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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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만들다 (4)
작성일 : 17-10-23     조회 : 116     추천 : 0     분량 : 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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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사방이 막힌 신전의 안이다. 같이 구멍에 들어갔던 7명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는데 그들도 천유강이 수행한 퀘스트를 겪었는지 몸을 더듬어 물기를 확인했다.

 

 “어유~ 익사하는 기분, 정말 끔찍하네.”

 

 몇 명은 완전히 탈진해서 쓰러졌는데 실패해서 물에 빠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성공한 이도 있었는데 뜻밖에도 천유강에게 폭언을 퍼붓던 남자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보상! 내 보상 어디 있어? 짐을 구했잖아? 여기 나가면 주는 거겠지?”

 

 퀘스트를 클리어한 플레이어는 모두 3명이었다. 천유강, 전미린, 그리고 저 남자. 나머지는 모두 실패하고 바다에 빠져 익사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로그아웃되지는 않았다.

 

 보상부터 찾는 남자와는 다르게 전미린은 차분히 상황을 파악했다. 폭풍 퀘스트를 해결했지만 이곳은 일행들이 기다리는 밖이 아니라 아직 신전 안이고 앞에 긴 길도 있다.

 

 “아직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어요. 길을 따라서 걸어가면 다른 퀘스트가 존재할 겁니다.”

 

 전미린의 말에 남자가 다시 빈정대기 시작했다.

 

 “그래야지. 이렇게 끝나면 물건도 받지 못해.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아니면 진짜 한 번 대주면 내가 잘 이야기해본다니까?”

 

 남자의 말에 전미린이 그를 무섭게 쏘아보았지만 남자는 휘파람을 불면서 전미린의 몸매를 감상할 뿐이었다.

 

 이제까지 이야기를 통해 파악한 것은 전미린이 간절하게 원하는 물건을 남자 혹은 그가 속한 조직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물건이기에 전미린이 남자의 성희롱까지 참아내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안색이 딱딱하게 굳은 전미린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갑시다.”

 

 전미린이 남자를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다른 일행들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때 남자가 천유강이 어깨를 툭 하고 쳤다.

 

 “어이~ 노비스?”

 

 천유강이 돌아보자 남자는 이죽거리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뭐지?”

 

 “뭐지? 너 지금 나한테 반말했나?”

 

 반말을 먼저 한 것은 남자였다. 그뿐 아니라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무시하는 말을 벌써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이제까지 천유강이 남자를 무시한 것은 그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상대할 가치가 없어서이다.

 

 “웃기는 놈이군. 너 따위한테 내가 말을 높여야 하나?”

 

 “이 새끼가! 퀘스트고 뭐고 그냥 여기서 엎어버릴까?!”

 

 남자가 협박 아닌 협박을 했지만 천유강은 뚱한 표정으로 그를 보기만 했다.

 

 “그게 협박이라고 한 거냐? 내가 이 퀘스트에 연연할 거 같아?”

 

 천유강은 애당초 이 길드원이 아니다. 퀘스트에 실패하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는 제삼자다. 천유강의 말에 남자는 전미린 쪽을 흘낏 봤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앞만 보고 걸어갔다.

 

 전미린이 당황해서 천유강을 말릴 줄 알았던 남자의 생각과는 달랐다.

 

 “대단할 것도 없는 주제에 감투 하나 믿고 설치는 놈들은 많이 봐왔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하이에나 새끼들.”

 

 힐끗 본 후에 무시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저런 무례한 놈은 드잡이할 가치가 없다.

 

 천유강이 등을 돌리자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그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가지고 있던 검을 집었다.

 

 “엇! 조심!”

 

 그것을 본 다른 길드원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검을 휘둘러지고 있었다.

 

 부웅~

 

 모두가 천유강이 낭패를 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달랐다.

 

 천유강이 빙글 돌아서 검을 피한 후 남자의 얼굴을 잡고 신전 벽에 처박았다.

 

 쿵!!!

 

 “우욱!”

 

 뒤통수에 느껴지는 통증과 한순간에 제압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떨고 있을 때 천유강의 무심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노비스한테도 형편없이 깨지는 놈이 입만 살았구나.”

 

 사실 남자도 천유강의 말처럼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 500대 후반의 레벨로 2차 승급까지 끝냈기 때문에 어디 가도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굴욕을 맛보고 있었다.

 

 천유강이 오물을 버리듯이 옆으로 밀어버리니 힘없이 쓰러졌다.

 

 “입만 산 새끼.”

 

 “크윽!”

 

 천유강의 말에 남자가 다시 달려들 것처럼 무기를 움켜쥐었지만 눈빛과는 달리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천유강이 자기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고는 함부로 덤빌 수 없는 것이다.

 

 전형적인 강한 자에 약하고 약한 자에 강한 스타일이었다.

 

 이제까지 모르는 척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길드원들이 고소한 듯이 웃자 남자의 얼굴을 붉어졌고 전미린의 냉담한 눈총을 받자 쥐구멍에 숨고 싶어졌다.

 

 “노비스 새끼, 나가면 두고 보자.”

 

 결국, 상투적인 말을 남기고 패잔병처럼 뒤로 물러났다.

 

 “잘 하셨어요.”

 

 남자가 저 멀리 떨어지자 전미린이 천유강에게 붙어서 말을 했다. 남자의 굴욕을 보고 한층 기분이 나아진 표정이다.

 

 “쓰레기 같은 놈입니다. 가까이하면 절대 안 되는 족속이에요.”

 

 천유강의 말에 전미린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볼 때마다 소름 끼쳐서 죽겠어요.”

 

 “왜, 저런 자와 같이 다니는 겁니까?”

 

 처음부터 궁금한 말이었다. 원래라면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지만 자신에게 큰 통쾌감을 준 보답으로 전미린이 입을 열었다.

 

 “사실은 저한테는 이제 13살이 된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서 치료하기가 힘든 수준이 되었어요.”

 

 “백혈병이요? 그거랑 저놈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제 동생이 상태가 심각해졌을 때, 이상한 사람이 와서 여동생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푸라기라도 잡길 원했던 저희는 그가 준 약을 받아서 여동생에게 먹였고요.”

 

 “그게 정말 효과가 있었군요?”

 

 “네. 다행히 기적처럼 고비를 넘길 수 있었죠.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사실 전미린은 미르 기업이라는 건실한 회사의 장녀다. 재벌가라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이 원하는 돈을 지급할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요구는 점점 더 커지고 괴상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돈이었다. 몇 개월에 거처 수십억이 넘은 돈을 주었지만, 나중에는 디멘션 월드의 아이템이나 주요 퀘스트를 넘기기를 원했다.

 

 저 남자는 그 조직에서 파견한 일종의 감시자였다. 처음에는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더니 그녀의 절실함을 알고는 요즘에는 노골적으로 전미린의 몸을 요구했다.

 

 문제는 그런 그를 마음대로 내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동생은 저들이 주는 약으로 겨우 버티고 있습니다. 약을 끊으면 다시 상태는 급격하게 악화될 겁니다.”

 

 “완치는 안 됩니까?”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백혈병이라는 게 쉽게 완치되는 병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버티는 것도 기적입니다.”

 

 다음 약을 받는 날이 오늘까지다. 그러니 이번 퀘스트를 통해서 그들이 만족할만한 아이템이나 퀘스트를 받아야 했다. 다음 날로 미루지 않고 천유강을 급하게 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흠.”

 

 듣다 보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였다. 그래서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눈 부신 빛이 앞에 나타났다.

 

 “모두 조심!”

 

 갑작스러운 이변에 전미린이 손짓하며 진영을 유지했다.

 

 빛과 함께 나타난 건 순백의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외모의 천사였다. 다행히 일행을 적대하지 않고 환한 미소로 반겼다.

 

 “어서 오세요, 시련을 딛고 이곳에 선 방랑자들이여.”

 

 선한 인상을 지녔지만 그녀에서 느껴지는 기세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행 중 하나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채고는 크게 소리쳤다.

 

 “미, 미친 오파님이야!”

 

 오파님은 천사 계급 중의 하나로 세라핌, 케루빔 다음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레벨이 최소 800이 넘는 최상위 NPC 혹은 몬스터다.

 

 레벨 800이 넘는 보스라면 정예 길드원 수십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잡을 수 있다. 지금 7명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강자다.

 

 오파님이라는 말에 일행이 술렁거리자 전미린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침착하세요. 적이 아닙니다.”

 

 오파님이 전미린의 말을 듣더니 싱긋 웃어보였다.

 

 “그녀의 말이 맞습니다. 제 이름은 아나엘, 당신들을 인도하러 이곳에 왔습니다.”

 

 아나엘의 말에 겨우 진정이 된 일행들은 한 곳에 모여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선 축하드립니다. 시련을 통과하신 분이 두 분이나 계시군요.”

 

 아나엘이 손을 뻗자 전미린과 천유강의 몸에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투명판이 나왔다.

 

 《엠블럼 획득》

 위대한 항해

 (랭크 S)

 조건 : 유라굴로 광풍에서 아무도 희생시키지 않고 살아남는다.

 능력 : 모든 파티원 체력 +10%

 

 혼자만 체력 10%가 올라도 좋은데 무려 모든 파티원이 효과를 받는 엠블럼이다. 물론 혼자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천유강에게는 효능이 떨어지겠지만 충분히 만족할만한 능력이다.

 

 아나엘이 우선 전미린을 가리키며 말했다.

 

 “짐을 버리고 모든 선원과 승객들이 힘을 합쳐 광풍에 맞선 당신의 선택은 탁월했습니다. 비록 승객과 선원 몇 명을 잃었지만 아무도 당신을 비난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미린의 선택은 천유강과 비슷하지만 승객들도 힘을 합쳐 폭풍우에 배를 지켜냈다는 것이 달랐다. 비록, 희생을 피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천유강보다도 더 뛰어난 방법일지도 몰랐다.

 

 천유강은 승객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만 빠졌을 때 그녀는 승객들이 스스로 구할 방법을 알려주었다. 모두가 힘을 합치니 뒤집힐 뻔한 배를 구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전미린이 받은 엠블럼은 천유강보다 낮은 A등급의 엠블럼이었지만 만약 둘 중 하나가 선장을 맡아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추천할 거다.

 

 다음은 천유강 차례였다.

 

 “당신이 보여준 용기는 다른 이들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문제를 해결했고 몸도 가누기 힘든 고통에서도 다른 이들의 용기를 이끌어냈습니다. 그 결과 아무도 죽지 않은 놀라운 결과를 낳았군요.”

 

 아나엘이 다시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천유강과 전미린의 손으로 떨어졌다. 퀘스트 클리어 아이템이었다.

 

 《빛의 문장》

 ???

 

 한 명도 죽지 않고 퀘스트를 클리어했으니 최소 유니크 등급 아이템은 받을 줄 알았는데 받은 것은 이상한 모양의 금속판이 전부였다. 설명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고 물음표만 쓰여 있었다.

 

 그에 비해 전미린의 표정은 밝았는데 약과 교환할 좋은 아이템을 손에 넣은 듯했다.

 

 “감사합니다.”

 

 전미린이 고개를 숙였을 때 갑자기 문제의 그 남자가 뾰쪽한 소리를 냈다.

 

 “뭐야?! 나는? 나도 끝까지 살아남았다고! 왜 나는 보상이 없는 거야?”

 

 폭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천유강과 전미린만이 아니라 남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은 아무 보상을 받지 못하자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그를 쳐다보는 아나엘의 표정은 전과는 다르게 싸늘하기만 했다.

 

 “당신은 재물을 지키기 위해 모든 승객들을 바다에 던졌을 뿐 아니라 다친 선원들마저 내버렸습니다. 약속대로 재물은 얻겠지만 다른 보상은 줄 수 없습니다.”

 

 아나엘은 정말로 그에게 사람 얼굴 크기만 한 주머니를 주었다. 그 안에는 금화가 가득해서 못해도 500골드는 되어 보였다.

 

 500 골드면 환율로 계산하면 5천만 원이나 되는 큰돈이지만 그녀가 직접 내린 보상보다 좋을 리가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남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미친!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그런 것인 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나도 그놈들을 살렸을 거라고!”

 

 “보상을 바라고 한 일과 재물을 희생하면서까지 한 일과 같을 수 없죠. 모두 당신 선택의 결과입니다.”

 

 “이건 사기야! 이건 다 무효라고!”

 

 좀 전의 천유강에 얻은 굴욕과 지금의 낭패가 더해지자 남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분노했다. 결국,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저질렀다.

 

 “씨벌!”

 

 옆에 있던 장식 항아리를 아나엘에게 던져버린 거다.

 

 “어, 안 돼!”

 

 기겁한 일행들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항아리가 포물선을 그리더니 아나엘의 머리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쨍그랑!

 

 일을 벌인 남자마저도 황급히 놀라고 다른 일행들은 숨죽여 아나엘을 지켜보았다. 이제까지 그녀의 행동을 보면 웃으면서 용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다.

 

 “미천한 미물들이!”

 

 《아나엘》(보스)

 (LV 1,000)

 

 이길 수 없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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