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성, 올데브-
“오리아...! 주군께 말이 너무 짧은 게 아닌가!”
“아, 괜찮다. 딱히 상관은 없어.”
“헤헤~ 메~롱!”
“큿... 알겠습니다. 헌데, 주군이시어. 저희를 급히 부르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발티아 라는 마을을 기억 하는가?”
“발티아 라면.... 그다지 강한 모험자들이 없는 약한 마을 아닙니까?”
“그랬었지... 허나 몇 시간 전, 오리아의 ‘타천사의 빛‘ 여섯 모두가 발티아 놈들에게 모두 소멸 당했다.”
“그... 그런!! 말도 안 됩니다!... 오리아! 고작 발티아 놈들에게 그런 일을 당하다니,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아 진짜. 겨우 정령 여섯 잡힌 거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
“오리아. 너는 알고 있었겠지? 네 녀석의 정령들이 처치 당한 것쯤은...”
“알아. 그것 때문에 우릴 부른 거였구나?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찾아오려고 했었어. 심심해서 그 마을 녀석들을 골려주려고 보낸 내 정령들을 그렇게 단 시간에 처치하다니... 나, 조금 놀랐다고.”
“암흑운장.”
“예! 주군!”
“옛 모험자들 중에, 발티아 출신의 두 모험자가 내 성으로 쳐들어왔던 일. 기억하나?”
“예, 기억합니다. 한 녀석은 자신을 희생해 근위대장 파디아르와 함께 소멸했고, 다른 한 놈은...”
“근위대장들과 너를 무시한 채, 나에게 직접 달려들었던 멍청한 놈이었지. 그 두 놈의 공통된 특징이 뭔지 아는가?”
“두 놈 모두 내 성에 혼자 쳐들어왔고, 그 두 놈 모두 잠재되어 있는 강력한 순수 에너지의 운용자인 ’파테르’였지.”
“예, 예... 그런데 그 이야기는 어찌하여...”
“발티아 마을에 그 두 놈과 같은 잠재력을 가진 모험자, 오리아의 타천사의 빛을 소멸시킨 파테르 한 명이 있다.”
“그럼, 제가 가서 그 녀석을...”
“아니, 됐다. 아직 겨우 피라미일 뿐이야. 아직은 암흑운장이 직접 움직일 필요도 없는 수준이다. 이미 그 망할 늙은이가 힘의 존재를 그 녀석한테 알려줬을 테지.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면, 보나마나 그때 그 두 멍청이처럼 힘을 완벽히 운용할 줄도 모르면서 내 성으로 쳐들어 올 거다. 하지만, 미리 새싹을 잘라버려야 후에 편하겠지.”
“예. 알겠습니다.”
“오리아. 네 녀석이 가서, 그 놈을 처리해라.”
“후훗. 바라던 바야.”
“뭣하면, 그 마을의 모든 생명까지 싹 쓸어버려도 좋다.”
“알겠어 마왕씨. 그럼, 다녀올게~.”
-라이넬 파티의 저택-
“자, 자. 라이넬! 빨리 가서 부탁한 품목 좀 사와~ 미르랑 내가 필요하단 말이야!”
“아니... 엘리아! 아침부터 도대체 왜 그래? 꼭 쫓겨나는 느낌이 들잖아... 그리고 이것들 굳이 필요도 없어 보이는 데...?”
“아아 됐고, 빨리 다녀와~”
아침 대낮부터 엘리아가 필요한 품목이 있는데 너무 멀리 있으니 부탁한다며 나를 쫓아내듯이 밖으로 내보냈다. 지금은 겨울이라 밖은 추운데다가, 그렇게 급해 보이지도 않던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음... 헨더의 벼슬, 스타폭스의 꼬리라... 이게 왜 필요하다는 거지?’
나는 의문에 가득 찬 상태로 추위를 뚫고 시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막상 시장에 도착하니,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아흐흐... 추워. 가만... 그런데 나, 이거 어디서 팔고 있는지 모르잖아...?”
-한편, 다시 라이넬 파티의 저택-
“흠흠.”
“아, 엘리아. 밖은 많이 추운데 안에서 쉬지, 왜 나왔어?”
“아그네스야 말로~ 이렇게 추운데 여기서 뭐해~?”
“나는 그냥... 생각이 좀 많아졌다. 그런데, 미르는 지금 뭐해?”
“난로 앞에서 뒹굴 거리다가 잠들었어. 낮잠이지 뭐.”
“그렇군...”
“아그네스.”
“응?”
“너... 우리파티에 왜 들어왔어?”
“그... 그건 갑자기 왜...”
“그냥~ 궁금해서~”
“그야 당연히... 나도 모험자고, 파티에 들어가고 싶었다. 너희 파티가 굉장히 화목하고 즐거워 보이기에 들어 온 거다.”
“헤에~ 그것 뿐 이야?”
“그것... 뿐 이라니. 또 뭐, 뭔가가 있어야... 돼?”
“흐흥~ 너와 라이넬이 단 둘이서 산책!”
“흐... 흐에에?!”
“너와 라이넬이 손을 잡고!”
“흐..흐아앗!...”
“단 둘이서!”
“다... 단 둘이서...?”
“목 욕”
“흐... 흐으으읏!...”
“헤헤~ 역시 그렇구나?”
“자... 장난 치지마라 엘리아! 왠지 좀...”
“흐흐~ 아그네스, 라이넬 좋아하지?”
“에... 에에엑?! 그그그... 그게 무무... 무, 무슨 소리야...!”
“푸하하핫! 아그네스 완~전 귀엽다~”
“귀... 귀엽다니...! 난 그래도 엘리아보다 한 살 많은데 그... 그런 소리를 듣는 건...”
“헤~ 뭐 어때~! 그리고, 사실대로 말해도 돼. 절대 비밀로 해줄게~!”
“뭐뭐, 뭘 사실대로 말하라는 거야...!”
“흐음~ 자꾸 그러면 라이넬한테 다~ 말해버린다~?”
“아아...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대신... 아무것도... 하지 마...”
“흐흐흥~ 알았어. 아~무것도 안할게.”
“사, 사실... 라이넬을 조... 조... 조!...”
“좋아한다구?”
“흐... 흐힛! 우으으... 맞...아...”
“헤헤~ 역시 그럴 것 같더라~”
“어... 어떻게 안거야...?”
“응? 점술집에서의 일도 그렇구~ 타천사의 빛들과 싸우고 난 뒤에 라이넬과 손잡을 때도 그렇구~ 얼굴에 다 보이던데?”
“그... 그런! 그렇게... 티가 났나...?”“그럼~ 그걸 눈치 못 채는 건, 기껏해야 둔한 라이넬이나 순진무구한 미르 정도랄까?”
“으으.... 그, 그래도 라이넬만... 좋아 한다는 건, 아니다...! 물론 당연히 너희도 같은 파티원 으로서 정말로 좋으니까...”
“히히~ 알고 있어. 으으으 춥다! 그럼 난 먼저 들어갈게. 너무 밖에 많이 있지 마~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
“아... 응. 알았다.”
-다시 라이넬이 있는 시장-
“헉... 헉... 헉... 헉... 으아아! 도대체 어디서 파는 거야?!”
아침부터 약 두 시간 가량 시장이란 시장은 모두 찾아서 돌아다녔지만, 도저히 엘리아와 미르가 필요하다는 품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해답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 맞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으아아 이 돌머리야! 여태 힘만 뺐네! 머리가 나쁘면 손, 발이 고생이라더니!’
도대체 난 왜 이렇게 바보같이 시장만 들쑤시고 다닌 걸까? 너무 힘들다... 일단, 저기 있는 잡화 상인에게 물어봐야겠다.
“저기... 실례합니다.”
“예~ 어서 오십쇼! 뭘 드릴 깝쇼?”
“아, 그... 혹시, 헨더의 벼슬이나 스타폭스의 꼬리... 파나요?”
“아~ 헨더의 벼슬 말입죠? 잠시 만요~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아! 저기 오고 있네. 여~ 친구!!”
상인이 말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있는 듯 했다.
“여~ 상인씨~! 내가 좀 늦었지~?”
“하하하 괜찮네! 어디, 품목은 잘 왔나? 여기 손님께서 헨더의 벼슬을 찾고 계셔서 말이네!”
“아아! 헨더의 벼슬! 그건... 아, 여기 있구먼! 자, 받으시게.”
“아! 감사합니다!”
“손님! 헨더의 벼슬 하나, 4천 루시 입니다~!”
“아 네, 여기 있습니다. 저기 근데 스타폭스의 꼬리는...”
내가 스타폭스의 꼬리에 관하여 묻자, 상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짐을 풀고 있던 상인의 친구라는 사람이 말을 꺼냈다.
“스타폭스의 꼬리라면... 그건 이번 수급에 차질이 생겨서, 메르니아 마을로 직접 가서 구해야 될 걸세!”
“예?! 메르니아면... 여기서 꽤 멀잖아요! 어째서...?”
“으음... 상인씨! 요 전번에 그 소식 들었지 자네도?”
“아아 그 소식 말인가? 갑자기 스타폭스들이 때로 무리지어,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하더구먼!”
‘커헉!’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스타폭스의 꼬리는 없는 듯 했다.
“그래, 그 소식 말일세!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듯 굉장히 급해 보였다지 아마? 지금은 스타폭스의 서식지인 발티아 마을과 메르니아 마을 사이의 숲에선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서, 메르니아 마을에 가도 구하긴 어려울 걸세.”
“아하하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아아 손님! 다음에 또 오십쇼~!”
아무리 그래도 지금 메르니아 까지 가서 그걸 사오는 건 무리. 설령 갔다 온다고 해도 구할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다. 그다지 필요도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 분명 목도리 같은 걸로 만들어서 쓰려고 부탁한 거겠지? 그냥 돌아가자.
(휘이이잉)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저택으로 돌아가려는데 찬바람이 더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으흐흐... 추워! 아침 보다 바람이 더 거세졌잖아... 엘리아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야. 어, 다 왔다.’
“엘리아~ 미르~ 아그네스~ 나왔어! 아흑! 추워, 추워!! 난로, 난로!!”
“아, 라이넬. 어서 와라.”
(다다다다, 포옥)
나는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사온 헨더의 벼슬을 소파에 던져 놓고는 붉은 빛을 내며 나무를 태우고 있는 난로 앞으로 달려가 앉았다.
“야하아~ 따듯하다... 근데, 방금 소리가 포옥 하고 났는데... 뭔가 부드러운 걸 깔고 앉은 건가?”
확실히, 카펫에 앉는 느낌보단 뭔가... 푹신한 방석 위에 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으으... 고, 골렘이... 나를 깔아 뭉겐다아아... 아하아아...”
“으... 으에에! 미르?! 언제부터 여기서 자고 있던 거야? 이불 색이랑 카펫 색이랑 완전 똑같아서 못 알아봤네... 비켜줘야지.”
“아아아... 역시 골렘 따위이... 저의 상대가 안 되는 겁니다아아우으음...”
너무 추워서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고 난로에 달려든 것 때문인지, 난로 앞에서 자고 있던 미르를 미처 보지 못하고 깔고 앉은 것이다. 그나저나 얘는 도대체 무슨 꿈을 꾸기에 이렇게 잠꼬대를...
“라이넬... 아무리 그래도 여자아이를 깔고 앉는다는 건 좀...”
“일부로 그런 게 아니잖아...”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윽... 실수거든!”
“흐음~”
“그 흐음의 의미는 뭐야! 진짜라고! 일부로 깔고 앉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알았다. 특별히 믿어주지.”
‘특별히 라니...’
나와 아그네스가 티격태격 대는 사이, 엘리아가 안쪽에서 졸린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하하음... 어라...? 라이넬 언제 왔어...?”
“아. 온지 얼마 안됐어. 그나저나 엘리아, 너가 말한 품목들 중에 헨더의 벼슬은 구했는데, 스타폭스의 꼬...”
“아~ 그거... 필요 없는 거야. 우으으아...! 한숨 자고났더니 엄청 상쾌하네.”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열이 받기 시작했다.
‘이 녀석...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감히 내가 밖에서 그 생고생을 하는 동안 집에서 편하고 따듯하게 잠을 잤겠다 이거지...?’
“아~ 그렇구나 엘리아~ 필요, 없는 거구나~ 하하하하하.”
“필요가...없었...구나~~...?”
나는 웃는 얼굴로 한 걸음씩 엘리아에게 다가갔다.
“에... 헤에엑! 라... 라이넬씨...? 갑자기 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어요...? 왜... 왜 그러는데?!”
“엘...리...아!!”
“꺄아아아악!!”
이놈의 잉여 거들먹 바보 마법사! 넌 오늘 나한테 제대로 걸린 거야! 음, 그렇고말고!
내 표정에 겁에 질린 것인지, 나한테 혼날까봐 도망간 것인지, 엘리아는 나를 피해 2층으로 빠르게 뛰어 올라갔다. 분명히 어딘가에 숨으러 간 거겠지. 그래 봤자, 저택 안이다. 어디 한번 공포심 좀 심어줘 볼까?
“엘~리~아~ 어디 있니~”
“머~리~카~락~ 보~일~라~”
“꼬옥~꼬옥~ 숨어~라~”
그렇게 엘리아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음산한 목소리를 내며 2층을 어슬렁대는 도중, 갑자기 수납장 사이의 큰 항아리 안에서 더듬이처럼 튀어나와, 파르르 떨고 있는 빨간색 물체 두 가닥이 보였다. 저건 분명히 엘리아의 머리카락이다!
‘흐흐흐흐.... 넌 이제 나한테 죽은 목숨이야... 거기서 딱 기다려라~? 이 라이넬님이 금방 갈 테니까~ 으흐흐흐흣~’
“엘~리아~ 도대체 어디에 숨은 거야~?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잖~아~”
나는 엘리아를 꾀어내기 위해 돌아간 것처럼 몰래 숨었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어라...? 갔나? 라이넬의 목소리가 안 들려... 인기척도 없는데...? 포기하고 간 건가? 아으으 궁금해 죽겠네! 분명히 아침에 사와 달라던 품목 때문에 그런 거겠지...? 으으... 무서운데... 어떡하지? 주변을 살펴볼까?’
(스윽)
‘이 때를 노렸다, 엘리아!’
“찾았다!”
“히...히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푸우우웁!)쿨럭, 쿨럭! 이런... 깜짝 놀라서 차를 뿜어버렸군. 그나저나, 이 비명소리는 엘리아인건가?”
-잠시 후-
“훌쩍...”
“훌쩍 쿨쩍...”
“훌쩍 쿨쩍 훌쩍...”
“우으아아아앙! 아그네스으으! 흐아아앙!...”
“자, 자... 진정해 엘리아... 라이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거야?”
“흐흐윽... 라이넬이...! 라이넬이이...! 우에에에엥!”
“아... 엘리아!... 으음... 라이넬,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엘리아가 이러는 거야?”
“흥! 알까보냐! 자업자득이라고, 엘리아 녀석! 그나저나, 미르는 이런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잘만 자네. 요새 많이 피곤했나?”
“음냐...음냐... 헤헤... 나의 정화기술력은 세계제이일...”
“후으으에엥....”
“엘리아~ 이제 그만 진정해... 도대체 라이넬이 무슨 짓을 했기에 그래?”
“흐그윽... 라이넬이...”
“라이넬이 막... 내 매력 포인트 머리카락을 잡구...”
“잡구...?”
“막... 내 몸 여기저기를... 후에에에에엥!”
‘얼씨구...?’
“무슨...! 야 이 바보 마법사야! 거기서 얘기를 끝내면 어떡해! 내가 이상한 놈이 돼버리잖아!!”
“라... 라이넬!! 수... 숙녀의 몸 여, 여기저기를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 너 설마...!”
“너는 또 무슨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거야! 니가 생각하는 그런 짓은 전~혀 안했거든!? 그냥 간지럽힌 거라고!!”
“흐에아아아앙! 훌쩍...”
“그건 그렇고, 엘리아 너도 그만 울어! 겨우 깜짝 놀라고 간지럼 당한 거면서! 나를 그렇게 고생시켜 놓고 그 정도 각오는 했어야지?!”
“훌쩍... 그치만 그건 너희 둘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흥! 뭔 소리래~”
“아그네스가 널 조!...”
“아아아아아! 엘리아! 깜짝 놀라고 많이 울어서 피곤할 텐데 드... 들어가서 더 자는 게 어어... 어때!!”
엘리아가 말하려 하자, 갑자기 아그네스가 굉장히 당황하며 엘리아를 방으로 들여보내려 했다.
‘뭐야... 아그네스는 왜 또 저렇게 호들갑이야...? 진짜 둘이 무슨 꿍꿍이가 있나...’
“훌쩍... 대신 오늘 저녁은 내가 해줄 테니까... 둘이서 같이 식재료 좀 사
와줘...”
“에... 에? 나랑 라이넬 둘이서...?”
“별 수 없지 뭐. 미르는 푹 자고 있는데, 깨워서 데려가기도 좀 그렇잖아. 가자, 아그네스.”
“에... 에? 아, 응...”
“쿨쩍...(아그네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