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혁은 손에서 유니트 설명서 겸 게임 소개서를 내려놓았다. 여동생의 말과 그 후로 오랜시간에 걸쳐 고민한 결과 게임을 적어도 사용료가 면제되는 3달동안은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지금 세혁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 설명서를 읽으며 알아갈 수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모은 것이었다. 프론티어 스피릿의 세계관, 설정, 추천 종족, 얼마 안 나와 있지만 공개된 히든직업의 정보, 초보자 추천루트 등 그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 충분한 자료 조사를 먼저 하기로 결정했었고, 그는 조사를 하면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모르고 시작했다면 꽤나 곤란할 뻔 했는걸.'
그는 마지막으로 유니트를 한번 쳐다본뒤 유니트 속으로 들어가 편하게 누웠다.
'자료 조사는 이만하면 된 것 같고, 이제는 실전이다!'
뜻하지 않은 당첨으로 찾아온 기회, 그는 이 게임에 모든 것을 걸 작정이었다.
'이제는 여기가 내 직장이다. 잘 해보자, 박세혁!'
"플레이!"
위~이잉!
몸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주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새까맣게 뒤덮였다.
소리도 빛도 없는 완벽한 어둠.
그렇게 몇 초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한 여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눈 앞에 시스템 메세지가 떠올랐다.
-홍채 인식과 혈관 스캔 결과 등룍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신규 계정을 생성하시겠습니까?-
"생성한다!"
벌써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생각한 과정이었긴에 세혁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워리어즈사가 사용료를 면제해 주는 기간은 단 3달 그 기간안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세혁은 몇초라도 빠르게 게임을 시작하고 싶었다.
시스템 메세지는 그 후로드 계속 떠올랐고, 그는 이런 시간조차 아까운 듯이 빠르게 대답했다.
-캐릭터의 이름을 정해 주십ㅅ…-
"로안"
별 뜻 없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으로, 어감이 좋아서 인터넷 별명으로 쓰는 이름이었다.
-캐릭터의 성별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튜토리얼이 끝난 후 정해지는 종족에 따라서 중성이 있을 수…-
"남자!"
-계정이 생성되었습니다. 외모 변경과 종족은 튜토리얼이 끝난 후 할 수 있으며 능력치와 직업은 직접 플레이를 하시면서 정하시는 것으로…-
"패스!"
-초보자 마을로 이동합니다. 즐거운 게임 되시기를…-
"이동!"
간단한 설정과 설명이 끝나자 시스템 메세지가 사라졌고 주변은 어둠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빛이 가득 채웠고, 곧 그 빛은 여러가지 색상의 빛으로 분해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광장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쏴아아아.
접속과 동시에 바람이 그를 환영하듯 불어왔고, 그의 머리카릭이 기분 좋게 흩날렸다.
'와, 설마설마 했지만 이건 정말 실제 같잖아!'
거의 대부분에 사람이 그렇듯 세혁, 아니 로안도 가상현실게임의 놀라운 현실감에 놀라고 있었다.
'괜히 사람들이 가상 '현실' 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였어, 끝내주네.'
그때 허공으로 크고 힘있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거기, 애송이들! 빨리빨리 모이란 말이다!"
로안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어디서 울려 퍼지는지를 찾아보았고, 이내 앞쪽에 단상에 올라서있는 한 남성이 소리를 지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국의 NPC!'
로안은 그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인류라면 무난하고 괜찮은 종족. 최대한 잘 보여야 한다!'
프론티어 스피릿은 특이하게도 종족을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고, 튜토리얼 중 자신이 얻은 성과-기준을 알 수 없음-에 따라 정해지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저 근육돼지(?) 같은 NPC는 수 많은 종족들 중에서도 인류를 맡고 있는 NPC, 그 성과중에는 관련 NPC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들어가니, 밉보여서 좋을건 하나도 없었다.
로안은 조사를 통해 폭넓게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이용하여 붙임성 있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소문 많이 들었습니다, 조사관 루벨님. 저희같은 녀석들을 훈련시키느라 많이 힘드실텐데 언제나 한결같이 열정적인 태도가 유명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를 엄격하게 대하시는 것도 다 저희가 이곳에 빠르게 적응하기를 바라셔서 하시는 것이라던데 아주 멋지십니다."
그가 세운 장기계획 중 하나가 인류 종족으로 시작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었기에 로안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루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로안의 그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는 것처럼 보여졌다.
"흠…, 애송이녀석. 나름대로 예의라는 것을 알고 있구나.
퉁명스런 단 한마디 였지만 로안에게는 그 말이-루벨이 한말이기 때문에-다른 자들이 해주는 백마디 칭찬보다 가치 있었다. 윈래 그 루벨은 유저들에게 칭찬 한마디 없이 쓴소리나 해대는 '악마같은 놈'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한 놈이었지만 로안은 꿀바른 듯한 입담으로 어느정도 벽을 허무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그에 보답하듯 루벨은 세혁에게 퀘스트를 주었다.
"흠… 애송이에게는 버거울 지도 모르겠지만, 요즈음, 마을 북쪽에 조그마한 마물들이 나타나서 성가시게 한단 말이지.군사를 동원하자니 마물들 수준이 너무 낮고, 그렇다고 내비두자니 성가셔서 말이야. 너녀석이 그놈들을 소탕해 준다면 내 소량의 사례를 해 주지."
띠링!
-루벨의 시험
루벨은 요즈음 마을 북쪽에 나타나는 마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물들을 소탕해서 루벨의 골치거리를 덜어 주자.
마물 (0/50)
난이도: D
보상:루벨과의 호감도 상승과 소량의 보상, 실패시 루벨과의 친밀도가 최소로 떨어짐.
퀘스트 제한: 루벨의 마음에 든자.
*퀘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루오스 제국 소속의 인류로 종족이 임시로 변경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 고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믿고 기다려 주십시요."
그는 벌써 인류가 된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루벨에게 퀘스트를 받았고, 그 기분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헉…헉, 망할 루벨 자식, 이 돼지 같은 놈. 적어도 수준에 맞는 퀘스트를 줘야 할 거 아냐!"
평원 한 가운데서 거친 숨과 함께 루벨을 욕하는 사내는 당연하게도 세혁, 아니 로안이었다.
"무슨 마물들 레벨이 이리 높아! 저놈들 잡을 레벨 되면 이미 여기 벗어날 때 다 되겠네."
1시간 전, 로안은 루벨의 퀘스트를 받은 뒤 활기차게 마을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해봤자, 적응 과정. 마물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어렵겠어.'
그리고 로안의 그러한 생각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 되 있었고, 그는 마물들을 피해서 발 빠르게 도망쳤어야만 했다.
마물 하나의 레벨은 각각 10이 넘었으며, 물론 여기까지만이었으면 세혁도 어느정도 레벨을 올린 뒤에 왔으면 가능했겠지만, 이놈의 마물들은 전부 무리생활을 하는 개체였다. 한번에 2~3마리는 기본이었으며, 운 나쁘며 5마리 이상까지 한마디로 깨지 말라는 퀘스트 같았다.
또, 심지어 이 거지 같은 퀘스트를 그에게만 준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저들에게도 나누어주고 실패해서 돌아오는 유저들을 보며 즐거워한다는 이야기까지 인터넷에서 돌고 있었다.
'어째서 사람들이 루벤놈을 악마라고 부르는지 조금은 알거 같다…. 깨지 못하는 퀘스트나 주면서 놈은 실패하는 유저들을 보며 실컷 비웃고 있겠지. 이거, 짜증나네.'
루벨을 욕하는 것도 잠시, 로안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딜까나? 제기랄, 루벨에게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겠네."
그의 주위로는 끝도 없는 평원 만이 펼쳐져 있었다. 마물들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친 로안은 마을과 멀어져 버렸고, 현재는 이곳이 어딘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냥 죽을 껄 그랬나…'
로안이 자살을 심각하게 염두에 두고 있을 때, 이제까지는 보지 못했던 특이한 몬스터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몬스터의 모습은 어딘가 눈에 익은 모습이었고, 로안은 곧 그 몬스터가 자신을 골탕먹였던 마물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 마물에게 다가갔다.
일정 거리 안에 들어가자 곧 정보창이 활성화 되면서 그 마물의 레벨과 이름이 떠올랐다.
-LV 5, 어린 마물-
'그 녀석들의 새끼인건가? 이런 곳에 왜 혼자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레벨이 낮으니 시도해볼 가치는 있겠어.'
로안은 루벨이 나누어준 초보자용 단검을 손에 꽉 지고는 튀어나갈 준비를 했다. 겨우 레벨 5짜리의 몬스터라지만 레벨 1인 로안으로서는 어쩌면 새끼조차 잡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죽지 않는 한 마을로 돌아갈 길이 없는 로안으로서는 한번 쯤 도전해볼 가치가 있었다.
'한번 해보자, 설마 새끼인데. 지 레벨보다야 약하겠지. 가자!'
로안은 몸을 수그렸다가 튕기듯이 점프해서 조그마한 마물의 등딱지 위로 초보자용 단검을 꽃아넣었고, 기분 좋은 효과음과 함께 이펙트가 터져나왔다.
'치명타!'
아무래도 기습을 한데다가 있는 힘껏 내려 찍었던 덕을 본듯 싶었다.
키에에엑!
마물은 고통스러운듯 괴성을 내질렀고, 그에 상응하듯 마물의 피도 꽤나 빠져나갔다.
로안은 기뻐할만도 하건만, 침착하게 최대한 빠르게 옆으로 굴러 마물의 사정거리에서 재빠르게 벗어났다. 온 몸이 흙먼지로 덮였지만 그는 마물의 공격에 맞는 것보단 이 방법이 훨씬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이 촉수를 휘두른후 다시 거둬들이는 그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로안의 예상과는 다르게 마물은 달라도 너무 다른 행태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응?!'
마물은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은채 그저 몸을 둥글게 말고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제까지의 마물들과는 상반된 대응이었다. 세혁은 잠시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한번 마물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봤지만 여전히 그 마물은 떨고 있을 뿐 그에게 적의를 드러내지는 않았다.
'이거 뭐냐? 아직 새끼라서 그런가. 완전 횡재잖아.'
로안은 비열한 웃음과 함께 마물의 등딱지로 칼을 찔러 넣었고, 또 한번 마물의 생명력이 쭈욱 빠져나갔다.
'이대로만 계속한다면 새끼지만 그래도 마물 한 명은 잡을 수 있겠는걸. 자…잠깐, 이게 아니라.'
그 순간 로안의 머리에 한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올랐다.
'얘를 따라간다면 이놈들 둥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잘해서 새끼들만 죽일 수 있다면… 크흐흐흐.'
로안은 칼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뒤쪽 플숲으로 들어가 뭄을 낮추고 마물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지금껏 한번도 발견되지 않은 놈들의 둥지, 더군더나 15레벨 이상이 되면 다시는 들어올 수 없는 필드 내에서. 세혁은 대박의 느낌을 맡고는 흥분으로 몸이 떨려왔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났을까? 가만히 웅크려 있던 마물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빠른 속도로 이곳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지!'
로안은 곧바로 그 뒤를 조심스럽게 쫓았고, 얼마안가 거대한 동굴의 입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와우! 입구 한번 더럽게 크네."
로안은 한발 한발 침착하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 앞으로 시스템 메세지들이 떠올랐다.
띠링!
-던전 -마물의 둥지- 로 진입합니다.
띠링!
-히든던전 -마물의 둥지-를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최초 발견자 보너스로 던전 안에서 3일간 경험치 50%가 추가 적용됩니다.
띠링!
-마물 토벌 퀘스트 공적치+ 30,000
띠링!
놀라운 발견입니다!
-마물 둥지 발견자-의 칭호가 주어집니다. 모험가 협회에 보고할시 소정의 보상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띠링!
두려움에 떠는 새끼를 이용해 둥지를 찾아내는데 성공하셨습니다.
당신의 재치가 널리 알려집니다. 명성+500
띠링!
-퀘스트가 변경됩니다.
루벤의 테스트
마물 처치 (0/50) → 마물 둥지의 위치 보고 (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