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재 > 로맨스
화장해 주는 남자, 머리 감겨 주는 여자
작가 : 세빌리아
작품등록일 : 2017.10.25
  첫회보기
 
12회 미란다 원칙
작성일 : 17-10-25     조회 : 40     추천 : 0     분량 : 2987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뭐? 어제그렇게 옥상 문을 잠궈버리고 나와버렸다고?"

  "...어."

  "아직까지 거기 있는 거 아냐?"

  "야, 설마...누가 열어줬겠지. 가방도 교실에 있었는데."

  "우와...너 독하다. 그렇게 해놓고 다시 올라가 보지도 않은 거야?"

  "냅다 뛰어내려와서 집으로 갔지."

  "야, 원래 범죄자는 자신이 일을 벌인 곳에 한번쯤은 다시 나타난다고 하잖아. 그게 사람 심리라고 하던데 넌 정말......잔인해."

  "잔인해? 야, 니가 금사빠인 건 알지만 내 친구인데 당연 내 편을 들어줘야하는 거 아니야? 난 아말고한테 입술도 뺏기고, 엉덩이가 크다고 하는 성희롱도 들었고, 급기야 백허그까지 당했어. 이게 전부 단 하루 그것도, 어제 저녁에 한꺼번에 일어난 일이었단 말이야!"

  "뭐어? 그게 사실이야? 그 오빠가 너한테 그 모든 짓을 했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너 같아도 열 받지, 그지?"

  "왜? 왜? 왜 하필 너야?"

  "...뭐?"

 

 린은 시아의 눈치를 보더니 흥분을 가라앉혔다.

 

  "아, 암튼...다시 가보자."

  "어디? 옥상에?"

  "죽었으면 어떡해?"

  "야, 노약자도 아닌데 간밤에 밖에서 좀 떨어다고 죽냐? 그것도 20대가?"

  "야, 지금 낮인데 이 정도 있었으면 죄값은 치뤘다고 본다."

  "칫..."

 

 막상이 린이 그렇게 말하자 내심 너무했나 싶은 생각도 드는 시아였다. 그래서 그들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향했다.

 

  "니네 엄마는 아직도 완고해?"

  "어, 그래서 내 돈으로 등록하로 했어."

  "헐...너 돈이 그렇게 많아?"

  "통장에 그동안 세뱃돈이랑 친척들이 준 돈 모아둔 게 있어. 일단 그걸로 쓰고 나중에 다 받을 거야."

  "오...치밀한데?"

  "내가 볼 때 그 오빠는 그럴만한 투자 가치가 있어. 그래서 오늘 신상 좀 털어봐야겠어."

  "너 지금 순전히 아말고의 안위가 걱정돼서 가자는 거지?"

  "당연하지, 내 남편이 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빨리 죽어서는 안 되잖아?"

  "헐..."

 

  그렇게 둘은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바람만 휭하고 계단 안으로 들어왔다.

 

  "없네. 내가 말했잖아. 이 시간까지 여기 있을리 없다고. 얼마 있지도 않았던 게 분명해."

  "다행이네. 아직 학원 안 왔나?"

 

 시아가 주차장을 내려다봤다.

 

  "어, 아직 안 왔네. 차 없잖아."

  "그런가? 야, 그럼 나 수강신청 좀 하고 올께."

  "나도 화장실 갈 거야. 같이 내려가."

 

 그렇게 둘은 교실로 내려왔다. 그리고 린은 교무실로 들어갔고 시아는 화장실로 향했다.

 

  "여기서 숨어 있다가 아말고 오기 전에 헤어반으로 몸을 숙여서 들어가야겠다."

 

 그러고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가 볼일을 보려는데 휴지걸이에 휴지가 없었다.

 

  "아...휴지도 없고...어디서 가져오지? 교무실 가서 말해야겠네."

 

 시아는 옷을 내리다 말고 다시 추켜올렸다. 그리고 화장실 창밖으로 하완의 차가 도착했는지 확인했다. 여전히 흰 차가 없자 여자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그녀의 코가 익숙한 향기와 딱 마주했다. 그것은 공포스럽게 신선한 자두 향이었다.

 

  "읍!"

  "야! 너, 너 잘 만났다."

 

  시아는 즉시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갈 태세를 취했으나, 바로 그에게 팔을 잡히고 말았다. 남자인 그가 감히 침범하지 못할 신성불가침의 소도. 그걸 목전에 둔 채 발목 아닌 손목을 잡힌 것이다. 시아는 꽥 소리질렀다.

 

  "뭐하는 거에요? 이거 안 놔요!"

 

 그녀의 소리에 하완은 놀라 주위를 살폈다.

 

  "남자가 여자 팔을 막 이렇게 잡아도 되는 거에요! 선생님, 원장 선생님!"

 

 그녀의 외침에 그는 팔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야, 야,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노, 놓을께. 놓음 되잖아. 그만 소리 질러."

 

 그렇게 그는 살며시 팔을 놨다. 그리고 복화술로 말했다.

 

  "야, 너 나한테 할 말 없냐?"

  "아니,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무슨 말을 해요? 처벌이 곧 말이지."

 

 그가 팔을 놓자 시아는 의기양양해져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노려봤다.

 

  "처벌? 야,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데?"

  "당근 내가 피해자죠?"

  "야, 이 사진 봐봐. 여기 내 차 타이어 보이냐?"

 

 그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줬다. 앞 바퀴 타이어에 보일듯 말듯 희미하게 흠집이 보이는데 화면 액정이 흐린 건지 뚜렷하게 보이진 않았다.

 

  "근데요?"

  "니가 어제 한 짓에 내 흰둥이가 이렇게 되었거든? 그래서 나 오늘 수리 맡기느라 차 못 가져왔어."

  "헐! 말도 안 돼."

  "뭐가 말도 안 돼? 왜 안 돼?"

  "아니, 어떻게 위에서 아래로 돌을 던졌는데 타이어에 손상이 가요? 그리고 내가 던진 돌은 이런 기스를 낼 만큼 불행히도 뾰족한 부분이라곤 없었다고요. 어떻게 추락한 돌이 바퀴 옆을 그을 수 있어요? 부딪혀도 차 뚜껑 위로 부딪히지. 내가 보넷이나, 지붕이나, 트렁크가 파손됐다고 하면 이해가 돼? 이건 어디서 송곳 같은 거에 보복당했거나, 사고가 났거나 한 흔적이지. 어디에 날 갖다 붙여요?"

  "그럼 지금 니가 내 차에 일부러 돌을 던졌다는 걸 인정하는 거냐?"

  "당연하죠.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니까."

  "오케이."

 

 그는 만족스럽게 촬영을 마친 영화감독처럼 웃으며 오케이를 외쳤다. 그의 미소에 시아는 급 불길함이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은 머리를 써야하는 거지. 굳이, 굳이 언성을 높힐 필요가 없다니까..."

 

 그러면서 그가 윗 주머니에 꽂아둔 녹음펜을 집어서 손가락으로 한 바퀴 돌렸다. 그의 셔츠에 외롭게 꼽혀있던 그 펜은 전체적인 옷 스타일에 이물감을 풍기고 있었다. 시아의 눈에도 왠지 모르게 거슬렸는데 그가 그걸 뽑아낸 순간, 이 사건에서 그들의 위치는 역전되어버렸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당신의 모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요..."

  "뭐, 뭐에요? 지금 녹음한 거에요?"

  "내가 너 때문에 지상 주차장 트라우마가 생겨서 차는 지하에 넣어놨다."

  "헐..."

  "미성년자니까 이 사실을 부모님께 알려야겠지? 아, 내 차 블랙박스에 보니까 니 담배피는 모습도 찍혔더라. 그것도 같이 보여드리면 따님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시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만..."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시아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오마갓..."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48 48. 그의 백허그 2/22 324 0
47 47. 라면 먹고 갈래요? 2/20 309 0
46 46. 날 가져볼래요? 2/18 298 0
45 45. 그녀의 어깨에 새긴 이름 2/17 302 0
44 44. 입술에 얹은 기술 2/16 315 0
43 43. 샘, 굉장히 아름다우세요 2/15 291 0
42 42. 성숙한 여자 2/12 299 0
41 41. 저 오토바이는 택시야? 이 여자, 저 여자 … 2/11 323 0
40 40. 어머, 얘 눈 가려라 2/10 306 0
39 39. 태어나서 처음 받는 화이트데이 사탕 2/8 305 0
38 38. 오다 주웠다 2/7 289 0
37 37. 실패한 계약 연애 2/6 338 0
36 36. 모네의 여인 2/5 312 0
35 35. 초록 먹깨비를 향한 달콤한 고백 1/4 347 0
34 34. 류크의 품에 안긴 엘프녀 11/1 294 0
33 33. 관자놀이에 성감대가 있는 남자 11/1 333 0
32 32. 완성해가는 기억의 퍼즐 11/1 325 0
31 31. 내가...알츠하이먼가? 11/1 311 0
30 30. 도플갱어의 습격 10/31 297 0
29 29. 시아의 음흉한 웃음 10/31 347 0
28 28. 헤마포비아 10/31 305 0
27 27. 절체절명의 순간 10/31 317 0
26 26. 쟤들이 저러는데 왜 내가 기분이 더러운거… 10/31 318 0
25 25. 아수라백작도 아니고...술주사에요? 필름… 10/30 301 0
24 24. 원나잇의 준비 조건 10/30 344 0
23 23. 우리 저기서 좀 쉬어갈래요? 10/30 292 0
22 22.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10/30 342 0
21 21. 입에도 했을 뿐더러 설마...아래까지? 10/30 323 0
20 20. 늑대를 향한 정당방위 10/27 311 0
19 19. 쌍봉 가슴에 파랑, 커밍 아웃하다 10/27 281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