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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작가 : 꽃청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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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정약 결혼
작성일 : 17-10-31     조회 : 410     추천 : 0     분량 : 6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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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 소… 리입니까?"

 

 

 믿을 수 없는 말에 그녀의 두 눈이 커졌고, 그 말을 전한 여자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옆에 있던 남자는 애초에 그 얘기에 끼지도 않았다는 듯이 시종일관 계속 침묵을 하고 있었다.

 

 

 "어, 어머니…, 결혼이라니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리시면 어떡해요!!"

 "다 너를 위한 것이니까, 그만 그 입 다물거라. 얼른 짐이나 챙기렴."

 "하! 저를 위한 거요? 아니요, 어머니를 위한 것이겠죠. 위선적인 행동 그만하세요. 역겨우니까."

 

 

 다리까지 꼬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차가운 눈길을 보내던 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는지,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방에서 나온 린은 듣고 나온 말이 너무 충격적인 나머지 잠시 몸이 휘청거렸고, 그 몸을 받아 준 이는 그녀의 호위무사인 리온이었다.

 

 리온은 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의 주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선 방으로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의 말에 옆으로 눈길을 주던 린의 얼굴은 분명 아무렇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는 보였다.

 

 울고 싶다는 표정이.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다는 표정을.

 

 혼자서 방으로 향하는 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작은 한숨과 함께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린은 방 안까지 들어온 리온에게 시선을 주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털썩 소파에 앉았다.

 

 곧이어 커피를 들고 온 시녀가 그녀 앞에 있는 테이블에 조심스레 커피를 내려놓았다.

 

 

 "공주님, 혹시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응.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를 테니까, 지금은 밖에 나가 있어."

 "알겠습니다."

 

 

 린의 말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에, 빠르게 방을 빠져나가는 시녀였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잔을 들던 린은 조심스레 입에 가져다 댔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던 린은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리온을 바라보았다.

 

 

 "리온. 너도, 내가 아까 내뱉은 말들이 심하다고 생각하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그런 리온의 대답에 예상했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린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리던 린은 슬며시 눈꺼풀을 닫았다. 아직도 쉽게 가라앉지 못 하고 끓고 있는 화를 억누르던 그녀의 입에서 작은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결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 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결혼할 나이가 아직 안 된 것도 아니고, 그녀의 나이 때는 오히려 결혼하는 것이 당연한 나이였다. 그렇지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기에 재쳐두고 있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막무가네로 밀어 붙이는 부모님의 행동에 화가 안 날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리온."

 "예, 말씀하십시오."

 "나와 결혼하게 될 자가 누구라고 했지?"

 

 

 결혼 상대자에 대해 묻는 린을 보던 리온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 하고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뱀파이어 일족의 차기 황제이신 시하드 륜 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이지, 하나 같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어."

 

 

 뱀파이어 일족이라는 말에 그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거기다가 황족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이 결혼을 파기하고 싶은 생각으로 넘쳐났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참담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출발은 내일 오전 9시 경이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어. 오늘은 너도 이만 물러나 있어. 내일 아침 다시 부르지."

 "그럼 내일 아침 모시러 오겠습니다."

 

 

 

 ***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드레스를 입고 화장까지 한 그녀는 외투까지 걸친 후에야 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아침도 먹지 못 하고 아침 일찍 나온 그녀가 향한 곳은 성 밖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단 두 명의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린은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떠나는 순간마저 보이지 않는 황제와 황후의 모습에 화가 났다.

 

 그러나 웃으며 잘 다녀오라는 백성들의 모습에 차마 분노를 표출할 수 없었던 린은 애써 화를 감추며,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마차에 오르기까지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차에 올라탄 린은 마차 밖에서 서 있는 리온에게 손짓을 했고, 그녀의 손짓에 마차 쪽으로 다가온 그였다.

 

 

 "부르셨습니까."

 "너는 다른 마차 타지 말고, 내 앞자리에 앉도록 해."

 

 

 린의 말에 잠시 대답하는 것을 주저하던 리온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겠다는 대답을 남기고서 잠시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겻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서야 마차로 돌아온 리온은, 아까 그녀의 말을 상기시키고는 린의 앞자리에 앉았다.

 

 마차가 출발하자 린은 여전히 마차 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잠시 슬픔이 드리워졌다.

 

 

 "리온. 가는데 얼마나 걸리지?"

 "그곳까지 가는데, 하루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없어."

 

 

 하루 정도 걸린다는 말에 그녀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라면 마법진을 사용해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지만, 사신들도 동행하는 것이었기에 많은 인원을 전부 마법진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날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늦게 잔 탓에 몸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피곤한 린의 기분을 눈치챈 리온은 옅은 미소를 내보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카이린 님, 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 잠시 숙면을 취하는게 어떻겠습니까."

 "별로 안 피곤해."

 

 

 일부로 버티고 있는 것을 알기에 리온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고, 마차 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항상 강한 모습만을 보여야 했던 그녀였고 실수라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고 약한 모습은 부정하며 밀어냈다. 그렇게 만든 것이 그녀의 주변 환경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는 그런 그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결국 이렇게 잠들 거면서 항상 부정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잠든 그녀의 모습을 보던 리온은 나지막이 웃다가, 조심스레 자신의 어깨에 그녀의 머리를 기대게 만들었다.

 

 린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던 리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항상 당신의 곁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저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던 린은 마차 바깥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마차가 서서히 멈춰졌고, 그때서야 린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 도착한 건가?"

 "네, 뱀파이어의 황궁에 당도했습니다."

 

 

 마차에서 먼저 내려 그녀에게 손을 뻗는 그였고, 리온의 손길에 린은 슬며시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천천히 내렸다.

 

 그녀가 마차에서 내리자, 더 많은 호응들이 들려왔고 린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들과는 다른 그녀가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뱀파이어들도 있었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뱀파이어들도 많았다.

 

 그런 그들에게 역시 마찬가지로 손을 흔들어주었고, 린은 그 남자가 있을 황궁으로 향했다.

 

 눈으로만 봐서는 황궁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뱀파이어의 황궁은 소문대로 엄청 크고 높았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른 황궁들에 비해 붉은색이라는 것이었다.

 

 황궁 내에서 일하고 있는 시종들의 안내를 받아 황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신이 기죽을 필요는 없었기에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여러 신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왕좌에 앉아서 근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황제가 있었다.

 

 황제 앞으로 다가간 린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천천히 고개를 숙여서 예의를 표했다.

 

 

 "마족의 공주인 카이린, 고귀하신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이렇게 공주의 얼굴을 보게 되어 영광이군.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소."

 

 

 천천히 얼굴을 들어 황제의 얼굴을 바라본 그녀는 소문과는 다른 황제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차가운 인상이라던 황제는 인자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뱀파이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게 되었다.

 

 다른 일족들도 오랜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오랜 젊음을 유지하지만, 그것도 황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뱀파이어 일족은 영생은 물론이고, 그 어떤 일족보다 오랜 젊음을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이천 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외모는 여전히 젊은 나이 때의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린의 귀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까지 발걸음 하시느라 많이 힘들었을 터인데, 얼른 들어가서 쉬시지요. 얼른 공주에게 방을 안내해 주어라."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황제의 명령에 따라 그녀의 곁에는 두 명의 시녀가 붙었고, 린은 시녀의 안내에 따라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은 복도 중간 쯤에 있었고,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고 화려한 방 안의 분위기에 놀란 린이었다. 방 안은 온통 붉은색으로 치장되어 있어서, 한눈에 봐도 뱀파이어를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나쁘지 않은 방 안의 구조에 마음에 들어하고 있을 때쯤, 방 밖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라."

 

 

 그녀의 들어오라는 말에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자였다. 시녀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많이 앳되 보이는 얼굴에 내심 놀란 린이었다.

 

 

 "오늘부터 공주님을 모시게 된 이야라고 합니다. 성심껏 공주님을 모시겠습니다."

 "나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하네. 오늘은 딱히 시킬 일이 없으니, 그만 가보거라."

 

 

 그녀의 말에 시녀는 꾸벅 고개를 숙인 후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드디어 혼자 방 안에 남게 된 린은 욕실에 들어가서 물에 몸을 담궜다. 온몸에 쌓여 있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눈을 감고서 내일 만나게 될 그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다.

 

 순혈 뱀파이어. 황태자. 그리고 아직 정식으로 부부는 아니지만, 이제 자신의 남편이 될 남자.

 

 여러가지 생각들이 얽히고 섥히는 바람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녀의 입에서 자연스레 한숨이 튀어나왔다.

 

 왠지 오늘 밤은 길어질 것만 예감이 들었다.

 

 

 

 ***

 

 

 

 결국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 하고 새벽 내내 잠을 설치게 된 린의 얼굴에는 피곤함으로 가득했다. 마녀도 야행성 종족이었기에 잠을 못 잔다고 해서 딱히 제약은 없지만, 워낙 여러가지 생각들로 복잡했던 린에게는 지금 잠이 절실했다.

 

 하지만 아침부터 황태자와의 첫만남이 있었기에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아침부터 그녀의 방 안은 분주했고, 씻고 나온 그녀에게는 시녀가 대기되어 있었다.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혔고, 온갖 악세서리까지 착용을 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얼굴에 화장까지 해준 후에 서둘러 방을 나가는 시녀들이었다.

 

 방 안에는 그녀와 그녀의 전속 시녀인 아야만이 남게 되었다.

 

 

 "공주님, 지금 황태자님께 간다고 기별을 넣을까요?"

 "그래주겠나?"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방으로 돌아온 아야는 긍정의 통보를 전했다.

 

 천천히 그의 방으로 향한 그녀는 그의 방 문 옆에 서 있는 기사에게 인사를 건넨 후에 조용히 방 문을 두드렸다. 아무리 그래도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잠시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는 린이었다.

 

 그때 방 안에서 나지막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보다 연상이라 해도 영생을 사는 그들에게 있어서 그의 나이는 아직 어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가 엄청 굵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 내심 놀란 것도 잠시, 이내 곧 들어오라는 그의 말에 그녀는 천천히 닫혀 있던 방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오기 전까지 집무를 이행하고 있던 모양인지, 그의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가득했다.

 

 린은 그의 얼굴과 마주치기도 전에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마족의 공주인 카이린이라 합니다."

 "시하드 륜입니다."

 

 

 이름만 말하고 마는 그의 태도에 살짝 기분이 상한 린이었지만, 차마 그의 앞에서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기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서 드디어 황태자의 얼굴과 마주하게 된 린은 그의 외모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혹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갔다.

 

 화려한 금발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그는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붉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를 계속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린은, 그의 얼굴에게서 빠르게 눈길을 뗐다.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난 륜은 조용히 린의 앞으로 걸어와서는 앞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잠시 할 말도 있고 하니, 거기 소파에 앉으세요."

 

 

 륜의 말에 린은 조용히 소파에 앉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과를 들고 들어오는 시녀였다. 테이블에 다과를 올려놓은 시녀는 곧바로 방을 빠져나갔고, 곧 그 방 안에는 둘만 남게 되었다.

 

 시녀가 가져온 커피를 마시던 린은 조용히 륜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시선도 곧 그녀에게 향했고,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린이었다.

 

 

 "결혼식이 내일이라 들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도 저에게 일절 상관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도 원하던 바입니다. 서로의 사생활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걸로 하죠."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해서 기분이 좋아진 린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도 별 말 없이 몇 마디만 하고 그와의 대화는 끝났다. 어제의 밤을 못 이룬 것이 허탈할 정도로.

 

 더 이상 그에게 볼일이 없어서 방을 나서려면 차에 뒤에서 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린은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뒤를 돌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남으신 건가요?"

 "아니, 그냥 잘 가란 말을 하려 했던 것 뿐입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건 제가 할 말이네요. 쓸대없는 말 할 거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 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에 그의 말을 되받아친 린은 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을 보고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 천천히 뒤를 돌아서 빠르게 방을 빠져나간 린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 하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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