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는 따라 들어갔다.
지져스는 메뉴판 근처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뭐드실거에요?”
지져스가 말했다.
“캬라멜 마끼야토”
단 것이 먹고 싶었다.
“여기 에스프레소 샷 추가에 캬라멜 마키야토 하나 주세요.”
에스프레소.
나는 에스프레소 하면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는 항상 에스프레소만 고집했었다.
다른 커피는 고려대상도 아니라는 듯이 커피 맛은 에스프레소라나..
다만 일반적인 커피숍에서 시키는 것은 싫어했는데 보통 찌꺼기를 줄 확률이 높다는 이유였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에스프레소 좋아하세요?”
“네.”
“왜요? 그거 무슨 맛으로 먹어요?”
“커피는 맛이 아니라 향이에요. 저는 원두 그대로의 순수한 향이 좋습니다.”
지져스가 말했다.
오-지져스 크라이스트!
“코가 커서 그런가? 코가 발달하셨나 봐요.”
내가 말했다.
“아뇨 그냥 누구라도 알 수 있어요. 익숙해지는게 관건이죠.”
지져스가 말했다.
그는 민망한 듯이 코를 만지며 말했다.
“기타는 왜 파시는거에요? 음악하시는 분아니에요?”
지져스가 진심으로 궁금하다 듯이 말했다.
“네 원래 음악 했는데 지금 곤란한 상황에 처해서 팔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소중히 했던 ‘물건’인데..”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 말고는 다 거짓말이다.
“어떤 상황이요?”
“그게 중요한건 아니에요! 이제 저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보다 그쪽은 음악 하시나 봐요? 이름이 뭐에요? ”
하면서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지승태에요. 그냥 공연하고 있죠, 그쪽은요?”
“김지수에요.”
“아 그럼 지수씨 제가..”
하면서 지져스 아니 지승태는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공연 티켓 드릴게요. 한번 보러 와 주세요.”
“우와~ 되게 인기 많으신가보다. 공연도 하시고.”
“아뇨 그냥 작은 인디밴드인데 사람이 없어서..”
지져스는 솔직하다.
나는 그의 솔직함이 좋았다.
그리고 이녀석 진짜다.
진짜 에스프레소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어.
그 쓰디쓴 걸 음미하고 있어.
아빠 생각이 나서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