지곤 안 돼~ 일로 줘봐 그냥 내다 버려야지~”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인형을 밖에 놓여있는 일회용봉투에 툭 던져 버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쿨함에 당황했지만 한결 편했다. 더 이상 그 인형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