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콰쾅, 쿠르르릉!
뒤에서 들려오는 폭음이 꽤나 신경 쓰였지만 로안은그 소리들을 무시하며 앞만 보고 달려갔다.
"앞으로 시간이 8분도 채 안 남았는데, 여긴 또 왜 이렇게 길어!"
인섹트라펠이 죽은 뒤쪽에 작게 생켜난 입구, 로안은 이를 인섹트라펠의 보물창고라 짐작하고는 안 쪽으로 들어왔지만 그곳은 인섹트라펠을 만나기 전에 실컷 돌아다녔던 던전의 통로들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다른 점이 한 가지 있기는 있었는데 다른 통로들보다 길었다, 조금 많이. 시간 1분 1분이 아쉬운 그로서는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이곳을 포기할 수 없었다. 백운을 만났을 때도 이러한 긴 통로를(훨씬 긴 통로였었다) 끝까지 걸어간 후에야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이 통로 뒤에도 그러한 대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때보다 환경은 좋잖아. 다 걸어가면 뭐라도 하나는 건질 수 있겠지."
그렇게 몇시간 같던 3분이 지나고 로안은 한 공동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의 눈에 꿈만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와, 대박. 만약 천국이 실존한다면 이곳이야말로 천국일거야."
그의 앞에는 아이템들이 수북히 쌓여있었고 심지어 그것들 중 적지 않은 양의 아이템들이 번쩍거리는 빛을 내뿜고 있는 것을 볼 때 레어 아이템의 양도 꽤 되는 것 같았다.
"미쳤다, 미쳤어. 인간 박세혁 드디어 한 건 제대로 해내는 구나!"
레어는 기본 등급인 노말보다 딱 하나 높은 등급이었지만 능력은 노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더군더나 지금은 프론티어 스피릿의 유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시점으로, 레어 등급이 붙어 있으면 지닌 능력보다 비싸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매직과 유니크 등급은 사용조건도 높고 비싼 탓에 노말보다는 좋고 무난한 레어로 뉴비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기상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샐리 있는 곳에 머피도 따라온다 했던가. 아이템들의 상태가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이런 식이면 제 값 받기는 힘들겠는데…, 고치려고 하면 수리비도 무지하게 깨질 테고."
망자의 갑옷 : 내구도 3/200, 방어력 +120(현재 방어력 +50)
과거 꽤나 이름 있었던 기사의 갑옷으로 많이 무거운 대신 높은 방어력을 자랑한다. 허나 오랜 시간 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데다가 마기의 오랜시간 동안 노출되어 방어력과 내구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솜씨 좋은 대장장이의 손길이 닿는다면 본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갑옷을 휩싸고 있는 마기의 영향으로 착용시 사용자의 체력이 분 당 20데미지가 가해진다(성직자의 축복을 받을 시 사라진다). 힘이 60 이하일 경우 이동속도 30%감소 효과가 가해진다, 중급 이상의 대장장이가 아니면 수리 불가.
등급: 레어
제한: 힘 30이상
허름한 망토: 내구도 3/25, 방어력: 10
구멍이 송송 뚫린 허름한 망토지만, 보기와 다르게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어 꽤나 유용하다.
*자신에게서 나오는 소리를 줄여줌, 매력 -10, 중급 이상의 제단사가 아니면 수리 불가.
등급: 레어
제한: 없음
가벼운 부츠: 내구도 4/50, 방어력: 30
경량화 마법이 인챈드되어 있는 부츠로 이동속도를 조금 빠르게 해준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어 신발의 가죽이 삭아있어 신기 불편하다.
*이동속도 상승 10% 상승
등급: 레어
제한: 없음
성능만 볼 경우 그리 나쁜 장비들은 확실하게 아니였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내구도. 내구도 수치가 장신구 같이 내구도가 무한인 얘들을 제외하면 거의 다 바닥에 수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군더나 몇가지는 수리조건도 터무니없이 높았다.
'중급 이상의 제단사나 대장장이?! 심지어 몇개는 사제의 축복이 필요해?! 이것들이 장난하나! 그놈들한테 물건 맡기는데 드는 비용이 얼만데! 진짜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네!'
그들에게 물건을 맡기면 수리비가 물건 값의 70% 정도는 나가게 될텐데, 그러면 그에게 떨어지는 수익이 너무 적었다. 그러나 수리를 하지 않고는 그것들을 이용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물건을 팔거라 해도 저 정도의 한 두번 부딫히면 파괴될 내구도의 상품을 내놓으면 제 값의 30%도 받기 힘들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맘에 들지 않기는 매한가지인 상황. 로안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결국은 내가 직접 수리해야 되는 거냐? 개인적으로 잡케는 별론데. 대장과 제단 기술이라니…, 얼마나 노가다를 해야 되는 거냐? 돈 하나 좀 벌어보겠다고 가지가지 하는구나. 젠장!'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아이템도 몇가지는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위에서 말한 장신구 계열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타락한 성자의 반지: 내구도 무한, 반지
먼 옛날 마물들을 토벌하던 토벌대에 속해있던 성직자의 반지로 마기의 오랫동안 노출되어 성스러운 기운을 잃고 마기를 받아들였다.
*악/마 속성력 +15, 매력 +20(성직자 한정 매력 -30)
등급: 레어
제한: 없음
'그나마 이것들이라도 있으니 내가 참는다. 여기서 얻은 장신구 중 내가 쓸 것을 제외하면…, 그래도 대충 한달에서 두달 정도의 생활비는 벌 수 있겠다. 저 망할 것들만 제대로 되있어도 몇 배를 벌 수 있었는데.'
그러나 로안도 언제까지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제 남은 시간도 얼마 되지 않는데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는 더 이상 아이템들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을 포기하고 레어템부터 빠르게 인벤토리 안으로 쓸어담기 시작했다.
샤샤샤샥.
그의 손은 그 어느때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의 이익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게 바닥에서 눈을 때지 않으며 아이템을 쓸어담던 그가 멈춰선 것은 그의 앞에 놓여있는 한 제단 비스무리한 것을 발견했을 때였다. 로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제단 위를 쳐다보았고 그 위에 하나의 단검이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그 단검에서 풍겨오는 대박의 냄새. 로안은 누가 먼저 가져갈까 걱정이라도 되는 듯한 속도로 제단의 위로 뛰어올라가 단검을 낚아챘고 그와 동시에 그의 눈앞에 그것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저주걸린 단검 : 내구도 25/300, 공격력 +350
지금은 잊혀진 신인 질병의 신 데미고스를 섬겼다고 전해지는 과거의 암살교단 '모르부스'의 성물 중 하나로,괴기한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질병의 권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능력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권능의 본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데미고스의 축복이 필요하다.
*치명타 공격시 10% 확률로 상대에게 질병 하나를 부여한다(중첩불가), 질병의 사제의 도움 없이는 수리 불가, '질병의 신 데미고스의 소망' 퀘스트 부여.
등급: 매직(유일)
제한: '질병의 신 데미고스의 소망'퀘스트 수락
"매…매직! 대박이다!"
질병이란 것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할지는 모르겠지만, 질병의 신이란 이름이 찝찝하지만, 힘을 잃은 것이 마음에는 안 들지만, 어쨌든 한 교단의 성물. 이 공간에서 얻은 것들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었다.
'매직 등급의 무기인데, 팔기는 조금 그렇고. 섬백의 보조무기로 사용하면 딱이겠네.'
그러나 이 템은 매직 등급이라 그런지 사용제한이 붙어 있었고, 로안은 그것을 가볍게 읽은 뒤에 별로 어렵지도 않은 조건이라 생각하며 평소의 그 답지 않게 흥분하여 '질병의 신 데미고스의 소망' 퀘스트를 무턱대고 수락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퀘스트의 등급도 확인하지 않은 채….
-질병의 신 데미고스의 소망(히든)
현재는 잊혀진 신 중 하나인 질병의 신 데미고스의 권능이 들어있는 성물 중 하나를 발견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그것의 힘은 권능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약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데미고스의 축복이 필요하지만 그를 섬기던 유일한 교단이었던 '모르부스'는 한 세력과의 전쟁으로 자취를 감추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암살교단 '모르부스'의 흔적을 찾아내자.
암살교단 '모르부스'의 흔적 발견(0/1)
난이도: A
보상: 역병의 사제로 전직 가능, 성물 '저주받은 단검'의 등급 상승,
실패 시 성물 '저주받은 단검'의 등급이 하락합니다.
제한: 성물 '저주받은 단검'의 발견
로안은 눈 앞에 떠 있는 시스템 메세지들을 빠르게 치우면서 앞으로 뛰어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남짓. 다음 방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둘러보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돌진!"
로안의 몸이 순간적으로 가속되며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가속된 그의 몸은 순식간에 짧은 통로를 주파해 다음 방으로 들어갔고 그 방은 로안이 잘 아는 방들 중 하나였다.
'여기랑 연결되어 있었어?!'
그곳은 그가 인섹토랑 처음으로 마주했던 곳, 즉 마물 지배자의 알이 있던 곳이었다. 로안은 그 알을 발견하자마자 인섹토와의 기억이 떠올라 황급하게 몸을 옆으로 날리며 바위 뒤로 숨어 알 주위를 주시하며 인섹토가 나타나면 언제든지 도망칠 수 있도록 근육을 긴장시켰다.
몇초간의 침묵 후, 로안은 허탈하게 웃으며 몸에서 힘이 쫙하고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하."
'지금 인섹토가 여기 있을리가 없잖아, 나도 참.'
로안은 천천히 몸을 바위 뒤에서 일으키고는 알을 향해 다가갔다. 알은 빛마저도 흡수할 듯한 광택이 흐르는 흑색으로 되어있었고 그 주변을 감싸듯이 보라색의 운무가 흩어졌다가 모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로안은 그 알의 정보창을 보며 고민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마물 지배자의 알: 잡화
마물들의 차기 지배자가 잉태되어 있는 알. 불길한 마기가 알의 주위를 감싸고 있다.
*알의 상태에 따라 매직~레전드 등급 중 한 등급의 마(魔) 속성의 몬스터가 부화한다.
부화율: 5%
등급: 유니크(유일)
'그렇다는 건, 지금 내가 이 알을 가져가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거지.'
마물들의 여왕씩이나 되는 인섹트라펠이 자신의 힘을 3분의 2이상 소진하고 나서야 낳을 수 있었던 이 알, 로안은 지금 그 알에 매우 큰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이 알을 가져간다 해도 인섹토 처치에 실패했으니까 '마물을 저지하라' 이 퀘스트는 실패라 쓸모가 없기는 한데…. 가방의 공간도 더 이상 없고. 그렇다고 두고 가기는 무언가 찝찝하단 말야. 그래도 인섹트라펠이 얘를 낳고 그렇게 약해진 것을 보면, 이 알에서 나올 녀석이 꽤나 대단한 녀석이기는 할텐데…잘 하면 유니크 이상도 가능할 것 같고, 그런데 내 편으로 만들수가 있으려나? 일단 혹시 모르니까 챙겨놓기는 할까? 그럴러면 가방에 들어있는 템을 조금 버려야 하는데…. 고민되네.'
몇번의 고민 끝에 로안은 혹시 모르니까 알을 챙기기로 결정하고는 가방에 들어있는 노말 등급의 아이템들을 몇개 빼내 바닥에 던져놓고는 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로안의 손은 마기를 무시하고 들어가 알과 접촉했고 알이 놓여있던 곳에서 빠져나오는 그 순간 동굴이 진동하더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릉!
"…!"
로안은 동굴 전체에서 들려오는 진동에 화들짝 놀랐지만 침착하게 알을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고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위에서 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리는 여러개 돌덩어리들, 그러나 로안의 표정에서는 한치의 두려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곧 그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하며 발끝부터 빛으로 화해 사라지기 시작했고, 돌덩어리들은 그대로 로안을 통과해 바닥이랑 부딫혔다.
남은 시간 0초, 로안의 튜토리얼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