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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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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프린 세드릭
작성일 : 17-11-10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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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은 자신의 방에서 낮에 평원에서 붙잡아온 마르테스 여자의 단검을 보고 있었다. 단검의 자루 끝에는 바위를 나타내는 마르테스 영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단검을 검집에서 뽑았다. 은색 무광의 검신이 부드럽게 뽑혀져 나왔다. 브리스톨 산악지대 중에도 마르테스 영지에서만 나오는 엘븐스틸을 섞어 제작한 것이었다.

 

 엘븐스틸은 고대의 요정들이 사용했다는 전설이 있는 금속이었지만, 그 자체로는 쓰임새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일반 강철과 섞이면 그 강도와 내구성이 몇 배는 증가했고 특히 녹이 슬지 않아, 오랫동안 별 관리 없이 쓸 수 있었다.

 

 … 누굴까?

 

 구체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가문 문양이 새겨진 엘븐스틸 단검을 들고 다닐 정도면 영지에서 낮은 위치에 있지는 않은 듯 했다.

 

 프린은 방구석에 놓아둔 자신의 레이피어와 단검을 비교해보았다. 레이피어와 단검이 그 재질과 검신의 물결무늬가 거의 동일했다. 자신의 레이피어도 마르테스 영지의 장인이 엘븐스틸을 사용해서 만든 검이었다. 다만, 레이피어에는 물방울 모양의 세드릭 영지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 레이피어는 자신의 약혼식 때 마르테스의 에르윈 백작이 선물한 것이었다. 프린은 레이피어를 선물 받으며 자신의 약혼자를 위해서 사용할 것을 검에 맹세했었다. 당시 국왕의 사촌인 프린 공작과 메링거의 세바스찬 백작의 딸인 아이린의 약혼은 네트레시아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대 사건이었다. 세바스찬 백작은 하나뿐인 딸을 보위에 오르지 못한 왕손과 결혼시키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딱히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의 약혼이야기는 결혼에 반대하는 백작 아버지까지 더해져서 귀족간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전 네트레시아에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일 년 전 아이린이 돌연히 숨을 거둔 이후부터는 아무도 이 약혼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었다. 프린도 아이린이 죽은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아스트리드에 가지 않았다. 점차 잊히고 있다고 생각한 기억들이 다시 떠올라 프린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때 검집 속에서 무언가 이물질이 같은 것이 보였다. 프린은 등잔을 가져다 대고 검집의 안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검집의 안쪽으로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었다. 주머니를 뒤지자 돌돌말린 작은 쪽지가 나왔다.

 

 프린은 그냥 넣어둘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쪽지를 펴서 읽어 내려갔다. 의외로 수신자는 프린 공작 자신이었다.

 

 … 나에게 편지를 전하려는 아이였구나.

 

 “세드릭의 프린 공작 전하.

 

 전하의 약혼자였던 아이린 메링거에 대하여 드릴 말씀이 있어 꼭 만나 뵙기를 간청 드리오니,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서신을 전하는 아이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 마르테스의 에르윈“

 

 프린은 에르윈 마르테스의 구릿빛 얼굴과 사람을 꿰뚫어보는 그의 눈빛이 떠올랐다.

 

 … 이 여우같은 늙은이가 아이린에 대해서 무슨 할 말이 있단 말인가…….

 

 에르윈 백작이 딱히 아이린과 관련되어 있을 만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백작이 아는 것도 없이 감히 프린에게 아이린을 팔아서 만나자고 할 리도 없었다. 하지만, 에르윈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던지 간에 아마도 그의 목적은 별도로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에르윈은 항상 현재 국왕의 통치방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공공연히 이를 비판하곤 했기 때문이다.

 

 … 에르윈이 아이린을 핑계로 ‘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나 보군.

 

 아마도, 에르윈 백작의 숨은 목적은 국왕의 통치와 관련한 문제일 것이라고 프린은 생각했다. 반 네트레시아, 그는 지금의 국왕이었고, 프린의 사촌동생이었다. 반은 어릴 적부터 프린을 좋아하며 따랐고, 동생이 없었던 프린도 그를 친동생처럼 아껴주었다. 그는 왕이었지만, 프린은 여전히 그를 동생으로 대했다.

 

 예나 지금이나 프린은 왕위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었고, 귀족들의 정치싸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싫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자신이 롤스이스트의 촌구석에 틀어박혀서 거의 나오지 않은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왕은 프린이 생각해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사에는 무관심했지만, 프린은 그것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 치부해왔다. 어차피 네트레시아의 통치자는 국왕이었다. 자신이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 전에도 프린에게 정치를 권유하는 일부 귀족이 있었지만, 프린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르윈 백작이었다. 왕국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아이린까지 들먹이는 것을 봐서는 상황이 좀 심각해진 것을 의미했다. 나라가 어떻게 될지는 관심이 없었지만 프린은 반이 걱정됐다. 그리고 에르윈이 과연 아이린에 대해서 할 말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프린은 직접 아스트리드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린과의 추억이 깃든 아스트리드에 가는 것은 사실 프린에게는 두려운 일이었다. 프린은 메이가 가져온 편지를 태워버리고, 다시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비록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도 않았고 그 여자도 자신이 편지의 수령자라는 것을 모르겠지만,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잡아두고 몸값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사실 프린이 이곳의 도적떼를 접수한 이후로는 선량한 사람들을 인신매매한 적은 없었다. 단지, 지나가는 귀족들이 있으면 잠시 붙잡아두고 몸값을 요구하는 정도였다. 오히려 프린은 자신의 검술로써 에리스 평원의 자질구레한 도적떼들을 모두 굴복시키고 통합해서 도적떼가 우글거리던 평원은 예전보다 나아지고 있었다.

 

 프린이 감옥 문을 열려고 하다가 안에서 방문자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프린도 호기심이 동해서 한참을 감옥 문밖에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 저 어벙해 보이는 녀석이 방문자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아이린의 이야기가 나왔다. 프린은 아이린이 천연두 때문에 죽었다고 들었으며, 그녀가 자살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프린은 뜻밖의 충격적인 이야기에 감옥으로 뛰어 들어왔던 것이었다. 메이도 아이린의 이야기에 반응하는 프린의 모습을 보고서야 그 정체를 알아차렸다.

 

 … 어떻게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흐트러진 금발머리, 뛰어난 레이피어 실력, 귀족스러웠던 정중한 태도와 말투 등 그가 프린 공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수많은 단서가 있었음에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 자신이 바보 같았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지만, 불과 일 년 전만 하더라도 프린 공작과 아이린의 이야기는 아스트리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왕국 최고의 검술을 지닌 잘생긴 금발머리 공작과 천재학자로 불리는 아름다운 귀족의 사랑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화제 거리였다.

 

 메이의 말에 더 놀란 것은 베르나르였다. 그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프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프린은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베르나르에게 물었다.

 

 - 아이린이 실버포트에서 가니메데스를 훔쳐간 것은 어떻게 확신하느냐?

 

 베르나르는 기억을 더듬어 공손히 대답했다.

 

 - 아가씨가 작년 봄에 실버포트에 오신 적이 있었습죠.

 

 감옥안의 모두가 베르나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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