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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고니안
작가 : 알비테르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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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새 출발
작성일 : 17-11-26     조회 : 509     추천 : 0     분량 : 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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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이 로안을 향해서 파도와도 같은 감정을 내뿜고 있을때, 로안은 그저 귀를 긁적이며 앞에서 걸어가는 홉고블린을 뒤쫓고 있었다.

 

 '아오, 엄청 간지럽네. 누가 내 욕이라도 하고 있나? 혹시 저 홉고블린이 내 욕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로안은 귀를 긁으며 속으로 별 의미없는 생각을 하며 투덜거리며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홉고블린의 거처 앞까지 도달해 있었고, 홉고블린은 그제서야 뒤를 돌아 로안을 쳐다보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라, 케륵. 나름대로 편하게 꾸며놓았으니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홉고블린은 자신의 거처가 자랑스러운 듯 당당하게 거침없이 문을 열어젖혔고, 그 자신감에 걸맞게 그 오두막의 안 쪽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일반적인 고블린의 오두막과는 비할 수가 없었고 일반 평민을 기준으로 삼아도 꽤나 화려한 수준을 갖추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내 현실 집보다 좋은 것 같은데…. 뭐야, 갑자기 눈에 먼지라도 들어갔나, 왜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현실 세계의 자신의 집과 이 오두막을 비교해고는 괜스레 울적해지는 로안이었다.

 

 "응…? 너 갑자기 왜 그러냐? 갑자기 우울해 보인다, 케륵.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정신 차려라, 케륵."

 

 홉고블린은 예상과는 다르게, 감탄이 아닌 우울함과 절망감을 표출하고 있는 로안을 보며 꽤나 많이 당황한 듯 짧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로안의 감정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고,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로안은 금새 가벼운 미소로 우울함을 털어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홉고블린이 말해주는 퀘스트 내용의 온 신경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어차피 말해봤자 게임 속 NPC에 불과한 일개 홉고블린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였고, 이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게임을 하는건데 현실에 슬퍼하며 게임에 집중을 못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홉고블린은 눈동자에 다시 총기가 돌아온 로안을 한번 보고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던 한 낡은 양피지를 꺼내어 탁자에 펼쳤다.

 

 촤르르륵.

 

 양피지는 종이 특유의 소리와 함께 넓게 펼쳐졌고 그곳에는 그린리버 왕국의 북쪽 지방의 지리적 정보가 세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홉고블린은 그 지도에 그려져 있는 한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나아졌나 보군,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케륵. 며칠 후 소규모의 상단이 이곳을 지나갈거다. 너는 고블린 전사 몇명과 함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상단의 물품을 가져오면 된다, 케르륵."

 

 

 -상단 약탈

 며칠 후 소규모의 상단이 마을 '오드'를 지나간다고 한다. 요즈음 별 소득이 없던 고블린 부족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 홉고블린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당신에게 큰 기대를 갖고 이 일을 맡겼다. 다른 고블린 전사들과 함께 상단을 털어 홉고블린의 신뢰에 보답하자.

 상단 약탈(0/1)

 난이도: E

 보상: 홉고블린의 호감도 소폭 상승, 약탈한 양의 5% 획득,

 실패 시 홉고블린의 호감도 소폭 감소, 고블린들에게 퀘스트 받을 확률 40% 감소.

 제한: 고블린 전사

 

 

 ​홉고블린의 말과 함께 당연하게도 퀘스트창이 로안의 눈 앞에 나타났고, 로안은 이를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수락했다. 겨우 E등급의 불과한 퀘스트, 동레벨의 일반적인 다른 유저보다 강력한 로안한테는 별 생각없이 빠르게 통과할 수 있는 난이도이기에 퀘스트를 받는 것에는 조금의 고민도 들어가지 않았다.

 

 "밑고 맡겨주십시오, 순식간에 끝내고 돌아오겠습니다, 케륵."

 

 로안은 아직은 어색한 고블린 말투와 함께 오두막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오두막 옆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숲 초입에 밑동이 크고 굵은 나무를 하나 골라 기대어 주저앉았다.

 

 로안은 잠시 하늘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감고는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후~우, 이걸로 1주일 짼가, 고블린이 된지.'

 

 그의 머릿속에서 1주일간의 많은 일들이 빠른 속도로 스쳐지나갔다. 튜토리얼 때 획득한 레어 아이템을 수리하기 위해 대전사 더스틴이 납치해온 인간 대장장이한테 대장기술을 힘들게 힘들게 배워나갔고, 더스틴에게 맞아터지면서 실전감각을, 섬백에게 이론적인 검술을 전수받았다. 그야말로 피 토하는 노력, 로안은 수면시간까지 줄여가면서 노력했고 그 결과로 레벨은 단 한 개도 올리지 못했지만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고블린 전사라는 직업으로 전직을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스킬들의 숙련도도 많이 올릴 수 있었는데 대장기술은 초급 4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고, 다른 나머지 스킬들도 높은 것은 초급 5레벨, 낮은 것은 초급 3레벨까지 달성하는 등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건 여기서 끝이 아니란 거지. 부화율이 5%에서 미동도 없기는 하지만 마물 지배자의 알 부터, 새로 얻은 칭호 '슈퍼 루키'와 '고블린 중급 전사'에 아직 안 열어본 신의 선물까지. 특히나 신의 선물은 기대된단 말이야, 과연 뭘 줄지.'

 

 로안은 가방(inventory)에서 빨간색 리본이 묶여있는 흰색상자를 꺼내며 궁금증에 가득 찬 표정을 해 보였다. 물론 그렇게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열어볼 수도 있었지만 기간제 버프 같은게 나올지도 모른다는 혹시 모를 불안감이 로안으로 하여금 위급한 전투때를 비롯한 무언가 어떤 변수가 필요할 때 열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게 했기에 아쉽지만 지금 당장 열어볼 생각은 로안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보다 지금 당장 그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 얻은 칭호 '고블린 중급 전사'의 성능이었고, 로안은 칭호창을 오픈시켰다.

 

 

 -슈퍼 루키-

 튜토리얼에서 최고 등급의 성취도인 SSS 등급을 2개 이상 달성한 이방인(유저)에게주어지는 칭호.

 *200레벨까지 획득 경험치 30% 증가.

 등급: 매직

 

 

 -고블린 중급 전사-

 고블린 전사들 중에서도 재능 있는 소수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로 중급 고블린 전사를 상징한다. 이 칭호를 얻은 고블린은 성인 남성 한 명 정도는 가볍게 상처 없이 상대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아이템 획득 확률 15% 증가, 하급 이하 고블린으로부터 존경을 받는다, 마을 '오드' 근처 고블린 부락의 시설을 20% 싸게 이용할 수 있다.

 등급: 레어

 

 

 ​역시 레어 등급의 칭호답게 뭐 엄청난 기능이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종족인 고블린인 그에게는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효과가 많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칭호라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는 쓸만한데, 꽤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어. 그럼 이제 남은 건 퀘스트인가?'

 

 고블린 증급 전사로 전직하며 받게 된 퀘스트 '진정한 고블린 전사를 향해서'는 직업 전용 스킬의 획득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클리어해야 되는 퀘스트로, 로안은 상단 약탈 퀘스트를 진행하기전에 먼저 클리어할 생각이었기에 간략한 정보를 확인하고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진정한 고블린 전사를 향해서

 진정으로 중급 고블린 전사가 되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의 걸맞는 기술이 필요한 법. 상급 이상의 고블린 전사에게 기술을 전수받고 직업 전용 스킬을 해제해 한층 더 강해지자.

 상급 이상의 고블린 전사의 가르침(0/1)

 난이도: E

 보상: 직업 전용 스킬들의 해제, 소량의 경험치

 제한: 중급 고블린 전사

 

 

 ​'상급 이상의 고블린 전사, 이왕이면 더스틴에게 배우고 싶었지만 현재 더스틴은 부재 상태. 누구한테 가르침 받는 것이 가장 괜찮은 선택일려나…?'

 

 로안은 일주일 간 만나봤던 상급 고블린 전사들을 생각하며 고블린 부족의 마을로 빠르게 내달렸다. 어차피 홉고블린과 함께 걸어오면서 한번 지나왔던 길이었기에 로안은 다시 마을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고, 그 즉시 연무장으로 향했다. 이 마을의 모든 전사들이 모여있는 곳, 그곳이라면 상급 전사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단 약탈' 퀘스트가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3일, 그 안에 '진정한 고블린 전사를 향해서'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없었기에 로안은 다른 고블린 전사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바쁘게 머리를 굴렸다.

 

 '저긴 너무 게으르고, 저긴 너무 잘난척이 심해…, 어디 잘 가르쳐줄 자가 없으려나? 아…! 카르툭 그 녀석이 있었지. 나름대로 고블린 중에서는 인성도 훌륭하고 실력도 뛰어난 편이니까 제일 괜찮은 스승이 되어줄 확률이 높아. 일단 한번 찾아나 가보자.'

 

 상급 전사 카르툭, 동족에게 굉장히 친절하며 어려움에 처한 자들을 잘 도와주는 것으로 유명한 상급 고블린 전사로 실력 역시 대전사 더스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꽤나 출중한 편이었다. 한마디로 스승으로 삼기에 적격이라는 뜻.

 

 로안은 즉시 다른 고블린들한테 물어가며 카르툭이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 상급 전사 카르툭님이 어디 계시는지 알고 있는게 있나? 있다면 알려주면 좋겠군, 케륵."

 

 "주…중급 전사 로안 님이셨군요. 아마 저쪽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케륵."

 

 "고맙다, 케륵."

 

 다행히도 중급 전사라는 직위 때문인지 대다수의 고블린들은 성실하게 답변해 주었고 금방 카루툭을 찾아낼 수 있었다. 로안은 허공을 향해 창을 휘두르고 있는 카르툭에게 조심히 다가갔고 훈련에 방해가 될까 싶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카르툭의 훈련을 쳐다보았다.

 

 카르툭의 창은 어느 군더더기도 없이 깔끔하게 휘둘러지며 허공을 수놓았고 그 속도는 현재 로안의 눈으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슈아아아악.

 

 로안은 카르툭의 창술을 보며 가슴 깊은 곳에서 호승심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과연 내가 저 녀석을 상대로 싸운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까? 아마 길어봤자 10분…, 그 이상은 힘들겠지. 그러나 이기고 싶어, 절대로 지고 싶지 않아!'

 

 그렇다, 로안의 마음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다 쏟아 붇는다 해도 10분 이내에 패배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 가지 더 안 좋은 얘기를 하자면, 카르툭은 절대로 게임 내에서 강자가 아니라는 거. 게임 내에서 진짜 강자로 분류되는 오러마스터나 아크메이지에 비하기는 커녕 검에 검기를 불러일으키는 오러 유저 수준의 기본적인 기사보다 약한, 그야말로 미약한 수준의 힘. 현재 로안은 이 미약한 수준의 힘마저도 강력해 보이니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로안은 이에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무엇보다도 뜨거운 열망을 품을 뿐.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 하지만, 언젠가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강해지겠다. 현실에서의 실패를 여기서 반복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때, 언제 훈련을 끝냈는지 카르툭이 로안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로안은 상념에서 벗어나 미소 지으며 카르툭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힘있는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중급 전사 로안이 상급 전사 카르툭님을 뵙습니다! 초면에 무례한 소리지만, 감히 상급 전사님의 가르침을 청하옵고자 합니다. 부디 들어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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