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하고 따듯한 아주머니의 집을 뒤로 하고 앞으로 조금 걸어 다리에 도착했다. 다리를 건너고 나니 ‘렐름 대장간’ 이라고 간판이 붙은 활기찬 분위기의 대장간이 보였다. 그 곳에는 망치로 열심히 쇠붙이를 두들기고 있는 덩치가 큰 사람이 있었다.
‘저 사람이 그 대장장이 이려나?’
“저기...실례합니다. 혹시 렐름씨 되시나요?”
“오~ 어서 오시게. 그래, 내가 대장장이 렐름 일세.”
“아 반갑습니다. 전 강...아니, 라이넬 이라고 합니다.”
역시 익숙함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또 내 원래 이름을 말하려 하다니.
“나도 반갑네! 그런데 무슨 일로? 무기를 수리하러 온 겐가?”
“아, 아뇨. 엘리아 라는 여성분을 찾고 있는데, 혹시 아시는 게 있나 해서요.”
“오~ 엘리아. 알고 있네만?”
“아! 그럼 어디에 있는지 혹시 알 수 있을까요?”
“지금은 내 대장간 다락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네.”
“네?”
“응?”
나는 대장장이의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설마하니 대장장이의 대장간 다락방에 있을 줄 이야....
“그런데... 복장이 신기하구만! 모험가인가, 자네?”
아, 그렇지. 지금 내 복장은 이 세상과는 전혀 상관없는 교복이다. 혹시라도 오해받을 수 도 있으니 아직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이지만, 그렇다고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 네... 뭐, 일단은 그렇죠. 하하... 그런데 엘리아 라는 여성분을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내가 그녀에 대해 묻는 도중 안쪽에서 귀엽게 생긴 여자가 걸어 나왔다.
‘저 사람이 엘리아인가? 어... 눈 마주쳤다.’
“아저씨~누가 저 불렀나요?”
“오 엘리아 마침 잘 나왔다. 여기 모험가 한명이 널 찾아온 것 같구나.”
“헤에~ 저를요? 누구세요?”
역시 그 여자가 엘리아 라는 사람이었고, 굉장히 밝은 분위기였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루시엘의 여동생인 엘리아 씨 맞으신가요?”
“에... 에? 제, 제가 엘리아는 맞지만 루, 루시엘은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요...”
루시엘의 여동생이냐고 묻자, 갑자기 그 여자가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저기... 이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셔서요. 그럼 저를 도와주실 거라고...”
그 여자는 편지를 건네받은 후 잠시 동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잠시 후, 그 여자는 편지를 다 읽은 것 인지 편지를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나를 빤히 쳐다봤다.
“흠...”
“...?”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지...?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그런 건가요. 이미 아시겠지만, 전 엘리아 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네? 아 네.... 전 라이넬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런데 뭘...”
“우리, 앞으로 함께 할 같은 파티원이에요. 파티 책임 장인 파티장은 라이넬씨 이고!”
“제가 파티장 이라고요?”
여신 루시엘이 엘리아라는 자신의 동생이 날 도와줄 것 이라고 했었다. 루시엘이 말한 도와줄 것 이라는 것은 함께 파티를 맺는 것을 말하는 것 이었다.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짐 챙겨서 나올게요. 아저씨~ 그동안 감사 했어요~”
“아~그래. 몸조심 하거라~ 나중에 또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찾아오고!”
“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엘리아가 나왔다. 짐은 꽤 무거워 보였다
“으으으...”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엘리아씨?”
“아, 그래줄래요?”
“읏차. 어우... 꽤 무겁네요.”
“헤헤~ 고마워요.”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건가요?”
“음... 우선 연합회에 가서 등록을 해야죠. 가면서 이것저것 설명해 드릴게요.”
연합회에 가서 등록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게임으로 치자면, 길드에 가입 하는 것 같다.
“전 아티펙터가 직업인 마법사에요. 보통 거의 모든 속성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직업이죠.”
“모든 속성이요? 예를 들면 물, 불... 뭐 그런 건가요?”
“네, 바로 그거에요.”
“오... 좋네요. 그럼 아까 말했던 연합회는 뭐죠?”
“으으...”
“음? 왜 그러세요?”
어째서인지 엘리아씨가 이야기를 하다 말고, 불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 불편하신가요? 짐이 무거우시면 제가 좀 더 들어드릴 수 있는데.”
“아, 그건 아니에요. 저기, 우리 말 편하게 하면 안 될까요...? 왠지 좀 불편한 느낌이서... 헤헤.”
‘음... 확실히 말을 놓는 게 편하려나.’
어차피 같은 파티원이 될 것이라면, 서로 편하게 말을 트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좋아. 난 19살. 엘리아는?”
“난 18살. 그럼 아까 하던 얘기를 계속 해볼까?”
“응. 연합회가 뭐야? 그보다 마을 이름도 좀 알면 좋을 텐데..”
“우리가 현재 위치한 마을의 이름은 발티아. 그리고 이 마을 연합회의 정식 명칭은 ‘발티아 연합회’ 라고 해. 연합회는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등록을 도와주거나, 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퀘스트를 받아서 수행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 이야.”
“오호...”
‘역시 길드.’
“참고로 연합회와 연회장은 벽 하나를 두고 바로 붙어있어서, 식사를 하거나 잔치를 하기 굉장히 편해”
“흠... 그렇구나. 그럼 난 연합회로 가서 새롭게 등록하면 되는 건가?”
“그렇지! 자, 도착했어. 저기가 바로 연합회야.”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 세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에 도착했다.
“얼른 가서 등록하자! 등록하면 정보석이라고 하는 걸 줄 거야. 그걸로 너의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너 라니... 뭐, 상관없으려나. 괜히 그런 것으로 사이가 안 좋아 질 필요는 없겠지.’
연합회로 들어가는 엘리아를 뒤 따라 들어가니, 안은 굉장히 으리으리하게 장식이 되 있었다. 뭔가 성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렇게 연합회를 둘러보던 중, 어디선가 우리를 불렀다.
“어서 오세요~ 이 마을에 처음이시죠? 연합회에 등록하러 오신건가요?”
“아...네.”
내 옷 차림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처음 온 사람임을 바로 알아챈 것이 꽤나 신기했다.
“그럼 이쪽으로~”
연합회의 관리인처럼 보이는 여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니, 어떤 여자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 ‘발티아 연합회’ 의 연합장인 아리아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연합회에 등록 하러 온 라이넬 이라고 합니다.”
“연합회에 등록하시면 각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정보석을 드립니다. 등록 시, 초기 비용 1만 루시 가 필요해요.”
각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정보석을 준다고 한다. 정보석이라... 예상하건데, 인벤토리 같은 개념인 것 같다.
“1만 루시? 돈이 필요하단건가... 어쩌지? 어이 엘리아~”
초기 비용이라... 난 돈이 없으니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 엘리아 라도 일단 불러봐야겠다.
“응? 왜?”
“초기 비용 1만 루시가 필요하데. 난 돈이 없는데, 넌 있어?”
“아~ 있어있어. 내가 낼 게요~!”
엘리아가 등록비용을 지불하자, 연합장이라는 사람이 안쪽에서 보석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왔다. 크기는 대충 내 손안에 딱 맞는 크기였다.
“등록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이 보석은 아까 말씀드렸던 정보석입니다. 이 정보석은 등록하는 사람에게 귀속되어서, 혹여나 잃어버리거나 가지고 다니기 불편해도 전혀 걱정 없습니다. 모든 정보석 사용자들이 공통으로 사용 할 수 있는 리콜 이라는 스킬을 통하여 정보석을 즉시 해당 사용자에게 소환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호오... 신기하다!”
“그럼 정보석 사용법을 알려드릴게요. 처음에 아무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정보석의 가운데에 있는 초록색 보석 위에 엄지를 올리시면, 그 즉시 귀속됨과 동시에 사용자의 스텟을 측정 합니다. 그중에, 마나 한계치가 있는데, 마나 한계치에 따라 할 수 있는 직업이 다르죠. 또한 이후에 정보석을 이용할 땐, 처음과 동일하게 사용하시면 된답니다~.”
“오...그럼, 직업 종류는 뭐가 있나요?”
“직업은 도적, 궁수인 라이트 아처, 공격형 기사인 쉐도우 나이트, 검사인 슬레이어, 방어형 기사인 크루세이더, 기본직업인 모험가. 그리고 지원가 퓨리피어, 마법사 아티펙터 가 있어요.”
“흐음... 뭔가 다 해보고 싶은 느낌이네요. 대충 마나 한계치가 몇 정도면 적당한 건가요?”
“음... 대체로 1000 이상이면 적정 수치라고 할 수 있죠.”
“그렇군요. 그럼 지금 마나 측정을..”
연합장 아리아씨의 설명대로 정보석을 손에 쥐고 엄지를 보석 위에 올리니, 보석 본체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빛이 나고, 보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래대로 빛이 사라졌다.
“흠... 이제 마나 한계치를 볼 차례인가.”
“빨리 봐봐, 빨리빨리!!”
“자 잠깐, 엘리아! 너무 달라붙어서 보채지마!”
“알았으니까 빨리~! 빨리~!”
“으으...자, 간다~!”
다시 정보석을 사용하니, 뭐랄까...내가 원래 살던 세계로 치면 공중에 떠있는 홀로그램 터치 스크린이랄까? 정보석 위로 그런 느낌의 적당한 직사각형 크기의 스크린이 띄워졌다.
“마나 한계치가....아, 여기 있다. 어디....”
과연 나의 마나 한계치는 얼마나 될까? 마나 한계치가 굉장히 높아서 엄청난 모험자로 떠받들리는 거 아니야?! 내심 기대가 된다... 자, 확인해보자!
“오오...! 내... 내 마나 한계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