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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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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이린 메링거
작성일 : 17-11-14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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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린은 어렸을 적부터 매우 총명해서 주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특히 언어학적 능력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는 7살에 네트레시아의 고대어는 물론 엘븐어까지 줄줄 읽어냈다. 실버포트 서기관 출신으로 그녀의 스승이었던 앨버트 로데드람은 무시무시한 그녀의 습득속도에 혀를 내둘렀다.

 

 고대문자를 습득한 이후 그녀는 고대의 지식이 담겨있는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엘븐족들의 기록까지 구해서 읽기 시작했고, 십대 후반에는 가르시아와 유렌시아의 고서적까지 구해서 연구했다. 그녀는 이러한 고대 기록들을 재해석해서 몇 권의 책을 집필하였는데 이는 주로 실전되었던 마법이나 지방의 고대전설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 책은 아스트리드는 물론 지식을 숭상하는 아르켄까지 전해지곤 하였다.

 

 아이린은 스승인 앨버트 로데드람이 죽은 이후부터는 일 년 중 꼭 한두 달은 실버포트로 가서 기록을 살피고, 필요한 책을 몇 수레씩 빌려왔다. 아이린이 실버포트로 가는 날에는 리베르강을 따라 호위기사와 책 마차 행렬이 쭉 늘어선 장관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프린도 이미 알고 있었다. 베르나르는 말을 이어갔다.

 

 - 보통 아가씨가 실버포트로 오시면 한두 달은 머물다가 가시는데, 작년에는 오신지 단 하루 만에 말도 없이 가버려서 다들 어리둥절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저녁에 가니메데스가 없어진 것을 알았지요. 모두들 아가씨가 그냥 말도 없이 가져가셨다고 생각했지요.

 

 프린은 두 눈을 감고 베르나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 그래도 가니메데스는 실버포트의 보물이고 잘못 사용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수석 서기관이신 윌로드님께서 저를 시켜 단검을 다시 받아 오라고 하셨습니다.

 

 베르나르는 당시 실버포트에서 롤스이스트의 메링거 백작 저택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와서, 아이린을 만나 단검을 되돌려 달라고 했다. 아이린은 그때 수도인 아스트리드가 아닌 자신의 영지에 있었다. 아이린은 정중하게 읍소하고 있는 베르나르에게 별게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 아무도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중요한 물건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 한창 봐야 할 부분이 있는데 잠시만 더 가지고 있도록 해주세요.

 

 베르나르는 고개를 흔들며 간곡하게 말했다.

 

 - 아가씨. 제가 빈손으로 돌아가면 수석서기관님이 불호령을 내리실겁니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

 

 아이린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 서기관님. 그러시면 제가 딱 사흘만 더 보고 돌려 드릴게요.

 

 베르나르는 삼일 정도 늦는 것으로는 수석서기관이 자기를 그렇게 질책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그럼, 아가씨 사흘 후에는 꼭 돌려주셔야 합니다.

 

 - 네. 제가 약속할게요.

 

 베르나르는 사흘 뒤 단검을 돌려받기로 한 날에 아이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 아가씨의 죽음도 슬픈 일이었지만, 저는 가니메데스를 찾아야 해서 며칠을 더 롤스이스트에서 보내면서 사방팔방 다 알아보았지만 결국 단검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프린이 다시 물었다.

 

 - 아이린이 자살하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는데, 어찌 그녀가 그 단검으로 자살했다고 확신할 수 있겠느냐?

 

 베르나르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대답했다.

 

 - 그때 백작 가에서는 아가씨가 천연두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아가씨가 돌아가시기 바로 사흘 전 아가씨를 뵈었죠. 얼굴이 다소 창백했지만 절대 천연두에 걸린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베르나르의 말에 프린은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네트레시아에는 천연두 환자들이 많았고, 아이린의 갑작스러운 죽음의 충격에 그 사인(死因)까지는 깊이 신경 쓰지 못하였다.

 

 - 거기다가 가니메데스의 사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실버포트에서도 그것은 비밀에 부치는 사항이지요. 아이린 아가씨는 아마 무언가를 위해 그것을 계획했던 것 같습니다.

 

 프린이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렇다면, 아이린이 목숨을 바쳐 불러온 것이 저놈이란 말이냐?

 

 준석은 왠지 공작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무거운 분위기에 뭐라고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사실 공작의 입장에서는 자신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 저분도 오고 싶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잖아요.

 

 메이가 대신 나서서 말했다. 프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린이 방문자를 불렀고, 방문자가 돌아가려면 아이린이 원했던 것을 이루어야 했다. 방문자의 임무는 아이린의 숙원이었고, 아이린의 숙원은 프린에게는 빚이었다.

 

 … 아이린, 목숨을 걸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 도대체 뭐였소? 왜 진작 나에게 말하지 못했소.

 

 프린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아이린의 죽음과 관련된 저 수도사의 말이 맞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롤스이스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프린은 단검을 메이에게 되돌려 주며 말했다.

 

 - 에르윈 백작에게 만날 장소와 시일은 내가 별도로 알려주겠다고 전해라.

 

 프린은 에르윈 백작을 만날 생각이 없었으나, 혹시 그가 아이린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 그녀의 죽음과 관련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에르윈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메이는 공작이 벌써 편지를 읽어본 것을 알고 공손히 단검을 받았다.

 

 - 그리고 여기 있는 다른 모두와 함께 내일 아침 롤스이스트로 떠나겠다.

 

 베르나르가 머뭇거리며 프린에게 말했다.

 

 - 공작전하, 저는 왜……?

 

 - 방문자와 가니메데스에 대한 너의 지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다. 베르나르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네트레시아 최고 귀족인 공작의 명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메이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백작의 편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었고, 또한 원하던 원치 않던 준석이 돌아가는 것을 프린 공작이 돕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준석은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금발머리 귀족의 행동이 싸가지 없다고 느껴졌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일단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기에 조용히 이들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린은 이들을 모두 감옥에서 풀어주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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