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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여류화가 홍다연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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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랑은 위작단속처럼 들이닥친다 - 3
작성일 : 18-01-20     조회 : 564     추천 : 1     분량 : 4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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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난 아직…….”

 “알아. 그래서 참았었다. 오늘 밤 이후로 부담 주는 일 없을 거야.”

 “무슨?”

 “어머니 일 복수하고 싶잖아. 마님께 갚아주고 싶은 거 아니야? 조선의 일을 다 마무리 지은 다음에 당당하게 일본으로 가고 싶은 거잖아.”

 

 마음속을 들여다 본 듯 정확하게 말하자 다연은 고개만 끄덕였다.

 

 “기다릴게.”

 

 다연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다릴게. 너만 좋으면 복수 나도 도와줄게.”

 “아, 저……미, 민찬아…….”

 

 굉장히 머뭇거리며 다연이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일 잘 해결하고, 조선 일도 잘 정리하면……. 나랑 함께 일본에 가주지 않을래?”

 

 이번엔 민찬이 놀랐다.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응.”

 다연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찬은 와락 다연이를 껴안았다. 화들짝 놀란 다연이 벗어나려고 했었지만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토끼 눈을 한 다연이 민찬을 올려보며 벗어나려했다. 민찬은 다연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지긋이 바라보았다. 둘의 눈빛이 마주치자 세상엔 두 사람만 있는 듯했다.

 

 봉원사 석등 불빛들이 아른아른 거렸고 한여름의 밤바람은 다연의 도포자락을 흔들어놓았다.

 

 민찬의 다부진 손에 잡힌 다연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거부하고 싶지만 마냥 밀어내기 싫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민찬의 손은 불꽃같았고 가까이 들리는 심장소리가 고막을 터뜨릴 것 같았다. 쇳물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른 다연은 더는 민찬의 품에서 벗어나려하지 않았다.

 

 그때 민찬이 조심스럽게 다연의 얼굴을 쓰다듬다 와락 품에 껴안았다. 민찬의 체취, 숨소리, 심장소리가 물밀 듯이 몰아닥쳤다.

 

 민찬은 조용히 다연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홍다연.”

 

 

 

 이른 새벽 겨우 눈만 부치고 일어난 다연과 민찬은 새벽예불을 드리러 가는 주지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봉원사를 서둘러 내려갔다.

 

 “두 분 밤새 무슨 일이 있기에 눈 밑이 퀭하십니까?”

 

 경식의 말에 민찬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을 몰았다. 다연 또한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아무리 새벽에 일어났거니 이상하십니다?”

 “크흠! 뭔 쫑알쫑알 말이 많어? 어? 거 뭐 봉원사가 잠이나 자기 좋은 곳이냐? 죄 목탁소리에 밤새 시끄러워서 한숨도 못 잤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밤새 다연이 생각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마음은 벌써 다연과 함께 일본에 가있었다.

 

 “저기, 빨리 공장일 정리하는 게 낫지 않겠어?”

 

 다연이 수줍어하며 위작공장에서 발을 빼라고 넌지시 말하자 민찬은 씩 웃어보였다.

 

 “걱정 하지 마. 내려가자마자 빨리 정리할 거야. 넌 여전히 작업실에 있을 거야? 걱정스러운데! 전시회도 이제 곧 끝나가잖아! 내가 안심할 수 있게 채경이네로 들어가!”

 “어? 응.”

 

 새벽바람이 차가웠지만 다연의 달아오른 뺨은 식을 줄 몰랐다.

 

 

 

 문우는 오늘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세자에게 명받은 대로 서찰을 들고 나섰다. 인환이 그를 호위했다. 사대문과 꽤 가까운 곳에 자리한 채경의 집은 멀리서도 떡하니 보였다.

 

 “게 없느냐?”

 

 인환이 소리치며 문을 두들기자 장검을 허리에 찬 율이 나왔다. 인환과 눈이 마주치자 경계심이 가득했다.

 

 “아씨는 있느냐?”

 “집의 어르신께서 저희 아가씨는 왜 찾으십니까?”

 

 단칼에 자르듯 말하자 인환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서찰을 자네 주인에게 전하여라. 곧 저하께서 방문하실 예정이시다.”

 

 율이 서찰을 받자 문우는 더는 얘기하기 싫었는지 팩하니 돌아서 사라졌다. 율은 문을 걸어 잠그고 안채로 향했다.

 

 

 

 채경은 전시회 장부를 훑어보기 바빴다. 곧 전시회는 끝날 예정이라 경매장에 낼 그림도 고려하고 있었다.

 

 “아가씨, 방금 집의 어르신께서 다녀가셨습니다.”

 “조문우? 그자가 왜?”

 

 율은 서찰을 내밀며 세자저하가 곧 방문하신다고 했다하자 채경은 인상을 팍 구겼다.

 

 “하아? 또 왜?”

 

 채경은 신경질적으로 서찰을 낚아 내용을 훑어보았다. 흔해빠진 안부인사로 시작해서 사흘 뒤에 오겠다는 내용이었다. 방문 목적은 단 한 줄도 적혀있지 않았다.

 

 “올 테면 오라고 해. 난 일 때문에 머리가 깨질 지경이니까.”

 

 

 다연의 작업실에 도착하자 민찬은 신경질적으로 다연의 짐을 서둘러 챙겼다.

 

 “뭘 그렇게 서둘러?”

 “곧 문 닫히는 거 몰라서 그래? 오늘 안에 무조건 채경이네로 보낼 거니까. 너희들 빨리빨리 챙겨라!”

 “네, 도련님!”

 

 다연을 호위하기 위해 있던 상단 호위들은 서둘러 다연의 짐을 챙겼다. 민찬이 다연의 방에서 해금을 챙겨 나왔다.

 

 “이건 니가 직접 챙기는 게 맞겠지.”

 

 민찬은 덤덤하게 다연의 봇짐에 해금을 넣었다. 그리고 다정하게 봇짐을 다연에게 매주었다. 다연이 민찬을 한참 올려보자 그는 싱긋 웃으며 다연의 뺨을 꼬집었다.

 

 “아! 아프잖아.”

 “아프라고 해봤어. ……내가 그렇게 잘생긴 건 알지만 그렇게 빤히 쳐다보면 나도 못 참는다.”

 “어? 뭘, 뭘 못 참아?”

 

 다연이 당황하며 더듬자 경식이 둘에게 눈치를 주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짐 다 챙겼으니 이만 두 분 가시죠?”

 

 

 민찬을 선두로 달려 채경의 집에 도착했다. 다연이 왔다는 소식에 채경은 버선발로 나와 맞이했다.

 

 “크흠……. 오라버니는 무슨 일이십니까?”

 “왜? 내가 못 올 때라도 왔냐?”

 

 채경이 하늘을 올려다보니 마침 삼경 북소리가 들려왔다.

 

 “에휴……. 시간이 벌써 이러니 사랑채에서 지내다 가시죠.”

 

 채경은 민찬이 뭐라 하는 걸 더 듣지도 않은 채 다연의 손을 잡고 안채로 향했다. 다연이 어색하게 민찬을 보며 웃었다.

 

 

 

 안채에 다연과 마주 앉은 채경은 신이 난 듯 전시회 장부를 보여주었다.

 

 “직접 봐봐. 정말 대단하다니까!”

 

 다연은 채경이 내민 장부를 봐도 뭐가 뭔지 잘 감이 오지 않았다. 장부에 대한 감이 전혀 없는 눈치이자 채경은 화제를 전환했다.

 

 “이틀 후면 전시회도 끝나니까 바로 그림을 경매에 내놓으려고 해. 하지만 화공에 대한 소개는 비밀로 할 거야. 여자란 걸 알면 다들 질색할 테니까, 이해해줘.”

 “그거야 상관없어.”

 “이제 완전히 여기에 있을 거야?”

 

 자신의 집에 있을 거냐는 물음에 채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채경은 뛸 듯이 기뻐하며 다연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물었다.

 

 “근데 왜 오늘 육촌오라버니랑 같이 온 거야? 응? 둘이 정확히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냐고 묻자 다연은 귀까지 새빨개졌다. 채경은 다연의 모습을 보니 답을 알았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저런 바보 같은 자식이 어디가 좋다고 그래? 저 답답한 벽창호는 알고?”

 “……응. 같이, 일본으로 가기로 했어.”

 

 일본이란 말에 채경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진짜 가려고?”

 “아직도 불법속신자 단속이 한창이잖아. 언제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걸. 민찬이는 내가 도성밖에 있는 게 불안해서 여기로 데려왔는데 단속을 생각하면 여기도 안전하지는 않은걸.”

 

 다연이 다정하게 민찬이라 부르는 걸 채경은 놓치지 않고 들었다. 불법속신자 단속은 사헌부의 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한번 걸리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도 없었다.

 

 “휴우……. 그러면 내가 확실하게 둘을 일본으로 보내주겠어.”

 “어?”

 “그날 당당히 말했잖아. 내가 널 키우겠다고. 송상의 상인에게 신용을 빼면 시체인 걸.”

 

 채경이 그렇게 말하자 다연은 뭔가 시원섭섭했다. 가슴 한구석이 뻥 뚫린 게 기쁘면서도 아쉬웠다.

 

 “우리 둘 다 조선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으려나?”

 

 채경의 눈동자가 촉촉했다.

 

 

 

 다연과 밤새 얘기하다 다연이 먼저 잠들자 채경은 야심한 새벽녘에 사랑채로 건너갔다. 다행히도 민찬은 아직 잠들지 않았다.

 

 “크흠……. 할 말이 있는데 들어가도 되나요?”

 

 채경의 말에 의관이 흐트러진 채로 민찬은 문을 열고 나왔다.

 

 “이 야심한 시각에 무슨? 꼭 지금 해야 돼?”

 “네, 동이 트면 오라버니는 나가실 거잖아요. 그러니 지금 밖에는 없죠.”

 

 민찬은 피곤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채경을 안으로 들였다.

 

 

 “말 해. 피곤하니까 짧게 해라.”

 “위작공장 언제 정리하실 겁니까?”

 

 위작공장이란 말에 민찬의 눈이 커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건 니가 왜?”

 “우리 쪽 송상의 감식안이 조집의 밑에서 위작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도성내의 단속은 끝내고 이제 도성 밖을 중심적으로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오라버니의 그 공장, 도성 밖에 있는 거겠죠. 다연이가 백 번 천 번은 오라버니에게 아깝습니다만, 둘이 일본으로 가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하니 제가 책임지고 둘을 일본으로 보내드리죠.”

 “그거야 고맙네. 안 그래도 내일 가자마자 정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당장이라도 갈수 있는 건 아니야.”

 

 채경이 무슨 말이냐고 인상을 쓰자 민찬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아직 다연이가 말 안했냐? 다연이 친모의 사인을 밝혀내기 전까지는 조선에 있을 거야.”

 “사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황상 그 댁 마님이 죽인 것 같은데 확실한 증좌가 없어서…….”

 

 도통 민찬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채경은 다연을 알게 되고 전시회 준비에 바빠 다연이에게 그런 일이 있는 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입술을 깨물며 자책했다.

 

 “다연이가 말 안하면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게 누이님 잘못이 아니잖습니까? 그만 그 입술 물어뜯고 나가봐.”

 

 채경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안채로 건너왔다. 늦어도 한참 늦은 시각인데도 채경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작가의 말
 

 시원하게 공모전 낙방하고.. 기대는 없었는데.. 재미없어서 떨어졌다기보단 장르에 안맞아서 떨어진게 아닌가 또 다시 고민합니다. ㅠㅠ 누구는 순수문학으로 가라고 하는데.. 이 글을 들고? 장르가 어디로 구분되야하는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ㅠㅠ 라노벨로 가는게 맞는건지.. 역사물인건지.. 걍 기타에 가야하는건지.. 난 이게 로맨스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봅니다 ㅠㅠ 에휴..

과하객 18-01-21 03:07
 
역사물로 읽었습니다. 저도 이 작품이 왜 선에 들지 않았나 의아해 했고, 공모전의 취지에 맞지 않은 때문인가 갸우뚱거려 보았습니다.
님의 작품은 문장, 구성, 소재 어느 것 하나 뛰어나지 않은 데가 없었습니다. 많이 배웠고 실제로 시원스러운 문장은 흉내도 내보았습니다.
아마 후속 조치들이 있을 듯요. 이처럼 좋은 작품을 놓칠 리 없어요. 계속 연재해 주시면 열심히 읽으며 채경의 미래를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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