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첫회보기
 
신의 철퇴 (1)
작성일 : 17-09-30     조회 : 80     추천 : 0     분량 : 10318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따르르르릉!

 

 철컥!

 

 "여보세요"

 

 「유강 오빠 일어났어? 오늘이 개강 첫날인 건 알고 있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말에 천유강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며 말을 했다.

 

 "연아냐? 이제 다 씻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천유강의 사촌 동생이자, 전왕의 딸인 배연아였다. 이모의 가족은 걸어서 30분 거리에 살고 있었고 동갑 사촌인 배대강과 한 살 어린 배연아와는 어려서부터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오늘 대학교에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배연아가 이번에 천유강과 배대강이 다니는 쥬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어서 같이 학교에 가기로 했다.

 

 「혹시나 하고 전화해봤어. 그리고 있잖아······, 쿡쿡쿡!」

 

 배연아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이 웃었다.

 

 "왜?"

 

 「아냐, 이건 전화로는 좀 말하기 그렇고, 이따가 만나면 말해줄게. 여하튼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으니까 기대해. 그럼 이따 봐!」

 

 일방적으로 자신이 할 말만 하고 끊은 전화에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하던 일을 마치기 위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디 보자, 회복까지는 성공했지.”

 

 세레나자드가 사라지고 나서 레전드 아이템인 ‘미라클’의 사용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아이템의 사용법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는데 의지만으로 물건을 허공에 뜨게 하거나 화염과 얼음을 만들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시험했던 것은 급속 회복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칼로 손바닥을 그었는데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정신력 소모가 너무 심하네.”

 

 미라클로 무언가를 해낼 때마다 엄청난 양의 정신력과 내공이 소모되었다. 싸이킥 파워를 사용하는 에스퍼와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지만 아직 미숙해서인지 효율은 그들보다 좋지 않았다.

 

 물론 에스퍼들이 하지 못하는 일도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창조였다.

 

 천유강이 손바닥을 눕히고 그곳에 정신을 집중하니 아주 작은 구슬이 만들어졌다.

 

 “크윽!”

 

 모든 내공을 쏟아부어서 만든 것이 고작 자그마한 쇠 구슬이다. 당장 쓸모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만약 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놀라 자빠질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다.

 

 마법사들이 화염구나 매직 미사일 같은 것을 만들어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나를 치환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원히 남는 물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창조는 신의 영역이다. 고작 아이템 하나 착용했을 뿐인데 이런 권능을 지니게 되었다.

 

 “휴~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나도 믿지 않았을 거야.”

 

 만약 내공이 지금보다 백 배, 아니 열 배만 더 많았어도 정말 신과 다름없는 권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디멘션 월드의 아이템은 훨씬 더 뛰어난 효능을 지니고 있었다.

 

 아니, 뛰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이런 아이템이 몇 개만 풀려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거다.

 

 물론 세레나자드의 말에 따르면 레전드 등급 아이템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고 레전드 등급 중에서도 이 미라클이라는 아이템의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2천 명의 베타 테스터가 있으니 언젠가는 다시 이런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조만간 대격변이 일어날 거야.”

 

 우려는 되지만 천유강한테 나쁜 일이 아니다. 아이템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중에는 부모님을 회복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할 거다.

 

 “이젠 정말 희망이 보여.”

 

 이 황당한 일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믿기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걱정을 끼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균열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당장 그만두라고 말할 것이 뻔했다.

 

 “균열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세레나자드는 마음만 먹으로 균열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말을 했지만, 밖에 나가서 주변 한 바퀴를 둘러봐도 균열 포탈처럼 보이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일단 균열에 대한 일을 뒤로 미루고 서둘러 씻고 학교로 가기로 했다. 목적지인 대학교는 천유강의 기숙사에서 걸어서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20분이 조금 넘게 도착한 곳은 마치 고대의 성과 같이 견고하고 동양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건물이었다.

 

 「쥬신 대학교」

 

 거대한 현관이 걸려 있는 정문에는 각양각색의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는데 세계의 모든 인종과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곳은 언제 봐도 거대하군."

 

 쥬신 대학교는 금강산을 등지고 세워져 있는데 그 크기는 몇 시간을 걸어도 다 못 돌 정도로 거대했다. 단순히 크기만 거대한 것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교육 기관으로 손꼽히는 수재만이 다닌다는 엘리트 학교였다.

 

 정치, 경제, 경영, 인문, 과학, 군사, 무술, 에스퍼, 마법 등 여러 가지 과가 있었고 모든 시설과 교수진이 다른 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실제로 마법 분야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이 쥬신 대학교가 세계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천유강은 그중에서도 무과 특별전형으로 무공만으로 입학할 수 있었는데 겨우 21살에 절정의 경지에 올랐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빠~~"

 

 정문을 지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잔디밭에 들어설 때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짧은 갈색 머리카락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와 키는 2m도 넘어 보이고 무식할 정도로 큰 덩치를 가진 남자가 보였다.

 

 둘은 모두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여자 일반적인 활보다는 작은 크기의 복합궁을, 남자는 커다란 도끼를 등에 메고 있었다.

 

 "미안. 기다리고 있었냐?"

 

 "아니야. 방금 도착했어."

 

 그녀가 천유강에게 전화했었던 사촌 동생 배연아다. 나이는 이제 20살이 되었고 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쥬신 대학교에 갓 입학을 한 새내기다.

 

 170 초반의 훤칠한 키에 같이 다니면 남자들이 한두 번은 쳐다볼 정도로 미인 축에 속했는데, 성격이 왈가닥이어서 얼굴을 보고 다가온 남자들도 결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망갔다.

 

 "방금은 무슨, 학교 오기 3시간 전부터 망아지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 게 누군데."

 

 배연아와 같이 서 있는 남자는 그녀의 오빠 배대강이다. 천유강의 거의 유일한 친구로 나이는 천유강과 똑같이 21살로 이제 대학교 2학년이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강인한 눈빛과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고 얼굴이 험상궂은 편은 아니지만 키가 190 후반대의 거구라서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절로 위압감을 들게 한다.

 

 배대강 역시 절정의 무인으로 천유강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전왕에게 직접 무공을 전수받고 있기에 그의 이름이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배대강의 투덜거림에 배연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헤헤~ 그래도 입학 첫날인데 예쁘게 입고 와야지. 이것 봐 예쁘지?"

 

 배연아는 제자리에서 한 바뀌는 돌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과연 배연아의 옷은 연분홍색에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마치 공주 드레스를 연상하는 듯했다.

 

 "그래서 옷을 2시간 동안 갈아입었냐? 집안을 다 파헤치면서? 누가 보면 전쟁이라도 난 줄 알겠다."

 

 “남자랑 여자랑 똑같나?”

 

 "그래서 결국 입은 게 그 공주 드레스냐? 왜? 유리 구두라도 신고 오지? 잃어버리면 왕자님이 찾아 줄지도 모르는데."

 

 배대강은 자꾸 비꼬자 배연아가가 발끈해 소리쳤다.

 

 "이런 날에 멋 좀 내야지!! 오빠처럼 구질구질하게 다니나, 그럼?"

 

 "뭐? 구질구질!"

 

 "덩치는 곰 같은 게, 매일 어두운 옷만 입고 다니면서 좋은 소리 들을 줄 알았어? 그러니까 조폭으로 의심받지. 유강 오빠는 얼굴이라도 잘 생겼지. 지는 얼굴도 험악하게 생겨가지곤."

 

 배대강의 얼굴은 사실 덩치에 비하면 험악하게 생긴 편은 아니지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동네 양아치들도 피해갈 만큼 사람들이 무서워했다. 그 때문에 종종 스트레스를 받곤 했는데 배연아는 얼굴 때문이라고 놀려대며 그의 성질을 돋우었다.

 

 "넌! 그 드레스에 활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뭐, 뭐가 어때서?"

 

 공주님 같은 드레스를 입고 활을 매고 있는 배연아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굉장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언발라드 하잖아."

 

 "뭐가 어때서 그래! 그리고 언발라드가 뭐냐? 언밸런스지. 무슨 노래 불러? 띨띨아!!!"

 

 "띨띨이! 왁~~ 너 한번 혼나볼래?"

 

 "헹~ 어디 한번 붙어봐?"

 

 두 사람이 한껏 내공을 끌어올리니 주변의 사물들도 덩달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끌어올린 두 사람의 기가 서로 충돌하자 주변에 있던 자갈과 흙이 사방으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주변 길을 가던 사람들은 때 아닌 모래 폭풍에 질겁하며 도망갔다.

 

 평범한 남매의 싸움이라고 하기엔 스케일 너무 컸다.

 

 위험해 보이는 광경이었지만 이미 이런 광경이 익숙한 광경인 천유강은 그저 뚱한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이 남매는 틈만 나면 이렇게 티격태격 싸운다. 이제는 말리는 것도 이골이 났다. 균열에 대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질 대로 복잡했기 때문에 둘에 신경 쓸 기운도 없었다.

 

 그래서 무심히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 먼저 간다."

 

 천유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이동했다.

 

 "어? 오빠 같이 가."

 

 "야! 같이 가."

 

 ***

 

 그렇게 그들이 간 곳은 대학 내 넓은 공터였다. 그곳에는 학생들이 간이 테이블을 세우고 있었는데 새 학기가 되었으니 동아리에서 저마다 신입생들을 뽑아가려고 안달이 나 있는 상태였다.

 

 "어서 오세요~ 신입생이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신입생들 환영해요."

 

 와글와글와글

 

 "우와 엄청나네?"

 

 배연아가 신기한 듯 학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쥬신 대학도 이런 점은 다른 대학교와는 같구나."

 

 "뭐 아무리 잘난 놈들만 있어도 본질은 대학생들이니까."

 

 많은 수의 동아리와 많은 종류의 동아리들이 모두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는 역시 가상현실 세계 디멘션 동아리였다.

 

 디멘션 월드에서는 전투 말고도 많은 종류의 유희 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축구장과 농구장도 광범위하게 있고 골프장도 있어서 경기가 많이 일어났다. 실제로 여러 가지 책들도 많이 있어서 책을 읽고 싶은 사람과 공부하는 학자들 시험 기간이 얼마 안 남은 학생들은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도 하곤 했다.

 

 저마다 길드를 만들어 게임을 하게 되는데 유능한 군주가 있는 길드라면 전 길드원이 이익을 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오빠들은 아무런 동아리도 안들 거야?"

 

 "귀찮게 그런 거 왜 하냐?"

 

 배대강이 관심 없다는 듯 귀를 후비적거리자 배연아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봤다.

 

 "하긴, 오빠가 그렇지 뭐. 유강 오빠야 사교성 제로니깐. 당연히 생각이 없을 거고."

 

 "······."

 

 "에구, 나 재즈 댄스 동아리 들고 싶은데 뭐 없나? 어?"

 

 눈썰미가 좋은 배연아가 천유강의 목에 못 보던 것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게 웬 목걸이야? 오빠가 장식품 한 건 처음 보는데?”

 

 “아~ 이거······. 그냥 기분전환으로 낀 거야.”

 

 둘에게는 비밀이 없는 천유강이지만 이 목걸이가 사실은 미라클이라는 이름의 레전드 아이템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균열 포탈에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다. 만약 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걱정하거나 말릴 것이 뻔했다. 차라리 비밀로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천유강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배연아는 그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웬일이래? 뭐, 그런 시도도 나쁘지 않지. 이번에는 친구도 사귀고 그래라. 여자 친구도 사귀고.”

 

 “노력할게.”

 

 그리고 사방을 둘러보던 배연아가 한 곳을 보더니 소리쳤다.

 

 "오빠! 그 여자아이다."

 

 배연아의 말에 배대강이 한 곳에 서 있는 한 소녀를 보더니 얼굴을 홱 돌렸다. 누가 봐도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었다.

 

 친구의 좀처럼 볼 수 없는 당황하는 모습을 본 천유강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누구야 저 애는?"

 

 "쿡쿡쿡~ 아침에 내가 말했잖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고."

 

 "야~! 배연아! 너 그런 것도 말했냐?"

 

 배대강의 얼굴은 삶은 고구마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뭐 어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유강 오빤데."

 

 "으······."

 

 배대강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뜻 모를 신음만 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아무리 매사에 무심한 천유강이라도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큭!"

 

 배연아는 웃음이 자꾸 나와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겨우 진정한 그녀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나왔다.

 

 "오빠가 사랑에 빠진 거 같아. 흐흥~"

 

 배연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콧소리를 내었다.

 

 “뭐?”

 

 뜻밖에 말에 고개를 돌리니 배대강의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것 아니라니까!!"

 

 배대강은 손을 내저으며 강하게 부인했으나, 오히려 그 점이 더욱 의심스럽게 보였다.

 

 "큼! 큼! 그런 게 아니라······. 에잇~ 그런 게 있어. 말하기 좀 복잡해."

 

 "뭐야? 정말 뭔가 있나 보네? 전부터 아는 사람이야?"

 

 "몰라."

 

 "몰라? 그게 뭔 소리야?"

 

 "응. 전에 아는 애가 맞는 거 같긴 한데, 날 기억 못 하는 거 보니 착각한 거 같기도 하고."

 

 배대강은 전에 없이 풀죽은 모습을 보였다. 2m가 넘는 거대한 덩치가 축 늘어진 것을 보자 더없이 처량해 보였다.

 

 "그래?"

 

 배연아는 아까 그 여자아이를 다시 쳐다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착각한 거 아냐? 오빠 같은 사람을 기억 못 하기도 힘든데."

 

 "너 그거 무슨 뜻이냐?"

 

 "거울 앞에 서서 물어보세요. 무슨 뜻인지."

 

 그렇게 둘이서 만담 아닌 만담을 하고 있을 때 아까 그 여자아이 옆에 다른 남자가 나타나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배연아가 두 손을 부여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오옷~ 라이벌 등장!"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극구 부정을 하고 있지만 배대강도 마음이 쓰이는 듯, 시선을 남자 쪽에서 떼지 못했다.

 

 "쿡쿡쿡! 뭐가 아니야. 포기해, 오빠. 남자가 너무 잘생겼다."

 

 "으그극!"

 

 배대강이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남자를 보던 배연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근데 남자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남자?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흠, 누구지?"

 

 잠시 고개를 짚고 생각을 하던 배대강이 손뼉을 쳤다.

 

 "아~ 생각났다. 신저후인가 뭐시기 하는 녀석이야."

 

 "신저후? 혹시 신지후 말하는 거 아니야? 그 세황 기업의?"

 

 "응! 맞다, 신지후. 확실해. 나한테 와서 말을 많이 걸어와서 알아."

 

 "엥? 세황 기업 회장의 손자가 왜?"

 

 "자기 길드에 들어오라나. 뭐라나?"

 

 "그래?"

 

 세황 기업은 전자, 금융, 건설, 자동차, 첨단산업 등등 여러 가지 사업을 복잡하게 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기업으로 세황 기업의 회장은 웬만한 한 나라의 왕보다도 영향력이 있었다.

 

 단지, 돈 많은 회장의 손자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신지후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도 있는데 수익률이 저조했던 회사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들었다는 소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였다.

 

 최고급 경제력을 가진 사람의 손자와 최고급 무력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 만나는 것은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저 사람 이 쥬신 대학교에서도 성적이 5등 이하로는 떨어진 적이 없데, 그리고 들리는 바에 의하면 무공도 상당하다는데?"

 

 배연아가 말을 하자 배대강이 옆에서 이죽거렸다.

 

 "만능이라······. 난 머리 좋은 놈들과는 상종하기 싫더라."

 

 “질투 때문이 아니고?”

 

 “아니라니까!!

 

 천유강이 신지후를 보니 갑자기 예전 외할아버지와 산에서 살 때 만났던 늑대 대장 일랑이 생각났다.

 

 일랑은 백두산에 무리 지어 사는 흰 늑대들의 우두머리로 항상 위풍당당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로 거대한 곰도 한 방에 쓰러트린 적 있는 야수였다.

 

 천유강과도 몇 번 싸운 적이 있었는데 서로 큰 상처를 입고 둘이 똑같이 며칠 몸져누웠다가 다음에 만날 때 한 번 더 대판 싸우고 그때도 승부를 못 내자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천유강이 일랑의 자식들과도 어울려 놀아도 안심할 정도로 친해졌었다.

 

 '전형적인 우두머리인가?'

 

 일랑과 같이 신지후에게도 리더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때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신지후가 천유강 일행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이내 일행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 오빠, 우리한테로 오는데?"

 

 "네가 하도 소란을 피워서 그런 거잖아."

 

 "안녕하십니까. 배대강 후배님."

 

 어느새 다가온 신지후가 일행에게 말을 건넸다.

 

 가까이에서 본 신지후의 모습은 엘리트답게 깔끔한 복장에 지나가던 여자들도 한 번쯤 돌아볼 정도로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아 뭐······. 안녕하시오."

 

 배대강은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이쪽은 동생분이신가요? 내 기억이 맞는다면 배연아 양이 맞으시죠?"

 

 신지후는 배대강의 동생인 배연아를 한 번에 알아보았다.

 

 "아. 네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름까지 아세요?"

 

 "전왕의 딸이 학관에 입학한다는 소문이야 이미 전 학관에 퍼진 상태입니다."

 

 신지후는 싱긋 웃었고 다시 고개를 배대강 쪽으로 향했다.

 

 "아~ 대강 군, 예전에 제가 말한 것은 생각해 보셨나요?"

 

 신지후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지만 되돌아오는 배대강의 대답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아니라고는 해도 여자아이와 다정했던 모습이 마음에 걸린 것이 틀림없다.

 

 "글쎄올시다. 도련님들 싸움의 장기짝이 되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

 

 무례한 말투에 배연아가 배대강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오빠!"

 

 "아~ 왜!?"

 

 배연아가 난처해 했지만 신지후는 개의치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요."

 

 이 쥬신 대학교에는 많은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데 그중에는 각 기업의 후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학생으로는 여기 있는 신지후와 칠성 그룹의 후계자인 마준환이 있었다.

 

 세황 그룹과 칠성 그룹은 전 세계에서 항상 1, 2위를 다투는 그룹이다. 세황 그룹이 약간 앞서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근소한 차이다. 그러니 이 둘을 정치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유로 그 둘의 옆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둘은 항상 라이벌 관계에 있었는데 정기적으로 친선 경기를 갖는 등 경쟁을 하였다. 경쟁이 과열되면 부작용도 심해서 학생들끼리의 대결이라고는 볼 수 없는 큰 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근데 이쪽은 누구십니까?"

 

 신지후가 천유강을 보며 말했다.

 

 "내 친구요."

 

 천유강이 염제의 외손자이고 풍신의 아들인 것은 국가적인 비밀이다. 그러니 배대강도 대충 둘러댔다.

 

 "아~ 그런가요?"

 

 신지후는 다시 예의 바르게 천유강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 신지후라 합니다."

 

 천유강도 순순히 내민 손을 잡고 인사했다.

 

 "전 천유강이라고 합니다."

 

 "저도 소개할 사람이 있지요. 지현아, 이리와 봐."

 

 아까 배연아와 배대강이 말한 여자아이가 신지후가 부르자 쪼르르 달려와 부끄러운 듯 신지후의 등 뒤로 숨었다. 그리고 고개만 살짝 내밀었는데, 그 모습이 작은 동물처럼 보여서 남자들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모습에 배대강이 움찔했지만 최대한 내색을 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소개하지요. 제 동생 신지현이라고 합니다."

 

 이제껏 한층 인상을 쓰고 있던 배대강의 얼굴이 동생이라는 말에 활짝 펴졌다.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모습의 신지현은 수줍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아 그러고 보니깐 배연아양과는 동갑이네요. 동생도 이번에 입학했습니다. 제 동생이 숫기가 없어서 어려서부터 친구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만나면 서로 인사하며 지내주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네······."

 

 그래도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끼리여서 그런지 조금은 덜 어색한 모양이었다. 신지현은 얼굴을 들고 배연아를 향해 수줍게 인사하며 악수를 하였다.

 

 "아. 바쁘실 텐데 붙잡아서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가자, 지현아."

 

 "응."

 

 신지후와 신지현이 뒤를 돌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자, 잠깐!!!"

 

 배대강이 급하게 신지후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지요?"

 

 "큼, 흠."

 

 순간 너무 목소리를 크게 하여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까 그 이야기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

 

 〔Log in〕

 

 다시 디멘션 월드에 접속한 천유강은 일단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세레나자드의 말대로 사망 페널티를 받지 않았고 아이템도 그대로 있었다. 발에는 유니크 신발이 그대로 착용된 상태였다.

 

 전이었다면 유니크 신발은 팔고 다시 레벨 업에 도움이 안 되는 전투에만 집중했을 거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힘을 얻고 부모님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아이템의 힘도 중요하다.

 

 “그리고 종족도.”

 

 종족 없는 노비스로 300레벨까지 찍었지만 이제는 승급해서 힘을 더 키워야 한다. 승급을 위해서는 종족이 필수다.

 

 디멘션 월드는 선택할 수 있는 종족이 셀 수 없이 많다. 가장 종족이 많은 판타지 대륙에만 100가지가 넘는다. 여기서 선택이 중요하지만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마족이다.

 

 천유강이 베타 테스트 플레이어 자격을 얻게 된 것도 ‘다크 스포어’라는 직업을 얻고 나서부터다. 이 직업이 마족 전용이라서 승급하기 위해서는 마족이 되어야 한다.

 

 마족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마족으로 환생할 수 있는 엠블럼을 얻고 환생 퀘스트를 깨야 한다. 엠블럼을 얻을 방법도 미리 숙지해 놨다.

 

 “신성 대륙으로.”

 

 대륙 간 포탈로 이동한 천유강은 목적지인 신성 대륙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원하는 엠블럼을 얻는 곳이 있다.

 

 하지만 몰래 쫓아온 사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확실하지?”

 

 “장담할 수 있어. 우릴 물 먹인 그놈이야.”

 

 “길드원에게 알려. 추적향을 묻혔으니 어딜 가도 24시간 안에는 도망칠 수 없어”

 

 그들은 히든 던전을 천유강에게 뺏긴 윤세원의 길드원들이다. 복수를 위해서 잠복했다가 천유강의 뒤를 쫓은 거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122 크러쉬 (10) 1/28 366 0
121 크러쉬 (9) 1/28 388 0
120 크러쉬 (8) 1/25 376 0
119 크러쉬 (7) 1/25 391 0
118 크러쉬 (6) 1/24 454 0
117 크러쉬 (5) 1/22 348 0
116 크러쉬 (4) 1/20 429 0
115 크러쉬 (3) 1/19 367 0
114 크러쉬 (2) 1/15 395 0
113 크러쉬 (1) 1/15 441 0
112 별을 품은 소녀 (9) 1/15 431 0
111 별을 품은 소녀 (8) 1/15 449 0
110 별을 품은 소녀 (7) 1/15 460 0
109 별을 품은 소녀 (6) 1/15 393 0
108 별을 품은 소녀 (5) 1/15 447 0
107 별을 품은 소녀 (4) 1/15 391 0
106 별을 품은 소녀 (3) 1/15 363 0
105 별을 품은 소녀 (2) 1/15 392 0
104 별을 품은 소녀 (1) 1/15 393 0
103 마주치다 (5) 1/10 368 0
102 마주치다 (4) 1/9 365 0
101 마주치다 (3) 1/7 358 0
100 마주치다 (2) 1/6 364 0
99 마주치다 (1) 1/2 367 0
98 바다 이야기 (7) 1/2 366 0
97 바다 이야기 (6) 12/31 379 0
96 바다 이야기 (5) 12/30 407 0
95 바다 이야기 (4) 12/28 389 0
94 바다 이야기 (3) 12/26 375 0
93 바다 이야기 (2) 12/25 363 0
 
 1  2  3  4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