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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류화가 홍다연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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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랑은 위작단속처럼 들이닥친다 - 2
작성일 : 18-01-13     조회 : 537     추천 : 1     분량 : 4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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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새벽부터 내달려 아침도 거르고 경식이 준 말라빠진 육포 몇 개를 먹고 계속 달려왔다. 말도 지쳤고 사람도 지쳐서 샛은 허름한 주막에 들려 탕반을 먹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저녁쯤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민찬은 탕반을 입에 쏟아 붓듯 밀어 넣다가 몇 번 크게 씹고 삼켰다.

 

 “글쎄? 저 말들 상태를 보아하니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네.”

 “샛길로 가면 거리를 좀 더 단축 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전에 칠복이랑 그렇게 갔었으니까.”

 “너는 조용히 하고 팍팍 먹기나 해.”

 

 민찬은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탕반에 있는 수육을 몇점 집어서 다연에게 줬다. 그러고도 맘에 안찼는지 주모를 불러다 수육을 따로 더 시켰다.

 

 “나 충분히 많이 먹었어.”

 “스읍! 뭘 충분히 많이 먹어. 먹기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하는데 남 걱정이나 시키지 말고! 팍팍 먹어.”

 

 경식이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가 괜히 헛기침을 했다.

 

 “크흠. 도련님께서 얼마나 화공님을 걱정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더욱 성심껏 모실테니 너무 염려 마세요. 금방 도착합니다.”

 “너는 조용히 하고 먹기나 해! 어? 말도 뭐 저런 비실비실한 것을 데리고 와서는!”

 

 민찬이 숟가락을 들이대며 뻘쭘한 것을 감추기 위해 언성을 높일 때 주모가 푸짐히 담은 수육을 상에 놔주었다.

 

 “나으리께서 엄청 걱정하시나 보네. 아주 애처가셔 애처가.”

 

 남장한 다연이 여자인 것을 다년간의 인생 경헙으로 간파한 주모는 씩 웃으며 돌아갔다. 다연은 귀까지 빨개져서 탕반에 눈을 고정하고 먹기 바빴다. 밥만 푼 다연의 숟가락에 민찬이 조용히 수육 한 점을 올려주었다.

 

 다연이 민찬을 바라보자 민찬은 어색하게 웃으며 자신도 수육을 집어먹었다.

 

 

 

 문우는 내관을 따라 동궁전에 도착했다. 동궁전에는 세자가 문우가 오기만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는지 준비해둔 차를 대접하며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조집의께서 많이 힘드신 거 압니다. 사헌부 일도 겸해서 하시느라 고충이 많은거 잘 알고 있습니다.”

 “아신다면 이제 슬슬 위작단속을 내려놓아도 되는 겁니까? 저는 전하께서 전에 말씀하신 불법속신자 단속 건도 맡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모두 다 조집의께서 유능하셔서 일복이 많은 겁니다. 청나라에서 온 차입니다. 드셔보세요. 향이 매우 좋습니다.”

 

 젊은 세자가 차를 권하자 문우는 마지못해 차를 들었다. 산뜻한 향이 무척 고급차라는 걸 느끼게 했다.

 

 “……향이 좋군요.”

 “가실 때 제가 하나 챙겨드리겠습니다.”

 

 세자가 내관에게 눈짓을 보내자 눈치 빠른 내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서찰을 좀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내관을 시키면 될 일 아닙니까?”

 “그것이…… 송상의 보옥에게 전해야할 것이라서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문우는 남녀가 유별한 법인데 자꾸 엮이게 되는 것 같아 맘에 들지 않았다.

 

 “저하,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입니다. 그런 것을 어찌……. 한낱 서찰을 전하는 데 종3품 사헌부 집의가 나서야 한단 말입니까?”

 “개항파이신 분이 이런 면은 유학자의 모습을 잃지 않으시네요.”

 

 문우는 자신 들으라는 소리에 더욱 기분이 나빴다. 풍양 조씨 치고 자신이 괴짜임은 맞았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근간은 성리학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그것을 잃어버린다면 위정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조집의께서 걱정할 만한 내용의 서찰은 아니니 염려 붙들어 매세요.”

 

 세자가 내미는 하얀 서찰을 문우는 한참 노려보았다. 문우는 한숨을 내쉬며 받아들었다.

 

 “무슨 내용인지 여쭤봐서는 안 되는 것입니까?”

 “내가 곧 찾아 갈 거라는 내용입니다. 이일은 쇄국파에겐 극비니까요.”

 

 문우는 그제야 인상을 펴고 서찰을 소매 안에 넣었다.

 

 “더는 명하실 것이 없으시다면 그간 위작단속에 관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네, 그리하세요.”

 

 

 

 저녁나절이 되어서야 겨우 봉원사에 다다랐다. 다연이 말한 샛길로 달려오니 몇시각은 단축할 수 있었다.

 

 경식은 두 사람과는 달리 봉원사가 처음이라 여기저기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경내에는 효원 동자승이 다연을 발견하고 쪼로록 달려와 합장했다.

 

 “어인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대사께서는 계십니까?”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동자승은 쪼로록 달려갔다. 민찬은 다연과 달리 어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다연과 민찬은 따라 들어갔다.

 

 “이 야심한 시각에 둘이 어찌 같이 오는 겁니까?”

 “뭐 물어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주지가 민찬을 바라보며 더 설명하라고 눈짓을 하자 다연이 떨리는 손으로 처방전을 보여드렸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제 어머니께서 드셨다고 하는 것입니다.”

 

 미간을 좁히며 면밀히 내용을 보던 주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걸 연향이 먹은 게 사실입니까?”

 “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한달음에 온 것입니다.”

 “스님, 난 저거 가지고 사람이 죽을 정도라는 생각이 안돼서 같이 왔습니다. 물론 독하기야 하겠지만…….”

 “내가 감초물을 먹으라 권유해서 매일 먹고 있었다면?”

 

 감초라는 말에 민찬이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감초? 하아……. 그, 그건! 아아! 그 마님이란 사람 아주 대단하구만! 완전 미쳤네.”

 “김민찬. 섣불리 어디서 부처님 앞에서 내뱉는 것이냐.”

 “아아, 스님. 그건 하아…….”

 

 다연이만 영문을 몰라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이 일은 좀 더 앞뒤 정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연향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은 이 약재들 때문이라고 생각을 안 할 수야 없는데…….”

 “스님! 도대체 그 약재가 무엇입니까? 저는 그냥 불임약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지는 손에 쥔 염주만 매만지자 답답한 민찬이 털어놓았다.

 

 “감초와 감수는 같이 쓰면 안되는 십팔반(十八反)의 예 중 하나야!”

 “십팔반?”

 “후우……. 세상이 음과 양으로 이뤄졌듯 약재도 그와 같아서 같이 쓰면 약효가 배가 돼서 좋게 하는 것과 독성이 배가 돼서 나쁘게 하는 것들이 있어. 감초와 감수는 같이 쓰면 감초가 감수의 독성을 증가시켜서 같이 쓰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야!”

 

 다연의 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정말 그것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고 하는 것인가.“

 

 “함부로 혀를 놀리지 말라고 했거늘!”

 “뭐가 틀렸다는 겁니까?”

 “이 처방을 내린 의원이 그것을 알고 줬을지. 그 마님이란 자가 상극임을 알면서도 그리 했는지 정황이 중요한 것이지.”

 “설령 감초가 아니었어도 저런 독한 불임약을 내리 먹었으면 몸이 성할 리가 없잖습니까!”

 

 다연은 벌게진 눈으로 주지를 바라봤다.

 

 “스님, 감초가 아니어도 저 불임약을 장기 복용하면 어찌 되는 겁니까?”

 “이미 이 약재들은 독성이 강한 것이라, 처방을 내릴 때도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민찬이 말대로 분명 감초가 아니어도 장기로 복용하면 크게 해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많이 늦었으니 자고 내려가시지요. 방은 지난번 쓰던 곳에서 지내시면 될 겁니다.”

 

 다연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나갔다. 다연을 쫓아 나가려는 민찬을 불러 세웠다.

 

 “너는 남아 있거라.”

 “무슨 소리십니까? 제가 왜요?”

 “저 처방전 하나 때문에 보기도 싫은 나를 찾아 왔다고?”

 

 민찬은 순간 말을 못해서 머뭇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크흠……. 누구에게 저런 걸 물어봅니까? 그리고 결과적으로 여기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솔직히 말하거라. 이 처방전 내용이 궁금한 것이 다연이 때문이 아니었고? 다연이를 맘에 품은 게 아니면 아무리 처방전이 궁금하기로서 여기까지 오겠느냐?”

 

 민찬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네, 좋아합니다. 많이 좋아합니다! 그런데요? 이 조선 땅에서 저 같은 놈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저도 친구 놈처럼 끽해야 역관이나 더 하겠습니까?”

 “같이 떠나거라.”

 “네에?”

 “저 아이도 조선을 떠나고 싶다며 왔었다. 너랑 마찬가지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민찬은 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리며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반응 보아하니 그런 말도 못해봤구나. 청월에게 미안해서 내가 낯을 어떻게 보겠느냐! 하나 밖에 없는 아들놈 부탁한다고 그렇게 시주를 해마다 하는데!”

 “크흠! 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민찬은 온몸이 불에 대인 듯 화끈거려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산에 자리하고 있는 봉원사는 바람이 차가웠다. 밤바람이 민찬의 열기를 빠르게 식혀갔다.

 

 멀리서 처소 밖에 나와 섬돌에 앉아 달을 바라보는 다연이가 보였다. 민찬은 스님의 말이 생각나 다시 더워졌다.

 

 “크흠! 날도 찬데 여기서 뭐해?”

 

 다연이 고개를 돌려 민찬을 바라봤다. 고요한 사찰에 은은한 달빛만이 민찬을 비추고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그가 다가올수록 다연의 심장이 세차게 요동쳤다.

 

 두근두근.

 

 온몸에 피가 휘몰아쳤다.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나와 있어?”

 “……답답해서.”

 

 민찬은 다연이 옆에 앉아 같이 달을 올려다보았다. 민찬의 체취가 가까이 느껴지자 다연의 귀가 빨개졌다.

 

 “후우……. 고마워.”

 “뭐가?”

 “여기 오지 않았으면 감초 때문인 걸 절대 몰랐을 수도 있었잖아. 고마워.”

 “당연하거야. 크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그런 것 밖에 없다. 서출로 태어나 변변찮은 벼슬도 못하고 내 주제에 좋아하는 여자한테 해줄 수 있는 건 그 정도야.”

 

 화르륵 불꽃이 심장에서 터진 듯 다연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 정말 날 좋아해?”

 “좋아해! 말 안하고 평생 버티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하겠다.”

 

 민찬이 일어서서 다연을 마주보았다.

작가의 말
 

 드디어 제대로 고백하는 것인가.. 157쪽만에.. 하아아아... 고구마 커플들 같으니라고 ㅠㅠ // 민찬이 보다 더 답답한건 우리 다연이. .그림밖에 모름..

과하객 18-01-14 03:12
 
ㅎㅎ!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막혀 있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진국들이라 잘 될 것입니다.
예심 발표가 며칠 남지 않았네요.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워낙 소재가 좋고 이야기가 아름다워서 눈도장들을 찍으셨으리라 믿습니다마는. 다음 회 뜨면 계속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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