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회상
2015년
8월
그래도 글쓰는건 어느정도 자신이 있어
‘진실 반’, ‘거짓 반’으로 모든 자소서를 ‘극 사실주의 문학’으로 채웠다.
‘많은 인생’을 만들었다.
나는 조각가이자 화가다.
기본적인 재료는 나라고 불리는 무언가
그 앞 에서서 나는 ‘나’라는 재료를 다듬는다.
각 기업에 맞추어 원하지 않는 ‘나’는 깎아 없애고
원한다면 없는 부분까지 덧칠한다.
나는 ‘재즈피아니스트’
나에겐 수많은 인생의 변주곡이 있어.
청중의 욕구에 따라 바꿔가며 곡을 연주한다.
“지수야 빨래안하니?”
엄마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아- 지웅이시키면 되잖아 왜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지웅이는 지금 공부하잖아.”
“나 지금 자소서 써야 한단 말야.”
“그거 좀 이따 쓰면 어때 너는 엄마가 밖에 나가서 일하면 집안일은 해놔야 될 거 아냐. 도대체가 집에 와도 맘편히 쉴 수가 없네.”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고 집에만 박혀있으니 엄마의 잔소리가 심해진다.
그래도 분명 빨래도 3일전에 돌리고 널었는데
집안 청소도 했는데
지웅이는 하는거 없는데
“엄마 지웅이도 좀 시켜-!”
“지웅이는 고3이잖아. 그런 거 할 시간이 있겠니?”
분명 고3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엄마’도 ‘할머니’도 나만 가지고 그런다.
그래도 엄마는 할머니정도는 아니야.
지금도 기억한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할머니 댁에 가족과 함께 자주 갔었다.
할머니의 집엔 뻐꾸기 시계가 있었다.
언제나 정각이 되면 ‘뻐꾹-’ ‘뻐꾹-’하면서 힘차게 ‘뻐꾸기’가 튀어나 왔다.
그때 마다 지웅이는 언제나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거나 책을 본다.
“지수야 엄마 도와서 설거지 좀 해라.”
할머니가 말했다.
“지웅이도 있잖아요~ 지웅이 시켜요.”
내가 말했다.
“얘끼~ 꼬추 떨어질라..”
할머니가 말했다.
“뻐꾹- 뻐국-”
뻐꾸기가 할머니의 말이 맞다는 듯이 울었다.
정각이다.
남자가 부엌에 간다고 꼬추 따윈 떨어지지 않는다.
그땐 어렸기 떄문에 진짜 그런줄 알았지만
이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난 며칠 후 지웅이에게 ‘설거지’를 시켰다.
“야- 니가 먹은건 니가 치워야지.”
“어..응.”
지웅이는 그래도 시키면 다 할 줄 알았다.
시키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 해서 그렇지.
이런 놈은 시켜야 한다.
멍청한 나무늘보자식-
하지만 지웅이는 설거지를 마친 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설마 정말 떨어진거야..? 그래서 그러니?’
나는 몹시 궁금했다.
그날 밤 모두가 잠들었을 무렵
나는 ‘지웅’이의 ‘꼬추’가 그대로 붙어있는지 궁금해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설마.. 진짜 떨어진건 아니겠지..?’
끼이익-
조심스럽게 문을 연 후 아무소리도 안 나는 적막한 거실을 지나 안방 문틈으로 엄마 아빠를 확인했다.
‘다 주무시고 계시나보네..’
안방안은 적막으로 가득찼다.
그렇기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는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밤이 무서웠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깜깜한 밤.
그래도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했기에 지웅이의 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한 밤중에 문은 무서운 소리를 낸다.
나는 섬찟하고 두려웠지만 도저히 지웅이의 ‘꼬추’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정말 떨어지는 걸까?’
‘괜찮아 누나가 다시 붙여줄게.’
‘약속할게’
지웅이는 침대에서 대자로 누워 자고 있었다.
눈이 어둠에 적응해서 모든 게 서서히 분명히 보였다.
이제 장애물은 두 가지
속옷바지와 팬티뿐이었다.
바지를 벗겨야 하는데 이놈이 깨어날까 무서웠다.
굳이 벗기지 않아도 살짝만 들춰보면 되겠지?
바지를 벗기려는 순간 이녀석이 움찔한다.
“어....흐...”
하면서 갑자기 뒤를 돌아 눞는다.
오늘은 틀렸구나.
그 다음날 확인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늦게 잠에 들었기 때문인지 늦게 일어났고
나는 완벽한 ‘야행성’이 되었다.
하루종일 지웅이의 꼬추가 제자리에 붙어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다른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설마..없는건 아니겠지?’
내마음속에서 뻐꾸기가 울었다.
‘뻐꾹- 뻐꾹- 책임져-!’
밤이 되자 나는 전 날과 같이 조심스럽게 엄마 아빠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지웅이의 방으로 향했다.
끼이익-
이번에도 지웅이는 대자로 누워 자고있었다.
나는 보다 조심스럽게 사냥감을 놀라게 하지 않으려 애쓰며 풀밭을 살금살금 걸어가는 사자처럼 접근해 바지를 조심스럽게 올렸다.
놀랍게도 바지를 조심스럽게 올리자 희미한 빛이 빛났다.
지웅이의 팬티가 발광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지웅이의 팬티는 야광이었다.
그 당시엔 그냥 뭔가 지웅이의 꼬추에 문제가 생겨 ‘변신하는 마법소녀’처럼 ‘변신’하고 있는줄 알았다.
팬티를 들추기가 겁이났다.
하지만 지금와서 돌아가기는 싫었다.
‘괜찮아 누나가 고쳐줄게.’
조심스럽게 발광하는 야광팬티를 들췄다.
지웅이의 작은꼬추는 그 자리에서 나를 반겼다.
마치 ‘난 괜찮아.’하는 듯
더 이상 뻐꾸기는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