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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고니안
작가 : 알비테르
작품등록일 : 201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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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상단약탈(1)
작성일 : 17-12-03     조회 : 513     추천 : 0     분량 : 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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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간의 지옥훈련, 막 엄청나게 강해진 것은 아니였지만 섬백의 가르침을 따라 착실히 수련한 결과 로안은 도저히 42레벨의 유저라 볼 수 없을 정도의 스텟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잠시 후면 그걸 실제로 써먹어보게 되겠지.'

 

 로안은 연무장 한가운데서 거친 숨을 내뱉었다.

 

 후우우우우.

 

 '이제 10분 정도 후면 퀘스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칼 몇번 정도는 더 휘둘러도 되겠지.'

 

 칼집에서 섬백이 빠져나오고 이내 그 주위를 서늘한 한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그 차가움에 주변 허수아비들에게 얉은 서리가 맺혔을 때쯤, 갑자기 섬백의 주위를 맴돌던 한기가 사방으로 팽창하며 공간을 장악했고, 허수아비의 팔에 내려앉았던 서리가 급속도로 그 부피를 늘려나갔다. 스킬 '현월참'이 발현되기전 나타나는 전조현상이었다. 로안은 앞으로 빠르게 쏘아져 나갔고 주변의 허수아비들을 사정없이 파괴하는 무서운 위력을 보여주었지만 로안이 시도하고자 하는 건 이런게 아니였다. 로안은 강한 바람에도 눈을 크게 뜨고 정면을 응시하며 앞에 놓인 거대한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벽이 로안의 몇발자국 앞까지 다가온 순간 로안은 오른발로 땅을 세게 차며 방향전환을 시도했지만…,

 

 쾅! 콰당! 콰쾅!

 

 "컼!"

 

 들려오는 소리에서 알 수 있듯이 방향전환에 온전히 성공하지 못하고 몸에 오른쪽 부분이 벽과 부딫혔고, 그대로 튕겨져 나가 몇바퀴를 구른 후에야 가까스로 멈춰설 수 있었다.

 

 "하…, 젠장맞을, 또 실패네. 벌써 이게 몇번짼지."

 

 현월참을 시전하는 도중에 방향을 빠르고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 섬백이 로안에게 던져준 미션이었다, 그것만 성공해도 전투 중에 쓸 수 있는 방법이 배는 늘어난다면서. 그러나 이는 까다롭기 그지 없었다. 일단 '현월참'을 시전하면 순간적이지만 앞으로 쏘아져 날라가는 동안은 인간의 몸으로 낼 수 있는 최대속도 따위는 가뿐히 뛰어넘는데 그 속도 중간에 방향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로안에게는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초급 5레벨을 갓 넘긴 숙련도로는 턱도 없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몇번이라도 더 시도하고픈 로안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방금 전 벽과의 충돌로 근육통, 어지러움 등 상태이상 여러개가 동시에 달라붙어 그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도 없고 말이지.'

 

 로안은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자신을 데리러 올 하급전사를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가야할 땐가, 약간 늦은 건 알고 있는거지?"

 

 로안은 그를 향해 농담조로 투덜거렸고, 하급전사 역시 쓰러져 있는 로안을 보며 이런게 한두번이 아닌 듯 능청맞게 대꾸했다.

 

 "거참, 중급전사님께서도 회복할 시간은 필요하실 것 아닙니까? 케륵, 매번 쓰러져 계시니까 이번에는 제가 일부러 약간 기다려서 왔건만 구박이라뇨."

 

 중급전사가 된 뒤 로안은 가까이에서 보필하던 녀석들 중 하나라 그런지 말투가 인간들의 것을 꽤나 닮아있었고, 로안은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이럴 때 보면 저것들이 컴퓨터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단 말야. 언제 생각해봐도 참으로 신기한 기술력이야.'

 

 로안은 내심 프론티어 스피릿의 기술력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일으켜 하급 고블린 전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목표지까지 걸어가는 20분동안 상태이상이 전부 회복되기를 바라며.

 

 

 * * *

 

 

 ​5분 정도 걷자, 로안의 눈 앞에 어딘지 음산한 느낌을 주는 숲이 펼쳐졌다. 물론 로안은 이 숲을 홉고블린과 함께 오전에도 봤었지만 밤에 보는 숲은 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어딘지 싸늘한 느낌이군. 긴장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로안은 몇번 심호흡을 한 뒤에 숲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전지점인 절벽 꼭대기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절벽 위에서 부는 바람은 차갑고도 싸늘했다, 마치 이곳의 분위기처럼.

 

 ​로안은 절벽에 선채 차가운 표정으로 검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이제 실전이다."

 

 본 필드에서 처음으로 겪게 되는 전투, 로안은 그답지 않게 표정의 긴장을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의 주위로 흉흉한 바람들이 불었다. 태양은 이미 저평선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 오늘 밤은 어째선지 달도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다. 빛은 사라졌고 사나운 바람만이 부는 이 공간에서 고블린들은 사나운 안광을 빛내며 사냥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휘이이잉, 휘잉.

 

 싸늘한 바람이 로안의 목젓을 스치고 지나갔고, 로안은 침을 목뒤로 삼키며 고개를 아래로 내려 절벽 밑을 쳐다보았다.

 

 ​꿀꺽.

 

 ​그의 두 발이 딛고 있는 땅 밑으로는 거대한 숲과 함께 그 사이로 길이 하나 나 있었다.

 

 '이제 얼마 후면 상단이 저곳으로 지나간다. 꽤나 강한 용병들도 붙어 있을텐데 잘할 수 있을까….'

 

 그의 역활은 상단이 지나가면 몰래 그 뒤를 밟다가 매복해 있던 고블린들이 상단의 앞쪽을 습격할 때, 후방으로 치고들어가 혼란을 유도하는 것, 상대적으로 어려운 역활은 아니었지만 한번의 실수가 습격을 실패로 돌아가게 할 만큼 중요한 역활이기도 했다.

 

 로안이 차분하게 계획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조그마한 여러개의 붉은색 점들이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고블린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고블린들이 서로에게 신호를 주며 재빠르게 반응했다.

 

 "목표물이 다가온다. 케륵, 모두 전투 준비해라. 이번 약탈은 굉장히 중요하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케르륵."

 

 순식간에 수면을 취하고 있던 고블린들이 깨어났고, 그런 그들이 절벽 꼭대기에서 숲 속으로 집결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마치 하나의 군대같은 모습. 이는 기껏해야 하급 몬스터라 생각했던 로안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마…말도 안돼. 아무리 홉고블린의 지위가 있다지만 이건 내 예상하고는 너무 다르잖아?"

 

 로안은 자신이 알고 있던 고블린들의 지식이 산산이 박살나는 것을 느꼈고, 그가 경악하고 있는 지금 그 순간조차도 고블린들은 성공적인 약탈을 위해 하나하나 준비를 마쳐가고 있었다. 각자 자신들의 단창과 단검을 손에 쥐고 길 양 옆에 나있는 풀숲에 몸을 어느 한 부분도 보이지 않게 철저히 숨겼고 상단의 마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르륵, 드르륵.

 

 그렇게 잠시 동안 기다리고 있자 화려한 마차가 고블린들이 숨어있는 곳 사이로 지나갔고, 고블린들은 짧은 수신호와 함께 마차의 호위행렬 뒤로 따라붙었다. 로안 역시 예외는 아니였다.

 

 "조약한 위장술."

 

 

 -스킬 '조약한 위장술'이 사용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주변환경과 종족 특성이 일치하여 효과가 늘어납니다. 상대에게 발각될 확률이 60% 낮아지며 시전자에게서 나오는 소리를 50% 감소시킵니다.

 

 

 로안은 얼마 전에 해금한 스킬인 '조약한 위장술'을 사용하며 기척을 줄였고, 다른 고블린 전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갖가지 방법을 이용해 기척을 줄이며 상단 호위 행렬의 뒤에 따라붙었다.

 

 '앞으로 3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 후에 습격이 시작되겠지. 기대되는걸.'

 

 로안은 저주걸린 단검을 손에 쥔 채 긴장감과 기대가 섞여있는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앞쪽에서 환한 불빛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상단의 행렬이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길 앞쪽에서 매복해 있던 고블린들의 습격이 시작된 것이었다.

 

 "습격이다!"

 

 "습격자들은 고블린 무리다! 독침에 당하지 않게 망토로 몸을 감싸라!"

 

 "버러지 같은 놈들, 하급 미물 주제에 인간을 습격하다니."

 

 군더더기 없는 아주 깔끔한 기습, 그러나 상단의 호위병들도 만만치 않았는지, 꽤나 빠르게 혼란을 수습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망토와 가죽 갑옷으로 독침을 막고, 상단의 짐을 사방에서 둘러싸는 원형방진의 형식을 취해 고블린들을 격퇴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정예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이 상태로만 가면 고블린들의 습격을 큰 피해 없이 물리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그걸 보고 있을 우리가 아니지. 일단 방진부터 흐트려 보자고.'

 

 로안이 포함된 기습부대가 상대적으로 방비가 약한 상단의 후방을 들이치자 전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로안은 며칠간의 훈련을 통해 상승한 스텟으로 다른 중급 고블린 전사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스피드로 상단의 호위병들의 사이로 치고들어갔다.

 

 "일단 한놈."

 

 로안의 손에 들린 저주받은 단검이 눈 깜짝할 새에 중간 간부로 보이는 전사의 갑옷 이음새 사이로 파고 들어갔고 치명타와 함께 단검의 능력이 발동되었다.

 

 

 -치명타가 발동됩니다. 데미지의 2배가 들어갑니다.

 

 

 -'저주받은 단검'의 효과로 인해 랜덤하게 질병 하나가 상대에게 부여됩니다. 질병 '치질'이 상대에게 부여됩니다.

 

 

 ​"…! 저런 것도 걸리게 할 수 있는 거냐…?"

 

 로안은 어쩐지 안됬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간 간부를 쳐다봤고 놈은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에 입술을 세게 깨물으며 로안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너 이 새끼, 지금 내게 무슨 짓을…, 커헉!"

 

 예상치 못한 고통에 많이 아파보이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은 엄연한 전투상황. 로안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중간간부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날려 기절시켰다.

 

 "아저씨, 미안. 그래도 기절했으니 그동안 아프지는 않겠네. 근데 이거 생각보다 무서운 무기구나…."

 

 그러나 로안의 표정은 그의 말과는 다르게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이라 죽이기는 많이 껄끄러웠는데, 잘만 사용하면 죽이지 않고 제압을 할 수 있겠는걸.'

 

 로안은 단검을 왼손에 세게 쥐며 방진의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방진을 흐트려놓기 위해, 깽판을 치기 위해.

 

 

 

 * * *

 

 ​

 레이먼드 상단, 그린리버 왕국의 북부지방에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신생상단이자, 다른 게임들에서 대상인으로 불리기도 한 마르코라는 유저가 프론티어 스피릿에 진출하며 현실세계의 자본을 잔뜩 투자한 상단이었다.

 

 그리고 지금 마르코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곤혹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사업의 확장을 위해 상단을 꾸려 남부지방으로 잔뜩 짐을 꾸려 내려가고 있는 도중이었건만은 어디서 등장했는지 모를 수많은 고블린들이 공격을 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디서 이런 놈들이 이렇게 많이! 더군더나 전방과 후방에서 동시 기습이라니! 우리 호위병들은 전부다 머리에 칼 맞은 놈들이냐!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냐고, 저놈들이 저렇게까지 집결하는 동안!"

 

 마르코는 짜증과 분노를 호위병들에게 풀고 있었지만,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이렇게 계락까지 쓰면서 덤벼올 것이라고는 그 자신조차 상상도 못했다는 것을. 이것은 지금까지는 계속 승승장구 해온 그의 게임 사상 최대의 위기라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상황은 나름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방진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고블린 따위에게 당할 리가 없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처럼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단 한명의 고블린, 장검과 단검을 번갈아 사용하는 고블린이 후방에서부터 무섭게 치고들어와 방진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 놈은 또 뭐야? 어이, 니놈들. 일단 저놈부터 잡아! 저거 못 잡으면 후방쪽 방진이 위험해져!"

 

 하지만 그 말을 할 떄, 마르코한테 나타나는 표정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귀찮음이었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그가 보낸 것은 상단의 호위병들 중에서도 최정예라 불릴 수 있는 3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절대로 그 3명이 겨우 고블린 한마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꽤나 잘 싸우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봤자 고블린. 그 3명한테는 일초지적도 되지 못할 께 뻔해. 이제 그럼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단의 전방 방어인가.'

 

 그 후 마르코는 후방 방어에는 신경을 끄고 전방에 바글바글하게 몰려있는 고블린들을 어떻게 하면 큰 피해 없이 물리칠 수 있을 지에 대해 신경을 기울일려 했지만, 별안간 등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신경을 뒤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저건 도대체 뭐냐고!"

 

 그때 마르코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도저히 믿기 힘든 풍경이었다. 나름 잘싸운다고 생각했지만 곧 죽을거라 생각했던 그 고블린이 허공에서, 나름 물건들을 많이 취급해 봤다고 자부하는 그조차도 이제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의 명검을 꺼내들었고 그 검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기온이 내려가며 사방에 서리가 맺혔다.

 

 쿠구궁.

 

 그 검은 이 공간 전체에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자랑하는 듯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뿜어냈다. 역사상에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전설적인 검객이 칼을 뽑을 때의 느낌이 이러했을까? 마르코는 그 기운에 압도되어 몸을 쉽서라 움직일 수 없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알려주고 있 듯이.

 

 

 -전설적인 검 '???'가 뿜어내는 기운이 당신의 정신을 잠식해 들어옵니다. 저항할 수 없습니다. 이동의 제한이 걸립니다.

 

 ​

 ​'도…도대체 저놈 누구야? 설마 영웅급 NPC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강할리가….'

 

 마르코는 두려움과 경외심을 담아 그 고블린을 쳐다보았고, 그 고블린은 허공에서 땅으로 떨어지며 이게 끝이 아니라는 듯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그 고블린의 말에 구름에 가려져 있던 보이지 않던 달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에게 빛을 비췄다. 그 순간 이곳의 주인공은 그 고블린이 되었다.

 

 "월명성희."

 

 다른 자들의 말소리들로 주변이 많이 시끄러운 상태였지만, 그 한마디는 마르코에게 마치 하나의 천둥처럼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 직후 푸른색의 빛과 함께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이건 괴물이잖아!"

 

 그의 표정에서 귀찮음이 두려움으로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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