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있는 신은 단 둘, 부처와 예수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신 들을 합치면 적어도 백은 거뜬히 넘을 것이다. 일단은 내가 알고 있는 종교인 기독교와 불교는 늘 같은 말을 한다.
믿어야 천국 간다.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 부처님이 지켜보신다. 예수님은 언제나 널 바라보고 계신다. 언젠가는 예수님이 지상으로 내려와 온 세상을 청소하여 싹 쓸어버리고, 다시 재건 할 것인데 기독교를 믿으면 살 수 있다고 한다.
불교는 사람이 죽고 나면 49일간 지옥에서 재판을 받은 후 그 결과에 따라 각종 생물로 환생한다고 한다. 나는 항상 궁금하다. 도대체가... 어째서 지옥 아니면 천국으로만 결론이 나는 것인가.
요즘 나오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이 어쩌다 사망하여 사후세계에서 여신을 만나 이세계로 환생하는 애니메이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환생이야 어찌 됐든, 이 짜증나는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에서 태어날 순 없는 걸까? 요즘 들어 이세계 환생 장르
의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재밌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사후세계에서 여신을 만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다른 세계에서 환생하여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갈 순 없는 것일까.
왜 신은 보편적인 예수나 부처만 있는 것이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런 여신은 없는 것일까? 라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돌아오는 답은 ‘그런 게 있을 수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니... 그렇지만, 각 종교 신자들이 믿는 불교나 기독교도 말이 안 되는 것은 똑같은 것 아닌가. 그저 오랜 기간 걸쳐 사람들에게 전파 되었을 뿐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신들이 신이 아닌 허구이고, 오히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그런 여신이 진짜 신이라면, 아마 기독교, 불교인들은 순식간에 무너지겠지.
이세계에서 활약하며 원래 살던 세상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한 모습의 주인공을 보면, 너무나도 부럽다. 제발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 이세계라는 곳에서 색다른 삶을 살고 싶은데.
내가 사는 세계는 너무나도 싫단 말이다.
나는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우리 은하’에 있는 태양계. 그 중에서도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가자면, 교육열이 치솟을 대로 치솟은 지옥 같은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3학년.
이 세 음절만으로도 이미 어떨지 예상이 될 것이다. 좁디좁은 대학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미친 듯이 공부를 해야만 하는 나이, 19살.
‘공부가 다는 아니잖아?’ 라고 하는 사람들도 공부에 미쳐있다.
공부를 잘해서 높은 학력을 지니고, 일명 인 서울(서울 권 대학에 입학하는 것) 이라는 것을 성취해야만 돈도 잘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 특히 그 대상이 고등학교 3학년 이라면 더욱 더.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수능과 수시가 빠짝 가까워지자, 가뜩이나 지루하고 짜증나던 일상은 한층 더 단조로워졌다.
아침에 일어나 등교를 하고, 야자를 마치고 하교 후 집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을 자고. 또 다시 그 일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이쯤 되면 거의 기계다. 공부하는 기계.
자꾸 말해서 미안하지만, 난 정말 진심이다.
만약 실제로 이 지긋지긋한 일상을 접어 두고 이세계에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죽은 후 환생하고 싶을 정도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조금은 솔깃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