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더보기
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첫회보기 작품더보기
 
프롤로그
작성일 : 17-10-30     조회 : 306     추천 : 0     분량 : 1223
뷰어설정열기
기본값으로 설정저장
글자체
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크통속의 포도주는 저장고안의 습기와 함께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갔다. 반 지하 저장고안의 붉게 일렁이는 등불은 아이린의 흰색 드레스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아이린은 결혼식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그녀의 드레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시선이 아닌 눅눅한 지하 저장고의 등불 밑에서도 찬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키르테스는 어두운 낯빛으로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이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아이린은 가죽으로 쌓여있던 단검을 꺼냈다.

 

 - 이제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 왔네요.

 

 키르테스는 이런 아이린의 말에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들이 아스트리드에서 도망쳐 나오면서 생각했던 계획의 끝에 이른 것이었다. 그 끝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한 참혹 감을 키르테스에게 가져다주고 있었다.

 

 - 맞춰 볼까요? 아마도 미셀은 당신에게 나를 죽이라고 했을 테지요.

 

 - 아가씨.

 

 아이린은 키르테스를 향해 애써 웃음 지었고, 그런 아이린의 모습이 키르테스에게는 더욱 큰 무기력함과 참담함을 가져다주었다.

 

 - 당신은 나에게 고마워해야겠죠. 날 죽이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키르테스는 그 참담함을 이기지 못해 아이린에게 말했다.

 

 - 아가씨.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도저히 이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아이린은 고개를 절래 흔들며 말했다.

 

 -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수도사님이 더욱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우린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미 보름 전에 합의 했었죠.

 

 - 하지만…

 

 아이린은 키르테스의 말을 끊었다.

 

 - 뱃속의 아기를 낳아도 어차피 전 살 수 없어요. 내가 그 책을 펼쳤을 때부터 나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일 테지요. 이 방법을 조금 일찍 생각했더라면 나 때문에 목숨을 잃었던 많은 사람들을 구해낼 수 있었을 테죠. 그것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 아가씨를 이 일에 끌어들인 우리들 잘못입니다.

 

 - 저의 선택이었어요.

 

 아이린은 두 손으로 단검을 거꾸로 들어올렸다.

 

 - 아버지와 프린을 부탁할게요. 그리고 나를 대신할 사람이 올 때까지는 모든 것을 비밀로 해주세요. 이것은 나에게는 끝이겠지만 분명 이 땅에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에요.

 

 키르테스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아이린은 온힘을 다해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키르테스는 휘청거리는 아이린을 안았다.

 

 아이린은 키르테스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의 팔에 안겨 서서히 죽어갔다. 키르테스는 아이린의 눈에서 보름달이 뜬 것 같은 환영을 보았다.

 
 

맨위로맨아래로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51 50. 에필로그 2/8 288 0
50 49. 함락 2/7 292 0
49 48. 동문 2/5 320 0
48 47. 분노 2/2 315 0
47 46. 구원 1/31 307 0
46 45. 화공 1/29 304 0
45 44. 초조 1/26 292 0
44 43. 여정 1/24 315 0
43 42. 출정 1/22 284 0
42 41. 함정 1/19 310 0
41 40. 달의 여신 1/17 303 0
40 39. 기다림 1/15 329 0
39 38. 유서 1/12 269 0
38 37. 침략 1/9 307 0
37 36. 죽음 1/4 318 0
36 35. 어둠의 왕 1/2 307 0
35 34. 반역 12/29 323 0
34 33. 격문 12/26 317 0
33 32. 지혜의 서 12/21 298 0
32 31. 검은 안개 12/19 298 0
31 30. 스트렌 마법대학 12/14 311 0
30 29. 장례식 12/12 279 0
29 28. 배신 12/6 282 0
28 27. 왕의 씨 12/4 283 0
27 26. 뱀의 길 11/30 321 0
26 25. 마르테스 영지 11/27 291 0
25 24. 케른 수도원 11/27 279 0
24 23. 중재 11/27 288 0
23 22. 처형 11/27 288 0
22 21. 구출 11/24 294 0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