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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고니안
작가 : 알비테르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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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네임드 몬스터 인섹투
작성일 : 17-11-07     조회 : 548     추천 : 1     분량 : 5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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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아아ㅇ… 어?!"

 

 정신없이 고함을 내지르던 로안은 갑자기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고통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순식간에 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끼고는 발을 박차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 후 곧바로 공중에서 몸을 틀어 돌을 적에게 던….

 

 '없어?!'

 

 질려고 했으나 적은 그 자리에 아니, 이 공간 어디에도 없었다.

 

 '뭐야?! 그럼 도대체 방금 전 그 감각은 뭔데?'

 

 그러고 보니 따가운 고통은 분명히 느껴졌지만 생명력은 단 1도 안 줄어든 것 부터 하여 느껴졌던 고통이 이제껏 전투에서 느껴왔던 것과는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한 것이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에서 이런 종류의 수상함은….

 

 '다 이유가 있는 법!'

 

 로안은 사방으로 경계를 곤두세웠다.

 

 그때, 또 한번 느껴지는 아까와 같은 느낌. 로안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날리며 좌우를 살폈다.

 

 '또 아무것도….'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것은 그만의 착각이었고, 그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직후 동굴의 천장이 흔들리며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떨어져 내렸다.

 

 쾅-!

 

 그 부근의 동굴 천장이 일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떨어진 돌들이 바닥과 충둘하며 먼지를 일으켰다. 뿌옇게 흩날리는 먼지 속 로안은 앞을 또렷하게 노려보며 어떤 돌발행동에도 대처가 가능할 수 있게 몸을 긴장시켰다.

 

 "나와. 숨어있지 말고."

 

 로안은 침을 목뒤로 삼키며 용기를 내 외쳤지만, 약간의 떨림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로안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떨림을 느낀 건지 '누군가'가 우습다는 듯 귀를 긁어대는 듯한 소리로 기분 나쁘게 웃어 재꼈다,

 

 "크크킄, 숨어? 니 처지를 아직도 모르는거냐!"

 

 슈확, 콰쾅!

 

 놈의 촉수는 방금 전까지 로안의 머리가 있었던 곳을 꿰뚫으며 박살냈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 조금만 피하는 것이 느렸더라면 박살나는 것은 동굴의 벽이 아닌 자신의 머리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로안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강하다, 하지만 못 상대할 정도는 아니야.'

 

 일단 상대는 마물, 하지만 일전에 만났던 네임드 몬스터 '인섹토'만큼의 강함은 아니었기에 로안은 상대하기로 -어차피 도망갈 곳도 없었지만- 마음 먹었다.

 

 로안은 발로 벽을 차고 튀어나가 놈의 밑쪽으로 파고들어 돌 대신 단검을 힘껏 내질렀다. 여러 패시브 스킬들에 의해 이전과는 비할 바 없이 강력해진 담검이 놈을 향해 나아갔고, 로안의 입에 미소가 떠올랐다.

 

 '니가 강력해도 배때기에 칼이 꽃힌채로는 제 힘을 내기 힘들거다!'

 

 로안은 내구도가 1밖에 남지 않아 쓰지 않고 있던 단검을 꺼내 쓴 만큼 이번 공격으로 놈에게 꽤나 큰 피해를 입힐 심산이었다.

 

 "가라!"

 

 그러나 들려오는 것은 단검이 지나가며 생기는 바람 소리 뿐, 무엇인가를 찌르는 듯한 소리나 느낌 그 중 어느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

 

 로안은 속도를 못 줄여 넘어지면서도 고개를 돌려 놈이 어디로 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애썼지만 좌우 어디에서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들려오는 놈의 목소리.

 

 "어리석은 놈, 위쪽이다."

 

 쿠콰콰쾅!

 

 놈은 로안의 몸 위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그를 향해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주위로 촉수들 까지 휘둘렀다. 로안은 겨우겨우 몸을 굴려 놈의 무게에 눌려 압사되는 꼴은 면했지만 후속타로 들어오는 촉수는 피하지 못했고, 어떻게든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 단검으로 막아봤지만 단검의 파괴만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단검의 내구도가 0이 되어 단검이 파괴되었습니다.

 

 

 ".....젠장"

 로안의 단검이 파괴되는 것을 본 마물은 사악한 미소와 함께 이제껏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남겨뒀던 촉수들마저 공격으로 전환하여 로안을 향해 휘둘렀다. 그야말로 외통수. 단검도 파괴되고 벽에 몰린 로안으로써는 절대로 막아낼 수 없는 공격들처럼 보였다. 마물도 그것을 아는 것인지 완전히 경계를 풀고는 곧 있을 로안의 죽음을 상상하며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로안은 그런 그것을 보며 패배감에 무력해진 얼굴을…, 아니 오히려 로안은 놈을 보며 진득히 미소 짓고 있었다.

 

 로안은 앞을 또렷하게 노려보며 손을 뻗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섬백(蟾魄)."

 

 ​그렇다, 지금까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지만 로안에게는 하나의 무기가 더 있었다. 그것도 레벨 700이 넘는 초강력한 NPC가 애지중지 하던 검, 당연히 유니크 이상의 등급이리라. 물론 검 하나 추가되었다고 이 상황이 해결될리는 없었지만 로안에게는 한가지 생각해 놓은 방법이 있었다.

 

 로안이 섬백을 외침과 동시에, 동굴 모퉁이 구석에 놓여있던 섬백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로안을 향해 곧장 일직선으로 날아왔다.

 

 푸슉!

 

 섬백은 로안을 향해 날아오며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마물의 배를 그대로 뚫어버렸고, 예상치 못한 기습으로 배가 뚫려버린 마물은 꽤나 큰 데미지를 입었는지 잠시 헤롱헤롱 거리며 휘청였다.

 

 ​

 

 ​-네임드 몬스터 인섹투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행동불능 5초

 

 

 

 

 ​로안은 놈이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날라온 섬백을 잡고 놈에게 뛰어들었다.

 

 '너의 방심이 죽음을 불러온 거다. 이것아.'

 

 섬백은 푸른 섬광과 함께 마물 아니, 인섹투를 도륙했다. 그럴때마다 놈의 체력은 아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확확 빠져나갔다.

 

 '역시 템은 좋고 볼 일이야. 데미지가 이렇게 잘 들어가다니.'

 

 로안은 미소 지으며 놈이 움직이지 못하는 5초동안 마음껏 공격했고 놈의 체력을 50% 미만으로 떨어트리는데까지 성공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공격한다면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을 정도, 그러나 인섹투 역시 네임드 몬스터라는 이름에 맞게 혼수상태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재빠르게 움직이며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이 자식이! 곱게 좀 뒈져주면 안되냐!"

 

 로안은 빠르게 움직이는 놈을 향해서 섬백을 계속 휘둘렀지만 놈은 미꾸라지처럼 움직이며 좀처럼 맞아주지 않았다. 더군더나 놈은 섬백을 피하는 와중에도 로안에게 깔짝깔짝 데미지를 넣어대며 로안의 생명력을 천천히 줄여나가고 있었다.

 

 

 

 

 ​-데미지 25!

 

 -데미지 70!

 

 ​-데미지 56!

 

 

 

 

 ​가랑비에 옷 젖듯 이 이런 식으로 줄어나간 생명력이 어느새 500을 넘어갔고, 아까 전 단검이 파괴되며 함께 입은 데미지까지 합치면 로안의 생명력도 이미 50% 미만으로 줄어든 상태. 로안은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놈의 모습을 쫓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일단 어떻게든 한대만 때리면 될 것 같은데…'

 

 로안은 놈에게 한대만 제대로 먹일 수 있다면 연속공격을 통해서 승기를 잡을 자신이 있었지만 좀처럼 맞아주질 않으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로안은 이 순간 놈의 평가를 수정했다.

 

 '이 놈 절대로 인섹토보다 낮은 등급이 아니야.'

 

 처음에는 힘과 생명력이 인섹토보다 낮기에 상대하기 더 쉬운 놈일줄 알았지만, 그건 인섹투의 스피드를 몰랐기에 한 생각이었다. 본격적으로 놈이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하자 로안은 별다른 대처​조차 하지 못한 째 놈의 공격을 피하기에만 급급해진 것.

 

 '어떻게 해야 하나, 무슨 방법이 있을텐데.'

 

 ​

 

 * * *

 

 

 

 한편 로안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 동안 루를 위시한 각 직업 별 최상위권 랭커들은 흙바닥에 널부러져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방금 전에 겨우 겨우 수천의 달하는 마물들의 포위를 벗어날 수 있었던 그들은 더이상 손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헉, 헉. 이게 무슨 꼴이냐…."

 

 "일단 목표까지는 거의 다 도달한 것 같으니 내일 마저 하는 것이 어떨까요? 헉, 헉."

 

 "그럼 일단은 로그아웃하고 내일 만나는 걸로… 하자고. 지금은 그저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자."

 

 "…네, 아고 죽겠다."

 

 이들, 그것도 각 직업 별 최상위권에 속한 랭커들이 마물들에게 포위당해서 전멸할 위기에 처한 것은 오래 전에 있었던 마물들의 침략에 관한 고세에 쓰여져 있던 하나의 문장 때문이었다.

 

 ​이 일이 벌어지게 된 계기는 이랬다.

 

 

 거대 방송사의 기자이자, 베스트 프랜드인 그의 연락을 받고서 루는 묘한 승부심에 휩싸였고, 더욱 열심히 마물 사냥에 열을 올렸지만 격차는 더욱 벌어지기만 했다. 이에 루는 의문을 느꼈고 곧 한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녀석도 사람이라면 플레이 시간에 한계는 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뜻이다.'

 

 루는 그때부터 사람들을 동원해 -자신이 찾다가는 격차가 더 벌어질까바 두려워-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아낸 실날같은 단서가 바로 이것.

 

 -우리 연합군은 마물들의 둥지를 발견, 토벌에 성공함으로써 전쟁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마물의 침략에 대해 서술되어 있던 고서에 쓰여있던 문장 중 하나였다. 루는 이 문장을 읽고는 눈 앞이 확하고 밝아지는 것을 느끼며 둥지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위해 몰두했다.

 

 ​'이거다! 분명히 녀석은 이 둥지 중 하나를 발겮한 게 틀림없어!'

 

 그 후로 온갖 자료를 뒤져서 알아낸 곳이 여러 둥지들 중 한 곳의 대략적인 위치였다. 루는 즉시 랭커들을 소집했고, 즉시 그 위치로 이동했지만 이동 도중 마물에게 포위당한 것이 아까까지의 내용이었다.

 

 "신의 징벌(Divine Retribution)! 이 망할 마물들은 어떻게 된게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냐고!"

 

 ​루는 분통을 터뜨리며 자신이 가진 최강의 공격스킬을 마물 한가운데 떨어트렸고, 앞으로 튀어나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길을 열었다.

 

 '최소한 날 따라온 자들만은 살려서 돌려보낸다.'

 

 루는 지금 사실 자신을 따라온 동료들에게 굉장한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모두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스펙을 지닌 랭커, 그렇기에 사망했을 때 얻게되는 데스 페널티는 이들에게 치명적이었다. 1일간 접속 불가를 비롯해서 경험치 하락, 스킬 숙련도 하락, 입고 있는 장비품을 잃어버릴 확률까지 레벨이 높으면 높을 수록 치명적인 페널티가 자신을 믿고 따라온 동료들에게 주어지는 걸 루는 참고 볼 수 없었다. 기실 그의 이러한 성격 덕분에 그의 히든직업 홀리나이트로 전직이 가능했던 것이기도 했다. 어찌됬든 그의 그러한 행동은 다른 자들의 감명을 주기 충분했고, 그들도 아껴됬던 자신의 모든 힘을 꺼내쓰며 루와 함께 길을 뚫었고 죽을 둥 살 둥 하며 놈들의 포위를 벗어날 수 있었다.

 

 루는 땅에 드러누워 숨을 안정시키고는 조용히 생각에 빠져들었다.

 

 '도대체 로안 니 녀석은 누구냐? 어디가서 꿇리지 않는 전력을 갖추고도 둥지로 가는 길을 뚫기 이렇게나 힘든데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이렇게 로안에 대한 오해는 점점 덩치를 불려 가고 있었다.

 

 

 

 * * *

 

 

 

 쿠콰콰콰쾅! 콰쾅! 쿠쿵!

 

 거대한 폭발이 동굴의 한쪽을 완전히 집어삼켰고, 곧 그 부근의 동굴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실로 어마무시한 위력의 폭발. 그리고 그런 폭발을 조금 떨어져 있는 바위 뒤에 숨어서 바라보는 한 사내, 로안. 로안은 그 폭발의 위력을 눈 앞에서 실감하고나서야 긴장을 풀고 환하게 외치며 주먹 쥔 손을 하늘로 높이 들어올렸다.

 

 "성공이다! 그 무지막지한 놈을 잡는데 성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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