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회상
2015년 8월
요즘 젊은이들은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눈만 높기 때문에 취직이 어려운거라고 한다.
뉴스인지 신문인지 어디선가 그런말을 들었다.
그게 맞는 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좋은 직장에 가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고 들었다.
그뿐이다.
그 날부터 집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대기업’, ‘공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았다.
자소서를 쓰다 너무 지치면 주요기업 인적성 문제를 풀었다.
‘지원 동기’
사실 없어.
그냥 여기가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지원동기야 쓸 수 있지만 수십 개를 써야 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회사이름과 경영가치를 찾아보느라 안 그래도 고물인 컴퓨터가 망가질 것 같아.
‘직무와 관련된 경험을 쓰시오.’
보통 그나마 인문대생에게 허락된 직무는 ‘영업’, ‘경영지원’ 및 ‘일반사무직’이라고 불릴 수 있는 모든 잡다한 일을 포함한 직무이다.
직무관련 경험이라.
요즘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기업에서 ‘문과’를 선호하지 않아서 명문대 문과생이라도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여자는 더 어렵다고 하던데
지방대는 더 어렵다고 하던데
망할
‘지방대’, ‘여자’, ‘문과’ 모두 포함된다.
정말 성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다니면서 그래도 전공 공부 열심히 하고
남들 다 쌓는 다는 스펙도 방학 때 마다 집에 올라와서 준비했는데.
‘노오력’이 부족했나봐.
‘본인의 장점에 대해 기술하고 그 장점을 발휘하여 성공적으로 일을 처리했던 경험, 그리고 이러한 경험이 본사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기술하세요.’
‘.......’
'본인이 실패했던 사례와 이러한 실패를 극복한 경험에 대해 기술하세요.'
‘실패는 지금 이 인생이고 여기 합격해야 극복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