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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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님이...”
“그런 분이니까...”
“수치라고는 없는 사람인가봐 깔깔”
넓디넓은 황궁에 시녀들이 빨랫거리를 들며 조잘거렸다. 황궁인만큼 듣는이가 많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지적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나가는 대신들도 작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을 표할만큼,
그것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
그리고 그런 ‘일상’을 바라보는 나는 그저 눈을 내리깔고 걸어갔다.
멍청한 사람
무식한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품격과 우아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
비난을 받아도 좋을 사람
어리석은 황비
그게 모두 나의 수식어였다. 소심한성격에 할줄아는건 없고 매번 물건을 부서 국가재정을 낭비할 정도로 매우 하찮은 사람. 얼마전 회의할때도 대신들중 절반이상이 황비폐위를 건의할 정도로 매우매우 하찮은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내가 앞에서 눈을 내리깔고 걸어가자 조잘거리던 시녀들이말을 멈추고 예를 갖추었다. 평범한 황비였다면 황실 모독죄로 바로 끌려갈만큼 성의없고 삐딱한 인사였지만 상대가 평범한 황비가 아니었기에, 그녀들은 대충인사를 하고 가버렸다. 나는 그것을 그저 흘러보냈다. 중간에 비웃음같은 소리도 들렸지만, 내 알바가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얘기 할 것이다.
“흐음”
넓은 집무실에 산처럼 쌓여있는 건의서에 저절로 한숨이 올 지경이었다. 황제는 의자를 까딱까딱거리며 대신들에게 올라온 건의서를 보았다.
쌓여있는 건의서는 대부분 쓸데없는 말이 전부였다. 황비폐위부터 황비폐위까지. 정말 쓸데 없는 말을 일일이 적어서 보내는 대신들에게 감탄할 지경까지 올 정도였다.
“내가 그때 너무 힘없이 말했었나”
저번회의때 못박듯이 말했는데 대신들이 잘 않들었나 보군. 황제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음회의때 못과 망치를 들고와 건의서를 내놓은 이들에게 귀에 못을 박겠다고 생각했다.
한참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며 건의서로 종이접기를 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리고 잠시후 자신의 전속시녀이자 비서인 엘리니아가 왔다.
“...황제님”
엘리니아는 한가로이 종이접기를 하는 그에게 잔소리를 퍼부을뻔 했지만 간신히 화를 억누르고 본론을 말했다.
“황비님이 오셨습니다 들어오라..”
“당장 들어오라고 해”
그녀가 말을 다하기전에 말을 끊어버린 황제는 해맑게 웃었다. 삐딱하게 앉은 몸을 바르게 앉혔다. 엘리니아는 미간을 살짝 찌뿌리며 문을 나섰다. 곧이어 엘리니아 대신 황비가 들어왔다.
“어서와 자기”
황제는 활짝 웃으며 표정이 보이지 않는 황비에게 다가와 그녀를 자리에 앉히고는 자기도 자리에 앉았다. 때마침 엘리니아가 다과와 차를 가져와 휑한 탁자에는 간단한 다과와 차가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이유없이 날보자고 하진 않을거고-”
한참동안 적막이 흐르다 눈치를 보던 황제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황비가 그를 쳐다보았다.
흐리멍텅한 파란눈동자에 작게 생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야?”
“...”
“누가 괴롭히기라도 해?”
황비는 황제를 쳐다보았다. 완전히 생기가 돋은 눈동자에는 약간의 불신이 섞여있었다.
“...하즈”
그녀가 작게 말했다. 하즈는 놀란 듯 눈이 커졌고 곧이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디 아픈거야?”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뭔가 내이름. 오랜만에 부르지 않아?”
그러자 그녀의 눈도 하즈처럼 크게 떠졌다. 그저 습관대로 아무생각없이 불렀던 것인데. 나는 작게 실소했다.
“어쨌든 할말이 있어요”
“거절”
다시 목소리를 가담고 말한 나는 하즈의 빠른 답변에 어이가 없었다. 사람말은 끝까지 들으란 말야. 나는 화를 감추고 차를 마실려고 하다가 내 두손이 다 하즈의 손에 덮여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빼려 했지만 실패했다.
“아 빼주실래요”
“거절”
“아 왜...”
자꾸만 거절하는 그에게 나는 도저히 화를 참지 못하고 그에게 버럭 화를 내려 그의 눈을 쳐다봤지만 그의 눈동자가 애달파 보여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는 그는 곧이어 내 품에 자신을 얼굴을 쓰러지듯이 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