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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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작성일 : 17-10-25     조회 : 32     추천 : 0     분량 : 2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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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향기의 본질을 찾기 위해 눈을 감은 채 킁킁거리며 온 후각을 집중하는 시아였다. 그런데 퍼뜩 한 여름, 물러터질 것처럼 잘 익은 붉은 자두가 떠올랐다. 신선하고 향긋하고 침샘까지 자극하는 자두 냄새, 그거였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한테, 과수원도 아닌, 도시에서, 그것도 이 계절 자두 향이라니 참으로 놀라웠다. 혹시 이 남자가 자두를 먹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눈꺼풀을 살며시 들어올리는 순간, 그녀는 놀라 온몸이 얼음이 되어버렸다.

 

  "어멋!"

 

 그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에서 한 주먹도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해본 적은 없으나 마치 입이라도 맞출 태세였다. 그녀는 깜짝 놀라 살짝 경기했다. 그런데 그는 표정도 바꾸지 않고 여전히 진지하게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서 그녀의 눈썹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기서 놀라는 표정을 짓거나 뒤로 물러서면 모델 처음인게 드러날 것 같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가만히 있었다. 그는 시아의 당황함은 느끼지도 못하는 듯 슥슥 눈썹을 그려나갔다.

 

 ‘아...다시 눈 감아? 말아?’

 

 그렇게 고민하는 중 그녀의 눈에 그의 목이 보였다. 목젖이 꽤 컸다. 움직이지 않는 거 보니 침도 삼키지 않고 집중하는 듯 했다. 목 젖 근처에 꽤 큰 점도 보였다. 단추가 풀린 셔츠 안으로 속살이 살짝 보이는데 꽤 하얬다. 안을 보려고 한 건 아니나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씩 용기를 내 시야를 위로 올렸다. 귀는 동그랗고 예쁘게 생겼는데 뚫었던 자국이 있었다.

 

  ‘아말고도 어디서 쫌 노셨나?’

 

 남자를 귀를 뚫었다고 다 노 건 아니겠으나 외모에 관심이 엄청 많은 남자임엔 분명했다. 셔츠도 브랜드였고 시야에서 왔다갔다 번쩍거리며 종종 보이는 그의 시계는, 시계는...심지어 A사 브랜드의 명품이었다. 참았던 감탄사가 자동으로 입 밖에 튀어나왔다.

 

  "헐..."

 

 그제야 그가 그녀와 눈을 맞췄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가까웠다.

 

  "뭐야? 왜? 아파?"

  "아, 아니요."

 

 갑자기 다정하게 아프냐고 물으니까 또 당황하는 시아였다. 아프긴 커녕 부드러운 펜슬의 감촉에 졸음이 올 지경이었는데...

 

 

  "아프면 말해."

  "...에, 에."

 

 뜬금 없는 그의 배려에 갑자기 순한 양처럼 대답해버렸다.

 

  ‘아, 이게 아닌데...’

 

 그러고 나서 다시 그의 시계를 보았다. 짝퉁이 아닌 진품이었다.

 

  ‘아니, 돈이 얼마나 많길래 차도 옷도 시계도 죄다 돈으로 휘감았대? 그런데 왜 미용을 하냐구? 나 같은 그냥 부모님 돈으로 먹고 살겠다.’

 

 그러고 다시 모델의 위치로 돌아온 그녀는 그의 턱을 봤다. 갸름한 턱에는 흔한 여드름 자국이나 잡티 하나 없었다. 그리고 입술에는 윤이 났다.

 

  ‘뭐 이렇게 피부가 좋아? 화장이라도 한 건가? 아, 이 사람 혹시 게이...나 이런 거 아니야? 화장하는 것도 그래서 배우는 거 아니냐구?’

 

 집중하는 그의 앙 다문 입술이 일자로 다부졌다. 구렛나루 위로 가지런히 내려온 옆머리가 단정했다. 콧날은 바로 섰고 눈은 뜰 때마다 약하게 보이는 속쌍꺼풀이 있었다. 안경을 오래 꼈는지 윗 코벽이 쌍으로 조금 눌려있었다. 이마로 갈수록 그의 눈동자와 자꾸 눈이 마주쳐 차라리 자신이 눈을 감아버리기로 했다. 잠도 솔솔 오기도 했다. 그렇게 탐색을 마치고 화장을 받던 그녀는 잠에 빠져버렸다. 급기야 꾸벅꾸벅 졸았다. 게다가 졸린 눈은 흰자가 보일 정도였다.

 

  "야, 자면 어떻게 해? 야, 좀 깨봐."

 

 그가 뭐라뭐라 했지만 이미 몰려온 잠을 쫓아내는 건 그녀에겐 역부족이었다.딱 엎드려 자고 싶을 따름이었다. 알지 않은가?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피곤한 삶에 대해서.

 

  "아...얘 진짜...아이라인도 그려야 하고 쉐도우도 덜 했는데..."

 

 하지만 시아는 이미 고개를 푹 숙인 채 였다.

 

  "에이, 정말..."

 

 혼자 분통을 터뜨리는 하완이었다. 그러더니 급기야 한 손으로는 시아의 턱을 들었다. 그러니 그녀는 받쳐주는 그의 힘에 더 잘 잤다.

 

  "허, 헐.."

 

 결국 하완은 손 전체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나서야 다른 손으로 화장을 할 수 있었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시아의 볼은 보드랍고 통통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해? 아, 증말...이 고딩 완전 애물단지네. 안경도 차에 두고 온 바람에 안 보여 갑갑해 죽겠구만..."

 

 시아의 턱을 엄지와 검지로 쥐고 어찌어찌 눈화장에 볼터치까지 끝낸 그가 입술을 바르기 위해 붓에 핑크 루즈를 묻히고 온 신경을 집중해 구각 라인을 채우던 그 순간,

 

  "어, 어...죄송합니다."

 

 마침 마네킹을 들고 들어오던 학생 하나가 하완을 보지 못한 채 그의 등을 밀어버렸다.

 

  "어, 읍!"

 

 그러자 엉거주춤 앉은 듯 서있던 그는 몸이 중심을 잃고 그대로 시아 앞으로 기우뚱 넘어가버렸다. 그의 다리 반사신경이 빠르게 반응해 움직였지만 이미 상황은 끝난 후였다. 시아는 팟 하고 눈을 떴다. 왜냐하면, 그녀는 쿨쿨 자던 중 얼떨결에 생의 첫 입맞춤을 낯선 남자와 해버렸으므로.

 마치 그들의 입맞춤은 옥쇄를 한지에 누르듯 쪽 하고 서로의 입술 위로 정확히 맞아 떨어져버렸다.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린 둘은

 아무 소리도 못하고 이 순간 쌍둥이 바위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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