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 루시엘이 본격적으로 내가 환생 할 이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세계에 환생하기 전에 몇 가지 정보를 알려줄게. 집중해서 잘 들어~? 목숨과도 연관 되어있을지도 모르니까~ 후훗.”
‘에... 에? 목숨?! 도대체 무슨 정보 길래...’
“우선, 네가 환생할 이세계의 언어는 걱정할 것 없어. 네가 지금 쓰는 언어를 쓰더라도 이세계 사람들에겐 이세계 언어로 보이고 들릴 것이고, 반대로 이세계 사람들이 너에게 이세계 언어를 쓰더라도 너에겐 네가 쓰던 언어로 보이고 들릴 거야. 이건 다른 세계로 환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여신들이 주는 특권이랄까? 기억도 그대로인 채 환생 할 거고.”
‘실감은 아직 나지 않지만... 이거 엄청난데? 마치 만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으휴... 어떤 마음인지는 알겠는데, 자꾸 그런 거에 비교하지 말아 줄래?”
여신은 내 속마음, 생각을 곧잘 읽어냈다.
“아, 죄송해요. 그런데 특권 이라면... 원래는 이세계 언어를 알아야 소통이 가능했다는 거네요?”
“그럼~ 이해가 빠르구나? 그도 그럴게, 네가 환생하는 방법은 이세계에서 아기로 태어나는 환생이 아니라 지금 나이 그대로 태어나는 것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이지.”
‘지... 진짜로! 지금 내 나이 그대로 태어난다고?! 더군다나 언어 장벽까지 없어! 이거, 좋아해야 되는 건가...? 하지만, 18년 동안 정 붙여온 부모님은... 으아아아 모르겠다!’
“에이~ 어차피 죽은 거, 편하게 생각해~”
“자꾸 제 생각을 읽지 마세요... 흐윽. 그래도, 여신님의 말을 들으니 일리가 있네요. 그 특권.”
진정한 후 다시 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렇다.
아무리 언어 습득력이 좋다고 해도, 지금 나이 그대로 환생하게 되면 이세계 언어를 습득하는 데에 상당히 어려울 것이고 이세계에서 환생하여 가장 중요한 초기를 의사소통으로 인해 굉장히 힘들게 보낼 것이 분명했다.
아기부터 태어난다면 자신도 모르게 수년간 언어를 익히게 되는 것 이니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와 기억 그대로 태어나게 된다면, 여신이 말하는 특권은 어쩌면 말 그대로 특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여신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가 환생할 이세계는 굉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바로 마왕의 군림이지.”
“마왕의 영향력이 이세계 전부로 퍼져있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마왕이 존재하는 한, 이세계에서의 삶은 몬스터나 마왕의 근위대장 같은 온갖 마물로부터의 위협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이세계에 환생한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어떤 세계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마왕의 존재를 여신에게 듣고 나니, 환생 할 이세계는 의심 할 여지없이 판타지 세계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런 마왕을 쓰러뜨린다면! 이세계에는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겠지. 그 마왕을 쓰러뜨린 모험자 에게는 이세계를 안정시킨 공로로, 천계에서 가장 높은 대 신께서 직접 어떠한 소원도 들어주실 거야!”
“어떠한 소원이던...다요?”
“응! 딱 한 가지. 그 소원이 무엇이든!”
‘흠... 딱히 흥미는 없지만 만약 그 가장 높다는 신의 자리를 달라고 하...’
“너 설마 하니 마왕을 쓰러뜨리고, 그분의 자리를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니지?”
“큽... 쿨럭 쿨럭... 설마요... 그럴 리가...”
‘무섭다... 이 여신, 어떻게 이리도 정확하게 예상을. 내가 단순한 건가...? 그건 그렇고, 잠깐만!’
마왕을 쓰러트리면 어떠한 소원이라도 한 가지 들어 주겠다는 말에 잠시 혹해있던 나는, 순간적인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자! 설명은 다 끝났어. 재대로 이해했으리라 생각하고, 이제 환생시켜줄게!”
“잠시 만요!”
“응? 왜 그래?”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그냥 그 가장 높으신 분이나 여신들이 그 마왕을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흐음... 너 좀 똑똑한 줄 알았더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예...?”
나는 여신의 의외의 반응에 기분이 나쁜 것 보다는, 살짝 당황했다.
“우리가 그럴 수 있었으면, 모든 것을 통달하신 전지전능하신 그 높은 분과 함께 이미 빗자루 쓸 듯이 쓸어버리고도 남았어. 그런데, 왜 그러지 않고 너희한테 맡기겠어?”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잘 생각해 보니 그렇다. 이미 초토화를 시키고도 남았을 텐데.
“그 이유는, 우리 신들은 지상에 직접 관여할 수 없기 때문이야. 천계의 규율을 어기는 짓이거든.”
신들이 직접적으로 지상의 일에 관여하는 것은, 천계의 규율을 어기는 짓 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던 것. 직접 신이 지상으로 내려와 심판을 내리는 것 따위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 이제 이해가 됐어?”
“네. 알 것 같아요.”
“좋아. 그럼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어. 지금 환생진을 펴 줄게.”
“지금 바로요?”
“그럼 지금 당장이지 언제까지 기다리게?”
“아니 뭐, 그냥요.”
“그럼, 이제 환생진을 핀다?”
여신이 말을 끝마치고 팔을 양쪽으로 벌리자, 황금빛의 마법진이 내 발밑에 펼쳐졌다. 이제 환생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던 그때, 갑자기 마법진이 사라졌다.
“아아아, 미안! 너에게 도움 될 얘기가 있었는데 까먹고 있었네? 히힛”
“그, 그런 건 까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헤헤... 미안~미안.”
“후우...”
‘진짜 환생하는구나 생각하고 잔뜩 긴장했는데...’
“이세계에서의 네 이름은 라이넬이야. 너의 본명을 사용하면 상당히 곤란해 질 테니까, 주의하도록 해~. 아! 그리고 환생하게 되면 어떤 마을로 떨어질 거야. 그 다음엔 마을 사람들에게 엘리아 라는 마법사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고 찾아가. 내 동생이야. 네 주머니에 내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가 있으니까, 만나게 되면 꼭 전해줘. 그럼 분명 도와 줄 거야!”
“아 그렇군요... 라기 보다, 잠깐만...뭔가 중요한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요?”
“응? 무슨 얘기?”
“마을에 떨어 진다매요.”
“안했는데?”
“아니 분명... 떨어진다고...”
“후훗.. 안.했.어”
“아니, 확실히 들었!...”
“자 그럼~! 다시 환생진을 펴줄게. 이제 진짜 환생이야!”
‘뭐냐고 진짜!’
다시금 발밑에 황금색 마법진이 펴졌고, 내 몸은 빛 알갱이로 서서히 나뉘어져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환생이 시작되자 여신이 입을 열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을 하는 라이넬! 무운을 빌게!”
그 여신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생긴 강한 빛으로 인해 나는 눈이 너무 부셔서 눈을 감았다.
‘설마... 진짜 떨어지겠어?’
여신의 말이 아직도 마음에 걸려 반신반의 했다. 잠시 후,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눈을 떠 보니 나는 역시 떨어지고 있었다. 이세계로!
“으아아아! 루시엘!!...”
(풍덩)
다행히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떨어진 곳은 양쪽에 길이 있고 건너는 다리가 있는 강이었다. 그나저나, 이세계에서의 첫 출발이 물속이라니. 왠지 처음부터 잘 안 풀리는 느낌이다. 나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헤엄을 쳐 강을 빠져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웅성웅성)
“어, 어이 젊은이! 괜찮은가?”
“아... 네. 괜찮습니다. 아하하하...”
‘흐으... 이놈의 여신!! 그냥 길바닥 에 제대로 환생시켜 줄 순 없는 거냐고!!’
“으흐흐으... 조금 춥네...”
날씨가 그래서인지 물에 흠뻑 젖은 탓인지, 추위가 몸을 급습하는 듯 했다.
“저기... 어디서 떨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제 집 에서 옷을 말리고, 몸을 따듯하게 하세요.”
“아하하하. 그래도 될 까요?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뭍으로 나와 덜덜 떨고 있던 나는, 다행히 어떤 상냥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옷을 말리고 따듯한 차 한 잔 까지 얻어 마실 수 있었다.
-1시간 후-
어느 정도 옷이 다 마르고 나니 불현듯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여신이 준 편지! 설마 젖어서 찢어졌다거나, 알아볼 수 없다거나. 아니... 그 전에, 없어지진 않았겠지? 수도 없이 드는 불안한 생각에, 급하게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접혀있는 종이 같은 것이 손에 잡혔다. 급하게 꺼내어 바로 확인해보니, 역시 여신이 말했던 편지였다.
“휴~ 다행이다. 없어지진 않았네. 그런데 이거, 젖어있지가 않잖아?”
아무리 물에 빠졌다가 말렸다고 해도 글씨가 번지거나 어딘가 찢어진 부분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종이로 된 편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송보송 하고 손상된 부분 하나 없이 멀쩡했다.
“흐유... 여신이 준 종이 편지는 뭔가 다르다 이건가? 뭐 어찌 됐건, 조금 있으면 해도 저물 것 같고. 빨리 엘리아 라는 사람을 찾아야겠네. 그 여신의 동생 이랬나?”
한창 혼자 중얼거리고 있던 차에 아주머니께서 말을 거셨다.
“저기... 몸은 이제 괜찮으신가요? 옷은 어떠신가요?”
“아아 네. 덕분에 이제 괜찮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제 이름은 강... 아, 아니지”
내 이름을 말하려던 찰나, 여신 루시엘이 이세계에서 쓸 이름을 알려준 것과 동시에 내 원래 이름을 사용하면 상당히 곤란해 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아, 이세계의 내 이름은 라이넬 이라고 했었지?’
“네?”
“아아, 제 이름은 라이넬 입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아니에요. 서로 돕는 건데요 뭘~”
“아주머니 아니었으면 꽤나 고생할 뻔 했는걸요~ 하하... 아 참. 그건 그렇고, 혹시 엘리아 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네? 엘리아 라면...”
“오, 아시나보군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 사람?”
“확실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요 며칠 전, 다리 건너 있는 렐름 씨의 대장간에서 그녀를 부르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땐 도움을 받았던 것에 감사 인사차 사과 몇 개를 가져다 드리고 오는 길이었거든요.”
아주머니 께서 그녀라고 말을 하셨다. 여성인 것일까?
“그녀라면, 엘리아 라는 사람은 여성분이시군요.”
“네. 아마도요...”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네. 몸조심 하세요~”
여신 루시엘이 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여 동생이라고 하지 않고 동생 이라고 했었기에 성별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친절하신 아주머니가 말씀 하시는 것으로 유추해 봤을 때, 엘리아 라는 사람은 여성분 인 것이 거의 확실해 졌다.
“자, 얼른 찾으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