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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법칙
작가 : 스위키
작품등록일 : 201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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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운의 황비(3)
작성일 : 17-09-17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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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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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숨쉬기가 어려웠다. 내가 헐떡거리자 날 죄어오는 무언가는 더 쎄게 날 더 죄어왔다.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어렵사리 잠들어있던 눈을 떴다.

 

 “...”

 

 “아”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것이 민망하게 내 위에서 누군가가 내 목을 누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조르고 있었다. 암살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목에 손을 땠다.

 

 역거움

 

 당황함

 

 꺼림칙

 

 난 암살자의 눈에서 모든 것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난 잠시 주춤거린 암살자를 밀어낸뒤 망설임 없이 그의 심장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내 손에서 잠시 빛이 밝게 빛나더니 그대로 암살자의 심장으로 다가섰다

 

 “크헉”

 

 빛을 흡수한 암살자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방 한구석에서 움찔거린 암살자는 곧이어 작은 행동도 취하지 않은채 축 늘어졌다.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며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올렸다. 검은머리카락이 내 손짓에 맞춰 뒤로 움직였다.

 

 ...검은머리카락?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나는 급히 방한켠에 있던 전신거울에 다가가 내 모습을 보았다. 기절하여 늘어진 암살자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둠을 삼킨 듯한 검은머리카락과 대조되는 뽀얀 피부가 날 반겼다. 내 파란 눈동자는 온데간데 없고 피를 삼킨듯한 빨간 눈동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뒤로 주춤거렸다. 내 하얀색머리카락이 검은색으로 물들여졌다. 파란 눈동자는 대비되어 빨간 눈동자로 변해있었다.

 

 하룻밤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니, 다시 돌아가버렸다.

 

 나는 몸을 떨었다. 내 저주가, 내 불행이, 다시 시작해버렸다.

 

 나는 서둘러 큰 가방을 꺼냈다. 아무소리도 없던 방에 소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소리에 잠이 깬 무언가들이 슬금슬금 나왔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차릴 틈도 없이 허겁지겁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어디가?]

 

 [잠만, 너 설마..]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나는 그들의 외침을 무시한체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오래전부터 불치병이 있었다. 불치병이기보단 저주에 가까웠는데, 마나가 갑자기 역류하고 외모가 바뀌는것도 그 저주에 한 부분이었다. 마법사였던 나에겐 가장 끔찍한 저주였다.

 저주가 시작하면 점점 몸이 어리기 시작하여 마지막엔 소멸에 이른다. 시한부 저주인셈이지. 나는 혀를 차면서 문밖으로 나섰다. 문밖엔 기사들이 여럿 있었지만 은신마법으로 다행히 들키지 않고 빠져나올수 있었다.

 

 ‘다음부터가 문젠데’

 

 궁에 벗어나는건 간단하다. 사실적으로 7클래스 이상 마법사나 하즈가 아니면 내 은신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하즈도 찾지 못하게 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 ‘저주’가 다시 시작했으니 ‘그들’도 다시 나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걸음이 늦춰졌다. 그들이 날 찾으면? 과연 내가 그들을 피하고 도망칠 수 있을까? 아니. 난 도망칠 수 없어. 그들은 언젠가 날 찾을 테고 그러면 난 죽는거랑 다름없어.

 

 하지만

 

 ‘시도하지 않은 것보단 낫지’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내 몸 하나 보호할 힘은 있으니 상관 없다. 여차여차 들키게 되더라도 다시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나는 간단하게 생각하며 궁 밖으로 나갔다.

 

 “...”

 

 결국 나가네. 하즈는 이미 떠나고 없는 황비의 발자취를 따라 눈을 옮겼다. 눈을 지긋히 감았다 떴다.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탁해졌다. 옆에 있던 엘리니아는 그 행동이 황비의 자취를 따라가는 행동임을 알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들’이 오고있어”

 

 “그들이라면..”

 

 저주가 시작한지 별로 되지 않았는데 벌써 행동하다니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 엘리니아가 생각했다. 하즈는 유리창을 열고 창틀에다가 발을 올렸다. 가볍게 올라간 그는 앞을 쳐다볼 뿐이었다.

 

 “어디가시는 거에요?!”

 

 “어디긴”

 

 하즈가 엘리니아를 보며 작게 웃었다. 영락없는 소년의 표정이지만 그 속내는 결코 순수하지 않을리랴.

 

 “도망가신 우리 황비님 데리고 와야지”

 

 약속했잖아. 창틀에 걸터있던 그는 순식간에 제 모습을 감추었다. 엘리니아는 더 이상 바람이 들어와 서류를 헤집지 않도록 창문을 닫으면서 집무실 문짝을 뜯어야 하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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