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2015년 3월
노량진
봄
이곳에 오면 항상 생선냄새가 난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있어도 항상 이 곳에 도착했는지 알 수 있어.
자다가도 생선냄새를 맡고 깨어나면 항상
‘이번 정류장은 노량진 역입니다.’
라는 방송이 뒤따라 나오니까.
지금은 사라진 그 육교를 지나면서 도대체 아무도 사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을 파는 아저씨들을 본 기억이 나.
그 육교를 건너 내려오면 좁은 길이 보였어.
길이 좁다기 보다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데다 각종 컵밥, 오뎅, 와플 등의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이 즐비해 있었기 때문이 었을 거야.
바로 ‘맥도날드’를 지나 조금만 걸어 골목으로 들어가면 내가 다녔던 학원이 있었지.
‘공판기학원’
‘수험생이 가장 많이 찾는 1위 학원’
‘합격율이 결과를 말합니다.’
나도 뭐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학원을 말하는게 아니라 ‘공무원시험준비’라는 길 말이야.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보다는 모두가 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내 인생의 습관이 되어버렸을까.
무리에서 떨어진 연어-
보다는 ‘무리 속’에 있는 것이 더욱 안전하다고 배워왔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믿었으니까.
뭐 어느게 옳다 틀리다라는 생각은 아니야.
다만 그동안 무리속에서 살아왔던 나의 본능이
중력의 작용을 받는 것처럼
공무원시험쪽으로 이끌렸을 뿐이야.
근데 이곳 정말 놀게 많다.
1층은 오락실
2층은 술집
3층은 독서실
심지어 지하는 노래방?
학원 교실에 들어가면 새벽부터 나와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수험생들
3월밖에 안 됬는데 수많은 학생들로 데워진 교실
마지 압력밥솥속에 있는 쌀 같아.
내가 과연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밥이 될 수 있을까?
‘합격’해서 안정된 인생을 살 수 있기 위해 배워야 하는 과목은
국, 영, 수 및 기타 법과목.
근데 이거 다 이미 고등학생 때 배웠던거 아니야?
이럴려면 애초에 왜 대학에 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니 왠지 서글퍼져 그날 공원에 가서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