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회상
2015년 한여름 쯤
“결과는 어떻게 됬니?”
엄마가 물었다. 이때만 해도 지금과 달리 엄마는 무척 내게 친절했다.
“떨어졌어.”
“에이~ 3개월 정도 공부한거면 당연한거지~ 니가 천재도 아니고 내년에 한번 더 치면 붙을 수 있을거야.”
스스로에게 물어봤지만 확실히 답할 수 없었다.
물론 1년을 더하면 합격할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어.
그 아닌 경우에는 나 어떻게 되는 거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합격하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떠밀리듯이 남들이 한다기에 한 결정이고
공무원을 진정으로 간절히 원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간절한 수험생은 눈빛부터 차이가 난다.
난 책상에 오래 앉아있었을 뿐
‘놀자파’를 논다고 속으로 무시하고 비웃으며 단지 책상에 오래 앉아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았을 뿐이었다.
‘간절한 수험생’이 될 자신이 없어.
“1년 더 할거지?”
엄마가 물었다. ‘네’를 기대하는 듯한 얼굴로
“아니요, 취직할게요. 그냥.”
“취직은 뭐 쉽니? 너는 애가 왜 이렇게 끈기가 없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기업 힘들게 들어가도 다 소용 없어. 운 좋게 대기업이라도 가면 뭐 좋니? 요즘은 십년이면 짐 싸서 나온다더라. 공무원이 최고야. 그리고 누가 너보고 오라는데 있니? 불러주는 곳이 있어야 갈꺼 아냐.”
“.......”
“여자는 공무원이 최고야~ 일 편하게 하고 애 키우면서 직장다니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육아휴직 눈치안보고 쓸 수 있고 때 되면 월급 따박 따박 나와 퇴직하면 연금 줘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이 어딨어?”
공무원이 아닌 모든 사람들은 공무원이 제일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은 없다.
“요즘 공무원 연금도 개혁한다고 해서 지금 들어가면 별거 없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니가 기업 다니다 나오면 뭐할래? 치킨집도 요즘 한 두 개니? 적든 많든 연금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게 중요 한 거야! 에휴.. 그냥 시집이나 가버렸으면 좋겠네.”
“엄마 요즘 시집가도 전업주부 드물거든?”
“그러니까 공무원 하라니까 그러네 애가 고집은 지 애비 닮아가지고 하여튼..”
엄마 사실 1년 안에 합격할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분명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나 그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 같아.
그런데도 도전했다가 불합격하면
그때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야?
1년 후
2년 후
3년 후
......
아마 ‘신선’이 되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