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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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 (1)
작성일 : 17-09-13     조회 : 183     추천 : 1     분량 : 8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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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재앙이라고 불리는 끔찍한 핵전쟁이 일어난 지 800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상처받은 대지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기, 혹은 마나라고 부르는 에너지를 활용해 이전 삶의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같은 에너지지만 마나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서 불리는 명칭은 달랐다.

 

 심장에 새겨진 써클을 사용하는 자는 마법사로 불렸고, 단전을 이용하는 자는 무인이라고 불렸다. 사이킥 파워를 사용하는 초능력자도 생겼고, 신성력을 사용하는 성직자도 생겼다.

 

 모든 사람이 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모두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재능, 혹은 교육 방법의 차이로 사람들의 수준이 달라졌다. 무인들은 경지에 따라서 삼류, 이류, 일류, 절정, 초절정, 화경, 현경으로 나누었으며 마법사들을 심장에 새겨진 마나 링의 수에 따라서 서클로 나뉘었다.

 

 5서클의 마법사나 절정의 무인이 되는 것은 재능이 없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상식을 벗어난 재능의 소유자도 있었다.

 

 “천유강 승리!”

 

 이곳은 세계 최고의 무문으로 알려진 창천문의 무도관이었다. 가운데에서 두 명이 대련하고 있고 나머지는 둘러앉아서 관전하고 있었다.

 

 “천유강 승리!”

 

 최고의 무문답게 교육생들의 수준도 높았는데, 여기 모인 30명 모두, 범인들은 평생을 수련해도 오르기 힘들다는 절정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절정의 무인은 총알도 막아내고 강철도 두부처럼 으깨버릴 수 있다. 일류 무인과 다르게 화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고수의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교육생이 있었다. 180 초반의 키에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얼굴의 반을 가린 남성이 대련 상대를 순식간에 쓰러트리고 있었다.

 

 “천유강 승리!”

 

 다른 이들은 모두 30살이 훌쩍 넘어 보였다. 절정의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정도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그에 비해 천유강이라고 불린 남자는 이제 겨우 갓 스물이 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이다.

 

 날고 긴다는 무인들이 차례로 쓰러지자, 뒤에서 관망만 하고 있던 중년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나도 한 수 배워보지.”

 

 상대로 나온 중년의 남자는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었다. 그에 비해 천유강은 맨손이었는데, 그가 사용하는 무공이 손끝을 이용하는 조공이기 때문이다.

 

 절정의 무인이라도 다 같은 실력은 가진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도 천차만별로 실력이 나뉘는데 천유강은 그중에서도 최상급이었고 초절정의 문턱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내기를 육신과 무기 같은 사물에 담을 수 있으면 절정의 경지라고 하고 기를 유형화할 수 있으면 초절정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천유강은 불안정하게나마 강기를 발현할 수 있다. 초절정에 있는 무인의 평균 나이가 마흔이 넘는다는 것은 고려하면 천유강의 성장은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앞에 선 남자의 무공도 절정의 끝을 바라보는 강자다. 이번만큼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내가 먼저 가지!”

 

 남자의 검은 폭이 두껍고 무거운 중검이다. 빠르지는 않지만 길이와 무게를 활용해 상대방을 압박하기 때문에, 검세에 휘말리면 방어와 회피를 할 수 없다.

 

 중병기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날아오는 검을 피해 우선 옆으로 이동해서 검로에서 벗어났다.

 

 천유강의 특기는 빠른 발을 이용한 거리 조절과 정확히 상대의 급소를 공격하는 정교한 공격이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서 공격 거리가 짧은 것이 큰 약점이었지만, 그것을 보완할 만큼 공간을 제어하는 제공권에 능숙했다.

 

 상대를 압박해야, 길고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는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천유강이 그 의도를 파악해 공격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자 장병기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부웅~

 

 거대한 검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휘둘러졌다. 도망갈 곳까지 염두에 둔 공격이었지만, 천유강의 움직임은 남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뒤로 몸을 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움직여 남자의 옆을 점했다. 남자가 급히 검을 돌려 방어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천유강의 손바닥이 남자의 어깨에 명중했다.

 

 쿵!

 

 내공를 사용했으면 작게는 어깨가 날아갔고 크게는 목숨을 끊었을 공격이다. 대련이기 때문에 내공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타박상에 그쳤다.

 

 그것을 안 남자가 체념한 어투로 말했다.

 

 “내가 졌다.”

 

 “천유강 승리!”

 

 이제는 더 상대할 상대도 남아 있지 않았다. 30명의 절정 고수를 연속으로 격파했지만, 천유강의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렵지 않게 상대를 격파하긴 했으나 몇 달째 실력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 이 대련을 하게 된 이유도 실력에 진척이 없어 조급한 마음이 든 천유강을 위해서였다. 천유강의 나이에 이런 실력을 갖춘 사람은 전 세계를 뒤져도 많지 않을 테지만,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대련을 복기하고 있던 천유강에게 창천문의 사범을 맡은 사람이 다가왔다.

 

 “문주님이 부르신다. 지금 바로 가봐라.”

 

 “알겠습니다.”

 

 창천문이 세계 최고의 문파로 거듭나게 된 것은 현 문주의 힘이 가장 컸다. 원래 창천문은 50년 전에 마나석 광산을 노리고 쳐들어온 일본과 전쟁이 났을 때, 낭인들이 모여 만든 문파였다. 재야의 고수들이 모여 다양한 무공들이 모였지만 그것을 체계적으로 조합하고 진보시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시행착오와 오랜 노력 끝에 점점 체계화되었고 결국, 당대 문주에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간 문주의 거처에는 키가 2m가 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 사람이 당대 최강자로 불리는 무인이자 전왕(戰王)이라는 칭호가 붙은 남자다.

 

 이 세계에는 수많은 강자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강력하다고 알려진 사람에게 호사가들이 칭호를 붙여 주었다.

 

 일신(一神) - 풍신(風神)

 

 이제(二帝) - 염제(炎帝), 무제(武帝)

 

 오왕(五王) - 전왕(戰王), 투왕(鬪王), 마녀왕(魔女王), 반왕(叛王), 성왕(聖王)

 

 이들 중에서 일신인 풍신은 행방불명되었고 이제들은 은퇴해서 실제로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 중 최강은 오왕들이다.

 

 오왕들은 각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단순한 활동으로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그중에서도 전왕은 오왕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미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고 있다.

 

 “부르셨습니까, 이모부.”

 

 “그래.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사실 천유강은 창천문의 문하생이 아니다. 큰 이모부인 전왕의 배려로, 가끔 오늘처럼 수련에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의 스승과 문파는 따로 있었다.

 

 “요즘 벽에 부딪혔다고 들었다.”

 

 “······.”

 

 그 말에 천유강은 침묵했다.

 

 사실 누구나 벽에 부딪히는 순간은 온다. 하지만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리던 그에게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어서 많이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조바심이 나서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하고 있지만 깨달음의 장벽은 생각보다 두꺼워서 아무리 두들겨도 흠집도 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전왕은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현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너에게는 다른 것이 더 필요할 것 같구나.”

 

 “그게 무엇입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계 최강이라고 불리는 전왕의 조언이다. 그의 말을 듣는 것에 천만금도 아까워하지 않을 사람이 널려있다.

 

 하지만 전왕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단어가 나왔다.

 

 “즐겨라.”

 

 “네?”

 

 전왕에 입에서 나온 말은 상상하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에도 전왕은 담담히 말을 이었다.

 

 “너는 무공을 배우면서 한 번도 그것이 즐겁다고 생각한 적이 있느냐? 단지 수련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전.”

 

 천유강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무공을 하면서 그것을 즐긴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무공은 삶의 전부이자 이유였다. 무공의 증진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걸 각오가 되어 있지만 그것을 즐긴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넌 중학교 때까지 장인 어르신이 산속에서 키워서 사고방식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 그것은 인지하고 있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천유강이 아주 어렸을 때 부모님이 큰 사고를 당했다. 남겨진 그를 외조부가 맡아서 키웠는데 도시에서 남들처럼 자란 것이 아니라 산속에 들어가서 자라서 사람과 교류하지 못했다.

 

 15살이 되어서야 겨우 이곳에 와 친척인 전왕이 보호자가 되었지만 한번 형성된 성격은 바뀌기 힘들었다. 그래서 전왕의 아들, 딸인 사촌들을 제외하면 친구도 없다.

 

 “무공은 방대한 학문과 같다. 익히면 익힐수록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에 기뻐할 수 있고 실생활에서 써먹을 때의 재미도 있지. 오로지 강해지기 위한 수련은 자신을 외롭게만 할 뿐이다. 나는 네가 그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입으로는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아직 이모부인 전왕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말은 너무 추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네가 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 말을 잘 기억하고 있으면 나중에 깨달을 날이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

 

 아직 전왕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왕의 말이라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건 그렇고 오늘 그곳에 간다고 했지? 오랜만에 가는구나.”

 

 “네. 반년 만에 가게 되었습니다.”

 

 전왕은 이제는 기억에서 희미한 옛 친구의 이름을 부르려 했으나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아련한 무언가가 떠올랐으나 천유강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래. 가서 내 안부도 전해주어라.”

 

 “알겠습니다.”

 

 천유강은 공손히 인사를 하고 창천문을 나가 약속된 장소로 갔다.

 

 도착한 곳은 정부청사가 있는 시내의 건물이었다. 그곳에는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정부 요원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천유강 님이시죠? 어서 타시죠.”

 

 “네.”

 

 차는 짙은 선팅이 되어 있었다. 보통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게 선팅이 되어 있는데, 이 차는 안에서도 밖이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변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유강에게 수갑을 채우고 두꺼운 안대와 귀마개를 씌웠다. 그것도 모자라서 특수한 장치를 더 사용했는데, 특이하게 앉아 있는 자리가 빙글빙글하고 돌기 시작했다. 차가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 알 수 없게 하는 장치였다.

 

 부우웅~

 

 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차가 멈춰 섰고 남자들이 구속을 풀었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움직이셔도 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외딴 산에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연구소였다.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 만들어진 이 연구소는 정부에서도 최고 등급에 놓인 비밀이다. 이곳에는 총 다섯 개의 건물이 있는데 각각의 건물에서 비밀스러운 실험, 혹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곳은 따라온 요원들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오직 천유강만이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정문으로 걸어갔다.

 

 “정지! 누구십니까?”

 

 “천유강입니다. 오늘 예약이 되어 있습니다.”

 

 “천유강······, 찾았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전신 스캔을 시작하겠습니다.”

 

 경비병의 요청에 그 자리에 멈춰 섰고 천장에서 기계가 내려와서 전신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삐빅!

 

 안구, 지문, 치아까지 스캔하고 나서야 기계는 다시 사라졌고 겨우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기 언제 와도 삼엄하군.’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최소 절정의 기량을 지닌 무인들이 곳곳에 숨어서 움직이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다. 적의는 보이지 않지만 의심스러운 짓을 하면 바로 출수할 거다.

 

 그만큼 이 시설이 중요하다는 걸 의미한다.

 

 한참을 걸어 F동 앞에 가자 어떤 중년의 백발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 유강. 오랜만이군.”

 

 “안녕하십니까, 송 박사님.”

 

 “이제 훤칠한 어른이 다 되었어.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볼살 통통한 아기였는데 말이야.”

 

 “저도 이제는 21살입니다.”

 

 “큭큭! 21살이면 아직 어릴 때지. 나 같은 늙은이는 기억도 나지 않는 시절이야.”

 

 백발의 남자는 이제 예순이 넘은 송기훈이라는 이름의 의학 박사이다. 선량한 외모와는 다르게 온갖 독을 다 다루는데, 그가 알지 못하는 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F동을 책임지고 있다. 이 건물은 비밀스러운 시설 가운데서도 가장 삼엄한 경계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건물의 위치도 시설의 중심에 있어 무슨 일이 있으면 모든 병력이 순식간에 모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들어가지. 오랜만에 오는 것이니 빨리 보고 싶겠지.”

 

 “······.”

 

 천유강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박사는 그 마음 다 헤아린다는 듯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미안해. 내가 조금만 더 능력이 있었어도 유강이가 이렇게 가슴 아플 일이 없었겠지.”

 

 “아닙니다. 이 정도를 유지하는 것도 다 박사님이 계시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들은 다시 복잡한 기관을 통과하고 나서야 가장 안쪽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거대한 크기의 인큐베이터 두 개, 안에는 남자와 여자가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이들이 천유강의 부모다.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이니 자리를 비켜주지.”

 

 “감사합니다.”

 

 박사가 나가자 천유강은 물끄러미 그의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또렷한 발음으로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는 영웅이었다.

 

 약 25년 전에 한국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마나석 광산을 노리고 중국이 쳐들어왔었다.

 

 당시는 세계 최강자이자 50년 전에 있었던 한·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 염제(炎帝)가 행방을 감춘 상황이었다.

 중국군의 수는 한국의 10배가 넘었기에 모두가 한국의 열세를 예상했고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자 전선이 서울까지 밀렸었다.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자가 지금 이모부인 전왕 배하진과 염제의 제자, 훗날 염제의 사위가 되는 천무호였다. 그가 천유강의 아버지다.

 

 그는 기적을 만들었는데, 적진에 잠입해서 홀로 적 수뇌부를 포함한 3만 명의 병사를 모두 처리했다. 그때 일어난 거대한 회오리는 수십km 밖에서도 보였을 정도라고 했다.

 

 그 이후로 풍신(風神)이 그의 별호가 되었고 모두가 그의 전공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천유강이 태어난 해의 일이다. 그때는 한·중 전쟁이 끝난 지 3년이 되지 않을 때였다.

 

 중국은 전쟁의 패배로 많은 땅과 많은 배상금을 내야 했기에 회복되려면 족히 수십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였다. 최소 몇 년은 중국이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인이 가진 풍신 천무호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어둠 속에서 복수의 칼을 갈던 그들은 집요하게 빈틈을 노리다가 천무호가 가장 취약할 때에 공격했다.

 

 그리고 그날, 천무호와 그의 가족이 탄 비행기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추락했다. 해발 고도 5000피트 위해서 벌어진 자살 테러 공격이었다. 그 공격을 위해 중국의 남아 있는 모든 고수들이 투입되었고 전쟁에서도 함부로 쓸 수 없었던 지독한 독이 사용되었다.

 

 당시 풍신 천무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고 그가 익힌 천부경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정순한 무공이다. 풍신 혼자였다면 무사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의 곁에 있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내와 갓 낳은 아들이었다.

 

 그 이후로 정부 차원에서 독을 해독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원래 사용한 중국에서도 해독제를 만들지 못한 지독한 독이다. 염제 한지로의 내공으로도 몰아낼 수 없었다.

 

 어쩌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죄송합니다.”

 

 천유강이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은 모두 부모님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다. 그래서 그는 늘 세상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반드시 독을 없앨 수 있을 만큼 강해지겠어요.”

 

 외조부인 염제 한지로는 그가 알고 있는 한 세계 최강자였다. 아버지인 천무호가 이제(二帝) 보다 높은 신(神)으로 추앙받는 것은 한 번에 중국 최정예들을 쓰러트린 사건 덕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천무호의 스승이자 이제는 천유강의 스승이 된 염제 한지로가 더 강했다.

 

 그런 염제도 몰아내지 못한 지독한 독이다. 이 독을 없애려면 최소한 지금의 염제보다 더 높고 정순한 내공을 지녀야 한다.

 

 어려운 것은 알고 있다. 화경을 넘어 현경에 달한 염제를 뛰어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해야 해.”

 

 전왕은 즐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부모님의 몸이 무너지기 전에 염제를 뛰어넘으려면 즐기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도 모질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천유강의 작별 인사에는 메아리가 없었다.

 

 ***

 

 집으로 와 시계를 보니, 이제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빨리 자야겠네.”

 

 내일은 3월 2일. 천유강이 다니는 대학교의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 이번에 입학한 사촌 동생과 그녀의 오빠이자 동갑내기 사촌과 내일 아침 일찍 만나기로 했다.

 

 대충 씻고 말리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의 머리에는 특이한 모양의 머리띠가 씌워져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가상현실 게임 ‘디멘션 월드’로 들어가는 시동어를 외쳤다.

 

 “로그인”

 

 그리고 그의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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